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더 받는 당신이 있다 - 상처받지 않는 힘
김신영 지음 / 대한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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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더 받는 당신이 있다

김신영




마음에 상처가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예전보다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입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일했을 때도 정신과 진료를 받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을 보고 놀랐었고 대학교에서 일할 때도 친구들끼리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예민하고 연약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이 책, 상처를 더 받는 당신이 있다는 다른 사람보다 쉽게, 많이 상처받는 현대인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김신영 작가님은 고등학교 교사, 교육청 장학사, 교육연구원 연구사와 고등학교 교장을 지내며 오랫동안 교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온 분으로 30년 넘게 교직에 몸담으며 익힌 ‘상처받지 않는 자아를 만드는 법’에 대한 노하우(?)를 20번의 상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워낙 마음의 상처를 쉽게 받는 젊은이들이 많은 세상이다보니 위로와 힐링 관련 책들이 유행을 타고 한동안 많이 나왔었는데 사실 그렇게 '그냥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라는 식의 단순한 공감과 현실에 대한 인식의 희석은 정신승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정신의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냉정하게 본인의 현실을 알려주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행방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팩폭서적들이 있는데 이런 책들은 마음이 연약한 사람들은 아예 처음부터 안보는 경향이 있다.(개인적으로는 이런 책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책은 그런 두 가지 종류 책들의 중간 정도의 형태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교장선생님과 학생이 대화를 하는 일종의 소설 형식으로 이뤄져 있어서 일단 거부감이 없고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교장과 학생의 대화를 통해 저자는 인간의 자아개념, 자아존중감, 자아정체감의 생성 과정을 보여주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받는 상처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시하는데 이 부분에서 저자의 30여년의 교육 경력이 빛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학생이 되어 상담을 받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내가 다른 사람의 고민이나 상처를 상담해줘야할 상황이 된다면 교장 선생님 같은 태도로 임해야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자존감도 높고 자아가 굉장히 단단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기 때문에(실제로도 그렇고) 쉽게 상처받고 흔들리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사람들의 심리나 원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남들보다 상처를 쉽게 받는 사람들, 마음을 성장시키고 흔들리지 않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자아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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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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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이야미스'라는 장르가 있다. 특히 일본에서 유행한 미스터리 장르인데 싫다는 의미의 일본어의 이야와 미스터리의 합성어.

두려움과 공포를 표면에 드러내는 호러 장르와도 다르고 추리나 스릴러 장르의 미스터리와도 결을 달리하는 굉장히 독특한 장르인데 인간의 내면과 정교한 심리 묘사에 치중하여 읽을수록 기분이 웬지 불쾌해지고 찝찝한 느낌이 드는 미스터리 콘텐츠다.

예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고백(영화도 보는 내내 꽤나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이라는 소설을 쓴 미나토 가나에가 바로 그 이야미스 장르 소설로 유명한 작가이다. 이야미스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이라고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었던 소설 이야기의 끝.



미리 순한 맛이라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순한 맛 정도가 아니라 그냥 힐링되는 기분이 드는 소설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배경도 아름다운 자연이 많았고 라벤더가 핀 꽃밭이나 투명하고 아름다운 호수와 넓은 바다처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해주는 홋카이도의 자연이 이야미스의 여왕 미나토 가나에 소설의 배경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전체적인 내용은 특별히 박진감넘치는 사건이나 급격한 감정변화를 나타내는 인물도 등장하지 않고 어찌보면 평범하고 평화롭게 진행된다.



소설은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무서운 범죄자나 대단한 영웅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존재할 뿐이다.

그 사람들의 사연 또한 평범하기 그지 없는데 자기 일을 좋아해서 병을 얻은 사람과 그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 꿈을 이루지 못해 슬퍼하는 사람과 인생을 후회하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 안에 틀어박힌 사람 등등 한없이 나약하고 가녀린 우리 주변 사람들, 우리 자신의 모습을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같혀 있던 일상에서 벗어나 일본의 자연을 감상하고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음식을 먹는 장면의 묘사 또한 꽤나 디테일하고 자연스러워서 책을 읽다가 같은 음식을 주문하기도 했다. (도모코와 다쿠마가 치즈케이크와 초콜릿 케이크를 나눠먹는 장면이 가장 먹음직스럽게 느껴졌다)


극적인 반전이 가득찬 미스터리 소설과 달리 이 소설의 에피소드들의 결말은 대체로 예상가능하며 긍정적이다.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아픔과 상처, 후회와 좌절을 딛고 일어나기 위해 긍정적으로 마음 먹는 결말은 어찌보면 뻔하고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따듯한 분위기와 홋카이도의 자연과 어우러져서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기대했던 미나토 가나에 특유의 이야미스 소설은 아니었지만 편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귀여운 고양이와 한국어가 써있는 미나토 가나에의 인사말을 보며 그녀의 본성은 사실 이야기의 끝 같은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 그리고 출판사(소미미디어)에서 작가에게 편지를 쓰면 내용을 전해준다고 하니 그림엽서라도 써볼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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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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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미나토 가나에, 꽃과 자연이 있는 추리소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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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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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힐링되는 따듯한 이야기들이 듬뿍 담긴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다키와 아사코 작가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토끼빵으로 다빈치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꽤 오래된 일본 작가다.

