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경성 2 -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불멸의 예술혼 살롱 드 경성 2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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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평소 빈지노의 <Dali, Van, Picasso>를 즐겨 듣는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녹음실에 앉아 영혼을 담은 한 편의 곡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아티스트는 살바도르 달리,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혹은 그 외 수많은 예술가가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노래를 만들고 곡을 썼을 것이다.


예술성이라고는 1도 없는 내가 예술가의 심정과 안목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재주에도 가끔 글을 쓰고 있다보면 최소한 저 예술가들이 느꼈을 창작의 고뇌 그리고 만족스런 작품을 완성했을 때 느끼는 환희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는 한다. 무엇인가 몰두하다보면 나의 주변 상황이 작아진다. 대상과 나만 남고 나는 현실의 문제를 뒤로한 채 새로운 세계에 들어간다. 너무나 어둡던 일제 강점기 그렇게 근대의 예술가들은 더욱 예술에 몰두했나보다.


이 책은 근대시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나간 예술가들의 생애와 투쟁, 좌절과 희망을 담은 책이다. 우리는 예술이 천시받던 조선시대 예술에 대해서도 안견, 김홍도, 신윤복 등 뛰어난 화가들을 안다. 그러나 막상 근대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너무 모른다. 무지가 크면 클 수록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기쁨도 크듯이 이 책에 담긴 익숙하지 않은 화가들의 이야기는 더욱 신선한 재미와 새로운 지식을 가르쳐 준다.


화가는 배고픈 직업인것처럼 이 책에 담긴 화가들 또한 그렇게 가난했다. 이들 중에는 생전에 빛을 본 화가도 그렇지 못한 화가도 있다. 전통과 근대, 한국적인 것과 서양의 것, 그리고 일본의 것이 착종된 현실 속 작가들은 저마다의 세상을 보고 화면에 표현했다. 그들이 살았던 비참했던 시대는 동일했다. 일제강점기에 좌절된 민족성, 차별, 가난과 고통의 삶 가운데 어떤 이는 비참한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어떤 이는 이상향을, 어떤 이는 개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설명하는 저자의 설명 또한 매우 훌륭하다. 미술과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고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마치 친절한 도슨트와 함께 미술관을 관람하는 기분이다. 나의 영역으로 들어와서 이들 작가들의 삶을 미술이 아닌 역사학의 시각에서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시간여유가 된다면 근대시기 예술가들을 역사적으로 위치시키는 일도 해보고 싶다. 


고난과 고통의 하루를 살아가며 자신만의 꿈과 길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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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회와 윤리 교과서의 사상가들 - 논술과 수능이 강해지는 사상가 40인의 핵심 개념
김종익 지음, 문종길 감수 / 책과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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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문학의 위기 라는 말은 이제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당연한 풍조가 되어버린 듯하다. AI와 빅데이터 등 4차산업 혁명의 찬란한 기술들과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의와 황금만능주의 앞에 인문학의 가치를 논하는 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낡은 이야기인 듯도 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인문학이 배불렀던 적이 있었던가. 인문학 전공자로서 역사 속에서 늘 그 사실을 기억하며 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만난 윤리 선생님 덕분이다. 한 명의 교사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는 거창하고 부담스런 이야기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그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대학에 가면 철학에 대해 교양수업이라도 많이 들어야겠다 결심을 했다. (그 때에도 철학이 돈이 안된다는 생각에 차마 전공하겠다는 용기는 못 내었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는 그렇게 많이 철학 교양수업을 찾아다녔다.)


이 책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철학자, 사상가들의 윤리관과 각자의 주장을 담은 책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서양 고전 철학자들은 물론 데카르트나 흄, 칸트와 같은 근대 철학자들, 사르트르와 같은 현대 철학자들의 사상, 공자, 석가모니 등 동양의 철학자들의 주장과 사상도 담겨있다.


수능과 논술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도 윤리과목과 사고력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일반 어른들이 교양서로서 가볍게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철학에 대해 알기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주면서, 사상가들의 저작을 직접 인용하고 있어 사상가들의 구체적인 내용도 일부 알아 볼 수 있다. 시험 고득점과 논술대비만을 목적으로 읽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설령 내용이 확실하게 이해되지 않아도 책의 절 마지막에 있는 요약들만 따라 읽어도 사상가의 기본적인 주장은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무지 답이 안보이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 지성인들의 고뇌와 나름의 해답, 그리고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동체와 개인이 나아가야 할 길의 첫발을 떼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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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세계사 - 인간이 깃발 아래 모이는 이유
드미트로 두빌레트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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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전 세계에는 수 많은 나라들이 있고, 그 나라들은 형형색색의 저마다의 고유한 깃발이 있다. 다양한 색깔, 다양한 문양뒤에는 그 나라만의 자부심, 아픔, 영욕의 역사가 감춰져 있다. 어느 나라도 아무런 의미 없이 자신들의 국기를 만들지 않고, 때로는 그 국기에 어떠한 정치적 함의와 사회적 소망을 담을 것인지를 두고 대립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국기에 담긴 세계의 역사를 추적하는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된 놀라운 점은 단순히 깃발의 의미를 추적하고, 국기를 통해 그나라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취미활동이나 역사학의 하위 연구 방법이 아니라 엄연히 하나의 학문체계라는 것이다.


vexillology, 우리말로 번역하면 기학(旗學)이라고 불리는 익숙하지 않은 이 학문은 깃발에 담긴 의미와 그 나라의 역사, 그러한 국기가 사회전반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이 발달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그 이름조차 생소한 이 학문의 관점과 연구 자세가 이 책에는 녹아있다. 즉 이 책은 세계사 교양서이면서 동시에 기학의 입문서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의 진보와 계몽 사상의 상징인 프랑스의 삼색기부터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초승달과 별, 기독교의 십자가, 아프리카의 아픔과 역사가 담긴 범아프리카색, 국기 곳곳에서 나타나는 영국의 유니언잭까지. 이 책은 그러한 깃발에 담긴 의미와 그 나라들에 담긴 역사를 짧지만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다. 


