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가 방심한 건 이런 것이었다.
전수미를 여전히 보통의 인간으로, 
상식적인 범주에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그렇게 당해 놓고 아직도, 멍청하게. - P16

무엇이든 말하고 싶은 기분을 참을 수 없다. 길 끝에서 크고 둥근 점이 움직인다. 소란이 아주 커다란 가방을 들고 오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내내 생각만 한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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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책방 이야기 - 모험과 사랑, 그리고 책으로 엮은 삶의 기록
루스 쇼 지음, 신정은 옮김 / 그림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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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항하고, 덜 순응하면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한 생을 팔백번을 환생하듯 살아온 이야기에 문득문득 안심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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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결혼에 관한 한 ‘평범한 사람‘도 ‘어린 사람‘도 아닙니다. 당신은 보통 사람보다 특별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지요. 예리한 통찰력을 갖춘 당신은 남을 위하는 마음도 큽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잘 다스리지 않는다면 당신이 다시 상처받게 되지 않을까요?

인생은 완벽할 수 없지요. 이건 나도 계속 되뇌고 있습니다. 내면의 평온을 찾으려면 우선 자신의 감정이 확고하게 닻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한곳에 머무를 수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두 개의 닻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P214

후회되는 일이 있을까? 아니다. 
그 모든 사건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단호하고,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같이 살기 힘들고, 감정이 깊고, 진정으로 충직하고, 사랑하기 쉽지 않은 사람을 빚어냈다고 믿는다.
내게는 무조건 나의 편이 되어주신 소중한 이모부가 계셨다. 내가 찾아뵐 때마다 미소 지으며 말씀하시곤 했다. "아니, 대체 왜, 루시? 이번엔 또 무슨 일을 벌인 거야?"
이제는 랜스와 내 가까운 친구들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그들이 묻는다. "그동안 뭘 하고 지냈어? 지금은 누굴 화나게 하고 있는 거야?"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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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은 넘쳐나고, 다시 또 다시 읽고 싶은 책도 넘쳐나지만 인생은 한계가 있고 언제까지 읽을 수 있을지 모르니 책장을 부지런히 비운다. 책을 읽는 사람조차 드물고 받는 사람 마음은 주는 사람과 다른 걸 아니 천대받는 책이 상상되어 마음껏 선물하기도 어렵다. 요즘은 확신할 수 없는 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후 구매를 신중히 결정하는데 사야 할 책을 만 날 때의 기쁨이 스스로를 책 사냥꾼으로 몰아가는 듯도 하다. 읽고 또 읽어도 좋을 책으로 딱 방 한 칸만큼만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 자주자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나날들이다. 저자처럼 책을 나누어주면서 누리는 기쁨이 부럽기도...

어떤 날엔 파는 것보다 더 많은 책을 나누어주기도 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누군가에게 딱 맞는 책을 선물하는 기쁨은 책을 판매하는 것보다훨씬 더 큰 보람이다.(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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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폭죽을 숨긴 채 함부로 타인을 헤집고 다녀서는 안 된다.




나는 모두의 집을 불태우며, 누구에게도 진심을 이야기하지 않고, 한 주 내내 쓸모 있게 살지 않으려 아등바등 산다. 계산도 사죄도 필요 없는 덤 같은 하루가 주어진다면 그깟 생존쯤 얼마든지 할 수 있다. - P42

사과가 그녀를 또 한번 죽일 뻔했다. 나는 진심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사과하러 가지 않는다. 엄마는 그걸 알면서도 나한테 자꾸 뭘 하며 지내느냐 묻는다. 뭘 하고 지내니. 요즘 바쁘니.
나는 바쁘다. - P44

나는 가만한 사람이다. 
가끔 가난하지만 대체로 가만하다.
가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가만함은 게으름이 아닌 노력의 결과다. 나는 매일 끈질기고 집요하게 가만해진다. 가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생존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나는 일을 구하지 않고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가만히, 가만히 숨만 쉰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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