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까이 다가간 카메라가 창문에 부딪혀서 유리가 깨져버린 거야. 안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서 일제히 카메라를 보지. 그러자 카메라가 죄송하다는 듯이 슬슬 뒤로 물러가는 거야. 그 장면은 웃겼어."
그는 혼자 킥킥거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느낌이 전혀 오지 않는지 난처한 표정으로 미소만 지었다. - P36

말이 좀 길었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호소카와가 굵은 두 팔을 배 위에서 팔짱끼며 신음했다.
"음, 틀림없이 그렇군・・・・・・ 소설 중에도 소설 속 소설을 트릭으로 사용한 작품이 많고…………… 으음, 서술트릭이라……………" - P37

2

이번엔 어찌된 일인지 오야나기 감독은 세트에서 진행하는 촬영을 모두 시나리오 순서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마 이야기 속 범인을 모르는 우리가 이리저리 멋대로 추리할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 P38

#5는 이번 영화의 주무대인 사기누마의 저택 2층, 나이든 여자 집주인의 침실 장면이다.  - P39

레이스 달린 커튼이 드리워진 창문. 그 창으로 눈부신 빛이여자 집주인이 역할은 배우가 아니라 세컨드 조감독인 스도의 어머니가 맡았다)이 누워 있는 흰 침대에 쏟아져 들어온다. 오야나기 도시조 ‘시인‘의 표현에 따르면 "천사가 내려온 것 같은 느낌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광원인 라이트를 창밖에서 계속 지탱하고 있어야 하는 나는・・・・・・ 하느님? - P40

"사모님은...... 돌아가셨습니다."
희미한 탄식이 다른 사람들 입에서 흘러나왔다.
호소카와가 말을 이었다.
"자살………… 하신 모양입니다."
"거짓말...... 그럴 리가………… 어머니!"
미스즈는 무릎을 꿇고 침대에 누운 ‘여주인‘에게 매달려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 P41

"좋아."
감독이 신음하듯 낮게 말했다. 오케이가 난 것이다. - P42

첫날은 유난히 리허설과 카메라 테스트를 지겨울 정도로 반복하다가 정식 촬영은 단 한 번에 끝낸다. 왜 그렇게 하는지 설명해준 적은 없지만 단번에 오케이가 났을 때의 카타르시스를 생각하면 왠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 P43

3

이번 시나리오는 오야나기 감독이 직접 쓴 백 퍼센트 오리지널이고 완성될 즈음에 이미 캐스팅이 결정돼서 등장인물 이름은 담당 연기자의 예명을 한자 정도만 바꾸거나 비슷한 음을 지닌 글자로 바꾸어 붙였다. - P43

#5 다음에는 크레디트 타이틀이 흐르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장면이다. (중략).
#14는 진흙투성이가 된 하스미가 저택의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 #15는 그 모습을 저택 안쪽, 이 저택의 고용인 야이 쪽에서 바라보는 장면. - P44

#16은 하스미가 목욕하는 장면이다. 욕실 세트를 별도로 만들어 촬영했다. 대사 없이 혼자 하는 연기라 촬영은 쉽게 끝났다. 이어서 오늘 마지막으로 잡혀 있던 촬영에 들어갔다. #17, 응접실 소파에서 가운을 걸치고 떨고 있는 하스미와 그 모습을 호기심과 곤혹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지켜보는 호소카와, 미스즈, 다카히로, 야부우치, 모리, - P45

 시나리오 순서대로 촬영하는 것이 연기자들에게 더 낫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기력이 고만고만한 배우들이라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연기가 나오기 어려울 거라는 말까지했다. 분명히 그 말도 일리는 있다. - P45

세트장 온도가 너무 높아 뜨거운 우롱차를 담아도 김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담배연기를 잔에 뿜어 카메라 프레임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손으로 덮고 있었다. 덕분에 김이 또렷하게 오르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 P46

하지만 #17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7은 상황 설명과 캐릭터 소개 장면 격인데 가장 길기도 하고 대사도 많은 장면 축에속한다. 절대 오늘 중으로 끝날 리 없다. 우리는 감독이 어떻게할 생각인지 몰라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감독이 일어서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중략).
"오늘 저녁에는 단골 술집을 통째로 빌렸다. 다른 볼일이 없는 사람들은 거기서 실컷 마시고 이야기 나누도록." - P47

4

(전략).
나는 동갑이라 조명 조수인 미즈노 하루유키와 친하다. 미즈노는 영화판에서 일하는 우리가 보기에도 상식을 넘어선 영화 오타쿠로 통한다. <살인목격>³²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데니스 크리스토퍼³³ 같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후략).

