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 오래된 한글 간판으로 읽는 도시
장혜영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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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이 전하는 그리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간판을 보고 옛 동네, 옛 모습을 떠오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간판이 주는 그리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 것이고 옛 것이 지닌 가치를 들여다볼 준비가 되어 된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에는 오랜 시간을 견뎌오며 빛이 바래고 칠이 벗겨진 간판들이 나온다. 요즘에는 만들지 않는, 그 시대만의 독특한 간판도 나온다. 촌스럽고 지저분해 보일지라도 엄연히 가게 주인의 신념이 담겨 있고 긴 시간 동안 가게를 지켜온 보물이다.

저자는 가게가 바뀌고 간판이 사라지는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오래 한자리를 지키는 가게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간판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간을 담은 간판을 찾아,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간판을 따라, 지역적 특색이 나타나는 간판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니며 간판을 찍으며 간판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다.

옛날에는 간판 장인이 손수 글씨를 쓰고 페인트칠을 했다. 동네에 소문이 나면 그 장인의 서체로 만들어진 쌍둥이 간판들이 즐비했다. 물론 가게마다 장인의 센스를 담아 약간의 변형을 주었지만. 간판을 만들 여력이 없으면 직접 만들어 쓰기도 했다. 종이에 글씨를 쓰고 초록색 테이프로 테두리를 둘러서, 아크릴판에 시트지를 붙여서 혹은 바둑판이나 빨간 양동이 등 일상생활 소품에 글씨를 써서 간판으로 사용했다. 그 모습이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정성을 담아 만든 간판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이사할 때도 가져가 함께한 세월을 전했다. 버리지 않고 고쳐 쓰며 가게를 돌보고 가꾸는 모습에서 가게에 대한 주인의 애정이 엿보인다.

간판은 가게를 알리는 표시이다. 그러나 간판은 그저 한낱 물건이 아니다. 위치, 업종 표시를 넘어 주인의 신념, 소망,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모두 담겨 있다. 오래된 가게를 열고 꾸려가고 이어져온 가게 주인의 마음이 깃든 간판을 이야기하면서, 가게를 지키는 주인을 소개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전개이다. 30년, 40년, 50년 동안 가게를 지켜온 주인들, 계속 같은 자리를 지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주인들, 동네 주민을 배려하여 쉬어갈 의자를 마련하는 주인들. 그들은 동네의 문화해설사이며 역사의 증인이며 동네 지킴이다.

빛바랜 간판을 통해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 시대를 회상하는 정보 책인 줄 알았는데,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은 미쳐 못 보고 지나쳤거나 시간이 지나 알 수 없게 된 소중한 시간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지켜온 시간 속에서 더불어 살고자 노력한 가게 주인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도 보게 되었다.

요즘은 간판도, 가게도 너무 빨리 바뀐다. 그러나 사라져가는 간판을 남기는 기록을 통해 우리는 오래도록 소중한 기억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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