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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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영적이며 신묘한 존재에 대한 놀라움과 그것으로 기인하여 이어지는 갈망은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인간의 호기심을 유발하는듯하다.

무려 1911년 작품인 알도 팔라체스키의 작품인 연기 인간의 주인공 페렐라 역시 비현실적인 인물이라는 설정으로 연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연기로 이루어져 오롯이 그가 신고 있는 장화만이 그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는 페렐라는 33년간 굴뚝에서 머물며 페나, 레테, 라마라는 세 명의 유모에 의해 존재를 자각하게 된 기이한 출생의 인물로 등장한다.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알도 팔라체스키의 작품 가운데에서도 꾸준한 퇴고를 거쳐 저자가 개정판을 무려 5회나 출간한 작품이라고 한다.

허나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저자의 애착이 짙어 지속적으로 개정된 작품이라는 이유에서인지 오늘날의 현대인 독자들이 작품을 만나더라도 어색하거나 의미가 퇴색된 부분 없이 기묘한 배경과 현실을 비판하는 날카로운 시각, 언어유희라는 다양한 요소의 독특한 매력까지 한데 엮여 지금까지 독자들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100년이 지난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현대적 시각으로 구시대적 모순에 가득 찬 시대상을 탈피해 페미니즘적 요소까지 갖추며 다양한 비판을 선보이는 연기 인간은 무지몽매한 인간이 분에 넘치도록 갈망하는 탐욕과 허풍과 허울로 과대포장이 되어야만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들의 행태, 한순간에 돌변하는 모습들을 비판해 마치 시쳇말로 냄비근성이라고 하는 인간의 모습을 정확히 겨냥한다.

의미 없고 그저 무의 상태인 페렐라에게 의미를 부여해 신격화한 뒤 일회성으로 그를 소비한 후 사탄의 자식 취급마저 해버리는 인간들에 의해 마녀사냥을 당하는 페렐라는 인간의 이면을 더욱 강조해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다방면에서 기독교적 요소를 드러내어 자유로이 연기로서 존재했던 페렐라를 예수와 같은 순교자의 모습으로도 비춰지도록 그렸다.

연기 인간이라는 외형을 갖추어 몽환적이며 신비로움 그 자체인 캐릭터의 이미지를 공고히 한 그는 대화와 발언에 녹아든 해탈한듯한 자세로 신성한 느낌을 굳건히 해 기이한 매력을 배가시켜 우둔하기는 매한가지인 존재이면서도 군계일학이라 자부하는 이들 사이에서 외려 군계일학의 면모를 보인다.

고통의 페나, 그물의 레테, 창을 뜻하는 라마와 같은 언어적 요소를 차용하는가 하면 작중인물들의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그리는 등 연기 인간은 알도 팔라체스키가 50년간 작품에 쏟은 애정이 짙게 투영되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또한 페렐라의 말로에 집중하다 보면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린 주인과 같이 눈앞의 이상만을 좇는 인간이 느껴지기도 하고, 시야를 넓혀 바라만 보아도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는 오늘날의 인간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리도 다양한 매력으로 오늘날의 현대인에게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고전 작품.

이것이 바로 시대를 뛰어넘어 백 년 전의 작품으로도 작금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매력이기에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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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의 돌핀
한요나 지음 / &(앤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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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품은 주로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보다 다양한 가능성의 예상치 못한 소재와 상황들이 그려져 저자의 제한 없는 상상력에 감탄하며 새로운 세상을 느껴 볼 수 있다는 매력을 내포하고 있다.

17일의 돌핀 역시 여덟 편의 단편 SF작품으로 한요나작가가 창조해 낸 독특한 색깔의 인물들과 배경의 미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광활함에 공허함마저 느껴지는 우주를 등장시키며 텅 빈 마음에 인간성이 사라진 인류와 외계인 등의 인물들이 작품에 자연스레 녹여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였고, 낯선 상황과 소재들로 위화감을 조성하여 소통이나 교감할 수 없는 심적 거리감을 드러내 오히려 독자가 해당 감정을 더욱 구체적으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나타냈다.

