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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방 뤼시 엔벨 형사 시리즈
프랑크 틸리에 지음, 이승재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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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제까지 프랑스 장르소설하면 생각나는 건 <괴도 뤼팽>이나 최근 나오기 시작한 <팡토마스> 같은 추리소설이 대부분이고,스릴러도 <미세레레>,<검은 선> 등으로 알려진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정도를 제외하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드물었던 게 현실이다. 바다 건너편에 있는 영국에 비하면 장르소설의 장르가 한정되어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프랑스 장르소설은 고전 작품 정도 밖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이번에 노블마인에서 나온 <죽은 자들의 방>을 읽은 후로는 프랑스 장르소설에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다른 북유럽 스릴러 소설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떨어질 것도 거의 없었고,무엇보다도 다른 시간대에 일어난 두 사건이 하나로 이어지는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하게 된 비고,실뱅은 면접 자리에서 면접관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하면서 통쾌한 복수를 해낸다. 그리고 풍력발전기 때문에 시끄러운 소리가 나 한적한 도로에서 자동차로 질주하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치여죽이게 된다. 두 사람은 처리 문제를 고민하다가 죽은 사람이 200만 유로가 든 돈가방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체를 완벽하게 숨기고 돈을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살인마가 그 남자의 딸인 장애아 소녀를 납치한 후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이 두 사건에서 그 사람이 딸인 멜로디의 몸값을 갖다주기 위해 간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더불어 공범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리고 형을 통해 사건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비고는 실뱅이 범행을 고백할까 두려운 나머지 그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나에게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지 고민이 될 정도로 비고,실뱅이라는 캐릭터는 우리 현대의 나약한 인간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엔 서로의 비슷한 처지를 이해했지만,갑자기 생긴 사고와 200만 유로라는 엄청난 돈 때문에 결국 죽이기까지 하는 부분을 보면서 정말 돈 하나 때문에 이런 일까지 할 수 있나 하는 고민도 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여기에 여형사 뤼시의 형사같지 않은 생활상과 차별 부분은 선진국이라 생각했던 프랑스나 우리나라나 별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여기에 잔인한 살인 방법으로 우리에게 충격을 준 범인의 모습은 내가 이전에 읽었던 이 작품과 엇비슷한 다른 작품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이 책에 19금이라는 표시가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잔인한 부분들이 조금 많이 나오는 편이긴 하지만,프랑스 장르소설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기에 이전에 나온 다른 작품들에 비해 훨씬 재미있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기존에 나온 다른 스릴러물과 별로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지만,두 가지 사건이 하나로 이어지는 절묘한 구성과 마지막의 약간은 충격적인 결말은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책의 띠지에 나온 고고한 프랑스 출판계를 정복한 단 한 편의 스릴러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여기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실감나는 작품이었다.

 

201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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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 매드 픽션 클럽
헤르만 코흐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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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가벼운 묘사로 시작한다. 한 형제 부부가 저녁 식사를 위해 고급 레스토랑에 모인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세르게-바베테 부부와 세르게의 동생 파울-끌레르가 그들이다. 그러나 가벼운 저녁 식사와는 달리 이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그들만이 아는 비밀,바로 자신의 아들들인 동갑내기 형제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노숙자를 죽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이 CCTV에 드러났다. 그러나 그 일은 아직까지 이들 형제만 알고 있다. 언제까지 비밀이 지켜질 수는 없는 법인데,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작품 자체를 떠나서 일단 줄거리부터가 끌리는 작품이다. 만약 내 아들이 살인을 했다면 부모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내 자식이기 때문에 무조건 감싸줘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쨌든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자수를 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우직하게 하나의 선택만으로 밀고 가고 있다. 물론 작품 속 주인공들의 지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씁쓸한 선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작품 처음이 평범하게 시작하다가 중반 이후부터 급격하게 빨라지는 전개에 왠지 발라드 분위기에 댄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분위기랄까?

 

작가가 이런 구성을 취한 것은 분명하게 의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초반에는 여느 부모와 다른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중반 이후의 그들의 모습은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형제라고 해도 그들의 입장에 따라 착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하는 모습은 인간의 악함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읽는 내내 씁쓸했다. 대화 부분이 많이 나오지 않고 대부분 서술로만 작품을 끌어가고 있는 것도 그들의 행동을 묘사함으로써 작품의 주제를 더 살릴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작품들에서 중요한 점은 과연 결말을 어떻게 내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작품의 결말은 그리 시원하지 않다. 결론을 내긴 하는데,마땅하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결론이 아니었다. 뭔가 속이 뻥 뚫린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작품 구성 자체가 일부러 이렇게 되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위에서도 비슷하게 말했지만 처음엔 산뜻했다가 중반부에 너무 배부르게 먹어서 마지막에 결국 탈이 난 것 같은 저녁식사를 한 기분이었다. 

 

