1880년 4월 어느 날 오후, 수위인 안드레이가 내 사무실로 들어와서 편집부에 어떤 신사가 와서는 편집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 P7

"화내지 말아요, 친구. 내가 착각한 것이길 바랄 뿐이지만, 당신은 약간 사이코패스 같아요. 당신은 때때로, 선한 본성의 의지나 지향과는 달리, 당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아는 모든 사람이 어리둥절할 정도의 욕망과 행동을 표출합니다. 내가 알게 되어 영광이었던 당신의 도덕적 원칙이 어떻게 그런 갑작스러운 충동, 끔찍하게 혐오스러운 결과를 낳는 그런 충동과 공존할 수 있는지, 결국 비명을 지르며 혐오스러운 절정에 달하는 것을 만들어내는지 놀랍다고요!"

내가 말했다. "나한테 뭔가 말하고 싶은가 본데 차마 실행을 못 하는 것 같군요. 말을 해요. 나는 당신이 불쾌한 말을 할 때조차 당신 말을 듣는 게 좋습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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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사람들이 행복이라고 하는 것은 계속해서 생기에 차 있을 때야. 그리고 마치 미친 자가 자기의 고정 관념에 몰두하듯이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을 때야. - P68

그런데 당신 곁에 있으면 나는 불편합니다. 
당신은 내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나를 몰아갑니다. 당신은 나를 수줍은 소녀로 만들고, 어떤 때는 성숙한 여자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을 기대합니다. 나는 그중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자유롭게 있어야 한다는 것 외에는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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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 나의 동생 니나에 대해 나는 얼마 전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나보다 열두살 아래였다. 

니나는 결코 귀엽거나 사랑스런 아이는 아니었다. 니나는 자기를 제발 가만히 좀 내버려둬 달라고 나에게 몇 번이나 단호히 말했고 나 또한 그후 한번도 그녀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 P7

그녀는, 내 생각인데, 거짓말하지 않고도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본인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오. 재미있지요. 그러나 어려운 거죠. 아무데서나 충돌하고, 구설수에 오르고, 항상 극단으로 치닫는 당돌한 존재요. - P25

아버지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었어. 그의 책임이 아니야. 그의 이해 밖에 있는 일이었으니까.
다시 궤짝에 매달려 일을 하면서 니나는 덧붙였다. 모든 것은 이해하기가 힘들어. 나는 어떤 일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어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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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언 엥겔 Marian Engel, 1933-1985

자신의 글쓰기를 "완벽함을 추구하도록 길러진 사람이 불완전한 세상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탐구로 여겼다. 

그녀는 두더지처럼 사무실 깊숙이 파묻혀 지도와 필사본을 헤집으며 겨울을 났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았고 자신의 아파트와 협회를 오갈 때 장을 봤으며, 한순간도 어물쩍거리지 않고 피난처를 전전하듯 겨울의 터널을 허둥지둥 걸었다. 그녀는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다. - P11

그녀는 조용히 서서 창턱 위에 놓인 놋쇠와 가죽으로 된 망원경을 만지작거리며, 망원경 양쪽에 놓인 지구본과 천체본의 먼지를 털어냈다. 만약 책들이 모두 신통찮은 보스턴 번연이라면, 아직은 그 사실을 알고 싶지 않았다. 북쪽 벽난로 옆 탁자로 가서 폐허를 그린 판화집 한 권을 펼쳤다. 피라네시다.
한참 동안 허물어진 기둥들을 보았다. 그러고는 뒤쪽 창으로 걸어가 빈 선반에서 죽은 파리 한 마리를 쓱 쓸어내고 밖을 내다보았다. 곰이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 P48

그녀는 지시 사항을 두 번 연달아 읽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것을 하든 유의미할 것이었다. 그녀에겐 이제 삶의 허가가 존재했다. - P115

그들은 닷새 동안 그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그 없이 떠나야 했고 캐나다로 가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몇 달 후 그들이 형제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가 "그런데 우리 앤드루는 어디에 있지?" 물었고 이 말을 들은 우리의 가장은 위층으로 올라가 드러눕더니 죽어버렸다. - P119

갑자기 신문사 생활이 덧없고 궁핍하게 여겨졌고 그녀는 역사 서술에 관련된 직업 중 가장 덜 기생적인 일에 자리를 잡기 위해 진로를 바꾸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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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와 나무

식물은 동물의 자매다. 식물도 동물처럼 먹이를 먹고 자손을 낳으며 살아간다. 식물을 알고자 하면 동물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고, 동물을 이해하자면 식물의 본성을 살피는 것만큼 빠른 방법이 없다. 그런 뜻에서 나는 이 책을 어느 특별한 동물로 시작하려고 한다. 이 동물의 면면을 보아 식물의 밑바탕을 쉬이 가늠하는 것은 물론이고, 식물에 대한 더없이 값진 통찰을 얻게 되리라 믿어서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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