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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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은 글재주나 지식이란 잣대로 보면 열 권 이상의 저서는 있어야 할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낸 책은 젊은이들을 보듬어주는 게 주 테마인 <건투를 빈다>가 유일했는데,

그건 그가 책 한권 분량의 글을 쓰기엔 너무 게으르기 때문이다,라고 추정된다.


<닥치고 정치>는 그가 말을 하고 최고의 인터뷰어 지승호가 그 말을 정리한 책으로,

책을 쓰기엔 게으를 것으로 추정되는 김어준이 택할법한 형식이었다.

게다가 전작이 너무 착하기만 해 기대에 못미쳤다면,

이 책은 평소 그에게 기대하던 것들이 죄다 담겨 있다.

스릴러도 아닌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만큼 재미있고,

심각한 정치 이야기를 하는데도 수시로 폭소를 터뜨릴만큼 웃기다.

물론 이건 김어준만의 능력이 아니라, 각하의 공이 절대적이다.

그분이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일련의 사건들만 나열해도 그 자체로 한편의 드라마가 되니까.


내가 생각하기에 김어준 최고의 장점은 관계없어 보이는 사건들의 배후를 꿰뚫어보고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통찰력이다.

나름대로 BBK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도곡동 땅과 BBK가 어떻게 연결된 건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김어준은 특유의 통찰력으로 BBK 사건의 내막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데,

그걸 알고 나니 머릿속이 다 시원해진다.

거기에 수시로 나오는 “추정”이란 단어와 “가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니까”가 어우러지니

재미가 백배쯤 더해지는 거다.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 하나.

“다음 법무부 장관이 누가 되는지 지켜봐. 틀림없이 이명박 최측근 중의 측근이 된다.  

아무리 야당이나 국민이 반대하더라도.”(98쪽)
 

그가 이 말을 한 시점은 올해 5월인데,  

과연 각하는 올해 8월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씨를 법무부장관으로 밀어넣는다.

청와대 수석을 하던 사람이 공정하게 법집행을 할 수 있겠냐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준표가 한나라당 대표가 될 거라는 그의 예측도 지금사 되짚어보면 놀랍다. 


문제 하나. 우리 각하가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소위 베를린 선언을 굳이 독일에 가서 한 이유가 뭘까?

총수가 내놓은 답, “이유는 하나야. 베를린 선언이라고 하려고. 그 외에는 굳이 베를린에 가서 말해야 할 단 하나의 이유도 없거든.”(199쪽)

이렇게 유쾌하게 사건의 진상을 가르쳐 주는 책은 여태까지 없었다.

다 읽고 나면 여기서 얻은 지식들을 다른 이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지고,

열댓 권쯤 사서 지인들에게 돌리고 싶어지는 책,

<닥치고 정치>와 더불어 올 가을을 재미있게 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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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7 0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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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7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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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2 12: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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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3 1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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