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3
이희영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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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네 얼굴이 거울이 비쳐?’
6살에 처음 알았다. 자신의 얼굴이 누구나 보인다는 것을. 나를 제외한 누구나
안과 소아정신과를 돌아다니며 검사를 하고 엄마와 아빠의 말투와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치워지기 시작했다. 심각해진 분위기 달라진 말투.. 사라진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
거짓말. 나 한명에게만 거짓말을 하면 된다. 그러면 이 불편함이 사라진다.

“엄마, 나 이제 내 얼굴 보여.”

고등학생인 시율 옆엔 아주 약간 틀어진 이가 불만인 라미가 있다.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꼭 치아교정을 해야겠다는 라미. 이런 경우 얼굴을 볼 수 없는 내가 다행인건가?

같은 반엔 이 동네에서 꽤 유명한 교실에선 조용한 묵재가 던진 공에 옆통수를 맞고 새로 교체한 사물함에 얼굴을 긁혔다. 20번 꿰매야하는 상처를 얻었다.

매일 다양한 칸틴스키 그림처럼 보이던 얼굴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상처.
그 상처를 계기로 묵재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중2에 알콜중독자인 엄마가 까만 옷을 입고 빨간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 차에 치어 사망한 사건과
그 사건이 훌쩍 지난 고1에 가출했던 일
묵재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사람들이 말하는 명확한 원인과 결과는 과학에서나 통용된다. 인간의 삶에서는 이것이다. 할 수 있는 정확한 공식과 법칙이 성립될 수 없다. 악한이 꼭 벌을 받는 것도 아니요, 선한 사람이 반드시 복을 받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그냥 재수가 없거나 운이 나쁘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게 우리네 삶이다. 25p

정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게 인생이구나. 삶이란 결국 짙은 안갯속을 걸어가는 것이다. 한 발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안 보이니까. 깊은 구덩이가 나올 수도, 커다란 벽에 가로막힐 수도 있다. 그런데도 모두 거침없이 보이지 않는 길을 잘도 걸어간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98p

자신의 얼굴이 안 보이는 게 그리 잔혹한 일일까? 저주까지 들먹이며 펄쩍 뛸 일인가? 사실 말이 안 된다는 것 역시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일 뿐이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는 그저 티끌이다. 그 작은 공간에서 인간이란 종은 또 얼마나 하찮을까? 우주의 눈으로 보면 먼지 한톨보다 작다. 그 미미한 존재들이 자신들의 알량한 과학 지식 외에는 모두 거짓이라 한다. 이 어찌 가소롭지 않을 수 있으랴. 116p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의 외모뿐 아니라 생각과 가치관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내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지에 별 흥미가 없다. 굳이 눈 코 입을 그리지 않아도, 얼굴은 온통 푸른색 범벅으로 칠해놓아도, 그것이 너의 시각이고 너의 느낌이라면 괜찮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137p

“나는 인간이 스스로를 정확히 보는 게 의외로 힘들다고 생각해. 그런데 어떤 사건이나 계기로 인해 비로소 보일 때가 있어. 그것이 더 나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애써 감추려 했던 아픔이 수면으로 올라올 수도 있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뻔한 말이지만 어쨌든 흉터는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는 상징이니까, 굳이 감춰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1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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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게 범죄 - 트레버 노아의 블랙 코미디 인생
트레버 노아 지음, 김준수 옮김 / 부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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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르트헤이트 Apart 따로 떨어뜨려 hate 미워하게 만들다.
격리를 뜻하는 아프리카어로 극단적인 백인 우월 차별 정책.(백인은 전 국민 16%)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시행.
모든 그룹에게 그들이 클럽에 입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다른 인종 탓이라는 인식을 주입시킨 것이다.

원주민 코사족의 둘째로 태어난 어머니는 이혼하고 엄마랑 살고 있지만, 아빠와 살기 원한다. 그 의견을 말했더니 아빠는 고모네에 엄마를 보낸다. 고모가 그녀를 받은 이유는 단지 노동자로 봤기 때문. 너무 배가 고파서 동물들의 사료를 진흙을 물에 타서 먹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백인만이 가능한 직종인 사무일을 배우고 백인들이 사는 지역에 몰래 사는 방법을 찾는 진취적인 여성. 이 진취적인 여성 앞에 과묵하고 차분한 독일계 스위스 남성. 인종 차별에 대해 남아공에 있는 사람들과 다른 의견을 갖은 남자가 나타난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트레버 노아.

