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령 장수 1 - 한 번쯤 만나고 싶은 기이한 혼령들 혼령 장수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도쿄 모노노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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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처럼 그려진 표지가 내 시선을 끌었다. 빨갛고 하얀 바둑판 기모노 위에 여러 가지 혼령이 그려진 외투를 입은 빡빡머리 남자가 당당하게 서 있는 표지. 거기다 '한 번쯤 만나고 싶은 기이한 혼령들'이라니, 미스터리와 만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인듯싶어 궁금한 마음에 얼른 책을 펼쳤다.

<혼령 장수>는 초등학생 3-4학년을 위한 어린이 동화이다. 주인공도 3-4학년 아이들인데, 당장 자기 앞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어린이 5명이 나온다. 전학생으로 인해 달리기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아키는 달리기 능력을, 책을 좋아하는 사쿠라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능력을, 편식이 심한 게이스케는 싫어하는 음식을 먹어주는 능력을, 겁이 많은 쇼지는 담력이 강해지는 능력을, 몸이 아픈 유리는 건강해지는 능력을 갖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혼령 장수를 만나 능력이 생기는 혼령을 빌려 받는다. 어떤 아이들은 혼령 장수의 경고를 무시해서 위험한 일을 당하고 어떤 아이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 혼령 장수의 경고는 무엇이고 아이들은 왜 지키지 않았을까?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진 동화였다. 당장 달리기가 잘하고 싶고, 당장 도서관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고, 당장 편식을 버리고 싶고, 당장 담이 세고 싶고, 당장 퇴원하고 싶다. '당장'이라는 염원은 혼령 장수를 부른다. 그런데 '당장'이라는 마음이 비단 아이들에게만 있을까.

아이들의 소원에서 나의 소망을 보았다. 혼령 장수의 경고를 지키지 않는 모습에서 나의 욕망을 보았다. '한번 눈 감으면 괜찮을 거야'라는 자만심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언제나 원하는 걸 가지면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갖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나 만족하고 절제하고 끊어내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걸 어린이 동화에서도 배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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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 팬데믹 코로나 시대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까이
김엄지 외 지음 / B_공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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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강타한 세계적인 사건은 단연 '코로나19 바이러스'이다. 전염성이 강한 이 바이러스로 인해 90만 명이 사망했으며 3천만 명이 질병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질병과 싸우고 있고, 우리는 집 밖을 잘 못 나가고 있다.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잠잠해지기를 바라며 6개월의 시간 중 대부분을 집에서 보냈다. 자주 재난 뉴스를 보고 종종 이웃의 소식을 들으며 하루를 보내고, 한 달을 보내고, 한 계절을 지냈다. 

집에서 생활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진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다른 이의 고통은 희미해져가고 나의 답답함에만 집중하게 된다. 분명 앞 집도, 옆집도 힘들 텐데 문을 닫고 귀를 닫아 그들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내 마음이 자꾸만 옹골지고 우울해지는 것 같아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문을 열지 못하니 밖에서 들려온 다른 이들의 소식을 통해서라도 다른 이들이 팬데믹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었다.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는 '팬데믹 코로나 시대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까이'라는 부제로 출간되었다. 13명의 젊은 소설가와 시인들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겪고 느낀 점을 글로 풀어냈다. 누군가는 소설로, 누군가는 에세이로. 나보다 더 답답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읽으며 어딘가에서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근근이 지내고 있을 '누군가'가 떠올랐다.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하니까 연락도 뜸해지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믿으며 지냈는데, 그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코로나 시대, 안녕하니?라고.

손보미 작가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사랑하는 반려묘가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아픈 반려묘로 인해 슬퍼하는 작가에게 친구는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주라고 한다. 그 한마디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에 이 책의 제목이 된 것이 아닐까. 팬데믹 코로나 시대로 인해 몸의 거리가 멀어지고 마음의 거리도 멀어져 이름을 부른지 오래된 친구에게 이름을 불러보라고 말이다.

김진규 작가의 '아파트'라는 소설은 마스크 없이 돌아다닐 수 없는 현실을 볼 수 있었다. 아파트가 가진 특징을 잘 살려 집에서 지내는 생활에서 오는 단절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반전으로 인해 읽는 재미가 더했던, 씁쓸하지만 독특한 소설이다.

