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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유쾌한 사유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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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
강신주 지음, 동녘, 2011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의 저자 강신주씨는 원래 노장사상을 전공했지만 서양철학을 중심으로 한 대중 강연으로 이름난 철학자다. 사람은 몸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 만나서 접촉해야 관계가 형성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곳에서 활발한 대중강연을 해왔다. 삶의 고민과 불만족을 해소하기 위해 철학 강의를 찾아 듣는 사람들과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나누고 공감한다는 점에서 일반 독자들의 목마름을 가장 잘 이해하는 철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최근 <철학 대 철학> <철학이 필요한 시간> <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 인문서 여러권을 비슷한 시기에 쏟아냈는데, 이 책은 지난해 출간된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의 후속편이다.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이 제목처럼 우리 시인과 서양 현대철학자들의 사유를 탐구하며 철학을 통해 앎의 즐거움을 말했다면, 신간은 앎의 괴로움을 말한다.우리 시인과 서양 현대철학자들의 사유를 탐구한 책이라면, 이번 책은 앎의 괴로움을 현대철학자들의 사상을 접목시켜 철학적으로 시를 읽어내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이성복의 시를 읽으면서 그 속에 담긴 히스테리와 강박증의 징후를 자크 라캉의 사유와 연결시켜 풀어내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최승호와 게오르크 짐멜, 문정희와 뤼스 이리가레이, 한용운과 카를 바르트, 김정환과 카를 마르크스, 백석과 나카무라 유지로, 함민복과 기 드보르 등 14명의 시인과 14명의 철학자를 일대일로 대응시켰다. 다루는 주제도 사랑, 돈, 타자, 자유, 역사, 글쓰기, 감각 등 다양하다.

저자는 우리 삶이 권력이나 자본, 관습이 강요하는 세계에 갇혀있다고 지적하며 자기만의 사유방식을 찾는 괴로운 과정을 통과해야만 진정한 즐거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최승호의 시 '자동판매기'에서 오렌지주스를 마시려던 시의 화자는 무심코 커피 버튼을 누르고 만다. 저자는 현대인이 흔히 겪는 이 장면을 '습관의 무서움'이라 일컬으며 짐멜의 문화론과 연결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저자는 문정희의 시 '유방'을 여성의 몸과 감수성의 차이를 말한 뤼스 이리가레이의 사유에, 채호기의 시 '애인이 애인의 전화를 기다릴 때'를 맥루한의 미디어론에 연결시킨다. 

저자는 이런 방식을 통해 난해한 철학 개념을 문학 작품을 통해 쉬운 대중언어로 둔갑시킨다. 철학은 바로 이런 것이다. 얼핏보면 쓸모없는 것 같지만 철학은 내가 나중에 알게 될 것을 미리 보여주는 힘이 있으며,시인이나 철학자들은 자기 몸에 맞는 자기만의 옷을 만들어 입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특히 김수영은 단순히 시인이기보다 인문정신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준 사람이라며, 우리에게 김수영 이라는 시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까운 행운이라고 노골적인 헌사를 보낸다. 김수영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거움이 배가 될 대목이다. 보너스처럼 14개의 매 chapter마다 달려있는 ‘더 읽어볼 책들’ 역시 반갑기 그지없다. 눈 밝은 독자라면 이것만으로도 본전은 이미 뽑았을터, 제목은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이지만 책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 그지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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