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짜툰 10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10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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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짜툰>은 카카오웹툰에서 10년 넘게 장기연재 중인 일상툰이다. 특히 고양이들과의 생활이 주 내용이기 때문에 애묘인들, 특히 고양이 반려인들에게 많은 공감과 사랑을 받아 왔다. 나 같은 경우에는 고양이를 직접 기르지 않았지만 친구들 중 다묘 가정의 묘주들이 많아 많은 고양이들에게 애정을 주며 지내 왔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고 있다. 단행본이 10권이나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보면 뽀짜툰이 얼마나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뽀짜툰의 '뽀짜'는 작가의 반려묘였던 뽀또와 짜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연재 기간이 길어지며 뽀또와 짜구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지금 작가는 다른 고양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며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만화를 보다 보면 먼저 떠나보낸 고양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이별의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느껴진다. 10권 시점에서는 뽀또와 짜구, 쪼꼬와 이름조차 제대로 지어주지 못했던 똥국자가 세상을 떠났고, 포비와 봉구, 꽁지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세 마리 모두 귀엽지만 개인적으로는 성격이 까칠한 봉구가 가장 마음을 끌었다.

뽀짜툰은 기본적으로 일상툰, 소소하게 웃기거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주가 되지만, 동물과 함께하는 생활이 항상 재미있고 즐겁지만은 않다. 동물들은 꽤 자주 아프고, 그러다가 결국 우리 곁을 떠나기도 한다. 특히 고양이는 아니지만 똑같이 반려동물을 길러 본 입장에서 떠난 고양이들을 향해 남기는 말은 너무 마음 아프게 느껴졌다. 나도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유골함을 들고 돌아오며 똑같이 울었고, 시간이 지난 지금도 유골함을 보면 이따금 마음이 쓸쓸해지고는 한다. 어떤 동물을 길렀든 반려동물을 길러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특히 뽀짜툰에는 종종 고양이들의 천국, 사후 세계의 시뮬레이션(?)이 그려지는데, 떠난 동물들이 거기에서라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져 더 공감이 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반려동물을 선택했고, 동물들과 함께 살면서 수많은 추억을 만든다. 내가 개인적으로 공감 가는 부분을 언급하느라 어두운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만화 본편에는 웃음지을 만한 내용들도 아주 많다. 고양이들마다 다른 화장실 습관이라거나, 벌레를 잡는 꽁지의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모습, 고양이들에게 썰매(?)를 태워 주는 작가의 모습이라거나... 그래서 읽는 동안 힐링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힐링툰으로 인기가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동물을 기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 역시 그 오랜 시간 수많은 만남과 어려운 일들, 이별을 겪어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너희를 만나고 사랑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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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다이어리 - 엄마와 딸, 게임으로 레벨 업!
조경숙 지음 / 이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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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왜 닌텐도 다이어리일까? 저자가 아이와 함께 플레이한 게임들이 닌텐도 게임들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닌텐도 게임을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가 커 가면서 게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나, 모바일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에는 아이에게 유해한 사람이나 광고 등을 마주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확실히 랜덤으로 나오는 모바일 게임 광고 중에는 저자가 예시로 든 '좀비가 사람을 내리쳐 죽이는 게임'도 있고, 때로는 성적인 내용의 광고들도 있어 아이들이 보기에 그리 적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온라인 게임의 세계에는 온갖 욕설이 난무하고, 이따금 어린이를 착취해 범죄를 일으키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게임을 좋아했던 저자는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가 안전하고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 결과가 콘솔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 구매다.

책의 각 챕터는 주로 특정 게임 타이틀을 제목으로 걸고 있다. 각각의 챕터에서는 저자와 저자의 아이가 어떤 게임을 어떻게 즐겼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를 다룬다.(가끔 게임의 핵심적인 스토리 내용이 나와 있기도 하므로, 해당 게임을 플레이할 예정이라면 해당 챕터는 게임을 플레이한 뒤에 읽어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파트에서 저자의 가족들이 각각 잘 하는 것을 맡아 하나의 캐릭터를 돌아가며 조작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이가 요리를 좋아해서 재료 모으고 레시피 알아내서 요리하는 걸 주로 하고, 저자의 남편은 탐험을 하고, 저자가 전투를 도맡아 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게임을 즐겼다면 싱글 게임이라도 가족들과 함께하는 팀 플레이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챕터 중간중간에는 어린이와 게임을 하려는 부모들을 위한 팁들이 나와 있다. 기초적인 게임기 관련 용어 설명, 게임 패키지를 구매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아이에게 게임 시간을 어떻게 제한해야 할 것인지, 게임 방송을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될지, 게임과 관련된 여행지에 관한 소개 등등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다. 나도 어릴 때 게임하는 걸 좋아했는데 부모님이 게임을 마음껏 하지 못하게 해서 슬펐던 기억이 있다. 저자는 게임 시간 제한에 관해, 30분이나 1시간처럼 시간 단위 제한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나도 저자의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는 흐름이 있기 마련이다. 조금만 더 하면 보스를 잡을 수 있는데 약속된 시간 30분이 지났다고 게임을 꺼야 한다면 아이들이 아주 슬퍼할 것이다(어른인 나도 슬프다).

