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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평점 :
추리 소설은 흥미롭다. 어떤 한 가지 단서를 가지고도 여러 정황들을 살펴보며 어떤 생각을 해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물론 사건, 범인, 경찰 등 예상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때론 사건 속의 또 다른 사건이 존재하기도 하고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하기도 한다.
요즘 추리 소설 하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세다. 어릴 땐 아소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였는데 이젠 시대가 변한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인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사실 가가 형사 시리즈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기린의 날개는 가가 형사 시리즈라고 한다. 책 표지를 보면 소설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 학, 다리, 한 남자, 조각상의 그림은 소설을 암시하고 있다. 이야기는 한 남자의 죽음부터 시작된다. 어쩌면 아주 평범한 스토리다. 그러나 이 스토리가 이끄는 힘이 있다. 아마 이것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능력이겠지만.
사건은 3년 전 다리 위에서 죽은 남자의 아들이 수영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연습하던 시절로 올라간다. 거기서 한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그 사고로 말미암아 중학생 한 명은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가게 된다. 어쩌면 살아있어도 죽은 존재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사실 이 사고는 죽은 남자의 아들도 연루되어 있었다. 죽은 남자의 아들은 이 사실을 잊고 지내다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고 자신의 죄가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된다. 이 사실을 죽은 남자가 알게 되고 물을 다스린다는 신사에 가서 회복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하마터면 전혀 엉뚱한 사람이 살인했다고 뒤집어 쓸 뻔했는데 가가 형사의 수사를 통해 범인을 찾게 된다. 이 소설 가운데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는데 책 표지 뒤편에도 나오는 글귀이다. “용기를 내라.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자신이 믿는대로 하라”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이 이야기를 난 왠지 진실로부터 도망친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다. 이 책이 주는 묘한 여운은 아버지의 따스함이다. 평소엔 그리 친한 관계가 아니었던 부자사이였지만 아들을 대신해서라도 용서를 구한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 가슴이 먹먹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이 누군지 찾아내는 과정만 흥미로웠다면 별 느낌이 없었겠지만 이 소설은 뭔가 쉽게 오해하는 사이에 놓친 사람의 진심에 대한 내용이기에 잔잔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이 주는 묘한 매력은 여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