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김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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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는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오는' 일본 소설이었다. 제목에서부터 한동안 유행하던 풍의 소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약간 자기계발서 느낌도 나는, '신비한 가게' 클리셰의 힐링물 소설. 나는 이런 계통의 소설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가볍게 읽을 수도 있고, 등장인물이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왠지 이런 신비한 가게니 택시니 전화 부스니 하는 것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잠시나마 하게 되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오카다 슈이치는 보험 판매원이다. 그러나 보험 판매원이라는 직업이 적성에 잘 맞지도 않고, 실적이 그대로 월급과 연결되는 업무 특성상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을 느끼며 불안해한다. 중학생이 된 딸은 학교에도 잘 나가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예전에 따냈던 큰 계약이 무더기로 취소되면서 월급은커녕 회사에 위약금을 물어야 할 처지가 된다. 오카다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상한 택시에 올라타게 되고, 오카다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는 수상한 택시기사는 이제부터 자신이 오카다의 운명을 바꿔 주겠다고 말한다.

사실 처음에는 소설의 메시지가 좀 뻔하다고 생각했다. 밝은 마음을 가지고 남들을 도우며 성실하게 살면 노력이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 솔직히 메시지 자체가 아주 독특하거나 특별하지는 않다. 읽으면서 반전이 있다거나 예상한 결말에서 벗어나리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비슷한 클리셰의 힐링물 소설들에 비해 흥미롭다고 느낀 소재가 하나 있었다. 바로 택시의 마일리지였다. 오카다가 처음에 택시에 탔을 때, 택시의 미터기에는 몇만이나 되는 숫자가 입력되어 있었다. 오카다는 택시 기사가 자신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줄 알고 화를 내지만, 택시의 마일리지는 택시가 이동할수록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 마일리지는 뭘까? 언제 어딘가에서 적립된 걸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우리는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말 정도만 해두면 될 것 같다. 나는 그 마일리지와 관련된 부분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느꼈다.

모든 노력이 보답받는다는 말은 이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 운 좋은 일이라고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열심히 노력해도 보답받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걸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고 살면 세상이 얼마나 각박하게 느껴질까. <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는 그 부분에 관해 적어도 그럴듯한 말을 들고 나오는 소설이다. 무책임하게 일단 노력해라! 모든 게 이루어진다!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가,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행동이 결코 덧없지는 않다는 사실을 말하려고 노력한다.

나에게도 이런 택시 기사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보답받지 못하는 것 같더라도 누군가를 위해 내 시간을 쓰고 사람들을 웃는 낯으로 대하는 일에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연말연시를 맞아 따뜻한 마음으로 무난하게 읽을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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