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바보의 일생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말과 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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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대하고 예리한 사상을 함양했던 한 명의 시인을 세상에서 흡수하고 소화해내기란 역부족이었을까? 그를 담아낼 그릇은 그때도 지금도 부족했으리라.

책장을 열고 한 페이지를 읽기도 전에 그가 요절한 이유를 짐작하리만큼 그는 인생에 대해 삶에 관하여 지대한 고찰을 해왔고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왔다고 피부로 느껴질 만큼 와닿았다.

아쿠타가와라는 이 익숙한 이름을 어디서 들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본 유명 소설들의 수상 이력을 강조할 때 항상 수식어처럼 따라붙던 “아쿠타가와상 수상”으로 듣던 바로 그 이름이었다.

이토록 대단한 천재를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나 싶을 정도로 그의 고뇌의 스펙트럼은 어느 광활한 대지의 삶 한가운데에서부터 전반적으로 톺아보고 있었다 느껴지기에 지금이라도 알게 됨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의 사후 100년이 다 되어가는 이기주의와 혐오주의가 팽배하는 오늘날 그의 글을 읽어도 소름 끼치도록 현실을 반영한 이유는 그가 무수한 비판들 속에서도 겸허한 자세를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유추된다.

다자이오사무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단호한 신념의 글 속에서도 나름의 해학도 갖추고 있어 그의 글은 읽는 내내 웃음이 함께 했고, 예술에 대한 식견도 매우 높아 짧은 삶이 너무나 안타까웠으며, 후미에게로 향한 편지들은 로맨티스트의 소양을 갖춘 그의 설렘이 전해져 흐뭇하기도 했다.

사후 그를 기리는 문인들의 글들만 보아도 자살로 그쳐버린 그의 빛바랜 역량의 안타까움을 탄식했기에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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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추하다 당신의 친구
사와무라 이치 지음, 오민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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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졸업한 지 깨나 오래되어 학창 시절의 기억이 흐릿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이리도 컸었나 싶을 정도로 소설 속 배경은 외모 지상주의가 너무나 팽배했고, 그에 따른 차별 대우로 인한 낙담이 만연한 정글 같은 사회로 그려졌다.


사춘기 소녀들에게 이 차별적 대우들은 특히나 그들의 가장 접점에 있는 가족에서부터 발생된 것들이라 참으로 모순되고 소름 끼치는 장면들이었는데, 외모 콤플렉스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까지 자행하는 이들에게 등장한 이슈가 바로 “유어프렌드”였다.

그 주술에 마수를 뻗은 소녀는 누구일까.

주술이라는 미신 속에서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워낙 일상적인 소재를 차용했으며, 치밀한 플롯으로 수많은 용의자 속 범인이 검거되나 싶어질듯하면 제자리걸음으로 추리가 수포가 되어버리고 또 다른 용의자가 나타나는 매력적인 소설이라 결말이 너무나 궁금해져 순식간에 독파해버렸다.

주술에 걸린 이와 잡지를 갖고 있는 이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 후 우리의 외모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에 대해 워낙 비극적이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소설이었기에 나의 편견에 대해서도 재고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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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안나 마시니 그림, 황유진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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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만 타더라도 안티 링클을 내세운 코스메틱 제품들이 활개치는 시대에 주름은 없애야만 할 금기의 존재로 인식되어 심지어 보톡스나 필러 대해 공공연히 광고를 내세우는 오늘날, 이 동화는 주름에 대해 손자의 생각과 손을 통해 본인이 지금껏 행복하게 살아온 흔적임을 알려주며 공감하는 이야기였다.

성장함에 따라, 기쁨으로 생겨난 눈웃음에 의한 주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왜 우리는 삶의 흔적을 부정적으로만 치부해왔을까.

이번 독서를 계기로 모든 것에는 나쁜 것만이 아닌 긍정적인 요소 또한 포함되었다는 생각의 전환으로 나의 식견과 편견을 긍정적으로 재고하게 되는 힐링과 치유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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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야 하는가 -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 앞에 선 사상가 10인의 대답
미하엘 하우스켈러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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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인생, 죽음 너무도 흔하디흔하며 일상적인 주제로도 자주 사용하는 이 단어들의 무게는 사실 그 어떤 단어들의 무게보다도 무겁다.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방대하면서도 심오한 타이틀로 10인의 사상가의 작품과 견해를 펼쳐낸 이 책은 언급하기를 꺼려 하는 죽음을 다룸으로써 혹자들에게는 낯선 소재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서문에 저자가 흥미롭지 않은 주제라 일컬으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기에 고리타분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서문에서부터 탐구해야 하는 것과 목적의 의미를 놓고 풀어내는 이야기에 끌려 읽는 동안 매우 흥미롭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시간들이었다.

