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에 담근 손가락

문학은 거리에서 체득한 생활의 지혜와 같은 현명함을 갖고 있어야 하며, 화려한 문체에 대한 유혹이나 지적 허세를 피해야 한다. 소설은 관객이 화면의 일부로 투영되는 일종의 홀로그램 영화처럼 우리가 그 안으로 온전히 들어갈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한 세계가 실제로 존재하고, 나아가 우리가 그 안에서 머물 수 있다는 환상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인물과 공간을 창조해야 한다. 늘 명확하고 선명하게만 여겨지던 대상들을 마치 램프처럼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 그래서 그 빛 속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갑자기 모호해지고, 익숙한 것들이 낯설어지고, 안심하던 것들이 의심의 대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 P115

오로지 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만 책을 읽는 건 책에 대한 모독이나 마찬가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을 읽는 건 경험하기 위해서이며, 경험이야말로 보다 심오하고 포괄적인 이해의 유형이 아닐까. - P120

글자의 배열과 조합이 얼마든지 가능한 만큼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버전의 텍스트가 존재한다. 각각의 버전에는 신의 이름이 붙어있으니 그 이름을 일일이 헤아려 모두 부르는 자가 세상의 역사를 끝내고 시간을 마감하리라.
그렇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책을 읽기 위해서다. - P133

다정한 서술자

"때로는 순서가 바뀔 수도 있어. 우리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면 그 사람이 거기 존재하게 되는 거란다." 엄마의 대답이었습니다.

이 짧은 문장들은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아로새겨졌고, 살아가는 동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결코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었던 젊은 여인, 내 어머니는 그렇게 한때 사람들이 ‘영혼‘이라 부르던 뭔가를 내 안에 심어 주었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서술자를 내게 선물했습니다. - P334

문학이란 우리와 다른 모든 개별적 존재에 대한 다정함에 근거합니다. 이것이 바로 소설의 기본적인 심리학적 메커니즘입니다. 다정함이라는 이 놀라운 도구, 인간의 가장 정교한 소통 방식 덕분에 우리의 다양한 체험들이 시간을 여행하여 아직 태어나지 않은 누군가에게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언젠가 그들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의 세상에 대해서 기록하고 이야기한 것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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