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빈 공간 - 영혼의 허기와 삶의 열정을 채우는 조선희의 사진 그리고 글
조선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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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글, 그림은 모두 '긁다'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어떤 생각이나 풍경을 마음 속에 긁는 것이 그림이고, 글자로 새기는 것이 글이라는 것이다.
내 마음에 굵게 긁힌 그날의 기억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들고 사진을 찍게 했나 보다." (p138)

 

 

 

한 영역에 정통하신 분들은 기본적으로 말도 글도 다 잘 하고 잘 쓰시는 걸까요? 사진에 집중해서 읽게 될 거라 생각했던 사진작가 조선희님의 에세이 <내 마음의 빈 공간>을 사진보다 글에 더 감탄하고 집중하며 읽는 시간이었어요. 영원히 이십대이고픈 그가, 때때로 그 괴리 안에서 고통받는 그가, 삶의 전장에서 전장 밖으로 나간 또다른 터전에서 읽고 대화하고 깨우치고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참 소탈하게 적어놓았습니다. 길지 않은 문장 사이사이로 그녀 마음의 빈 공간을 느껴요. 그 공간 사이로 스며든 감정들을 사진과 글과 함께 내 것인양 공감하며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이렇게나 대단해보이는 사람도 보잘 것 없는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는구나, 고민하고 신경쓰는구나, 조금 신기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마라케시의 책을 언급하며 '마음껏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상대를 통한 치유'를 알려줬을 땐 그의 친구 효원과 같은 이가 내게도 있는지 돌이켜 보았구요. 부정적으로만 느꼈던 "애쓴다"라는 말을 가슴 깊이 품은 날로부터 시작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노력들에 감동하고 결심도 했어요. 한두달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어시스턴트 친구들의 "자기 자리"를 얘기할 땐 저도 함께 낯이 뜨거워지더군요. "사람의 역량이나 크기만큼의 자기자리라는 공간, 그 공간을 가지는 데에는 약간의 흔들림과 뒤틀림이 필요하다.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며 자리를 찾듯, 그들의 뒤틀림과 방황을 보살펴 자리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옳았다." (p41) 선배된 이로 그들의 무책임함을 탓했으면 했지 이런 식의 고민은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헤어진 이들이 그에 걸맞은 좋은 자리를 찾았기를 문장을 더듬으며 바래봅니다.

조선희의 지나간 날들 남은 날들 그리고 오늘. 그가 성취한 일과 하지 못한 일 여전히 욕심내고 꿈꾸는 일들을 읽는 것은 그것이 내것이 아님에도 많이 설레고 기분 좋은 것이었습니다. 좋은 사진 좋은 글로 앞으로도 꾸준히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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