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 팬데믹 코로나 시대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까이
김엄지 외 지음 / B_공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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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강타한 세계적인 사건은 단연 '코로나19 바이러스'이다. 전염성이 강한 이 바이러스로 인해 90만 명이 사망했으며 3천만 명이 질병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질병과 싸우고 있고, 우리는 집 밖을 잘 못 나가고 있다.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잠잠해지기를 바라며 6개월의 시간 중 대부분을 집에서 보냈다. 자주 재난 뉴스를 보고 종종 이웃의 소식을 들으며 하루를 보내고, 한 달을 보내고, 한 계절을 지냈다. 

집에서 생활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진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다른 이의 고통은 희미해져가고 나의 답답함에만 집중하게 된다. 분명 앞 집도, 옆집도 힘들 텐데 문을 닫고 귀를 닫아 그들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내 마음이 자꾸만 옹골지고 우울해지는 것 같아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문을 열지 못하니 밖에서 들려온 다른 이들의 소식을 통해서라도 다른 이들이 팬데믹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었다.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는 '팬데믹 코로나 시대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까이'라는 부제로 출간되었다. 13명의 젊은 소설가와 시인들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겪고 느낀 점을 글로 풀어냈다. 누군가는 소설로, 누군가는 에세이로. 나보다 더 답답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읽으며 어딘가에서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근근이 지내고 있을 '누군가'가 떠올랐다.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하니까 연락도 뜸해지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믿으며 지냈는데, 그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코로나 시대, 안녕하니?라고.

손보미 작가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사랑하는 반려묘가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아픈 반려묘로 인해 슬퍼하는 작가에게 친구는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주라고 한다. 그 한마디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에 이 책의 제목이 된 것이 아닐까. 팬데믹 코로나 시대로 인해 몸의 거리가 멀어지고 마음의 거리도 멀어져 이름을 부른지 오래된 친구에게 이름을 불러보라고 말이다.

김진규 작가의 '아파트'라는 소설은 마스크 없이 돌아다닐 수 없는 현실을 볼 수 있었다. 아파트가 가진 특징을 잘 살려 집에서 지내는 생활에서 오는 단절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반전으로 인해 읽는 재미가 더했던, 씁쓸하지만 독특한 소설이다.

장은아 작가의 에세이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죽음과 마주했다. 나의 지인은 아니지만 숫자로만 보던 사망자가 현실로 훅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죽음에서 끝나지 않고 코로나로 인해 발견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어둠 속에서 소중한 것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모습에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갈 방법을 얻었다.

13명의 젊은 문인들은 코로나 시대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코로나 시대이기에 특별한 경험들을 통해 내 삶의 태도를 돌아보고 잊고 있었던 것들을 발견했다. 눈앞의 문제가 끝나기만을 바라며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있었던 것,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희망을 바라지 못했던 것이다.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을 읽고 코로나 시대를 보내며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시원해졌다. 함께 견디는 이들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한 마음도 생겼다. 그리고 오래 못 본 친구들에게 연락해야 할 이유도.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고, 조금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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