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옛날에는1985년 전후, 책을 읽다가 오타를 발견하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알려주면 엄청 고마워하고 가끔은 별로 인기 없지만 자사의 도서를 감사의 뜻으로 집으로 보내주기도 했었다.
근래에는 e-mail로 사진까지 찍어 오타를 콕콕 짚어줘도 감사인사 한줄은 고사하고 답메일도 없는 출판사가 허다하다.

한 두자 오타는 놓칠 수도 있다지만 간혹 오타칠갑 도서는 개정판이 나오면 구독자의 요청시 반드시 교환해 줘야 되지 않을까 싶다.

p52
[첫 월급을 타 시골의 조모에게 내의를 사 부쳤고, 아버지에게는 넥타이를 선물했다. 그리고는 제법 꽁꼼땅꼼 돈을 모으는 눈치였다.]

책을 읽다가 ‘꽁꼼땅꼼‘이란 단어가 생소하고 뜻을 몰라 사전을 찾아 보았다. 국어사전에 해석이 없다.
꼼꼼도, 땅꼼도, 꼼땅도 없다.

네이버 국어사전이 알려줄 수 없다면 신조어이거나 오타이거나
🔎 꼼꼼땅꼼...
미련하고 둔하면서도 빈틈 없이 차분하고 조심스럽다.
‘꼼꼼하고 땅꼼하다‘라는 전라도 사투리일 확률이 높다는🔎 결과는 찾았다.

외국어 번역본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개정판이 나오면 ‘꼼꼼땅꼼‘으로 고칠까
작가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무슨 뜻인지?
노벨문학상 띠지만 삐까삐까하게 둘러쳐 놓은 출판사!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6쇄_2005년6월17일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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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는 용기가 필요한 거다.아버지의 나직한 말이 금간 허공에 새겨졌다. 나는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순 없는 거다.
그 말은 여전히 우스꽝스러웠다. 
‘속인다‘는 동사와 ‘자신‘이라는 목적어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속일 수 없다‘고 했겠지만, 감히 그 두 단어를 연결시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그에게 의심을 품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그 두 단어를 그렇게 자신의 내면에서 연결했고, 이음새조차도 깨끗이 봉해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말을 나에게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P67

손은 제2의 얼굴이다. 손의 생김새와 동작을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얼굴 뒤로 감춘 것들의 일부를 느낄수 있다. 마치 나름의 인격을 가진 독자적인 생명체처럼 손은 움직이고, 떨고, 감정을 발산한다. - P77

"웃음이란게 얼마나 웃기는 가짠지. 사람들은 모르니까?." - P117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기억의 살과 내장을 조금씩 조금씩 썩게 만들고, 흔적을 없애며, 마침내 흰 뼈 몇 줌만 남게 만든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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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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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강과 나

한 강과 나는 이리저리 엮어보려해도 도무지 무관한 아무관계도 아니다.
그녀가 태어난 1970년, 그 해에 나는 부산직할시 동래구 온천2동에서 지극히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기억 하나.

온천2동 우리집 처마밑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함께 살았다. 동화속 흥부네 물어다준 금은보화 빵빵 터지는 박 씨를 우리집에도 한 개쯤 물어다 주길 뚫어져라 쳐다보며 주문외듯 소원했으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제비똥 말고는 우리에게 무해무익無害益한채로.

기억 둘.

경남 진해에 사셨던 외할아버지께서 부산에 사는 딸네에(우리엄마는 1남7녀중 세 번째 태어났고 일곱 딸 중 외할아버지에게 각별한 마음이 들게 하는 안스런 딸이었지 싶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깜짝 이벤트를 해 주시려 했었는지 다른 의도가 숨어 있었는지-보고 싶고 궁금했는지 모르겠으나 당시에 상상하기도 어려운 특대형 문어 한 마리를 태종대에서 낚시로 잡으셨다며 들고 오셨다. 모두 입을 쩍 벌린채 다물지 못할 만큼의 큰문어대가리 아래 긴다리들이 능글능글 꿈지락거리고 있었던 기억.
그 문어를 초장에 찍어 데쳐먹었는지 말렸는지 기억은 없다. 외할아버지께서도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시고 외가댁으로 가셨는지도 모르겠다. 당시는 진해와 부산간 거리가 그리 가깝다고 여기지 않았었다 .
다만 뜻밖의 외할아버지의 방문은 참 즐거웠다. 그리고 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맺힐랑 말랑했던 순간을 포착한 기억과 주무시고 가시라는 딸의 가족들에게 손사레치시며 어둑해질무렵 끝내 등을 보이시고 우리집을 나서셨던 기억 한 장면.

기억 셋.

가족들이 해수욕장으로 여름피서를 가기 전날 삼남매 중 마땅한 수영복이 없었던 나를 위해 아버지께서 급하게 수영복을 사오셨는데 원피스도 아니고 비키니도 아니고 빨간바탕에 검은 줄이였는지 검정바탕에 빨간 줄이였는지 아마 빨간바탕에 검은 줄무늬였을 것이다. 상의 없는 반바지 한 장을 내일 입을 수영복이라며 사오셨다. 나는 괜찮았는데 엄마는 상당히 어처구니 없어 하셨던 기억, 아무리 어려도 딸인데.
그 반바지를 입고 해운대해수욕장에 갔는지 엄마가 시장에서 바꿔오셨는지 그냥 평소대로 헐렁한 티셔츠에 팬티를 입었는지 그 이후의 기억이 없다. 몇 년 뒤 해운대 해변에서 찍은 사진 속에 남동생이 그 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마 나는 그날 런닝아래 팬티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강, 그녀는 2016년( 멘부커상) 한국 문학사에 한 획을 굵직하게 그었다.
나는 여전히 평범平凡한체로 조금 비범非凡하다면 몸속에 남들은 없는 철심을 오른쪽 무릎아래에 고정시키고 자랑스런 한국인 한 강, 그녀의 책을 내돈 주고 사서 읽고 있다.
그녀의 《채식주의자》와《흰》 두 권의 소설과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한 권의 시집을 읽고 작가와 독자의 관계가 되었다.
無線으로 연결된, 그러나 끊어지지 않을 관계가 되었다.

여기까지는 2016년에 남겨 놓은 기록---------
그리고 8년이 지났다.

2024년 한강 그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 전세계문학사에 더 굵직하게 또 한 획을 그었다.
나는 여전히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뿐, 자랑스런 한국의 소설가는 서랍속에 차곡차곡 쓴 글들을 넣어 두고, 1970년으로 부터 54년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서랍속 저녁을 공유한다는 한 가지를 제외하면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나는 8년전에 느낀 평범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저 조금 더 늙은 여자로 오늘도 서랍에서 책을 꺼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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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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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이상을 심한 목감기로 고통스러웠다.
진료받은 의사에게 침도 삼키기 어려우면서 주절거릴 것이 아니라 이 한 줄이었으면 충분했는데... [바늘이라도 한웅큼 삼킨 것처럼 목이 따끔거렸다]p9
한 줄의 간결하고도 적확한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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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무늬영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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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간이든 자신이 사랑하는 것만을 소유할 수 있는 거지...내 사랑이 마르자 삶이 사막이 되었다. 내 사랑이 말라서, 나는 가장 가난한 사람이 되었다.] 메말라버린 내 사랑을 어떻게든 다시 촉촉하게 할 수만 있다면, 바스러지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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