궁극적으로 저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기보다는 여운을 주는 결말들로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활짝 열었지만 빼어난 묘사로 그 작품의 배경과 이미지들은 마치 눈앞에 보이듯 선연하게 표현되었고, 인물들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 강단있고 소신있는 인물과 대비되어 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물까지 작중인물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어 인물을 탐구하는 재미도 뛰어났다.

우주를 유영하는듯한 몽환적이고 이질적인 이미지가 각 단편이 주는 색다른 분위기에 융합되어 공감각적 효과가 독특함을 더욱 배가시켜주었고, 뒤로 가는 사람과 같은 독특한 표현들의 향연에 신선함마저 느껴졌다.

한요나작가의 이번 작품은 SF 작품만이 이끌어 낼 수 있는 본연의 매력을 한계치까지 최대한 끌어내 독자에게 정면으로 맞선 결정체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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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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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듯 인간의 일생은 태어나 성장하고 나이를 먹고 시나브로 늙어가다가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여기, 85세의 나이에 죽음만을 기다리는 한 여성이 있다.

혈육은 모두 그녀를 떠났으며 가족이라고는 하나 남은 고양이 몽고메리뿐인 유도라 허니셋.

기억력이 퇴행하고 신체 역시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기 곤란해지는 노화의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수영을 즐기며 건재하던 그녀는 우연히 존엄사를 알게 되고 더 늙기 전, 이를 진행하기 위해 과감히 스위스행을 결정한다.

타인을 위해 일생을 살았던 그녀였기에 노년에 외골수로 살 수밖에 없게 된 그녀의 삶은 이제 더 이상 곁이 남은 이가 없고 모두 사라져 버린 현재,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반복되고 특색 없는 삶으로 변모해 처연히 죽음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러던 가운데 그녀에게 우연히 로즈 가족과 스탠리라는 이웃이 다가온다.

스스럼없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명랑한 열 살 소녀 로즈는 그녀에게 삶에서 아직도 배워야 할 단계가 얼마나 많은지, 세상이 얼마나 넓은 지를 보여주며 여든이 넘은 그녀에게 삶에 대하여 새로이 깨닫고 시야를 넓혀주는 존재가 되어 준다.

늙어감에 따라 떨어져가는 자신감으로 생을 마감하기만을 희망하는 쇠락해가고 있는 노인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제약을 디테일하게 그려 비참하고 쓸쓸한 노년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마치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떠올리듯 달관한 주인공의 사연을 과거와 현재의 유도라를 교차로 그렸다.

더 이상 과거의 일이 아니게 된 전쟁이라는 참상의 비극 또한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그로 야기된 수많은 고통에의 희생양으로 엄청난 비수가 꽂혀버린 유도라.

그녀의 잔인하리만치 처절하도록 서글픈 인생을 특유의 위트로 유쾌하고 기발하게 풀어냈고, 세대를 뛰어넘어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향수와 그리움을 되찾는 이야기 풀이 방식은 경이롭고 감탄스러운 표현력에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유도라가 자유를 얻고, 희망과 사랑을 찾게 된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도 언젠가 노화와 죽음은 다가올 것이며 인류애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관심과 사랑, 소통의 부재가 만연한 이 사회를 채찍질해 독자들의 행동에도 변화를 촉구하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시한부의 병환을 앓고 있는 이가 아닌 노인들이 존엄사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그들을 마주하는 태도에서 비롯되어 우리 스스로가 가해자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여 처음 작품의 제목인 유도라가 잘 지낸다는 표현과 작품이 전개되며 잘 지내고 있다는 의미의 변화가 어찌나 따뜻하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개인주의가 뿌리박혀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느끼게 된 오늘날 무엇이 선인지를 깨닫고,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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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 역사를 뒤흔든 지리의 힘, 기후를 뒤바꾼 인류의 미래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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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들은 안타깝게도 반갑지 않은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빠지지 않고 뉴스에 등장한다.

이와 같이 과거에도 기후는 세계사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역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인간의 삶과 역사와 맞닿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후가 역사에 영향을 끼친 사례로 알려진 예시는 나폴레옹이 러시아원정에 실패한 원인이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 때문이었다는 사실이나,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인해 이탈리아의 고대 도시였던 폼페이가 매몰되었다는 역사 정도로, 나 역시 평소 알고 있던 사례가 상당히 미미했다.

