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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 본성의 비밀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HOMO LUDUS
 


인간을 뜻하는 HOMO에 게임을 뜻하는 라틴어 LUDUS가 합쳐졌다. 즉 게임하는 인간이다. 그리고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본성의 비밀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이런 경우는 흔히 외국도서가 국내에 번역되면서 이루어 지는 오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들이기 위해 유명한 사례를 가지고 와서 붙인다는 것, 하지만 때론 그것이 너무나 진부할 때가 있다. 뷰티풀 마인드(2002년)를 보았던 사람들은 존내시보다 러셀크로우를 기억할 것이고, 게임이론이  이슈가 된것도 벌써 오래다. 이 책의 내용을 게임이론으로 한정하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게임이론을 통한 인간본성의 비밀을 파헤치는 작업이라고 하기에는 그 영역이 너무 좁다고 생각한다. 책의 원제 Beautiful math : The modern Quest for a code of nautre 를 그대로 옮기는 편이 훨씬 더 책의 내용에 어울리지 않나 생각한다. - 혹여 제목만 보고 이 책을 단순한 게임이론에 관한 진부한 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바치는 우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호모루두스]는 1950년대 소설 ’파운데이션’에서 시작한다. 60여년 전에 쓰여진 ’파운데이션’ 책의 작가는 아이작 아시모프이다. 미래예측에 정통한 그의 책에는 놀라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지금에야 가능한 기술인 와이파이를 통한 전송 기술이 이미 그 시대의 소설 속에 등장하고 있다. 그의 소설의 미래예측은 ’파운데이션’에서 절정을 이룬다. ’파운데이션’은 아직 게임이론이 정립되기 이전에 나왔다. 하지만 그 속에는 게임이론의 태동이 될만한 이론이 들어있다. 바로 심리역사학이다. 사회적인 현상을 분석하려는 동기에서 출발한 이 이론에서 나오는 것이 바로 사회적 온도의 측정이다. 통계역학에서 쓰이는 분자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방법을 그대로 사회현상에 도입했다.

각각의 기체입자들은 랜덤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 정확한 위치나 속도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통계역학을 사용하면 기체 전체의 행동을 지배하는 법칙을 얻을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파운데이션’의 일부분 -


이 처럼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에 통계역학을 도입하는 모티브는 후에 게임이론의 출발점이 된다.

어렸을 적 과학 시간 만화경을 보려고 친구들과 다투던 기억이 난다. 만화경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그야 말로 천차만별이다. [호모루두스]는 수학과 게임이론이라는 만화경으로 보다 다채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호모루두스]의 내용을 읽어나가면서 만화경의 각도를 조금씩 바꿔보며 그에 따라 변화는 모습들에 감탄하는 것 처럼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나오는 새로운 이론과 수학의 내용에 경탄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수학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맛에 비유한다면 소금이 없는 음식만 먹다가 오랜만에 소금간이 되어 있는 음식을 먹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호모루두스]의 또 다른 장점은 정말 다양하고 많은 이론들이 등장하고 그러한 이론들을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예를 통해서 재미나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의 초반에 설명하고 있는 수학트릭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20마일 거리를 떨어져 있는 두 명이 자전거를 타고 서로를 향해 시속 10마일의 속도로 돌진한다. 그 사이를 파리가 시속 15마일의 속도로 계속 왕복한다. 즉 한 쪽에서 출발하여 다른 한명에 닿으면 즉각 방향을 바꾸어 다른 한명에게 가는 식으로 둘이 충돌할 때까지 계속해서 날아다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파리가 왔다갔다 하면서 날아간 거리는 총 얼마가 될까? 파리가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날아다니는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해서 짧아진다. 파리가 날아가는 속도와 양 편의 두 사람의 이동 속도를 감안하여 처음 20마일의 거리가 한번 왕복하는 걸리는 시간에 비례해서 짧아지는 것을 참고하여 이동시간을 통해 횟수를 계산해서.. 라는 식으로 계산할 필요는 없다. 의외로 간단하다. 두 사람이 시속 10마일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1시간후 정확히 중간지점에서 만난다. 그렇다면 파리는 시속 15마일로 날아다녔으니 1시간 동안 움직인 거리는 1마일이된다.
                                       - 본문 중 폰 노이만의 일화 요약 -


[호모루두스] 속에는 이 보다 흥미진진한 이론들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들이 넘쳐난다. 미니맥스 게임을 통해 간단한 게임이론이 적용되는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도 하고, 공공재게임을 통해 무임승차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메이너드 스미스의 전략에서는 협력적 행동의 출현과 진화적 지형을 수학적 논리로 풀어낸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베이컨의 6단계 법칙에서 시작해 그의 네트워크 개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기타등등... 아마도 과학이나 수학이야기는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읽는다면 [호모루두스]는 그 생각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아이나 청소년이 읽는 다면 수학에 대해 새로운 흥미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호모루두스]란 책을 보기도 전에 어렵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우라고 말해주고 싶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정말 난해한 내용을 가장 쉽게 풀어낸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러가지 수학적 도구들이 갖가지 사회과학 분야에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 풀어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양자 물리학과 게임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만 책한권으로 풀어 내더라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호모루두스]는 그 내용을 잘 간추려 내어 읽는 이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내고 있다. 사람들은 재밌는 책 혹은 감동적인 책을 보면 두번, 세번 씩 읽는 노력을 아까워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몇번이나 보았고, 어느 구절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좋은 책은? 어떠한가? [호모루두스]는 감동을 주는 책은 아니더라도 수학에 대한 재미와 호기심을 확장가능한 모든 분야(이 책의 설명을 빌리자면 네트워크적인 분야에까지)로 확대 시켜준다. 나는 [호모루두스]를 굳이 감동적인 책은 아니지만 좋은 책의 영역에 넣고, 감동적인 책을 두번세번 읽듯 두번세번 읽어 보길 권해주고 싶다. 감동적인 책을 읽어 감동이 더 해지듯 수학과 게임이론에 대한 이해가 더 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구입해서 읽어보고 다시 한번 [호모루두스]를 읽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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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유의지와 결정론 사이의 화해
    from 101번째 글쓰기 2010-08-28 03:25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자음과모음(이룸) 이 책을 읽고 있는 도중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나 했다. 중학생 아들을 둔 어느 어머니께서 트위터를 통해 내게 물으셨다. "아들이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데 읽어도 될까요?" 그 중학생은 아마도 이 책의 부제에 매혹되었을지도 모른다. '게임하는 인간'.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본성의 비밀'. 게임이론을 알게 되면 또래들 중에서 게임을 가장 잘 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