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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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협찬도서
#크리스틴 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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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미디어 @alpha_media_books

<687p>
아마도 나의 올해의 소설일 듯
대화체가 많아 페이지 분량에 비해 글의 양은 많지 않고, 가독성이 무척 좋아 금방 읽음.
책이 너무 재밌어서 잠을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함.
추리소설 읽을 때만큼의 몰입감!

단골 책방에서 알게 된 분께서 처음으로 디엠을 보내셨다. 이 작가의 책이 좋아서 몇 권 읽었는데 <나이팅게일>이라는 책이 최고인 거 같다고.. 번역서가 절판되었었는데 최근 한 출판사에서 재출간해서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다는 정보를 주셨다. 넘치도록 좋은 책을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것.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했고 감사히 당첨이 됐다.

2차 세계대전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 파리와 그 근교에 거주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비안느와 이사벨은 무려 10살 차이가 나는 자매다. 1차 세계대전 참전 후 변한 아버지는 자매들이 14살 4살이 되던 해 부인의 죽음으로 완전히 더 망가져버렸다. 아버지 노릇을 바로 포기하고 낯선 곳으로 보낸다. 비안느는 16살이 되던 해에 임신을 하고 가정을 꾸려 독립했지만, 이자벨은 이후에도 거처를 옮기며 살아간다.

전쟁이 발발되고 비안느의 남편 앙투안도 전쟁에 참전하러 떠난다. 곧 집에 돌아오리라 믿고 떠난 여정이었다.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 딸 소피를 지켜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이사벨은 이번에도 쫓겨나 아버지에게 갔지만, 역시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었다. 언니에게 보내졌으나 언니도 자신을 기꺼이 받아줄 마음은 없어 보인다.

자매 사이에는 항상 이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비안느는 규칙을 따랐고 이사벨은 반항했다. 어린 시절 슬픔에 젖어서도 그들은 감정을 다르게 표현했다. 어머니가 죽은 후 비안느는 조용해졌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지만 상처받지 않은 척하려고 애썼다. 반명 이사벨은 생떼를 부리고 달아났고, 관심을 요구했다. 마망은 언젠가 자매가 단짝이 될 거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그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142p

독일인 장교의 거처가 된 비안느의 집.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장교에서 협조적인 비안느와 날카로운 말로 독일인 장교와 대립하는 이사벨. 그런 이사벨의 행동으로 소피를 지키는 게 어려워질까 두려운 비안느. 친절한 장교가 요청한 명단 작성으로 자신의 절친이 유대인 명단에 올라간 일로 괴로워하게 되는 비안느는 이 일로 변할까?

이 답답한 상황에서 자신의 할 일을 발견한 이사벨은 언니를 떠나 파리로 향하고 목숨을 담보로 추락한 조종사들을 피레나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탈출시키는 엄청난 일을 수행한다.
비안느도 꽤 신사적인 독일인 장교 벡 덕분에 절친인 라셀의 아이를 맡을 수 있게 되는데.. 이 일을 계기로 유대인 아이들을 구하는 일에 뛰어들게 되는데..

점점 독일인들의 포위망이 좁혀오고 ‘나이팅게일’을 잡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게슈타포.
설상가상으로 비안느 집에 머물고 있는 벡을 두 자매의 협공으로 살해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장편소설추천 #역사기반소설 #가독성좋은소설 #올해의책 #2차세계대전 #북스타그램

“이사벨 로시뇰이에요.”
“아, 프랑스어로 나이팅게일(밤꾀꼬리로 불리는 새의 종류)이군요.” 64p

그는 세계대전에 참전하겠다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근심했다고, 그가 싸운 것이 가족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괴로워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변해서 돌아왔는지 알았고, 고통이 그를 가족과 더 가까워지게 한 게 아니라 갈라놓았다는 것을 알았다. (중략) 전쟁은 그를 ‘망가뜨렸다.’570p

전쟁은 여자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지만, 전쟁에서 여자들도 많은 일을 했음을 매력적인 서술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부끄러움과 수치의 차이란?
죄책감을 이기며 살아가는 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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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노나 페르난데스 지음, 조영실 옮김 / 가망서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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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어머니가 기절하기 시작하며, 어머니 뇌를 검사한 화면에서 밤하늘의 풍경을 떠올린다. 한 사람의 삶의 기억이 뇌 속에서 일종의 별자리를 이루며 존재한다는 생각을 한 저자는 이 일로 아타카마 사막의 지상 최고의 별 관측소로 데려간다.
피노체트 정권 중 이 사막에서 26명의 사망자에 대해 별자리 이름을 붙여주는 국제앰네스티 프로젝트에 한 별자리의 대모 역할을 하게 되며, 삶을 천문학적 요소로 엮어 아름다운 문장으로 기록한다.

