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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 <눈물>은 최인호의 영적 고백을 담은 에세이이다. 암 투병을 하면서도 환자가 아닌 작가로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살아가고 싶다는 그의 집념이 돋보인다. 책 끝부분의 작가 최인호의 지인들의 추도의 글이 실려있어 뭉클하다.

 

"2008년 여름, 나는 암을 선고받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절망하고, 가톨릭 신자로서 기도하고, 가톨릭 신자로서 희망을 갖는 혹독한 할례 의식을 치렀습니다. 나는 이 의식을 '고통의 축제'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암  부위를 정확히 파괴하기 위해 나는 중세의 검투사들이 섰을 법한 가면도 써 보았습니다. 그래도 기도와 희망만은 늘 나를 지켜 주는 수호천사였습니다. 기도를 통해 나는 지금의 나의 고통과 두려움은 주님의 그것과 비교할 수조차 없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나는 너무나 외로웠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저보다 훨씬 더 고독하셨습니다.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습니다."

 

최인호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 윌리엄 워즈워스의 '무지개', 기 드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부활', 알퐁스 도데의 '황금의 머리를 가진 사나이',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영국의 시인 프란시스 톰슨의 '하늘의 사냥개', 미국 작가 스타인벡의 대표작인 '분노의 포도', 덴마크의 사상가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등 다양한 작품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주님을 위한 영적 고백을 담았다.

 

최인호 작가는 '신앙과 사랑과 희망은 모두 기다림 속에 있는 것'이라고 노래한 T.S.엘리엇의 시처럼 전능하신 하느님과 그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들의 신앙은 결국 먼발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기다리는 계시는 아버지의 곁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 '돌아온 탕아'로 잘 알려진 두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은 기다림의 진정한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물론 집으로 돌아오는 작은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돌아옴'이지만 그 아들을 맞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면 '기다림'인 것입니다. 그래서 루카는 '집으로 돌아오는 작은아들을 멀리서 본 아버지'라고 표현합니다. 집으로 오는 아들을 멀리서 보았다면 아버지는 언제나 어디서나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에 비하면 큰아들은 아버지와 항상 함께 있었지만 '집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듣고서야 아우가 돌아온 것을 알았습니다. 한마디로 형은 아우를 기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멀리서 본 아버지'와 '가까이에서 본 형'의 차이는 기다림의 차이이며, 기다림의 차이는 결국 사랑의 차이인 것입니다.

사랑은 기다림입니다. 밤은 낮을 기다리고 낮은 밤을 기다립니다. 그리하여 하루가 흘러가는 것입니다. 겨울은 봄을 기다리고 봄은 겨울을 기다립니다. 그리하여 일 년이 흘러갑니다. 일 년이 흘러가서 세월이 되며 세월이 흘러가서 영원이 됩니다. 삶은 죽음을 기다리며 죽음을 삶을 기다립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기다리며 인간은 하느님을 기다립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한다는 생각 없이 사랑하시고 하느님은 인간을 기다린다는 생각 없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사랑 그 자체이신 것입니다."

 

"주님의 나라에는 먼저 온 사람도 나중에 온 사람도 없습니다. 하늘나라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할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사는 이 지상의 포도밭은 남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도원에 빨리 도착하여야만 첫째가 될 수 있습니다. 첫째가 되어야만 우리는 더 많은 권력과 더 많은 물질을 소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온 사람들은 보다 많이 소유함으로써 늦게 온 사람들을 멸시하고 착취합니다. 먼저 온 사람들은 보다 많은 것을 소유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며, 늦게 온 사람들은 좀처럼 가난과 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지상 위의 포도밭은 스타인벡의 소설처럼 '분노의 포도'만이 주렁주렁 열리고 있을 뿐입니다."

 

최인호 작가는 인간이 위대한 것은 자기 자신의 영혼의 상처 때문만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자비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영혼의 아픔 없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눈물을 동반하지 않는 울음은 그저 슬픔일 것입니다. 그것은 고통을 나타내 보이는 몸짓이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해 보이는 투정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하나의 신호일 뿐입니다."

 

최인호 작가는 결국 인간의 용서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존재이자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발견이라고 말한다. 하느님으로부터 똑같이 비를 맞고 똑같이 햇빛을 받는 용서 받은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들 인간이 할 수 있는 용서의 시작인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 앞에 있어서는 이미 용서받은 자들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용서는 '내가 너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받은 너를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남을 용서한다는 것은 사랑의 행위인 것 같지만 실은 교만인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남을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남을 단죄할 수 없듯이 내가 남을 용서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최인호 작가는 자신이 고통이 아닌 고행을 하고 있다고 주님께 고백한다. 목청이 터져라 큰 소리로 기도한다고 했던 최인호 작가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전해진다.

 

"저는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행을 하고 있음을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고통은 수동적인 것이지만 고행은 자발적인 것입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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