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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 효리와 순심이가 시작하는 이야기
이효리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5월
평점 :
요즘 활발한 트위터활동으로 자주 기사에서 볼 수 있어 더 친근한 이효리가 쓴 에세이 <가까이> 사실, 연예인들의 에세이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평소에 좋아하는 연예인이긴 했지만, 책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않았다. 프로그램이나 기사로 많이 접해본 순심이의 이야기와 동물보호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던 것이고 책이라해서 내용이 크게 다를거라 생각하지는 않았기때문이다.
하얀 눈밭 위로 새빨간 피가 여기저기 흩뿌려집니다.
사냥꾼이 예쁜 눈동자의 하프 물범의 머리를 망치로 내려칩니다.
우리가 그 아이로 만든 오메가 3를 먹는 것.
그 아이로 만든 모피코트를 입는 것.
그 모두
사냥꾼이 그 아이의 머리를 내리쳐도 된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입니다.
p.23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된 계기는 얼마전 방영된 sbs스페셜 <동물, 행복의 조건>을 보고 지금 내가 먹고 있는 고기, 계란에 대해 생각해 보게되었던 것같다.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기때문에 사육환경의 개선이나 가축의 좋은 환경에서 죽을 권리 등에 대해서는 내 목소리를 높이고 의견을 표하는 일은 불편했다. 동물입장에서 좋은 환경에서 죽는건 괜찮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고기를 먹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논하는 것이 고양이 쥐생각하는 것처럼 가식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어미 젖소가 새끼를 낳자마자 걷지도 못하는 아기소와 분리되어 (어미소의 젖은 아기소가 먹을 수 없다 사람의 우유로서 상품의 가치가 있기때문에)울부짖고, 그마저 아기가 수컷일 경우는 차디찬 바닥에서 굶어죽게된다. 닭은 숫병아리일 경우 감식사에 의해 성별확인 즉시 목이 부러지고, 돼지는 발이 썩어가도 치료받지 못한다. 어차피 고기가 될거고 고기로 쓰는데 썩은 다리는 문제가 없기때문에 닭은 일반닭에 비해 크기가 거대하다 고기로만 취급받아 가느다란 다리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꺽여있다. 끔찍한 환경에서 죽기만을 기다리는 가축들은 그렇게 우리 식탁에 오른다. 고통속에 태어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 죽은 가축들이 과연 인간에게는 아무 영향을 주지않을까.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런 동물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가까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고 담담하게 그녀의 생각들을 정리해놓아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지않았다. 채식주의자가 되면서 느끼는 갈등, 현재도 하고 있는 고민들까지. 완전한 인간이 아니기고 처음가보는 길이라 아직은 낯설다는 그녀의 고백이 충분히 공감이 된다. 연예인이라 사람들에게 이유없이 미움을 받기도하고 소통을 위해 시작했던 일이 날카로운 비수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그녀가 트위터를 하는 이유는 몰랐던 사람들이 실상을 알게되기를 원해서라고.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되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이유없이 학대받고 고통받는 세상의 약자들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직접 실천하고있다고. 동물보호를 할때, 제인구달처럼 그 일에 전문가가 되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사랑하는 연예인이 되고싶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순심이를 만난 건 알려진 대로 입양을 해서였죠. 사실 이 녀석을 입양하기로 마음먹은 데는 믹스견이라는 이유도 컸어요. 함께할 가족을 찾는데 혈통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부질없는 일인지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보여지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옷도 브랜드가 있어야 잘 나가고 차도 외제차면 더 좋고 유명한 학교를 나온 엘리트만 인정받는 사회. 우습게도 반려동물을 선택할 때도 그런 걸 따져요. 혈통 있는 개인지 살피고 심지어 유행을 따라가기도 하고요. p.190
예전부터 당당하고 솔직해서 좋아했지만, 책을 읽고 더 좋아진 이효리의 앞으로의 행보에 따뜻한 응원을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