원주민과 다른 인종과 성관계를 맺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법이 있는 나라에서 백인과 흑인 사이에 태어난 트레버는 그 존재가 범죄의 증거!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생.

엄마는 아빠에게 결혼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엄마가 되게 해달라는 요구만 했을 뿐. 종종 아빠를 보러 다니던 것도 10대가 지나니 시들해지고, 엄마는 그 사이에 자동차 정비공과 재혼을 하고 출산을 한다.

달리는 차에서 내 던져지기.
재혼한 계부는 술만 먹으면 폭력성이 발현됐기에 폭력에 노출되기도 하고,
불법 cd를 제작해서 팔기도
몰래 아빠 차를 타고 나갔다가 경찰에 잡혀 유치장에 갇히기도 하는 트레버

백인 원주민 중국인 인도인 그리고 유색인으로 분류되는 남아공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유색인으로 살아가는 트래버는
원주민의 언어를 두어 개 구사하고
영어를 구사하기도 하기에
흑인이기도 백인이기도 유색인이기도 하지만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카멜레온이다.

주일이면 엄마와 3곳의 교회를 다니고
생각하는 법을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법을 배운 트래버

힘든 상황에서도 언제나 은혜를 감사를 잃지 않는 엄마에게
혹독한 훈육을 받은 트래버는 현재 미국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성공했다.
욕이나 성적인 농담을 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

절대로 자신이 태어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남아공의 법칙을 깨고
세상으로 나아간 사람.
그의 인생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 하다.

많은 흑인 가정들이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야 했다. 흑인이고 가난했기 때문에 내려진 저주였고, 세대를 넘어 계속 따라다니는 저주였다. 엄마는 그걸 ‘검은 세금’이라고 표현했다. 앞 세대가 약탈당해 왔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과 교육을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고 무에서부터 모두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느라 모든 것을 잃어야 했던 것이다. 103p

사회에서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이유는 그로 인해 상대방이 받을 영향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얼굴을 마주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만약 백인들이 흑인들을 사람으로 여겼다면, 노예 제도가 잘못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중략) 만약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볼 수 있고 타인과 공감할 수 있다면, 애초에 범죄란 저지를 가치가 없는 일일 것이다. 324p

남아공에서 중국인은 중국인이지만 일본인은 백인으로 분류한다고 함.
자신들에게 도움을 많이 줘서 그렇다나 😥 이건 무슨 법칙인가;;

아파르트헤이트를 거치면서 영어나 유럽식 이름을 갖게 되는데 히틀러, 무솔리니도 있다고 함. 흑인에게 일만 시키고 교육하지 않은 결과;;

유색인을 향한 가장 흔한 욕 : 부시맨 <- 검은 피부색과 미개함을 지칭하는 것. 쓰지 맙시다.

백인 테스트 : 머리카락 소에 연필 넣어보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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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자 친구 위픽
서미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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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여자친구
#서미애
<98p><별점 : 3.5>

‘한국대 국궁 동아리’ 대학을 졸업하고 신림동에서 고시생 생활을 하고는 활동하지 않았던 동아리. 그런 나를 알아본 내 여자친구 수빈이. 수빈이는 자신의 고통이 너무 커서 나를 그 수렁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려 이별을 말한다. 끔찍한 계부. 2년전 교통사고로 엄마가 죽자 더 심해진 계부의 굴레
그 굴레를 끊어줄 사람은 나 뿐이다. 수빈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계획.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웃들은 그가 어떤 인간인지 모른다. 종호 역시 수빈에게 그가 저지른 끔찍한 짓에 대해 듣지 않았다면 저 미소 뒤에 어떤 모습을 감추고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하긴, 뉴스에 나오는 잔혹한 연쇄살인범도 동네 사람들에게는 조용하고 인사성 바른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었지. 우리가 타인에 대해 안다고 믿는 것은 위장된 겉 포장일 뿐이다. 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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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정리 위픽
이경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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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정리
#이경희

사랑하는 아내가 사랑하는 딸이 평행 우주를 건너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인데 유독 시간을 지키는 일을 어려워한다면?
자신의 죽음이 예정된 미래를 안다면?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가까운 미래에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내가 매듭을 지으면 그 이상의 가능성이 사라진다면?