대체로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글을 쓰는 작가인데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라는 책도 그런 작가의 마음이 담긴 책이었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뭔가 우당탕거리는 사건들과 캐릭터들이 나오는 코믹한 분위기의 소설이 아닐까 싶었는데 소설 내용은 전혀 시끄럽지 않았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치유와 위로의 장면들을 잔잔한 오르골 음악처럼 들려주는 소설.



소설은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챕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모두 다른 옴니버스 형식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서사를 생각할 필요없이 짜투리 시간에 짧게 읽기에도 좋았다.

사실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오르골 가게와 오르골 가게 주인 무카이라고 할 수 있는데 평범해보이지만 오르골에 대해 안내할 때만은 묘하게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무카이는 손님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다.(라고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정황상 그러하다)



오르골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우리들 곁에 있을 법한, 혹은 우리들 자신일 수 도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며 이들은 모두 각자의 힘든 사연과 고민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와 엄마

음악을 향한 꿈을 포기한 밴드

기운이 없는 연주가 고민인 청력이 너무 좋은 소녀

...

대체로 등장인물들의 고민은 소리와 음악과 관련된 것들이 많아서 오르골 가게라는 장소와 무척 잘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아픔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오해, 현실의 벽에 막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희망을 오르골 가게와 무카이를 통해 오르골 음악을 들으며 밖으로 끄집어 내고 비로소 치유받고 위로받고 다시 앞으로 걸어나가게 된다.

건너편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신비한 오르골 가게 주인 무카이와 맞은 편 카페에서 일하는 점원의 대화를 통해 무카이의 과거에 대해 살짝 추론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오르골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외형과 단순하지만 따듯한 소리 때문에 오르골을 좋아했고 지금도 여전히 오르골을 보면 한참 동안 걸음을 떼지 못할 만큼 좋아한다.

그래서 더 이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이 오르골 소리를 들으며 위로받는 장면을 읽으면서 내가 치유받는 것처럼 기뻤다.



말도 안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는 따듯한 이야기와 행복한 결말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설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특히 나처럼 오르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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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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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사강에 대해서, 특히 그녀의 기복이 큰(그래서 더 낭만적인) 삶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고 최근에 읽은 그녀의 후기작(1989년 작품이지만 29번째 책이니 꽤 후기작이지 않을까..) 황금의 고삐에 대한 감상평만 간단히 적어본다.

19세에 출간한 '슬픔이여 안녕' 이후 사강의 소설은 얼마나 발전했는가? 에 대해 생각한다면 문학적으로는 큰 진화는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사강 특유의 독자적인 스타일이 완성형에 가깝게 구축되어 있었고 그녀의 소설의 독특함과 우월성은 맥락이나 메시지 같은 다른 소설들에서 중요하게 생각될 수 있을 법한 것들을 느낄 필요조차 없게끔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황금의 고삐는 사강의 기존 소설들 전반에 유유히 흐르고 있는 사랑, 고독, 욕망 같은 보편적인 정서들을 매력적이나 동일시되고 싶진 않은 캐릭터들과 특유의 멋지고 아름다우며 낭만적인 문장으로 우리들의 정서에 침투하려 애쓴다.


30년도 더 지난 소설이 가진 무기들이 과연 펜데믹과 메타버스라는 비인간적 현대식 정서로 무장한 우리들의 가슴 속까지 침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무척 회의적이나, 아직 우리들 중 누군가는 이런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낭만적인 욕망의 순간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지도 모르므로 이 작품의 재출간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황금의 고삐는 부유한 집안 출신의 아내 로랑스와 가난한 음악가 남편 뱅상이라는 지배 & 피지배의 관계에 있는 불균형한 형태의 부부의 이야기인 동시에 사랑과 욕망, 고독과 같은 사강이 탐구하고 이야기하려 했던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사강의 작품에서 사건이나 서사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로랑스가 죽는다고 해도!)



진실은 곳곳에 있으며, 도달할 수 없는 그러나 동시에 욕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것

어떤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한때 순수하고 열정적이었으나 소유욕과 질투로 변질되어 사랑, 그 반대쪽에 있는 열등감과 지배욕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며 읽을 수도 있고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과연 페미니즘과 남녀간 혐오, 비혼주의와 설겆이론을 포함해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스탈린처럼 득세한 대한민국의 결혼적령기(라는 말을 쓰는 것도 요즘은 조심스럽다)의 사람들에게 황금의 고삐는 어떻게 읽힐 것인가?

나에게 사강의 소설은 여전히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이제는 고통스럽다.

마치 발 밑에 던져진 스테인글라스 조각과, 조각들에 반사된 빛(들)로 정신이 산란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발바닥에서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아버린 어린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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