32, 살인목격, Fade To Black, 1980.
33. 데니스 크리스토퍼, Dennis Christopher, 1955- - P48

"글쎄, <톱 해트>・・・・・・ 라고 해야 하나?"
미즈노가 씩 웃으며 말했다.
"흐음...... 그럼 그 영화의 감독은 누구지?"
아마도 이게 오늘의 퀴즈인 모양이다. - P49

"여기까지 올라왔어. 안다니까. 좀 기다려."
나는 내 목을 가리키며 미즈노를 제지했다.
"마크 샌드리치⁴⁰죠?"
불쑥 소리가 나면서 누군가 옆에 걸터앉았다. 미나코였다 .

40.마크 샌드리치, Mark Sandrich, 1900-1945. - P50

"그래요? ・・・・・・ 그럼 미나코 씨를 위해 어려운 문제 하나. 애스테어, 로저스의 첫 공연작은 뭐죠?"
"<플라잉 다운 투 리오>⁴¹잖아요?"
미나코는 미즈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답했다. 
(중략).
"맞아요. 조연인 애스테어와 로저스가 주역보다 더 돋보인 영화라서 그래요. 남자는 진 레이몬드⁴², 여자는 돌로레스 델 리오⁴³. 이제 아까 내가 손해 본 걸 미나코 씨한테 받아낼 수 있겠네요."


41. 플라잉 다운 투 리오, Flying Down To Rio, 1933.
42. 진 레이몬드, Gene Raymond, 1908-1998.
43. 돌로레스 델 리오, Dolores Del Rio, 1905-1983. - P51

하지만 미나코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요. 물론 예전에는 다들 영화를 좋아했겠죠. 지금도 많이 볼 테고, 또 언젠가 자기가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는 열정도 있겠죠. (중략). 가끔은 이 사람들이 영화를 증오하는 게 아닌가 싶을때도 있으니까요. 만드는 입장이 되면 모두 그렇게 변하는 걸까요?" - P52

"낮에 <고소공포증> 이야기를 했잖아?"
(중략).
"그거 라스트가 <북북서>지?"
미나코가 불쑥 물었다. (중략).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⁴⁴의 마지막 장면을 패러디한 것 아니냐는 뜻이다. 멜 브룩스와 매들린칸이 탑 위에서 서로 안고 춤을 추는 장면에서 갑자기 모텔방으로 연결되는 매치 컷을 말하는 모양이다.


44.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North By Northwest, 1959. - P54

"엄마와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셨으니까."
과거형으로 말하며 쓸쓸하게 웃는 표정이 마음에 걸렸지만 미나코는 말을 잇지 않았다. - P56

하지만 요즘 영화를 말하려니 왠지 분한 기분이 들었다. 더 오래된 영화로 거슬러 올라가볼까?
"그럼 <어느 날 밤에 생긴 일>⁵⁵과 <포켓에 가득 찬 행복〉⁵⁶은?"
"이번엔 프랭크 카프라⁵⁶ 특집이야? 보지 못한 작품도 많지만 그 두 편은 봤어."
나는 기억에 의존하는 것을 포기하고 가방에서 『시티로드」*를 꺼냈다.


*1972~1993년에 발행됐던 도쿄의 문화정보지. 다른 잡지보다 비평적인 기사를 많이 실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55.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It Happened One Night, 1934.
56. 포켓에 가득 찬 행복, Pocketful of Miracle, 1961.
57 프랭크 카프라, Frank Capra, 1897-1991. - P58

"그럼 <명탐정 필립>⁵⁸과 <죽은 자는 격자무늬의 옷을 입을수 없다> ⁵⁹?"


