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그노즈야 (Ognozja)

자연의 원소인 물이 서퍼를 실어 나르고 서퍼는 지극히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자신의 궤적에 스스로 영향을 미칠 뿐 대부분은 파도의 에너지와 움직임에 온전히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서퍼가 존재감을 자각하는 건 자기 의지와 상관없는 파도의 운동 덕분이다. 결국 파동은 나름의 방식에 의해 존재를 불가사의한 무력감으로 인도하며 ‘운명‘이라는 오래된 개념을 우리의 망각으로부터 끄집어낸다. - P21

지금 우리 곁에 출현한 새로운 세대는 작금의 새로운 상황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선택이란 "아니, 아니, 아니." 라고 말하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법을 훈련하고 있다. 나는 이것도 포기하고 저것도 포기할래. 이것도 자제하고 저것도 자제해야지. 필요 없어. 안 해. 갖고 싶지 않아. 단념할게. - P24

우리는 더 이상 ‘비온트(biont, 생리적 개체)‘가 아니라 ‘홀로비온트(holobiont)‘, 즉 전 생명체다. - P28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향수는 우리의 생각과 패션, 정치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러한 향수 속에는 시간을 되돌려 수십 년 전에 흘렀던 것과 똑같은 강물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때의 삶 속에는 지금의 우리를 위한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우리가 설 자리는 없다. 우리 몸도, 우리 정신도 마찬가지다. - P33

나는 우리 삶이 사건들의 총합일 뿐 아니라 각각의 사건들에 우리가 부여하는 다양한 의미들이 복잡하게 뒤얽힌 것이라고 믿는다. - P35

우리는 전체를 보지 못한 채 국지적인 소용돌이, 그리고 ‘세상‘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직소 퍼즐을 구성하는 개별적인 조각들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서 세상이란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 그리고 그 위에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세상을 말한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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