하여 본문에서는 독자들이 흔히 알지 못했던 기후와 함께한 기나긴 역사와 더불어 앞으로 우리의 미래 역시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와 오늘날 위기를 직시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총망라하여 이를 서술하였다.

몽골제국의 건설이나 로마의 부강이 단지 빼어난 통치자의 역할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나 세계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과거 기후의 영향을 받은 역사까지 아울러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의 향연은 독서를 하는 동안 놀라움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와 충분한 설명은 과학적 접근마저도 쉽게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물론 온전히 기후가 모든 것을 포괄하여 우위에 있던 것은 아니지만, 동식물이 그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나 지역별로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고 없는 지역들의 차이점마저도 기후가 원인이 있었기에 과거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라는 이야기 역시 결코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 극심한 기근에 인간이 스스로 비상식적인 행위까지 일삼게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이어 신의 권위에 도전한 바벨탑의 사례를 들며 오늘날의 기후 위기를 소름 끼치도록 날카롭게 저격하며 수몰되어 사라질 나라와 그것이 우리의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며 가하는 일침은 기후 위기가 먼 미래가 아닌, 당장 우리가 마주한 현실임을 독서로 하여금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진정으로 가까워진 위기를 앞두고 우리 모두가 이기주의를 버리고 공생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인지해 저자가 희망하듯 2100년에는 21세기 초의 기후 위기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고 회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독서를 하던 중,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후에 집중하며 간혹 양자역학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때 언급하던 평행 우주가 떠오르기도 했다.

또 다른 기후의 평행 세계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펼쳐질지,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새로운 예술 문화가 발전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과 추측이 줄지어 상상되기도 하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상상을 이어나가게 되는 시간이었다.

기후 위기와 미래에 대하여 인지하고 지구를 위한 행동을 실행할 준비가 되었다면 기후에 대하여 쌓은 지식을 활용해 독서의 연장선으로 이런 흥미로운 상상도 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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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끌리는 사람들, 호감의 법칙 50 - 그 사람은 왜 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까?
신용준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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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며 우리가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

그 수많은 사람들은 이미지 또한 각기 각색 천차만별이다.

눈만 마주쳐도 통통 튀는 해피 바이러스를 내뿜는듯한 에너지로 타인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하는 이도, 그와는 상반된 매력으로 조용히 나의 이야기를 듣고 받아주며 편안함을 안겨주는 이도, 의뭉스러워 오소소한 느낌마저 주는 이들마저도 존재한다.

이렇듯 우리가 받는 느낌의 차이는 개인마다 각자 가진 매력에 따라 상대방이 느끼는 호감의 온도차 또한 유발한다.

과연 호감을 이끄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본문에서는 동등한 조건에서도 베네핏을 얻을 수 있게 되는 호감을 언급하며 우리가 선천적, 배경적으로 주어진 불가결한 조건 이외에도 우리가 호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50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때로는 다양한 전문가의 지식이나 저자 스스로의 사례, 전 연령대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유명 인사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접목시켜 호감을 이끄는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열거하였고, 이를 습득하며 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금기해야 할 사항들까지 놓치지 않고 독자들의 이미지 쇄신에 도움을 주었다.

무의식과 심리적 요소까지 신경 쓰는 세심함과 사기꾼이 즐겨 쓴다는 멘트까지 짚어 흥미로움과 위트로 꽉꽉 채워진 이야기들은 사회생활 필독서와 같이 느껴졌다.

과연 시선을 마주하고 미소 지으며 나의 말을 경청해 주는 이에게 어찌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이와 같이 수많은 팁들과 고전에서도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경청의 중요성과 같은 호감을 이끌어 내는 방법의 다양성에 지루함 없이 독서를 즐기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여기에 저자 스스로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와 자신감이 느껴져 신뢰를 더욱 높였고 그 기운이 나에게도 전해지는듯했다.

마지막으로 인생에 대한 저자의 언급이 나에게는 참으로 인상 깊게 다가왔다.

언제든 떠날 수 있을 인생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라는 조언.

이는 나 스스로 나만의 철학을 갖고 훈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도록 자극시키는 감사한 경험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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