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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그림 이야기 - 옛그림의 인문학적 독법
이종수 지음 / 돌베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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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이라고 할까, 그림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는 그림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안목과 지혜를 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5년전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일주일 여간 방문했던 시기가 있다. 물론 두 고장다 예술의 도시라고 부를 만큼 수많은 역사적 건축물과 예술품이 가득한 곳이다. 박물관은 방문했지만 미술관은 하나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만큼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 아닌 아예 편식을 했던 터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특이하게 책은 좋아한다. 그래서 이렇게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림을 만나게 된 것, 이 것이 나의 편식을 고쳐줄 수 있을까? 라는 것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관심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림을 보는 눈이라고 하면 나는 맹물이라고 할 것이다. 잘 그렸다, 못 그렸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판가름할 수준이 못된다. 그렇다고 고명한 예술가들의 이름을 외우거나 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이런 것들 외에도 그림에서 '무언가' 재미나고, '무언가' 쓸모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두루마리 그림인 권, 걸어놓고 보는 그림인 축, 벽처럼 길게 세워놓고 보는 병풍, 그리고 삽화 등으로 그림의 형식에 따라 구분하였다. 아마 흔히 시대별이나 작가별로 구분하지 않은 이유는 소재가 되는 그림들이 이야기를 기본 텍스트로 하고 있고, 위 네가지 형식에 따라 그 이야기를 풀어 화폭에 담는 방법에 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이런 부분이 재미있다. 이야기 그림은 분명 그림인데, 그 속에서 텍스트를 읽어 낼 수 있다. 그림과 그림 사이, 그림과 그림을 보는 사람 사이에 이야기와 대화가 있다.

아마도 내가 그림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이런 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그림도 책과 같은 과정을 통해서 탄생하는 것인지도.. 작가가 글을 쓰며 글 속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나가듯이, 화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이미지를 반영해 나간다. 초현실주의 화가나 상징주의 화가들의 그림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쉽게 갈 듯하다. 그림을 보며 이것은 누구의 그림이고, 이것은 어느 시대의 그림인지를 따지기 전에 그림 자체를 보고 '먼저' 감상한 뒤에 그림에 익숙해진 다음에 그에 대해 논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아마 그렇게 하면 그림을 보는 재미가 생기지 않을까?

물론 중국 그림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라던가, 정선, 김홍도와 신윤복 같은 조선시대의 뛰어난 이야기 그림 화가들이 있음에도 이들의 이야기가 자세히 소개 되지 않은 부분은 아쉬움이다. 그리고 한국적 소재로 중국의 그림을 독특한 우리만의 그림으로 재탄생 시킨 이들의 예술을 간과하고 지나간 면이 없지않아 보이나, 역시나 내 식견이 부족해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앞으로 그림과 그림에 대한 책을 만나도 편식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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