출간 배경
피노체트는 1973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후 7년간 칠레를 폭정의 굴레로 몰아넣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그 기간에 정치적 이율 살해된 사망자는 3,200여 명, 불법 구금과 고문 등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는 4만여 명에 이른다. 약 20만 명이 추방당하거나 망명해 고국을 떠났다. 피노체트는 칠레 역사에 남아 있는 거대한 트라우마의 이름이다.
페르난데스는 1971년생으로, 쿠데타 2년 전에 태어나 티노체트 중권이 종식된 1990년에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페르난데스는 “독재의 딸‘로서 발화하고 활동한다. 왜일까.
민주화가 되면 왜 그런 일들이 명확해질 거라고 생각했으나 답이 따라오지 않았다고. 그래서 쓰는 일은 답을 찾는 탐구였다고 한다.

’별‘이라는 모티프를 매개로 만날 것 같지 않았던 두 영역의 상실이 나란히 놓인다. 어머니가 잃어버린 순간들, 그리고 죽임당한 사람들의 인생. 그 블랙홀들은 어떻게 다시 현재의 맥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179~182p 편집>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역사기반에세이 #시적인문장가득 #상실과별자리 #칠레역사 #칠레독재정권

과거의 빛이 현재에 자리 잡아 무시무시한 어둠을 등대처럼 밝혀준다. 18p

우리 몸속에 있는 그 도서관은 선조들이 남겨준 유전적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몸속에 과거로부터 온 수억 가지 이야기,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안을 순환하는 메시지, 우리를 안내하고 결국 우리의 행동 방식을 이루는 별자리를 지니고 있다. 37p

별은 죽은 별들의 별 먼지로 만들어진다. 그들은 우리의 현재에, 수천억 년간 우주에서 이어진 무수한 세대의 경험을 빛으로 비춘다. 이 빛의 계주 안에서 죽음은 그저 잠시 지나치는 정거장일 뿐이다. 54p

나는 우리 자신의 사건의 지평선을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 그 지평선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생각해 본다. 그 경계를 넘어 공으로 사라진 것들, 어둠의 힘에 빨려 들어가거나 바깥으로 밀려난 것들, 영원히 자리를 잃은 모든 것들을 생각한다. 배제된 이름들, 보이지 않게 만들어 버린 집단들, 숨겨진 참사들, 제거된 의견들. 그러자 다시 한번 무시무시하고 위협적인 블랙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1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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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아름다움 - 어느 우정의 역사
앤 패칫 지음, 메이 옮김 / 복복서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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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태어나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소설을 쓰고 대학 강의를 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그녀의 친구 루시와 그녀와의 우정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에세이가 맞나?는 의심을 계속하게 만든다. 이런 우정이 가능하다고? 이거 우정 맞나?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 아닐까? 이토록 다 내어주는 우정이라고?

루시는 아홉 살 때 유잉육종을 앓았고, 오 년 동안 혹독한 방사선치료와 화학요법 치료를 받았으며, 그 후에 여러 차례 재건 수술을 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후로 수차례 수술과 회복이 이어지는 삶을 사는 루시. 그런 루시는 어디에나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루시는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파서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얼굴이 갖은 것도 있겠지만, 그녀는 현재를 충실히 그 누구보다 에너지 있게 산다.
그런 그녀와 같은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루시와는 전혀 다른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존재인 앤은 그녀와 절친이 된다.

루시는 시를 앤은 소설을 쓰는 작가의 길을 걷는 것 외에는 둘의 공통점을 찾긴 어려웠다. 그 다름이 서로에게 끌렸을까? 언제나 앤에게 사랑을 묻고 갈구하는 루시. 그러면서도 수많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만나는 남자가 없으면 늘 사랑이 없음에 슬퍼 우울해하는 루시. 그런 그녀를 끝없이 감싸주는 앤.

이런 관계가 가능한가?
불편하게 읽힐 수도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관계인가? 싶어 경이로웠던 두 사람의 관계. 무엇이든 다 내어주는 친구들이 가득했던 루시에겐 어떤 매력이 있었던 걸까?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북스타그램 #에세이 #독서모임도서 #문학전공자들의글 #편지글예술 #시인의편지 #시인과소설가

나누어 줄 빛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빛을 빌려주는 것, 수년에 걸쳐 우리가 서로를 위해 해온 일이었다. 212p

루시는 곤경을 극복한 롤 모델로 거기 나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루시는 진지한 작가였으며, 자기 책이 가슴 아픈 내용이 아니라 문학적 가치로 평가받길 원했다. 214p

