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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_0419
달빛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4월
평점 :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 날 스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맻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고교시절 우연히 듣던 노래테이프가 노찾사였다.
애절한 음색의 노래가 누군가를 위한 추모곡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419 영령을 위한 것인지도 몰랐다. 붉은 선혈이 산사태가 아니라 꽃사태가 일어날 만큼 낭자하던 젊은 청춘들의 피를 4월에 만연하게 피는 진달래에 비유한 것같다.
푸르름과 화려해야 할 축제같아야 할 그 4월이 누군가의 시처럼 잔인한 4월이 되도록 한 것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대학을 가고 사회인 되고 부모가 되어 그 419를 다시 맞이하게 된다.
해년마다 그날이 오면 그날봤던 진달래를 보듯 오늘 그날을 어제와 같은 날로 본다.
적어도 의식하지 않아도 그날을 한낮 그런날로 치부하기엔 마음속에 죄채감이 일어 혼자만의 영웅적인 의식을 치르듯 눈에 띈 제목을 찾아 책을 마주한다.
처음 책을 펼치기 전에는 419를 통해 누군가의 삶이 파탄나기도 하지만 마지막에는 화해와 융합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여 축제라는 형태를 취한 화합의 시간을 펼칠 것이라는 영웅주의적 관점을 기대하고 읽어나갔다. 하지만 그건 나의 오산이였다. 그 시간을 계기로 살아간 아주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지내온 사건의 단초가 그 날짜로부터 기인한다.
책의줄거리
#축제_419는 1940년대와 1960년대,1980년대, 2000년대, 그리고 2020년이라는 80년을 미츠코,지유,현미, 세헌,민서를 통해 419라는 대한민국의 지축을 흔들었던 역사가 개인과 한 가족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전쟁후 모든 물자와 사람이 모여들게 된 마산은 김주열의 시신이 떠오른 곳이며 419의 시발점이기도 한 곳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연탄공장에서 일하는 지유는 연탄공장아래의 도시삶과 격리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17살 소년이다. 그가 바라보는 까만 연탄소굴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동경하지만 그저 까맣기만 하다.
소시민으로서 살아가던 장지유가 '그날' 현미를 구출한다.
"낮잡아 보는 것도 시시해 눈길도 주지 않을 남자. 그가 현미를 구했다. 그랬다. 남자와 약속했던 게 있었다. 아무리 인생이 부박해도 축제처럼 살아내자고."성공한 여인이 돼주라"라던 말. 여전히 심장에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 날이 상처인 동시에 동기부여된 날이었던 현미지만 지유는 현미를 흠모했고 현미는 지유처럼 살기 싫었다.
마산에서 상경해 외교부에서 일하며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했다. 그렇게 홀로 서울에 자리 잡은 현미는, 그의 인생 자체가 대한민국의 역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랬던 현미에게 오늘이 공포로 돋아났다. 어제와 다를 바 없이 평소처럼 자고 일어났다. 가뿐하게 레지던스에서 하루를 시작했을 뿐인데 5년을 건너뛴 날짜가 컴퓨터에 나타났다. 어떻게 된 것일까? 사라진 5년!
현미는 자신을 치매라고 단정한다. 자칫 절망하거나 좌절할 만한데도 현미는 외교부에서 유리 천장을 뚫어내던 의지를 오늘에 투영하며 사라진 5년을 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다. 그 5년의 추적! 이를 통해 현미는 자신이 잊었거나 때론 비겁했거나 아니라면 외면했던 과거와 마주하며, 현미 자신이 바로 대한민국이었음을 자각한다. 그 중심에서 비로소 직면한 한 남자의 순애보가 현미에게 ‘과거가 아닌 오늘’을 선물한다.
현미는 자신을 치매라고 단정한다. 자칫 절망하거나 좌절할 만한데도 현미는 외교부에서 유리 천장을 뚫어내던 의지를 오늘에 투영하며 사라진 5년을 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다. 그 5년의 추적! 이를 통해 현미는 자신이 잊었거나 때론 비겁했거나 아니라면 외면했던 과거와 마주하며, 현미 자신이 바로 대한민국이었음을 자각한다.
지유는 그날을 축제라 여기게 된다.한마디로 자신의 삶을 각성하고 새로 태어난 삶을 살며 또 다른 인격체로 성장해 나가며 그는 세상에 나아간다.
참전용사였던 노씨아저씨는 지유에게 세상은 눈을 뜨려는 사람에게만 보이다면서 공부하기를 권유하고 탄광밥집 아지매도 국민을 아프고 다치지 않게 하는, 그게 참된 국가다라고 말한다.
세상은 영웅을 바란다. 하지만 그릇된 영웅이 총칼을 들고 내가 나서면 이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스스로를 영웅이라고 착각하는 사람..그래서는 안돼. 이 세상에 영웅따위 존재해서는 안돼, 세상 사람들은 다 똑같아야 해. 51쪽
우리 마음 속에는 영웅이 되기를 바라고 영웅이 나타나길 바라지만 언제나 역사는 한낱 부박하고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릇된 영웅들이 만들어 놓은 나라를 지킨다.
"오늘도 다 갔네. 내일도 오늘만 같아라."
가만히 지유를 지켜보던 여주인은 월영전당포가 인쇄된 일력을 찢었다. 반찬까지 싹 비운 지유는 물도 한 방울 남기지 않았다. 예의이고 도리인 것 같아서였다. 지유가 돈을 경내려 하자 여주인이 인상을 썼다. 장난인지 지유에게 찢은 일력을 건넸다.
"아나 받아라. 오늘이 며칠이고?"
"단기 4293년, 서기 1960년 4월 18일입니더."
지유는 일력에 적힌 대로 읊었다.
"오늘 니랑 내는 함께 저녁을 묵은 기다, 알긋나?""예?"
“1960년 오늘, 4월 18일 저녁에 니캉내캉 함께 있었던 거라꼬" 168쪽
역사적인 그날도 오늘과 같은 평범한 날이였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내일도 오늘만 같은 평범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소박함이였고 그 순간을 누구와 함께 있었느냐가 중요한 날이였지도 모를 그 날 419는 대한민국의 특이한 민주주의에 특별한 상흔을 온 국민에게 남겼을지도 모르지만 80여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는 살아내 가고 있다.
주제는 419였지만 #축제_419는 우리에게 묻는다.
오늘이 당신에게 상처가 되는 날인가 아니면 축제가 되는 날인가?
다시 80년 뒤에 우리가 오늘을 무엇이라고 부를까?
총평
419를 다룬 다큐멘터리나 보고서등은 많이 봤지만 소설을 접한것은 아마도 처음이리라.
많은 기대를 갖었다. 아마도 작가의 필력에 또 다른 영웅주의를 원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하고픈 말이 많았을것이다. 배경이나 인물 그리고 인물간의 연관성을 위해 구성 또한 고민이 많았을거지만 집중과 선택에서 약간 미흡해서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이 안타까웠다.
그건 순전히 419에 대해 우리가 부여하는 의미가 커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의 시도를 통해 그 시대를 거쳐온 우리에게 우리식으로 민주주의과정을 살아온 우리가 어떻게 오늘 대한민국을 살아가야 하는지 계기를 만들어준 것에 대해선 그 노고를 높히 사는바이다.
리뷰어스서평단으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기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