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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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듯 인간의 일생은 태어나 성장하고 나이를 먹고 시나브로 늙어가다가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여기, 85세의 나이에 죽음만을 기다리는 한 여성이 있다.

혈육은 모두 그녀를 떠났으며 가족이라고는 하나 남은 고양이 몽고메리뿐인 유도라 허니셋.

기억력이 퇴행하고 신체 역시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기 곤란해지는 노화의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수영을 즐기며 건재하던 그녀는 우연히 존엄사를 알게 되고 더 늙기 전, 이를 진행하기 위해 과감히 스위스행을 결정한다.

타인을 위해 일생을 살았던 그녀였기에 노년에 외골수로 살 수밖에 없게 된 그녀의 삶은 이제 더 이상 곁이 남은 이가 없고 모두 사라져 버린 현재,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반복되고 특색 없는 삶으로 변모해 처연히 죽음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러던 가운데 그녀에게 우연히 로즈 가족과 스탠리라는 이웃이 다가온다.

스스럼없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명랑한 열 살 소녀 로즈는 그녀에게 삶에서 아직도 배워야 할 단계가 얼마나 많은지, 세상이 얼마나 넓은 지를 보여주며 여든이 넘은 그녀에게 삶에 대하여 새로이 깨닫고 시야를 넓혀주는 존재가 되어 준다.

늙어감에 따라 떨어져가는 자신감으로 생을 마감하기만을 희망하는 쇠락해가고 있는 노인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제약을 디테일하게 그려 비참하고 쓸쓸한 노년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마치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떠올리듯 달관한 주인공의 사연을 과거와 현재의 유도라를 교차로 그렸다.

더 이상 과거의 일이 아니게 된 전쟁이라는 참상의 비극 또한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그로 야기된 수많은 고통에의 희생양으로 엄청난 비수가 꽂혀버린 유도라.

그녀의 잔인하리만치 처절하도록 서글픈 인생을 특유의 위트로 유쾌하고 기발하게 풀어냈고, 세대를 뛰어넘어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향수와 그리움을 되찾는 이야기 풀이 방식은 경이롭고 감탄스러운 표현력에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유도라가 자유를 얻고, 희망과 사랑을 찾게 된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도 언젠가 노화와 죽음은 다가올 것이며 인류애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관심과 사랑, 소통의 부재가 만연한 이 사회를 채찍질해 독자들의 행동에도 변화를 촉구하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시한부의 병환을 앓고 있는 이가 아닌 노인들이 존엄사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그들을 마주하는 태도에서 비롯되어 우리 스스로가 가해자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여 처음 작품의 제목인 유도라가 잘 지낸다는 표현과 작품이 전개되며 잘 지내고 있다는 의미의 변화가 어찌나 따뜻하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개인주의가 뿌리박혀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느끼게 된 오늘날 무엇이 선인지를 깨닫고,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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