58. 명탐정 필립, The Big Sleep, 1946.
59. 죽은 자는 격자무늬의 옷을 입을수 없다, Dead Men Don‘t Wear Plaid, 1982. - P58

미나코와 다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계속 노렸지만 이날 밤에는 결국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에 취해버렸고, 정신이 든 곳은 스도의 아파트였다. - P61

2장

촬영 중지

1

첫날은 출정식 술자리까지 마련하며 여유를 보였지만, 원래 오야나기 감독은 빡빡한 스케줄로 단숨에 촬영을 마치는 타입이다. - P65

무명이지만 연기는 뛰어난 배우를 어디선가 잘도 찾아내는 감독의 수완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된 듯하다.  - P65

하루도 촬영을 쉬는 날 없이 삼 주가 흘렀다. 11월도 중순에 접어들어 거리 곳곳에서 겨울맞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중략).
개봉 예정일은 내년 1월 15일. 단관개봉이지만 일단 설 연휴에 극장에 걸린다. (중략), 여기서 화제를 불러 모으면 대개 전국에서 상영 요청이 들어온다. 예고편은 이미 내보내고 있고, 스태프들마저 결말을 모르는 영화라는 이유로 매스컴에서도 화제로 다뤄줬다. - P66

 로케도 잘 마쳤다. 이제 남은 부분은 감독이 아직 공표하지 않은 결말뿐이었다.
어제인 11월 14일은 처음으로 촬영을 쉬었다. - P66

"지금까지 찍은 걸로 몇 분쯤 나와?"
시사실이 어두워졌을 때 나는 미나코에게 물었다. 각 컷의 시간을 재는 일이 기록 담당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고, 미나코라면 감독 이상으로 정확한 시간을 알고 있을 터였다.
"구십육 분."
"그렇게 많이?" - P67

2

"아, 그건 그렇고, 이 저택의 주인은...... 어떤 분인가요?"
가운을 걸친 남자가 웃으며 묻자, 사람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봤다. 
(중략).
고용인으로 보이는 노인이 흠 하고 헛기침하며 손님의 질문에 응답했다.
"사기누마 준코라는 분의 별장입니다. 그런데 사모님은……………지금 누구하고도 만나실 수 없습니다.………… 오랜 병으로 계속 자리에 누워 계시기 때문에 ……………" - P69

방 안에서는 드디어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 사람들이 서로 자기소개를 했다.
"인사가 늦었소, 나는 사기누마 씨의 주치의인 호소노라고 합
"니다."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말하자 손님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그러십니까? 저는 다쓰미라고 합니다. 직업은 뭐랄까・・・・・・ 자유기고가라고나 해둘까요?" - P71

"안타깝지만 사모님은 역시 손님을 만날 수 없다고 하십니다."
(중략). 이윽고 화장이 짙은 여자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어머니...... 어머니는…………… 어떠세요?"
말투는 자연스러웠지만 자꾸 손님 눈치를 살피는 신경질적인 시선 때문에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중략).
"사모님은・・・・・・ 오늘 아침………… 여러분이 보셨을 때와 변함이 없는 상태입니다." - P72

3

(전략).
폭우로 인한 산사태 때문에 왕년의 유명한 여배우 사기누마 준코의 별장에 발을 들이게 된 자유기고가 다쓰미를 앞에 두고 사기누마 준코의 친딸과 조카와 주치의는 무슨 까닭인지 준코가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 P73

"지금까지는 좋군. 전혀 불만 없어. 그런데 앞으로 대체 어떻게 촬영하는 거지?"
하스미가 내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러시 상영이 끝나고 시사실 밖에서 서로 감상을 나누고 있었다. - P74

"정말 자네들도 대본이 없다고? 갖고 있지? 사실은 갖고 있는거지?"
촬영이 시작된 뒤로 수없이 들었던 똑같은 질문. 주위에 있던 호소카와를 비롯한 다른 연기자들도 모두 나를 바라보았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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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어두운 실내. 의자가 스무 개쯤 되는 시사실 한가운데 사내가 몸을 깊숙이 묻고 앉아 있다.
그가 왼손을 높이 들어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머리 위로 눈부시게 하얀 빛의 사각뿔이 홀연히 나타났다. - P9

