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중문화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0월 예술/대중문화 부문의 도서들을 살펴보니 예술, 미술분야의 도서들이 강세다. 물론, 이 분야들은 이전부터 신간들의 등장이 활발했던 분야이지만 그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기타 분야들의 신간은 너무 전문적이거나 약소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지난 달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도서였던 <춤의 유혹>도 상당히 관심이 갔지만 7월 출간도서였고, 굵직한 저자인 정성일의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를 비롯 각종 건축관련 도서들 역시 8월 출간으로 추천할 수 없어 아쉬웠다. 

음악 분야의 <재즈 문화사>는 단순한 재즈의 역사가 아닌 '문화사'라는 점에서, 그리고 귀에 익숙한 이원희라는 저자 때문에 관심이 가긴 했지만 477페이지에 달하는 음악 이야기를 읽기엔 나의 기본 소양이 무리일 것 같아 바라보기만 했고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한국대표희곡강론> 역시 마찬가지였다(이건 531페이지나 되더라...). 영화 분야의 <영화는 역사다>도 눈에 들어왔던 책인데, 이 책은 영화보다는 역사에 더 중점을 둔 것같아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이번달에는 예술, 미술분야에만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10월에는 특히 시각디자인 분야와 관련된 도서들이 눈에 뜨인다. 예술일반에 대한 책들도 '시각'에 대한 이야기를 끼고 있는 것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이미지와 관련된 디자인, 미술, 사진에 대한 책들을 위주로 추천도서를 선정해 보았다. 


거의 국민도서로 여겨지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이 오랜만에 대작을 시도한 것 같아 매우 기대된다. 미리보기로 살펴보니 전면 칼라로 되어있어 우리나라 유물과 미술품들을 실물에 가깝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설레인다. 이전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흑백인데다 학술적인 느낌이 많아 친근하게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한국미술사 강의>는 그림책을 보듯 즐기며 설명과 대조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책소개를 보니 '소파에 앉아 편히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되어있는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대중을 고려하고 쓴 것이라 생각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지난 저서보다 밀도가 덜할수도 있다는 생각할 수도 있어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픈 욕구가 강해진다. 어찌됐건, 이 분야에선 몇 안되는 독보적인 학자의 저서라 이달의 가장 주목할만한 예술/대중문화 서적이라 여겨도 무방할 것 같다. 

 

 

<디자인의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하라 켄야의 저서이다. 제목부터 특이하고 은근히 도발적인 이 책은 제목보다 더 독특한 디자인 철학과 실험의 결과물들이 담겨있어 읽는 사람을 경탄하게 한다.

출판사평을 잠시 살펴보면, "저자 켄야는 2004년도부터 무사시노 미술대학 기초디자인학과 소속의 4년생들과 함께 Ex-formation에 대한 수업 활동을 해왔다....『알몸 Ex-formation』의 Ex-formation은 그간 하라 켄야가 지속적으로 통찰해왔던 리디자인의 일종이다. 엑스포메이션(Ex-formation) 역시 이러한 개념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하는 것을 미지화시켜 그 본질을 찾아내고 그 근원을 재음미하여 새로운 개념으로 재인식한다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 이야기를 책의 내용을 들어 쉽게 풀어보자면, 아기의 발가벗은 몸에 꽃, 실크, 콘크리트, 이끼 등을 입혀 새롭게 만들어 본다든지, 만화에 옷을 입고 등장한 소녀들을 모두 알몸으로 다시 그리며 그들 사이의 묘한 공감대를 찾아보는 일들이 이 책속에서 벌어진다. 제목은 좀 어려워 보이지만 디자인의 결과물이 실려있는 책의 실제 내용을 보면 정말 기발하고도 재미있다.  

<비주얼 컬처>는 국내 최초로'비주얼 컬처'의 담론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되었다. 우리는 비주얼의 시대, 이미지의 시대라고 종종 말하지만 실상 비주얼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호한 가운데 임의적으로 이런 단어를 사용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말하는 비주얼의 의미는 무엇인지, 비주얼로 이뤄진 문화의 세계는 어떻게 대중과 호흡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싶었고, 입문서를 목적으로 쓰여져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하고 싶다. 또한 이 책은 예술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친근한 패션, 제품 디자인, 팝뮤직, 가상현실 등을 다양한 종류와 레벨의 문화를 분석하고 있어 '비주얼'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예술과 문화 전반을 꿰뚫을 수 있을 것 같아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그래픽 디자인에서 보이는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비평서이다. 테크놀로지로 인해 실험적이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진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징후를 가장 수월하게 대중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매체라고 말하는 저자의 설명을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고, 개정판이기에 이전의 내용들이 수정, 보완되었을 것으로 기대되어 주저없이 선택했다.

이 책은 그래픽 디자인의 결과물들을 통해 포스트모던의 6개의 키워드(기원, 해체, 전유, 테크노, 저자성, 대립)를 설명하고 있어 포스트모던이 스며든 시각세계의 현주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무엇보다도 '소비'와 연관되는 분야이기에 그래픽 디자인의 나아갈 길을 묻고 있어 미래의 소비문화와 시각의 관계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예전에 사진작가 김홍희의 <나는 사진이다>라는 포토에세이에 푹 빠진적이 있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이미지속에 담긴 자신의 감정들을 보드라운 언어로 써내려간 그 책에서 처음으로 사진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깊은 공감을 맛보고 싶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인생은 무엇인지, 스물이든, 서른이든, 마흔이든...삶의 의미를 들추거나 나이를 부여잡고 말하는 여타 어느 에세이보다 더 진하고 강한 이미지가 그 의미를 말해줄 것이다.

 

 

 



이상 추천한 5권의 책 중 인연이 닿는 책이 있기를 소망하며, 이를 통해 시각의 세계를 탐닉하는 황홀한 시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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