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논어 읽기 - 현대 심리학의 눈으로 본 논어
김명근 지음 / 개마고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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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깨우치려면 재물과 멀어질수록 좋다는 건 거의 상식적인 얘기다.

과거의 어떤 성인도 재물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없다시피한데,

나이가 들어 생활인으로 살아갈수록 돈이란 건 어느 정도는 있어야지 않나 싶다.

시주를 받으며 도를 닦는 것보다는

밭을 일군다든지 하면서 자기 먹을 것은 직접 만들어 가면서 도를 닦는 게 더 멋져 보인다. 

절에서 만든 무말랭이를 사려다 가격에 흠짓 놀라긴 했지만

시주 받기 어려운 각박한 세상에서 직접 뭔가를 하는 게 존경스러워 

값을 치르고 무말랭이를 산 적도 있다 (사실은 물리고 싶었는데 스님이 계셔서...).


그런데 정말 옛 성인들은 돈의 중요성을 경시했을까.

<이기적 논어읽기>는 그게 아니라고 얘기한다.

예를 들어 논어 ‘선진 18장’의 한 구절.

“회 (안연)는 거의 (도에) 가까웠지만 자주 쌀독이 비었다. 

사(자공)는 명을 받지 않았지만 재산을 늘렸고, 생각한 것이 잘 들어맞았다.“

여기서 ‘명을 받지 않았지만’는 “공자님 말씀을 따르지 않았다”로 해석하는 게 주된 이론이다.

즉 ‘안연은 쌀독이 비었어도 도를 지켰고 자공은 공자의 말을 따르지 않고 재산을 늘렸다’는 뜻.

하지만 저자는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제자가 배를 곯는 것을 대견하다고 보는 건 스승의 도리가 아니며, 안타까워해야 한단다.

그의 해석은 어떨까.

“가장 도에 가까운 것은 안연이었으나 배를 곯는 것은 아쉬웠다.”

자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돈을 모으는 걸 나무랐다면 그 뒤에 나오는 생각한 것이 잘 맞았다는 칭찬을 해석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명을 받지 않았다는 벼슬을 하지 않았다, 로 보는 게 맞다는 것 (이상 90-91쪽)

실제로 안연은 가난을 감수하며 도만 닦은 반면

자공은 장사를 해서 모은 돈으로 공자 교단을 먹여 살렸고

그가 벼슬길에 오른 건 먼 훗날의 일이다 (같은 쪽).

즉 자공은 도를 쫓으면서도 현실과 타협할 줄 알았다는데,

공자의 저 말씀은 “도를 닦는 것에 대해서도 이를 절대적인 하나의 잣대로 들이밀지 않”았다는 증거다 (92쪽). 


우리는 현실과 맞지 않는 공허한 소리를 공자님 말씀이라고 비아냥댔다.

하지만 <이기적 논어읽기>를 보니 공자에 대해 그런 편견이 만들어진 건

후세 사람들의 해석이 잘못된 것일 뿐,

공자님은 살아생전 공자님 말씀만 한 적이 없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공자에 대해 잘못 알려진 오해들을 풀어줌으로써

공자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갖게 만든다.

기존의 편견을 뒤집는 깨달음을 주는 책을 좋은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다. 

그간 논어에 대해 편견을 가진 분들도 이런 논어라면 좋아할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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