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제0호>


‘‘내 소설에서 문체는 언제나 주제를 따라 간다.‘‘

저널리즘의 세계와 문제를 풍자한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역시 ,
만만한 문체는 아니었다.

매일같이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갖기란 싶지가 않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실은 ‘사실‘이다.
주변을 흐릿하게 만드는 허상들을 걸러낼 수 있는 것은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통찰력일 것이다.
그리고 ‘본질‘을 흐리는 누군가의 사견과 왜곡들 속에서 진실을 지켜내고 말한다는 것에는 분명, 소신과 용기가 필요하다.

진실을 드러내지 않고 애써 말하지 않는, 지금의 신문
‘가짜뉴스‘가 즐비한 현대 사회에
<제0호>는 그가 죽기전 세상을 향해 던진 묵직한 질문이다.

‘‘기사를 쓸때마다 누군가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신문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

사실과 진실을 말해야 하는 중립적 언론들이
이미 외압에 신경 써왔던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공정성을 잃은 보도와 음모론적 역설, 그렇게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왜곡하는 가짜뉴스에 동요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제0호>는 애초에 발행되지 않을 신문이었다.
미스터리한 신문의 배후와 연결된 거대한 조직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일간지 <제0호>창간을 준비하기 위해 어떻게 모인 기자들과
그 과정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 위한 콜론나, 하지만 그는 거금을 받고 글을 쓰고 사라져야 하는 대필작가이다.
그들이 준비하는 <제0호>는
여느 신문과는 다른, 어떠한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모범적인 저널리즘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증거물이자 거론된 진실에서 예민할 거물들을 압박할 수 있는 협박용이다. 그로인해 누군가는 어느 권력 세계에 입성하게 되는 발판을 마련하는 수단이다.

소설의 배경인 1992년은 실제 이탈리아에서 어마어마하게 얽힌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마니 풀리테(Mani Pulite)‘ 이탈리아어로 ‘깨끗한 손‘ 이라는 부정부패 척결운동이 있었다.
소설은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 같다.

<제0호>를 준비하면서 무솔리니의 죽음에 관해 파헤치던 기자(브라가도초)가 살해된다. 신문사는 해체되고 브라가도초의 조사 과정을 알고 있는 콜론나와 제0호를 처음부터 준비한 시메이는 몸을 숨긴다.
브라가도초가 제기한 ‘미스터리한 비밀‘이 결코 거짓이 아닐 수 있다는 것에 콜론나는 혼란스러워 한다. 그때 BBC에서 뉴스가 공개된다.
마치 브라가도초가 대본을 써서 만든 영화 같은 기록들이 폭로 된다. 이탈리아 글라디오에 관한 이야기 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전의 파시스트였던 사람들만을 끌어모을 수 밖에 없다고, 이는 브라가조초가 가진 무솔리니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프리메이슨 비밀 회당, CIA, 정치계, 테러리스트, 마피아 심지어 교황까지 얽혀 있는 음모는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브라가도초가 살해되기 전 콜론나에게 강조한

‘‘연결하기만 하라‘‘

‘‘그 모든 뉴스는 오래전부터 유포되고 있었고, 다만 집단의 기억에서 뉴스들이 지워졌던 것이다. 누군가가 모자이크의 조각들을 한데 모으면 된다. 하지만 새로운 폭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이전의 뉴스를 지워버린다. 그 모든 것을 끌어내어 다시 죽 늘어놓기만 하면 된다. ‘‘

브라가도초가 그 일을 했고 BBC도 그 일을 한 것이다.
각자의 재료를 혼합해서 저마다 칵테일을 만들어 낸 것이지만 두잔의 칵테일에서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정보들을 아는 사람들은 이제 수백만 명으로 늘었고 브라가도초가 의문을 가진 무솔리니와 요한 바오로1세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다.
우리는 부정부패로 인해 단련이 되어있는 국민, 누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주면 그보다 더 나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그 얘기는 가짜일 거라고 ..
절대 바뀌질 않을 것 같은 나라 그리고 사람들의 무관심
BBC가 폭로한 사실 또한 결국엔 사람들에게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고요하게 불신하도록 만들어 준 것은 분명하다.‘‘

‘‘삶은 견딜만하다.‘‘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면 된다.‘‘

‘‘남의 말을 인용하는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나도 알지만, 나는 1인칭으로 말하는 것을 포기했고 이제는 남들이 말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고자 한다.‘‘

콜론나가 결국 선택한 삶은 끼어들지 않는 것이다.
그냥 내식대로 사는 것,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 일상이 예전과 같을지는 의문이다.

잘못된 세상을 향해 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소신과 용기만으로 될 수 있는게 아니다.
<제0호> 움베르토 에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행해지고 있는 조작된 사실과 부패한 정부를 향해 마지막 자신의 목소리를 남겼다. 그가 남긴 숙제같은 질문,
보이지 않는 진실은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도 넘쳐나고 온갖 불신으로 진실 또한 거짓으로 만드는 세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노리는 가짜뉴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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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라는 갑작스런 자연의 변화, 징검다리라는 가변적인 건축 공간이 합쳐져서 만들어 낸 아름다운 이야기가 황순원 의 ‘소나기」다. 이 소설에서 징검다리는 중요 배역이다. 소설의 첫 장면이 바로 소녀가 징검다리에 앉아서 물장난을 하는 모습이다.
주변의물에 둘러싸인 돌 위에 홀로 앉은 소녀처럼 집중되는 무대 배치는 없 다. <소나기>를 보면 소설가 황순원이 건축 공간을 깊은 수준으로 이 해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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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금을 독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정리해 해설하고자 한다. 
통사적인 접근으로 세계사를해설하려는것이 아니다. 세계사를 통해 아날로지적인 관점을 기르기 위한 책이다. 아날로지란, 비슷한 사물을 연관해 사고하는방식을 가리킨다. 아날로지적인 사고가 중요한 이유는, 이 사고방법을 체득하고 있다면 미지의 사건과 맞닥뜨렸을 때도 이 상황은 과거에 경험했던 그때 그 상황과 흡사하다는 판단과 함께 대상을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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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교리의 중요성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세 종교의 탄생과 역사적 배경을 알기 쉽게 쓴 책이다.
세 종교를 이해하면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를 알 수 있다.
결국, 서로의 종교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한 뿌리에서 갈라진 세 종교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반목하게 되었는지,
세 종교와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

비종교인으로 대표적인 세 종교를 이해하면서 세계사적 이야기도 같이 접할 수 있었다.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몰입도 강하게 읽어내린 책이다.
세상을 이해하려면 한번쯤 도전해도 후회없을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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