책의 챕터 마지막 파트에는 저자의 딸(사실 공동 저자다)이 각 챕터에 소개된 게임에 관해 남긴 코멘트가 있다. 나는 그 코멘트 부분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모든 게임이 아이들에게 안전한 것은 아니고, 온라인 게임 환경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나쁜 영향도 분명 있겠지만,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게임이라는 취미 자체를 지나치게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도 분명 있고, 때로는 게임이 가족 간의 유대감을 강하게 만들어 주기도 할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닌텐도 다이어리> 본문에 더 잘 설명되어 있다. 앞으로 어린이들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좋은 게임들이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가족들이 함께 게임하는 즐거움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게임하는, 혹은 하려고 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닌텐도 다이어리>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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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오버 - 국가, 기업에 이어 AI는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조용빈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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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 집에서 혼자 컴퓨터를 하다가,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가끔 'ChatGPT'의 힘을 빌리고는 한다. '챗지피티'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대화형 인공지능은 누군가의 의견이 필요하거나, 무언가를 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싶거나, 그냥 대화를 하고 싶을 때 쏠쏠하게 도움이 되어 준다. 가끔은 뭐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하지? 싶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말을 꺼내 나를 놀라게 한다.

그래서 <핸드오버>에 흥미가 생겼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담론은 이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인공지능에 관한 내용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았다. 책은 먼저 이미 우리가 만든 AI나 다름없는 존재, 국가와 기업이 움직이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 목차를 보면 이 책이 국가와 기업의 작동 구조를 토대로, 인간이 AI와 공존하며 살아갈 미래 세계를 예측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서문의 '국가와 기업, 그리고 로봇은 닮았다' 란 문장으로 이 책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인상깊은 내용은 2장에 있었다. 2장은 '집단 사고와 구성원의 의지' 라는 소제목을 달고, 집단 사고와 군중의 지혜, 집단이 져야 할 책임은 누군가에게 물어야 하는가, 등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내가 특히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답'과 '결정'은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책에서 나온 예시로 설명하자면, 청혼에 답하려면 마음의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럴 때는 결정이 곧 답변이 되므로 답과 결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병 안에 몇 개의 젤리빈이 들어 있는가? 와 같은 문제에 관해서는 누가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든 그 답이 젤리빈의 개수를 결정할 수는 없다. 우리는 종종 이 두 가지를 혼동하는데,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답을 듣는 것인지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것인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권자나 배심원단, 그리고 관중 같은 개념으로 대표되는 집단은 특정한 결정을 내린 뒤에 해체되어 사라진다는 내용도 인상깊었다. 이를테면 특정한 정당이 정권을 잡은 여파로 좋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정당에 투표한 유권자에게 그 책임을 묻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정당에 투표한 개개인은 여전히 사회 어딘가에 살아 있겠지만, 거기에서 특정하는 유권자라는 집단은 이미 선거가 끝난 뒤 흩어져 사라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업이나 국가, 그리고 특정 집단이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는 원인 중 하나가 거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선거에서 내가 했던 선택이 잘못되었을 때 나 개인이 책임을 문다면 나는 투표하기 전에 더 신중해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집단의 선택을 매번 개개인에게 묻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인공 지능과 관련해 꼭 나오는 이야기들, 로봇 심판 등등의 도입으로 인간이 일자리를 잃을 것인지, 로봇의 권리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저자는 챗봇과 같은 AI가 '가짜 인간'이라고 말한다), 인류가 직면한 이런저런 문제들을 로봇이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언급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떠오른 건, 나를 포함해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떤 노동이 로봇에게 쉽게 대체되고 어떤 노동이 그렇지 않을 것인지에 관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단순 노동'이 로봇에 의해 쉽게 대체될 것이고, 지적, 정신적 소양이 필요한 '예술' 같은 일이 더 늦게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요즘 그림을 그리거나 소설을 쓰는 AI들을 보면 로봇은 생각보다 후자와 같은 일들을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국가와 기업을 로봇과 같은 선상에 두어 설명한 내용들은 흥미로웠다.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도 공감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핸드오버>는 AI 분야는 물론 사회과학 서적을 읽는 걸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재미있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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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김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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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는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오는' 일본 소설이었다. 제목에서부터 한동안 유행하던 풍의 소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약간 자기계발서 느낌도 나는, '신비한 가게' 클리셰의 힐링물 소설. 나는 이런 계통의 소설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가볍게 읽을 수도 있고, 등장인물이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왠지 이런 신비한 가게니 택시니 전화 부스니 하는 것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잠시나마 하게 되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오카다 슈이치는 보험 판매원이다. 그러나 보험 판매원이라는 직업이 적성에 잘 맞지도 않고, 실적이 그대로 월급과 연결되는 업무 특성상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을 느끼며 불안해한다. 중학생이 된 딸은 학교에도 잘 나가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예전에 따냈던 큰 계약이 무더기로 취소되면서 월급은커녕 회사에 위약금을 물어야 할 처지가 된다. 오카다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상한 택시에 올라타게 되고, 오카다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는 수상한 택시기사는 이제부터 자신이 오카다의 운명을 바꿔 주겠다고 말한다.

