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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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 사용법이라니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라는 제목도 좋지만 소제목도 참 좋지 않습니까? 작가가 일상 곳곳에서 발견하고 모았다는 문장에 밑줄 치기 위해 저도 노란 색연필을 꺼냈습니다. 요즘 제 독서 필수품이죠^^

사실 이번 주는 사소한 실패들이 연속되는 주간이었어요. 영어 공부를 하려고 책을 샀는데요. 작심삼일은 커녕 작심 일일 하고 나니 왜 그렇게 공부가 싫던지요. 좋아하는 책이라 필사가 수월할 줄 알았는데 마음 먹고 구매한 노트가 무색하게 한바닥도 다 못채웠습니다. 여행책을 만나서 방구석을 벗어나보자 결심한 것까진 좋았지만 나돌아다니기가 영 귀찮은거에요. 하늘은 푸르고 밖에서 햇빛만 쐬고 있어도 좋은데  사람 많은데를 꼭 왔다갔다 해야 하나 싶은 것이;.. 라는 것도 핑계고 실은 늦잠을 잤습니다. 계획한 시간에 못일어나니까 더 움직이기가 싫었어요ㅠㅠ 결국 찜해놓은 목록표를 싹 걷어치우고 저희 지역 페이지를 넘겨 익숙한 저수지를 갔어요. 사부작사부작 걷다가 벤치에 앉아 하늘 한번 저수지 한번 보고 멍 때리기를 했습니다.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챙겨온 책 마저 읽고 버스 타고 오는 길 혼자 출발하길 천만다행이다 싶더군요. 타인과의 여행에서 귀찮아, 그냥 안갈래, 여기서 혼자 책이나 읽고 있을테니 너 혼자 다녀와 이랬다면 으윽. 그 다음 일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네요. 나는 대체 왜 이렇게 게으른걸까? 왜 이렇게 혼자있는 걸 좋아할까? 하기 싫은 건 또 왜 이렇게 많고 하고 싶은 건 왜 이다지도 적을까? 그 적은 것조차 왜 성취를 못할까? 투정 같은 고민에 몰입해 우울해지기 직전 작가님이 수집한 문장들을 만난 거에요. 꼭 모자란 나 보라고 쓰여진 것만 같은 이야기들을요.

"그냥 지금 네 모습 그대로 있는 건 어때?
외롭고, 아무것도 확신 못하고, 조금은 불안한 대로.
그렇더라도 조금은 행복하지?"
(톤 텔레헨, "고슴도치의 소원" 중, p69)



여러 책에서 만난 문장들로 처방전을 쓰고 싶으셨다는 작가님. 약 먹고 병이 똑 떨어지는 경우는 사실 잘 없죠. 독자인 저는 이 책이 처방전 없이도 먹을 수 있는 비타민 한 알 같았다고 말하렵니다. 몸에 들어가서 티나게 무슨 역할을 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먹었다는 기분에 만족이 되고 좀 건강해졌나? 싶은 그런 거 있잖아요. 딱 그런 기분으로 마음에 방점을 찍어줬거든요. 그리고 책을 읽기 전까진 속물적으로 돈이나 넘쳤으면 하는 상상에 빠져있었는데 책을 읽고 난 후엔 조금 더 단순하게 시간이면 족하다 싶더라구요. 여기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속에 등장한 모든 책들을 찾아보고 싶어서요. 작가님 바람처럼 마음 속 흉진 곳에 좋은 책을 잔뜩 발라 새살이 돋아나는 가을을 만들겠다고 결심합니다.
작가님도, 같은 책으로 함께 하는 우리 독자님들도 모두 안녕하고 건강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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