장은아 작가의 에세이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죽음과 마주했다. 나의 지인은 아니지만 숫자로만 보던 사망자가 현실로 훅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죽음에서 끝나지 않고 코로나로 인해 발견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어둠 속에서 소중한 것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모습에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갈 방법을 얻었다.

13명의 젊은 문인들은 코로나 시대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코로나 시대이기에 특별한 경험들을 통해 내 삶의 태도를 돌아보고 잊고 있었던 것들을 발견했다. 눈앞의 문제가 끝나기만을 바라며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있었던 것,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희망을 바라지 못했던 것이다.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을 읽고 코로나 시대를 보내며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시원해졌다. 함께 견디는 이들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한 마음도 생겼다. 그리고 오래 못 본 친구들에게 연락해야 할 이유도.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고, 조금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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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 오래된 한글 간판으로 읽는 도시
장혜영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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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이 전하는 그리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간판을 보고 옛 동네, 옛 모습을 떠오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간판이 주는 그리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 것이고 옛 것이 지닌 가치를 들여다볼 준비가 되어 된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에는 오랜 시간을 견뎌오며 빛이 바래고 칠이 벗겨진 간판들이 나온다. 요즘에는 만들지 않는, 그 시대만의 독특한 간판도 나온다. 촌스럽고 지저분해 보일지라도 엄연히 가게 주인의 신념이 담겨 있고 긴 시간 동안 가게를 지켜온 보물이다.

저자는 가게가 바뀌고 간판이 사라지는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오래 한자리를 지키는 가게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간판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간을 담은 간판을 찾아,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간판을 따라, 지역적 특색이 나타나는 간판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니며 간판을 찍으며 간판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다.

옛날에는 간판 장인이 손수 글씨를 쓰고 페인트칠을 했다. 동네에 소문이 나면 그 장인의 서체로 만들어진 쌍둥이 간판들이 즐비했다. 물론 가게마다 장인의 센스를 담아 약간의 변형을 주었지만. 간판을 만들 여력이 없으면 직접 만들어 쓰기도 했다. 종이에 글씨를 쓰고 초록색 테이프로 테두리를 둘러서, 아크릴판에 시트지를 붙여서 혹은 바둑판이나 빨간 양동이 등 일상생활 소품에 글씨를 써서 간판으로 사용했다. 그 모습이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정성을 담아 만든 간판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이사할 때도 가져가 함께한 세월을 전했다. 버리지 않고 고쳐 쓰며 가게를 돌보고 가꾸는 모습에서 가게에 대한 주인의 애정이 엿보인다.

간판은 가게를 알리는 표시이다. 그러나 간판은 그저 한낱 물건이 아니다. 위치, 업종 표시를 넘어 주인의 신념, 소망,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모두 담겨 있다. 오래된 가게를 열고 꾸려가고 이어져온 가게 주인의 마음이 깃든 간판을 이야기하면서, 가게를 지키는 주인을 소개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전개이다. 30년, 40년, 50년 동안 가게를 지켜온 주인들, 계속 같은 자리를 지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주인들, 동네 주민을 배려하여 쉬어갈 의자를 마련하는 주인들. 그들은 동네의 문화해설사이며 역사의 증인이며 동네 지킴이다.

빛바랜 간판을 통해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 시대를 회상하는 정보 책인 줄 알았는데,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은 미쳐 못 보고 지나쳤거나 시간이 지나 알 수 없게 된 소중한 시간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지켜온 시간 속에서 더불어 살고자 노력한 가게 주인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도 보게 되었다.

요즘은 간판도, 가게도 너무 빨리 바뀐다. 그러나 사라져가는 간판을 남기는 기록을 통해 우리는 오래도록 소중한 기억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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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연습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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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자기애가 강하다는 뜻일까, 나를 있는 그대로 포용한다는 말일까. 정영욱 작가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소중히 하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즉,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나를 더 알아가고 나의 필요를 채워주는 삶을 살라고 권하면서.