루시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 가장 편안한 사람이었다. 루시를 만날 때마다 마치 내가 그동안 외국에서 외국어를 대충 사용하며 지낸 것 같다고 느꼈다. 그러다가 루시가 나타나 영어로 말을 걸면 나는 갑자기 유창해져서, 그간 내게서 사라진 줄도 몰랐던 복잡하고 미묘한 표현을 전부 다시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루시와 있을 때 나는 원어민이었다. 322p

이런 헌신적인 사랑을 품은 앤과
자신을 아픔에 가두지 않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는 루시.
둘 다 감히 내가 닿지 못할 경지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여러분에게 친구는 어떤 존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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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유전자 - 세계사를 뒤바꾼 문제적 유전자 바로 읽기
정우현 지음 / 이른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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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라는 이름은 덴카트 식물학자 빌헬름 요한산에 의해 만들어졌다. 1909년에 만들어진 용어를 40년도 더 지난 후 멘델이 유전 법칙을 발견했다. 이후 인간은 다양하게 유전자에 이름을 붙이고 사용해 왔다. 우생학 등을 이유로 끔찍한 일을 경험하고도 여전히 유전자를 탓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유전자는 정보일 뿐이며, 정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는 언제나 환경이 조절하고 결정한다. 이런 문장을 읽어도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어쩐지 나쁜 것은 남 탓(조상)이라도 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 때문일까?

1. 피부색 유전자 : 인종차별은 없어지지 않는 글로벌 문제 중 하나. 그렇지만 우린 생물 시간에 다 배웠다. 인간의 기원은 아프리카에서 시작이라고… 즉 인류는 흑색 피부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색을 갖게 되었냐고? 어두운 피부는 태양광을 막아주기에 일조량이 많은 저위도 지방에 사는 데 유리하지만, 고위도에 살면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전 위도로 인간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피부가 밝게 진화한 것. 예외 : 이누이트 (일조량이 적은 지역에 사는데 피부가 백색이 아니다. 이는 햇빛을 통해 얻지 못하는 비타민 D를 음식으로 보충해왔다.)

2. 희귀병 유전자
희귀병이란 유병 인구가 우리나라 기준 2만 명 이하거나, 진단 자체가 어려워 유병인구를 가늠하기 어려운 모든 질환.
세계적 대표 : 혈우병 보인자였던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자손들의 결혼으로 유럽 왕가에 퍼짐. 합스부르크가의 혈통을 중요하는 근친혼으로 인해 열성 유전병 발현 확대.
가능하면 인연은 멀리서 서로 닮지 않은 이와 하는 것이 좋음. 🤓 인간은 지나치게 잘 먹기 때문에 돌연변이 현상으로 중요한 생화학적 능력을 많이 잃어버렸음.

3. 사나운 유전자
성선설 성악설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사피엔스>의 인간의 폭력성 덕분에 살아남았다가 서로 반대되는 의견인 것처럼. 둘 중에 어떤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진화가 다정함도 잔임함도 아닌 ‘다양함’을 만들어내는 원리라는 것은 사실이다.

4. 열등한 유전자
‘우성’은 영어로 ‘dominant’이고, ’열성‘은 ’recessive’이다. 우월함을 의미하는 ‘superior’나 열등함을 의미하는 ’inferior’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우성과 열성은 유전형질의 발현 빈도가 높은지 낮은지를 설명하는 용어일 뿐 우열 관계나 가치 판단의 표현과는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195p

X, Y 염색체의 이름이 알파벳을 닮아서 그렇게 붙여진 것이 아님. X 염색체는 1891년 독일의 세포학자 헤르만 헨킹이 발견했는데 이 염색체가 다른 염색체와 달리 쌍을 이루지 않고 단독으로 존재하며 감수분열 시 특이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미지의 요소‘라는 의미로 ’X‘를 붙인 것이고, Y 염색체는 X 다음으로 발견한 작은 염색체라는 의미에서 단순히 그다음 알파벳인 ‘Y‘를 붙인 것이다. 201p

5.6 범죄 유전자, 동성애 유전자
이게 있다고 우기면 우생학의 부활이지.

7. 암유전자
인간이 암을 정복할 날이 올 것인가?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수많은 암이 발생되는 아이러니.
암은 내부의 반란자이기에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때 암 유발 유전자가 한두 개가 아니다.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암은 척추동물, 연체동물, 무척추동물에서 모두 발생한다. 식물🌲도 암에 걸린다. 😳 그런데 암에 걸리지 않는 동물이 있다? 코끼리 🐘 👏

책을 관통하는 유전 vs 환경
이 질문 자체가 잘못이다. 중요한 것은 두 요소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작용하느냐의 문제.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이기적인유전자 #나쁜유전자 #유전인가환경인가 #비문학도서추천 #북스타그램
@강희 님 따라 읽기. 흥미로운 책 소개 고마워요.