철학을 다루고 때론 철학 용어들이 등장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였기에 읽는 시간이 다소 걸리는 편이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알지 못했던 철학자들의 일대기와 역사까지 다루고 있어 읽는 동안 새로 알게 된 사실과 깨닫는 점이 많아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때로는 너무나 잔인하리라 느껴질 만큼 냉혹하고 직설적인 직언을 서슴지 않으며, 관점의 차이로 결론이 극에 달해 독자에게 짜릿함마저 선사하기도 했던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으며 매력을 느낀 부분들이 너무나 많았고 각각의 사상가들이 주장한 의견들도 모두 뇌리에 남았다.

쇼펜하우어의 뼈를 때리는 직언, 키르케고르의 페르소나들의 여러 입장에서 표현되는 죽음, 허먼 멜빌의 모비딕 속 바다와 섬으로 비유한 삶과 죽음, 작품에 항상 죽음과 자살을 등장시키는 속에서도 사랑을 언급하며 모두가 연약한 존재라 표현한 도스토옙스키, 찰나의 삶과 유한함을 고뇌하던 톨스토이, 신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현실에 대한 결과를 마주하며 허무주의와 고통을 언급한 니체, 선과 악, 영혼을 정의한 윌리엄 제임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집필을 통해 깨달아 갔던 마르셀 프루스트, 다사다난한 삶 속 난해함의 끝을 보여주던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부조리와 무의미 속 최대한으로 삶을 이용하라 역설한 카뮈까지.

또한, 과거 읽었던 고전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을 사상가의 입장과 견해로 풀어 설명해 주어 보충 설명을 해주었기에 새롭게 이해할 수 있어 더욱 값진 경험이었다.

이 책의 매력은 결론이 없다는 점.
사상가의 충돌되는, 상반된 의견도, 겹치며 뜻을 같이하는 의견도 여럿 제시된다는 점이다.
그 누구도 겪어 보지 못했기에 이리도 많은 해석들이 나왔으며 죽음을 당면해서야 만 알 수 있는 죽음과 삶이기에 선대의 그들도 끝내 알 수 없었던 주제들이었다.

평소 나의 생각과 놀랄 만큼 동일한 생각을 가졌던 이들도,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견해를 가진 이들도 존재하기에 너무나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만, 이 책을 읽다가 잠을 청할 때에는 많은 생각에 잠 못 이루고 소멸과 부존재의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러나 회피하거나 망각할 수 있는 주제 또한 결코 아니기에 우리에게는 삶과 죽음을 곱씹어 볼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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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 내성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수업
정교영 지음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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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혼자있어도외롭지않게

✍🏻#정교영

📚#샘터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한 학기를 마친 후 ‘통지표’라는 것을 받았다.
학업 성적을 포함한 학생의 평가를 담임 선생님께서 간단히 기재해 주셨었는데, 나의 평가는 초등학교 내내 차분하며, 조용하다는 단어가 항상 들어가 있었다.

사실 이 단어들을 종합해 볼 때, 통지표는 학생의 부모님께서 확인하시고 이후 평생 남을 기록이기에 최대한 미사여구로 단점을 배제하고 기록했으리라.
차분하고 조용하다는 말의 속 뜻에 숨겨진 나의 어린 시절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던 것이다.

이 성격은 시간이 흘러도 내재되어 나를 떠나가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왔기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나는 너무나도 나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로 느껴져, 이렇게까지 나를 잘 나타낸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고, 중간중간 공감이 되어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다.

본문에 언급된 욕구와 욕심을 분별하지 못하여 항상 하고 싶었던 말을 마음속에 꼭꼭 담아두어 자괴감마저 생기고, 완벽주의 성격으로 인하여 완벽해 보이고자 하나라도 흠이 생기면 좌절하며 희생하고 걱정하느라 안간힘을 쓰던 것이 바로 나였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게 힘들게 에너지를 소진하지 말자고 한다.
거부나 거절을 하더라도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 더 많으며, 좋은 관계의 지속은 오히려 단호한 선 긋기에서 나온다며 위안을 준다.

내향적인 사람이면 누구나 삶을 바꿔보려고 노력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향성을 줄이고 외향인처럼 사는 노력을 나 또한 해보았고 본문에 언급된 것처럼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나도 피폐해졌었다.
이에 저자는 덜 계발된 잠재되어 있는 내향성이 있을 수 있고 성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번 독서를 계기로 생각이 달라졌다.
외향적 성격에 비해 흔히 드러나지 않고 숨겨진 내향적 성격이지만 저자가 화수분처럼 꺼내는 장점을 반추해 볼 때 아직까지 내향적으로 살아가는 데에 장점과 매력이 좀 더 많은듯하여 바꿀 필요는 없다고.

천천히 가도 괜찮고, 굳이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 없으니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위로의 말들은 나를 알아주고, 내 편이 되어 공감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부터도 힐링이 되었고, 앞으로 내향적 성격의 강점을 보강하며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자세로 용기 내어 살 수 있는 힘이 되었기에 읽는 동안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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