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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임광명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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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하지만 국내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 않다. 여행을 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어딘가를 방문하면 싫어도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건축물이며, 우리의 일상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의,식,주의 중요한 일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운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국내 건축물에 대한 책이 나온 것은 반길 일이다.

우리는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도시의 모습, 그리고 건축물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 예술성과 기술에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나라가 예부터 건축기술에 남다른 조예가 깊었다는 것은 간과하고 있었던 듯하다. 세계 최고의 목조건물이 우리나라에 현존하고 있고, 세계최대의 목조건물 또한 우리나라에 있었으나 전란으로 소실되고 말았다. 그외 석탑이나 목탑 건물의 기술은 경이롭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석굴암의 기술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도시의 모습도 아름답다. 지금 우리가 흔히 보는 도시의 모습은 우리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의 개발정책으로 아무렇게나 개발되어지고 간편하고 저렴한 방식으로 마구잡이로 증축되어진 건축양식이 잔재로 남아 있어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있다. 얼마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 이나 경주양동마을은 외국인들이 극찬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도시의 미관을 어떻게 가꾸고 회복시켜 한국적인 정취를 되찾고 현대와 조화시키느냐는 앞으로 우리들의 과제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종교 건축이란 의미를 넘어 우리에게 우리 건축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그 효용이 크다.

먼저 책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 같이 다양한 종교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당, 사원, 절 등 다양한 종파의 건축물을 엿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다양한 종교의 건축양식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일반적이고 개론적이라 할만하다. 후에 종교인들과 건축가가 함께 각 종파별로 건축물에 대한 보다 소상한 정보를 담은 책을 내 놓는다면 더욱 볼만할 것이다.

교회나 사찰 등 종교건축은 본질적으로 다른 건축과는 다르다. 거기에서는 거룩함과 세속적인 것, 영원함과 무상함이 서로 만난다. 신 혹은 절대자를 향한 예배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기쁨이나 슬픔, 고통과 환희 등 모든 인간적 관심사를 해소하는 안식의 공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영성이나 깨침과 같은 종교적 이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 당대의 최고 지성과 고도의 기술이 속에 갈무리돼 있다.

종교건축 뿐만 아니라 종교의 발전은 예술고 문화의 발전과 그 시대를 함께 했다. 그만큼 종교건축 분야는 현대건축의 발판이라 할만큼 그 기술과 예술이 전형으로 발전하여 있다. 그렇기에 종교건축을 보노라면 그 종교의 특징과 건축물의 기술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재미가 있어서 좋다.

합판과 합판 사이에는 예배당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소리들을 공명시키거나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세로로 긴 직선의 홈들이 나 있는데, 간헐적으로 그 홈들을 햇살 끌어들이는 창으로 활용해 놓았다. 합판과 홈, 채광창들이 어우러진 그 모습이 질서정연하면서도 마치 음표들이 악보 위에서 자유분방하게 춤추는 것처럼 묘하게 율동적이다.

종교건축물은 현대과학과 예술, 그리고 영성으로 충만한 종교의 만남이다. 일반적으로 상반되는 것으로 알려진 종교와 과학이 종교건축에 와서 하나가 되는 모습에서 종교와 과학은 오묘한 이치를 탄생시킨다. 어찌 보면 종교와 과학은 상반되는 것만이 아닌 상생할 수 도 있는 것이고 서로를 보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 건축물이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님을 알겠다. 전문가들은 화려한 로마네스크에다 비잔틴 양식의 부드러움까지 갖췄다고 한다.

로마네스크 양식, 아랍의 모스크 등 이슬람 양식, 고딕양식, 비잔틴 양식, 그리고 다양한 불교 건축 양식 등 국내에서 이처럼 다양한 건축 양식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실로 볼거리가 가득하다. 건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다양한 시대와 장소를 아우르는 건축물과 그 아름다움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시간을 내어 건물들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이국적인 풍모를 느낄 수도 있다.

둥그런 외형에 돔 형식으로 불룩한 지붕이 꼭 비행접시처럼 보인다. 산속에 전통 한옥 형태로 지어진 절만 보아온 아이에게는 도심 주택가에 자리 잡은 색다른 형태의 사찰이 기이하게 느껴졌나 보다.

종교건축의 변화를 엿볼 수도 있다. 어쩌면 가장 변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종교이기도 하지만 종교건축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현대적 건축과 실험적인 건축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이 종교건축물이다. 종교적인 특징을 잃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모습과 어우러진 외관을 설계한다. 또한 현대적인 요구와 필요에 부흥하면서도 본래 종교적인 필요에도 부흥하도록 설계한다. 이처럼 현대화, 그리고 필요와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건축에 필요한 기술 또한 진보하고 있다. 어쩌면 현대 건축이 지양하고 나아가야할 여러가지 실험의 장이 곧 종교건축의 현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는 간략한 서두만 있을 뿐, 그 흔한 저자주나 에필로그가 없다. 그만큼 종교건축에 대한 서술에만 모든 전력을 다하고 있고 다른 설명이 필요없이 그 내용 자체만으로도 풍부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서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다양한 건축물에 대해 더 상세하게 담지 못한 지면의 한계라 할만하다.  

덧붙여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는 중의적 의미를 지녔다고 하겠다. 신을 벗는 다는 것에서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경건함을 뜻하기도 하겠지만, 현대과학과 기술의 총아인 종교건축물을 앞에 두면 잠시 신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어도 신성모독은 아니라 할 것이다. 종교건축이 가지는 오묘함과 흥미를 잘 표현한 제목이라 하겠다.
  
종교적 개념과 이해가 건축물에 어떻게 녹아들어 갔는지 이해하는데에 있어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더라도 그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고, 오히려 평소에 관심이 없었다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평소에 건축을 우리가 흔히 보는 건설업 정도로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나면 건축물을 보는 시각이 새롭게 열릴 것이다.

건축은 온갖 과학과 지성의 만남일 뿐만 아니라, 도시의 외관과 미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요구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인간에게 필요한 기본생활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건축에 대해 가지는 의식은 그에 많이 미치지 못한다. 건축이란 짓는 것에 그치는 것도 아니고, 짓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건축현장 혹은 건물에 때론 탄성하기도 하고 때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스윗트 홈을 그려보고는 했을 것이다. 이제부터 스윗트 홈 뿐만 아니라 주변의 건축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세계적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관심을 받으며 서울이 디자인 도시로 선정되는 등 그 노력이 한창이지만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없다면 실효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 작은 관심들이 모인다면, 우리 도시-우리나라의 외관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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