유전자는 정보일 뿐이다. 정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는 언제나 환경이 조절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간은 과학을 이용해 유전자를 발견하고 어떤 것은 좋고, 나쁘다는 낙인을 찍었다. 과학이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정한 것. 세상에 ‘나쁜 유전자‘는 없다. 단지 그것을 나쁘게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이 있을 뿐이다. <들어가는 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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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버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7
장은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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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해의 작가라면 장은진 작가와 인문 에세이의 김지연 작가

이 책은 기후 위기가 배경인 이야기 3부작을 기획하고 쓴 작품 중 하나.
1부작 <날짜 없음>, 2부작 <디어 마이 버디>, 3부작은 동화로 쓰실 예정이라고 한다. 이 작품이 2023에 나왔으나 청소년 문학으로 나와서 그런지 내 알고리즘에 걸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날짜 없음보다 좋았다. (3부작 동화도 아직 안 나온 것으로 보인다.)

도시는 사라졌고 일부만 남았다. 높이를 자랑하던 것들만 살아남았고 그 높이에 우연히 있었던 사람들만 살아남았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모두가 공평하게 불행해졌다.

스쿠버 다이버에 입문하고 ‘버디’라는 멋진 시스템에 대해 배웠을 때, 내 첫 번째 꿈은 아저씨의 버디가 되는 것이었다. 버디는 물속에서 나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지 않게 다이빙을 하며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 주는 짝을 말한다. 다이빙 중 서로의 안전과 목숨을 끝까지 맡아 주고 챙겨 주는 무조건적인 관계. 35p

어렸을 때 한없이 어둡고 우울한 세호는 늘 외톨이로 지냈다. 공부에도 소질이 없었고 잘하거나 관심 가는 것도 없었다. 그걸 눈치챈 아이들이 무시하기 시작했고 ‘때려도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9살 무렵에 시작된 일이었다.

부모와 할아버지를 놀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이런 일이 아픈 일이라는 것을 작가하고 반격하는데, 이 일로 세호는 가족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다이빙을 배우며 샘 아저씨와 인연을 맺게 된다.

“다이빙은 재밌니? 얼마나 재밌어?”
“살아 있다는 게 감사할 정도로. 다이빙은 매번 감동을 줘.”
엄마가 나를 생각해서 바쁘고 어려운 형편에 세아도 낳고, 그렇게 태어난 세아는 가족의 기쁨이었다.

그 아픈 과거로 인해 다이빙을 배우게 되고, 샘 아저씨의 버디가 되고, 지금 내가 아는 유일한 살아남은 가족인 세아를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했다. 샘 아저씨와 세호는 물속에 들어가 잠긴 도시 속 상점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꺼내오는 일을 담당한다. 또다시 해일이 닥치기 전에 생필품을 챙겨야 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같이 살아남기 위해선 더 많은 인원이 함께해야 했다.

늘 위험이 따르는 다이빙의 세계. 버디가 있기에 안심하고 내려가지만, 물 위를 떠다니는 시체들과 물속에서 만나는 처참함에 종종 정신을 놓기 쉽다. 이제 막 다이빙에 입문한 혜미와 배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 생필품 수집에 박차를 가하는가? 했는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청소년문학추천 #소설속명화이야기 #기후위기3부작 #물에잠긴도시 #다이빙버디 #북스타그램 #전연령추천도서

”태평양 서부에 마리아나 해구라고 있는데,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야. 근데 마리아나를 탐사한 사람은 고작 네 명뿐이래. 10킬로미터밖에 안 되는데도. 수십만 킬로미터 떠어진 저 달에도 우주인을 보내는 시대에 말이야. 우주보다 더 밝혀진 게 없어서 그렇지 어쩌면 바다가 훨씬 우주스럽고 외계스러운 곳인지도 몰라. 바다는 지구 속의 또 다른 행성인 거야.“ 97p

다이빙은 이기려는 경쟁심보다 져도 괜찮은 보살핌을, 바쁜 속도보다 차분한 느림을 지향하는 세계다. 세상이 물속이라면 우리는 모두 그런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118p

❓책 속에서 세아가 각 인물에게 맞는 그림을 추천한다. 세아는 나에게 어떤 그림을 추천해 줄까?
❓다이빙을 해서 물속에서 꼭 필요한 물건만 추려 올라와야 하는데 세호는 세아와 혜미를 위해 서점을 가는 장면이 있다. 나는 이런 상황에 서점에 들른다면 어떤 책을 들고 올라올까?

젖은 책을 한 장 한 장 말리며 소중히 여기며 읽는 장면은 크~
어둠 속에 초를 키고 지내는 이들을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최근 고흐전으로 한국에 방문했던 작품이라 더 반갑)의 비유로 시작해 명화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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