결국 작품에서 두 형제의 아들인 미헬과 릭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대신 희생자로 그들의 흑인 입양아 베아우만 사라지게 되는데,조금이나마 결말이 났다면 책을 보면서도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처음에는 가볍게 봤다가 다 읽은 후에 그런 생각이 후회가 들었다. 아무리 자기 자식이더라도 잘못을 했다면 혼을 내야 하는 게 정상적인 부모 아니겠는가? 이 작품을 보면서 최근 중국에서 있었던 고위층 자제의 뺑소니 사건이나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모 사건이 생각났다. 다만,중반 이후에야 본격적인 사건이 펼쳐지고 스릴러적인 장르에도 불구하고 큰 느낌 없이 흘러가고 있는 건 조금은 아쉬웠다. 그러나 작품의 여운은 크게 남았다. 아마도 그건 우리같은 사람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마음 속에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201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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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의 코미디
한스 케일손 지음, 정지인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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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에 붙은 단조는 슬픈 느낌이 묻어나는 구성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조의 코미디'라는 책 제목이 어딘가 맞지 않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그 제목 안에 뭔가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책을 읽고 난 후에 그 숨겨진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을 작가 특유의 느린 필체로 승화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기 때문인지 하나하나 세심한 묘사가 돋보이는 책이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네덜란드에서 살던 빔과 마리는 동료 욥의 부탁으로 유대인 니코를 숨겨주게 된다. 정말이지 아무런 의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니코를 받아들인 빔과 마리는 그 날 이후 유대인 니코와 동거를 하기 시작한다. 니코는 나치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데,그로 인해 니코가 병에 걸리게 되고,그 병이 이후 폐렴으로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빔과 마리는 니코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시체를 밤 늦은 시각에 공원에 버리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그들이 니코가 입고 있던 옷에 빔의 이름이 있다는 걸 알고 되고,이것이 발견된다면 두 사람은 유대인을 숨겨준 죄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상황이 되버린다.

 

이전에도 <사라의 열쇠>를 포함하여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여러 작품들을 봤는데,대부분 유대인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만큼 당시 유대인들의 핍박이 엄청나게 심했음을 보여주는데,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부분이 잘 나타나 있다. 책에서 나치에게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창문을 가린다든지,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의 동료들의 죽음으로 인한 악몽과 공포로 두려워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유대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공포를 느낄 만큼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그 당시에도 실제로 이러한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이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아버지도 있었지만,그건 영화이고 이 작품이 작가의 실제 체험에서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작가의 체험이 어느 정도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우리에게 충분히 납득되고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웃기지만 시대적 상황이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설정을 쓴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우리에게 공감을 얻는 데는 충분하지 않나 싶다.

 

201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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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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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은 왠만한 작품이라도 타기가 힘들 정도로 까다로운 상으로 알려져있는데,그런 상을 한 번도 모자라 세 번이나 받았다는 것은 이 작품이 얼마나 가치있고 소중한 작품인지를 말해주는 것일텐데,처음에 봤을 때는 까다로운 문장에 난해한 이야기 때문에 읽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100% 이해하지 못했고,거의 문장으로만 나열되기 때문에 읽는 중간에 포기하려 했다가 끝까지 읽게 되었는데,책 한 권에 인도의 역사들을 모두 집어넣는다는 설정 자체가 작가에겐 무모한 도전이자 모험이었을 것이다. 이름만 들어봤지 살만 루슈디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나로서는 역시 그 이름값(?)을 해냈다고 말할 것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살림은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순간인 1947년 8월 15일 밤 12시에 태어난 특별한 존재인데,그 한 시간 사이에 천 명의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살림은 인도를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작가가 마치 살림을 인도에 투영시켜 만든 것처럼 비슷한 구조로 이야기를 만들었는데,아마 읽다보면 자서전 같은 형식에 공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소설임에도 마치 한 권의 인도 역사책을 읽는 것 같은 사실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살만 루슈디는 그저 이 작품을 역사에만 투영하지 않는다. 역사에 허구와 사실을 적절히 섞어 소설로 완성해내고 있는 것이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현실과 환상을 왔다갔다하는 서술과,작가가 일부러 만들어낸 독특한 어투 같은 게 그 예가 될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작가가 인도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딱딱한 역사로 서술하는 것보다 이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 의도는 대체로 성공적이다. 비록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는 약간의 난해함이 오겠지만,그의 작품을 한 편이라도 읽어본 독자들에게는 이런 구성 방식에 호감을 표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의 작품을 처음 읽어본 독자였지만,끝까지 읽은 후 그의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를 만들었다.

 

판타지적 설정과 구성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작품 속 나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기억하고 있는 인도인 뿐 아니라 우리같은 외국 독자들에게도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인도와 비슷한 운명을 걸어온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생각한다. 2권에서 살림에 대한 어떤 이야기가 더 나올 지 기대된다.

 

201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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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죽음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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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름을 알린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신작은 전편에 이어 이번에는 소시오패스의 범죄자에 대한 이야기다. 소시오패스는 책 초반에 자세하게 설명이 나오는데,100명 중 4명꼴로 존재하며,어떤 나쁜 짓을 해도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더 놀라운 것은 이들 대부분이 평소에는 전혀 그런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 엘리트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보다도 더 심각한 것이 소시오패스인데,양심의 가책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떤 고민이나 관심이 없고,자신만 생각하며 타인과 관계도 전혀 없다고 한다.

 

이 책에는 소시오패스 범죄자에게 피해를 당한 미리암,남편의 폭력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법으로 해결하려 한 니콜라 등 억압받은 여자들을 주요 등장인물로 소개하고 있는데,이들 모두 중반까지는 당하는 입장만을 보여주다가 막판에 결정적 활약으로 범인을 잡게 되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데,과연 실제 상황에서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들의 용기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작품으로 북유럽 스릴러를 거의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책에 묘사된 피해자의 시체에 대한 설명도 그렇고,소시오패스에 대한 설명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적나라한 편이라 처음 읽는 독자들이라면 약간의 거부감은 들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북유럽 스릴러만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 이들도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책을 읽은 후에 소름끼치는 느낌마저 들었다. 거기에다 범인이 피해자에게 저지른 고통을 주기 위해 사용한 방법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워낙에 내용이 탄탄하고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시점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 책의 재미를 더욱 배가시키고 있어서 전에 나온 <사라진 소녀들>도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된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라면 당연히 <사라진 소녀들>도 읽게 될 것이다. 물론 나도 <사라진 소녀들>을 읽게 될 독자들 중 한 명이다.

 

201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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