“매듭은 선택이야.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 시간 축에 매듭을 묶으면 중첩되는 있는 나머지 선택지는 사라지게 돼. 무한히 발산하는 확률에 간섭해 현실을 하나로 고정해. 그 속에서 남들과 똑같은 시간을 사는 거야. 일시적이지만. 지금 우리가 대화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야. 나는 아빠를 위해 아주 많은 가능성들을 배제하고 있어. 배제한 삶도 남은 삶도 여전히 무한히 많지만.” 32p

어떤 철학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은 적이 있어. 인간에게 시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삶의 슬픔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걸까? 그렇다면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네겐 모든 슬품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걸까? 그날도 너는 온 우주의 슬픔을 홀로 감내하고 있었던 걸까? 35p

몇 번이나 다짐했어. 나는 네게 세상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소개하는 사람이라고. 내가 믿는 옳고 그름을 절대 강요하지 않겠다고. 네게 조금 길에서 벗어나더라도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겠다고. 설령 네 장래 희망이 병뚜껑 수집가였어도 아빠는 널 믿고 지지했을 거야. 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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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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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제일끽다점카카듀
#박서련
#안온




의관 출신 집안의 주인공은 사촌 누이의 남편인 매형을 꽤 좋아했다. 대대로 역관 출신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집안의 혈통 때문인지 외국어 실력이 뛰어났고 인재만이 입학한다는 학교 출신에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선택한 직업은 목사였다. 목사인 그는 먼저 출국을 하고 나머지 가족도 매형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그런 미옥을 다시 만난 것은 내가 영화감독으로 직업을 정하고 영화 촬영을 위해 부산을 향했던 때였다. 배 속엔 한 아이를 품은 상태였다. 영화감독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다시 그녀를 만난 것은 경성이었다. 어떤 사정인지 이혼한 상태였고, 자신에게 사업을 제안한다.
경성에서 끽다점을 함께 운영하자는 것. 서구식 끽다점이 경성에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마땅한 거처도 영화로 성공을 거두지도 못한 나는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고 다른 곳에서 끽다점을 공동 운영하는 의사인 이성용의 건물 1층에 끽다점을 창업한다. 창업비 모두가 미옥 앨리스가 감당하여 이게 동업자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앨리스는 커피도 잘 내렸고, 어릴 때와는 달리 아리따운 외모와 교양까지 갖춘 매력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영화와 끽다점을 오가는 생활을 해도 큰 지장이 없었다. 카카듀라는 이름부터 투자금에 매장을 홍보하는 이벤트까지 훌륭하게 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이벤트는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졌고, 술에 취해 아리랑을 소리쳐 불렀을 뿐인데 다음날 서에 불려가 죽도록 맞고 돌아왔다. 의식을 찾았을 땐 카카듀였고, 사촌 누이의 모습으로 돌아온 앨리스는 자신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건물 주인 이성용도 사라지고 앨리스도 떠난 끽다점은 홀로 운영할 수 있을까?


<체공녀 강주룡>은 1인칭 시점으로 남편을 따라 얼떨결에 독립운동을 하고, 이후엔 노동 운동을 하는 여성을 그린 실화 바탕의 소설이다. 굉장한 일을 한 여성인데 늘 어떤 행동 앞에 동기가 자발적인 아닌 남성에 의함으로 표현한 부분이 살짝 아쉽기도 했으나, 시대상을 고려하자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반대로 아버지에 의해 어릴 적부터 자발적인지 아닌지를 자각하기 전부터 독립운동을 한 자신의 결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되돌릴 줄 아는 시대에 흐름에 주저앉지 않고, 자신의 부모가 가르친 대로 주체적인 삶을 사는 한 여성의 삶이 그려진다. 이 소설이 1인칭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책을 덮을 때까지 따라올 정도로..

분주한 상황에서 읽어서 그런지 끝내 주인공들에게 몰입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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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없는 헛소문이라도 큰 피해를 낼 수 있지요. 그런데 누군가를 무너뜨리려고 거짓을 꾸며내는 인간도 어딘가에는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해요. 인간은 입체적이지만 표정은 앞면에만 있어요.” 189p

조선인 신분으로 조계지 바깥을 돌아다니면 아무 이유 없이 체포될 수 있었다. 경성에서는 경찰을 조심해야 했지만 상해에서는 군인을 조심해야 했다. 이렇게 말해야 하다니 분하지만 속령인 조선에서 일제가 활개 치는 건 그렇다 치겠는데 엄연한 남의 당인 상해에서 왜 일본군이 설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가 안 되어도 안 되는 대로 죽은 듯이 지내야만 했다. 3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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