빛이 사라지고, 스크린은 다시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이번 어둠은 조금 전의 어둠과는 달리 인공적인, 투영된 어둠이다. - P9

힘을 잔뜩 준 바리톤 음성이 다시 흐른다.
(출연자나 스태프 가운데 영화의 결말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없다!)
다시 저택 전경.
(오직 한 사람, 이 영화의 감독을 제외하고는……………) - P11

검은 바탕에 흰 고딕체.
‘탐정영화‘
큼직한 글자가 비친다. 아무런 장식도 없다. 음악도 없다.
이어서.
(설 연휴 전격 개봉)필름은 거기서 끝인 모양이었다. - P12

"그러니까 남은 건 ‘배우들을 모아 크랭크를 돌리는 일‘뿐이라는 말씀인가요?"
젊은 남자는 사내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버릇을 가로채 써먹었다. 이때 그가 내쉰 한숨을 사내는 놓치지 않았다.
"당연하지!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다는 건가?" - P13

이미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깨달은 젊은이는 얼른 덧붙였다.
"아, 아뇨. 이렇게 여쭤보려던 건데... 상영 시간은 얼마나됩니까? 대체, 며, 몇 분쯤으로 만들 예정이십니까?" - P13

하지만 젊은이는 이날 믿을 수 없을 만큼 운이 좋았다. 감독은 그 질문을 웃어넘길 정도로 기분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시간? 미안하지만 그건 아직 가르쳐줄 수 없어. -아, 한시간에서 세 시간 사이라고 해둘까?" - P14

감독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중얼거렸다.
"모두 다 속여줄 테다." - P15

1장

크랭크인


1

촬영 첫날이지만 감독은 늘 그러듯 지각이었다. 하지만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19

 촬영소는 한 편에 얼마로 따져서 빌리니 너그럽게 넘어갈수 있다고 해도 장비 대여료와 인건비는 그렇지 않다.
요코하마 근처 전철 노선 가까이에 있는 이 촬영소는 대형 영화사 소유인데, 열두 개나 되는 거대한 창고 모양의 스튜디오가운데 현재 촬영 중인 곳은 우리와 다른 한 곳뿐이다. - P19

"야, 서드. 커피 좀 돌려라."
조감독 치프인 히사모토의 지시에 나는 말없이 일어섰다. 모든 잔심부름은 세 명밖에 안 되는 조감독 가운데 가장 말단, 즉 내게 돌아온다. - P20

"왜 이렇게 작은 프로덕션에 들어왔어요?"
종이컵에 커피를 따르면서 미나코가 또 물었다.
분명히 이 FMW-Film Maker‘s Workshop-는 작은 영화사다. 오야나기 감독과 함께 일해온 몇몇 스태프가 설립한 독립프로덕션이다. 급여도 많지 않고 언제 망할지도 모른다. - P21

뭔가 말하려다 그만두는 눈치였다. - P22

세트와 바깥 벽 사이, 파이프의자가 몇 개 놓인 어두운 공간에서 연기자들이 대화에 빠져 있었다.
"요즘 세상에 추리영화라니, 감독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 말을 한 사람은 이번 영화에서 일단 중심이 될(‘될‘이라고하는 까닭은 감독 이외에 누구도 결말 부분의 대본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스미 고타로라는 배우였다.  - P22

내가 다가가자 다들 손을 들었고, 나는 한 잔씩 건넸다. 모두여섯 명이었다. 하스미 고타로와 기요하라 미스즈 안쪽에 베테랑 조연 호소카와 다쿠야와 신인배우 니시다 다카히로, 깐깐한 올드미스 분위기를 풍기는(사실은 결혼했지만) 모리 미키, 그리고 가장 나이를 많이 먹은-아니 연세가 많이 드신 야우치 젠조 선생이 앉아 있다. 이 여섯 명이 밀실에 가까운 <탐정영화>에 나오는 배우 전원이다. - P23

호소카와가 감탄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잉그리드 버그먼이아카데미상을 받은 사실에 감탄했는지, 아니면 그걸 내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는지 알 수 없었다.
"(전략). 누가 범인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 그래서 결말은...... 다 알잖아? 결말을 알든 모르든 그 영화는 즐겁게 볼 수있어. 하지만 본격미스터리는 원래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는 게 상식이지. 히치콕도 그렇게 말했어." - P25

