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지긋한 여자는 오래전 상하이에서 터무니없는 돈을 주고샀던 백조 한 마리를 기억했다. 그때 시장 상인은 떠벌려댔다. 이새는 원래 오리였는데, 거위가 되고 싶어서 목을 길게 빼고 있었다고. 그 결과 지금은 보세요! 그냥 잡아먹어버리기엔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워졌잖아요?"
그 뒤 여자와 백조는 수천 리 바다를 건넜다. 미국을 향해 목을 쭉 빼고서. 배 위에서 여자는 백조에게 속삭였다. "미국에 가면 날 닮은 딸을 낳을 거야. 그곳 사람들은 여자의 위상은 그 남편이 트림을 얼마나 크게 하나 들어보면 안다는 둥 뭐 그 따위 소리는 안 하겠지. 그 애를 낮잡아 보는 사람도 없을 거야. 그 애가
"완벽한 미국식 영어만 하게끔 가르칠 거니까. 그곳에서는 늘상 풍족할 테니 슬픔으로 배 채울 일도 없어. 내 딸은 내 뜻을 알 거야. 내가 이 백조를 전해줄 테니까. 스스로 바라던 것보다도 훨씬 근사해진 이 새를 말이야."

조이 럭 클럽 _ 장메이 우
아빠는 나에게 엄마를 대신해 조이 럭 클럽의 네 번째 자리를 맡아달라고 했다. 두 달 전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마작 테이블의 그자리는 줄곧 비어 있었다. 아빠는 엄마가 생각에 사로잡혀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흉터 _ 안메이 슈
내가 어릴 적에 할머니는 말씀하시길, 우리 어머니는 귀신이라고 했다. 죽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 시절 귀신이란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존재를 이르는 말이었다.

붉은 초 _ 린도 종
나는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내 삶까지도 희생한 적이 있다. 이렇게 말해도 너는 별생각 없겠지.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는 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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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다나오 섬의 비극

"그 사람들이 이 풀을 그 고기랑 같이 끓였어."

‘그 이야기‘를 해 주었는지 물어보았다.
"안 했어. 아들한테 말할 수는 없지."

그들에게는 총과 탄약이 있었으니, 단백질이 필요했다면 짐승을 사냥해도 되지 않았을까? 짐승이 아니라면 영양이 풍부한 토란만으로도 꽤 오랫동안 살 수 있었을 텐데, 사람을 수십 명이나 먹었다니.......

"투항했을 때 그들은 몸 상태가 꽤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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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스페셜 에디션 (작별하지 않는다 + 흰 + 검은 사슴 + 필사 노트)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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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전작 소장 중이라 고민하다 결국 물욕이 이겼는데 받아보니 실물이 더 좋고, 판형도 좋아서 들고 읽기 좋네요. 결국 잘 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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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에 관한 글을 계속 써나가겠다. 어머니는 내게 진정 중요했던 유일한 여자이고, 2년 전부터는 치매 환자였다. 기억의 분석을 보다 쉽게해줄 시간적 거리를 확보하자면, 아버지의 죽음과 남편과의 헤어짐이 그랬듯 어머니의 병과 죽음이 내 삶의 지나간 흐름 속으로 녹아들 때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순간 다른 것은 할 수가 없다.

언젠가, 내가 이곳이든 혹은 다른 곳에서든 냅킨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그 여자들 가운데 한 명이 되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머니의 열망대로 내가 자리를 옮겨온 이곳, 말과 관념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스스로의 외로움과 부자연스러움을 덜 느끼자면,
지배당하는 계층에서 태어났고 그 계층에서 탈출하기를 원했던 나의 어머니가 역사가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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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 맞서 스스로 자유를 지킨 사람
괴테가 ‘치타델레‘Zitadelle라고 불렀던 내적인 자아, 아무도 그 안으로들어올 수 없는 자아





가장 내밀한 자아에 충실하기 위해선 
얼마만 한 용기와 
정직성과 단호함이 필요한지를, 
그리고 이 거대한 파멸의 한가운데서 
정신적·도덕적 독립을 흠 없이 지키는 일보다 
세상에 더 어렵고도 심각한 일이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는 직업적인 세계개혁가, 신학자, 
신념 소비자를 영혼의 가장 깊은 
밑바닥에서부터 싫어했다.

온갖 신학 논문과 철학적 탐색들이 
우리에게 낡고도 낯설게 보이는 데 반해, 
그는 우리와 
같은 시대에 속하는 사람으로 남았다.

진짜 생산물은 삶이고, 
이런 메모들은 삶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며 쓰레기일 뿐이다. 
"나의 소명과 나의 예술은 삶을 사는 것이다." 

허영심과 자부심에서 벗어나기.
두려움과 희망에서 벗어나기.
확신과 당파에서 벗어나기.
야망과 온갖 형태의 욕심에서 벗어나기,
자신의 거울상과 똑같이 자유롭게 살기.
돈과 온갖 형태의 욕심과 욕망에서 벗어나기.
가족과 주변에서 벗어나기.
광신주의와 온갖 종류의 경직된 의견에서, 
절대적 가치에 대한 믿음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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