그동안 수없이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진정 나를 소중히 대했는가, 자신을 알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보면 그 시간이 참 짧았다.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람으로 살아왔기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에는 삶의 세 부분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적혀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랑을 하는 태도에서, 인생을 대하는 모습에서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는 훈련법이 나열되어 있다.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대하려면 자신을 깎아내리는 부정적인 사고를 가지치기 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책 속에는 오래 기억하고 싶은 글귀들로 넘쳐났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귀, 스스로를 막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바뀌게 하는 글귀, 사랑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을 표현하게 하는 글귀, 삶에서 좌절하더라도 자존감을 지키도록 돕는 글귀들이었다. 저자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밝고 긍정적이어서, 잘못을 돌이키는 사람이어서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어느새 그의 시선으로 나의 인생을 보고 있었다.

긍정적인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도전적인 사람 옆에 있으면 새로운 일을 경험하게 돼 곤 한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은 나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사람과 같았다. 자신을 알아가고, 인정하고, 보듬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 옆에서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길 수 있겠는가.

나를 소중히 대하고, 나를 사랑하고 싶은 분께,

나를 더 잘 알고 싶은 분께,

성립 작가님의 일러스트를 보고 싶은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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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친구가 될 식물을 찾아 주는 식물 사진관 - 포토그래퍼의 반려식물도감
이정현 지음 / 아라크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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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창에 '반려 식물'이라는 검색어를 기입하면 '인테리어'라는 단어가 따라온다. 이제는 식물이 인테리어의 한 부분으로 여길 만큼 많은 사람이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고 바라보는 일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프다고 말도 못 하는 식물을 키우는 일이란 쉽지 않다. 특히 나처럼 키우던 식물들과 잦은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나에게 딱 맞는 식물이 따로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되고,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식물을 누가 콕 집어 알려주기를 바란다. 다시 헤어지지 않을 반려 식물을 만나고 싶은 소망으로 <당신의 친구가 될 식물을 찾아 주는 식물 사진관>을 펼쳤다.

사진을 업으로 하는 작가는 본인을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사람, 식물 초보라고 소개한다. 몇 번의 떠나보냄을 통해 식물과 멀어졌다가 갑자기 식물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꽃집 하는 동생으로부터 독특한 식물을 가져와 찍기 시작했단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그저 보이는 대상을 찍는 것이 아니라 관찰의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 어떤 부분이 예쁘게 나오고 어느 부분이 매혹적으로 나오는지 촘촘하게 살펴야 한다. 작가는 식물을 관찰하며 식물과 다시 가까워졌고 빌려온 식물을 죽이지 않고자 공부하게 되었고 더 많은 식물과 지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처음 만난 식물과 친구가 되는 과정이 다정하고 세심하게 적혀있다. 어린잎 다칠세라 손 조심하고, 환경이 달라져 시달까 봐 노심초사하고, 어여쁜 모습 보여주려고 빛과 배경에도 공들이고,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식물의 본명을 찾아준다. 저자가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글에 넘치도록 가득하다.

잘 자라는 식물이나 잘 죽지 않는 식물을 추천하는 책을 기대했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세상 누구도 이런 식물은 이렇게 키워야 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걸 배웠다. 식물은 말하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엄연히 살아있고 나름대로 표현을 한다. 금방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지 않더라고 매일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게 되고 반려 식물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게 된다고 말이다. 

나는 식물을 집에 들여놓을 때마다 인터넷에서 새로 가져온 식물의 정보를 알아보곤 했는데, 그 정보가 만사가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받았다. 식물이 아플 때마다 엇갈리는 정보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조언도 내 집의 환경과 나의 성향을 모르기에 아픈 식물에 대해 100% 옳은 처방을 내리기 힘들다고 말이다. 결국 내가 식물을 겪고 경험하면서 천천히 식물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식물에 대한 올바른 애정이 식물을 건강하게 자라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담백한 식물 기록기는 내 반려 식물을 생각나게 했고, 나의 무관심을 바로잡아주었고, 매일 바라보고 애정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만의 식물 친구를 새로 찾진 못했지만 내 곁에 있는 존재를 소중하게 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독특하고 다양한 식물이 궁금한 분께,

담백한 식물 사진에서 식물의 매력을 발견하고 싶은 분께,

식물 초보라서 식물 키우기가 두려운 분께,

식물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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