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숨은 골목 - 어쩌면 만날 수 있을까 그 길에서…
이동미 글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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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하면 생각나는 건 자동차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길이지만 아이들이 재잘재잘 거리고 동네구멍가게 앞 마루에는 어르신들이 앉아서 정겨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약간은 소란스러운 느낌일 것만 같다. 그곳은 청담동의 어느 카페처럼 세련되고 대리석으로 지어진 고급스러운 건물도 없지만 왠지 정이 넘치고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질것만 같은 공간이다.


나는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내가 살고있는 지역이 최근 몇년간 개발을 많이하고 초등학교때만 해도 논밭에 물을 대어 겨울마다 스케이트장을 엉성하게 열었던 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커다란 신시가지가 생기고부터 예전에 엉성하기만 했던 그 공간들이 무척 그리워지기시작했다. 물론, 신시가지는 그 나름의 세련됨과 편리함을 갖추고 있지만 가끔 생각나는 논위에 만들어졌던 스케이트장과 자동차가 잘 다니지않아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이 뛰어놀던 그 길이 자꾸 생각난다.

<서울의 숨은 골목길>은 이렇게 과거의 추억에 젖어 있는 저자가 서울의 곳곳에 아직 남아있는 시골느낌 물씬나는 골목길들을 사계절동안 돌아다니며 담아온 사진에세이다. 한약냄새 풀풀 풍기는 경동시장에서는 삐까뻔쩍한 간판은 없지만 할머니가 삐뚤빼뚤하게 쓴 '국산매주' '봉다리 값 오십원 밨습니다' 는 있다. 맞춤법이 틀렸지만 이때만큼은 누구든지 웃으며 지나갈 수 있을것같은 정감있는 시장과 비오면 생각난다는 세종로 사거리 부근 피맛골은 지금은 재개발로 예전과 같지않지만 직장인들의 아늑한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책은 도심 속 나름대로의 테마가 가득한 골목의 풍경을 보여주고있다. 허름하다고만 생각했던 골목이 이렇게 운치있게 보이기도 하는구나 싶어 놀라기도하고 이 모습이 사라지기전에 꼭 가보고싶은 곳들도 많았다. 누구나 신식의 물건과 공간이 생겨도 가끔은 과거의 공간을 추억하지않을까. 편하지 않아도 내 과거와 함께 했던 시간이라 그럴 것이다. 책은, 때때로 막연하게 그리워지는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느낌있는 사진과 함께 하고있어 서울에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은 더 많이 공감할 것같다. 그 공간들이 영원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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