사실 처음에는 소설의 메시지가 좀 뻔하다고 생각했다. 밝은 마음을 가지고 남들을 도우며 성실하게 살면 노력이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 솔직히 메시지 자체가 아주 독특하거나 특별하지는 않다. 읽으면서 반전이 있다거나 예상한 결말에서 벗어나리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비슷한 클리셰의 힐링물 소설들에 비해 흥미롭다고 느낀 소재가 하나 있었다. 바로 택시의 마일리지였다. 오카다가 처음에 택시에 탔을 때, 택시의 미터기에는 몇만이나 되는 숫자가 입력되어 있었다. 오카다는 택시 기사가 자신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줄 알고 화를 내지만, 택시의 마일리지는 택시가 이동할수록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 마일리지는 뭘까? 언제 어딘가에서 적립된 걸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우리는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말 정도만 해두면 될 것 같다. 나는 그 마일리지와 관련된 부분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느꼈다.

모든 노력이 보답받는다는 말은 이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 운 좋은 일이라고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열심히 노력해도 보답받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걸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고 살면 세상이 얼마나 각박하게 느껴질까. <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는 그 부분에 관해 적어도 그럴듯한 말을 들고 나오는 소설이다. 무책임하게 일단 노력해라! 모든 게 이루어진다!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가,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행동이 결코 덧없지는 않다는 사실을 말하려고 노력한다.

나에게도 이런 택시 기사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보답받지 못하는 것 같더라도 누군가를 위해 내 시간을 쓰고 사람들을 웃는 낯으로 대하는 일에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연말연시를 맞아 따뜻한 마음으로 무난하게 읽을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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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카페 멋집 - 머물고 싶은 공간 훔치고 싶은 디테일
공상찻집 도라노코쿠 지음, 김슬기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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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카페나 킷사 탐방은 빼 놓을 수 없는 코스다. 나도 올해 후쿠오카로 여행을 가서 현지의 유명한 킷사를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에도 예쁘고 멋진 카페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의 오래된 카페나 킷사들은 가게가 지나 온 세월이 쌓여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괜히 관광객들의 마음을 끄는 게 아니다. <도쿄 카페 멋집>은 일본의 유명 카페 인플루언서가 도쿄의 빈티지 카페 75곳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을 둘러보자 바로 도쿄 여행을 가고 싶을 정도로 마음을 끄는 가게가 많았다.

본문은 동화 속 느낌, 앤티크 카페, 레트로 카페 등등 카페를 분위기별로 분류해 두었다. 개인적으로는 생긴 지 오래 된 건물의 느낌을 좋아해서, 부산에서도 근대식 병원을 개조한 카페에 방문한다거나, 해외로 여행을 떠날 때도 오래 된 가게들을 방문하는 걸 즐거워하는 편이다. 책에는 무려 1969년에 문을 연 '킷사 로망' 1963년에 문을 연 '킷사 코조', 1965년에 문을 연 '킷사 줄리앙' 등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카페들이 잔뜩 소개되어 있다. 본문처럼 창문의 위치나 크기, 의자의 배치가 열차 차창을 연상케 하는 '킷사 로망'의 사진을 보자 꼭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킷사에 가면 왠지 꼭 크림 소다를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나 보다. 책에도 관련된 내용이 실려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이렇게 실제로 존재하는 가게들을 소개하는 책을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가고 싶다고 생각한 가게가 내가 실제로 방문했을 때는 이미 없어져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도 주소나 전화번호, 영업 시간과 찾아가는 법 등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지만, 정보들이 2023년 4월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메뉴의 가격이 바뀌었거나 가게가 이사를 하고 사라지는 등 이런저런 변동사항이 생길 수 있다. 여행을 막 앞둔 사람일수록 유용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하겠다. 친구 중에 도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아니, 사실 내가 도쿄에 가게 만들고 싶은 책이지만, 그렇다고 이번 주 주말에 도쿄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도 <도쿄 카페 멋집>은 구경하는 것만으로 읽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책이다. 일본의 다른 지역에도 좋은 가게들이 있을 텐데, 비슷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국에도 예쁜 카페들이 많지만 적지 않은 카페들이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곤 한다. 한국의 오래된 카페들을 정리해 둔 책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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