 국기는 그 나라의 독립성과 자주성, 전통과 지향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근대 국가가 갖는 또 다른 하나의 특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 책은 생생한 컬러와 풍부한 사진자료로 각 나라 국기의 변천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보다 이해가 쉽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나라들과 그들의 역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이 좋은 출발점이 되어준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면 새로운 국기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인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것을 고민하는 세상이 언제 올지, 과연 오기나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가 되었을때 과연 우리나라, 우리 사회, 우리민족은 어떠한 지향과 바람, 기억과 염원을 이 네모난 공간에 담아낼지 궁금하다. 그리고 전 세계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러한 고민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얻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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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6
클레르 갈루아 지음, 오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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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문학적 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나로서는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때로는 부담스럽다. 소설을 읽을 때 나타나는 참 안 좋은 습관인데, 언어의 감각적 아름다움과 상징을 이해하기 보다는 주제를 이해하고 내용을 알고 싶어 마치 단거리 달리기를 하듯 무작정 읽곤 한다. 그러고 마지막 장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해보면 결국 허탈감을 느낀 경험이 가끔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목적지보다 여정자체를 좀더 중시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물론 그 방법이 성공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클레르 갈루아가 존재와 사랑을 주제로 쓴 소설이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상당히 모순적이다. 주인공 크리스틴은 동성애자인 빅토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곁에 머무른다. 크리스틴 또한 빅토르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애인 목록을 늘려가고 이들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크리스틴은 자신의 아픈 개인적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평범하지 않은 관계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상처와 타자화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이 소설에는 극적인 사건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물과 인물의 관계, 그들이 서로를 인지하고 대하는 방법을 통해 우리는 타자화된 개인, 타인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어느 순간 발견하게 된다. 솔직히 이 책은 쉬운 소설은 아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갈루아가 주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원제는 L'Homme de peine 즉 고통의 인간이다. 그런데 번역가는 이 책을 육체노동자로 번역했다. 번역가의 섬세한 의도를 다 파악할 수는 없지만 번역가가 작품의 주제를 더 잘 살리기 위해 붙인 제목으로 보인다. 


여자 주인공 크리스틴이 건설 노동자나 제조업 노동자 등 실제 육체 노동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몸을 파는 여성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주위 시선, 그리고 관계는 주인공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수단에 불과했고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을 '육체 노동자'라고 명명하여 책의 제목도 육체노동자로 정한 것 같다.


강렬한 주제를 전달하기보단 인물의 내면과 관계,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독자들에게 수 많은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이 소설은 다양한 독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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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서울 사찰 여행 - 조선 불교 이야기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5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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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최근 한 특강에서 교수님이 역사교사들에게 한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교사가 역사에 대해 설명할때 역사 내러티브를 재구성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교사 생활을 몇 년하다보니 수업이 익숙해지고 설명대상과 설명방식, 설명하면서 드는 예시 등도 어느덧 비슷해져 버렸다. 수업의 틀이라는 것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너무 틀에 박힌 설명을 하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익숙한 내러티브 중 하나가 '불교 국가 고려 vs성리학 국가 조선'이다. 조선이 건국초부터 억불숭유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조선은 불교와 연결하여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선이 불교를 멀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조선의 수도 서울과 절도 쉽게 연상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방에 사는 나같은 경우 서울을 방문할 기회가 제한적이라 서울에 절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주제와 시도가 기발하다. 억불숭유를 국가 이데올로기로 삼은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불교의 흔적을 찾는다는 것. 조선에서 불교는 늘 배척받고, 억압당하고, 별다른 발전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이 책은 과감히 깨버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울에 이렇게 많은 절이 있는지, 이렇게 많은 불교 문화재가 있는지, 그리고 조선시대 불교가 이렇게 유지 및 발전을 해 왔는지 놀랐다. 성리학이 조선의 공식적, 국가적, 상류층의 사상이었다면 불교는 성리학이 설명해주지 못하는 사후 세계관을 제시해주고, 민중의 구복과 삶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제시해 주었다.


이제는 답사기 전문가가 되버린 저자가 직접 나름의 역사와 귀중한 문화재가 있는 절을 방문하고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나 이 책이 좋은 점은 불교의 세계관에 대해 쉽게 설명을 해주고 그러한 세계관과 종교관이 반영된 실재의 유물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다. 해당 종교를 빋는 사람이 아니면 사실 종교를 학문으로 이해하고 공부하기는 힘들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불교의 경우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에다가 인도의 민간신앙적 요소, 동아시아의 기복신앙까지 가미가 되어 세계관의 이해가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은 불교문화재와 불교적 주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까지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당장 서울 사찰 답사를 나서고 싶은 생각에 들썩이게 된다. 나중에 시간과 여유가 허락된다면 저자의 설명을 따라 서울 사찰 이곳저곳을 관람하고 조선의 불교 문화를 느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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