"흐음, 그게 사실이라면 감독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여태 등장하지 않은 참신한 트릭이라도 떠올랐나?"
"설마 미스터리에 참신한 트럭이 이제 어디 있겠어? 순열과 조합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변형 트릭은 있을지 몰라도."
하스미는 아무래도 ‘트릭 고갈론 신봉자‘ 가운데 한 명인 듯하다. - P27

하스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애당초 본격미스터리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건데 그 가운데서도 더 클래식한 설정으로 영화를 찍겠다니, 대체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워." - P26

"맞아. 기본적으로 서술트릭은 소설이 아니면 힘들지.
호소카와가 이렇게 대꾸하자 미스즈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P28

"예를 들면... <매드맥스2>⁵요."
내 딴에는 자신 있게 대답했는데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호소카와는 어깨를 으쓱하며 내게 물었다.
(중략).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 영화는 액자 구조로 되어 있어요. 기억나세요? 어떤 인물이 주인공 맥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조였잖아요. 하지만 영화 앞부분에서는 그 인물이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스토리가 진행돼요. 그러다가 관객은 그 설정을 까먹죠. 적어도 전 그랬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누가 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밝혀지죠."


5. 매드맥스 2, The Road Warrior, 1981. - P29

"(전략). <호수의 여인>⁷ 같은 이상한 영화를 제외한다면 말이에요.* (후략)."


* 레이먼드 챈들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소설 원작이 주인공 필립 말로의 일인칭 주인공 시점인 데 착안해, 주인공의 시점 숏만으로 전개된다.

7. 호수의 연인, The Lady In The Lake, 1947. - P29

"또 한 편 있습니다. <로렌조의 밤>⁸이 그렇죠. 타비아니 형제⁹가 만든."
미스즈가 눈을 반짝거렸다.
"아, <굿모닝 바빌론>¹⁰ 만든 감독? 나 그 감독 좋아하는데!"
"네. 이 영화는 이탈리아 내전 시절을 겪은 소녀가 어른이 되어 침대에 누워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구조죠.

8. 로렌조의 밤, La Notte Di San Lorenzo, 1982.
9. 타비아니 형제, Vittiri Taviani, 1929. Paolo Taviani, 1931-.
10. 굿모닝 바빌론, A BEE, Good Morning, Babylon, 1987. - P30

"....・・・ <페도라>예요. 빌리 와일더 감독. 이건 서술트릭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처음에는 자살한 페도라라는 대스타의 성대한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하죠. 그리고 컷백*해서 여배우가 어떻게 자살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데…………… (중략) 와일더 감독의 영화라면 <당신에게오늘 밤을>¹⁶도 코미디지만 미스터리로도 볼 수 있어 재미있죠."


*cut back. 앞에 나온 장면 또는 인물을 다시 보여주거나,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는 장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기법.

16. 당신에게 오늘 밤을, Irma La Douce, 1963. - P32

"글쎄,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아, 그러고 보니 <존겔리아>²²도 있군요. 서술트릭도 무엇도 아닌, 그냥 공정하지 못한 결말이나는 이야기지만요."


22. 존겔리어, Dead & Buried, 1981. - P33

"그거 좀비 나오는 이야기? 어느 섬이 좀비로 가득 차게 된다는 영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 그건 루치오 풀치의 <산겔리아 2>²⁴* 일 거예요. 제목은 비슷하지만 <존겔리아>는 어느 시골 마을이 좀비로 가득 차게 된다는 이야깁니다. 주인공은 보안관이고."


*한국에서는 <좀비2>로 소개되었다.


24.산겔리아2, Sanguellia, 1979.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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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수학자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보다 멀리, 보다 넓게 바라보는
수학의 세계!


수학 교과서는 대개 ‘결과‘로서의 수학을 연역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학이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 P-1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요인 중의 하나는 ‘추상성‘이 강한 수학적 사고의 특성과 ‘구체성‘을 선호하는 학생의 사고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며, 이런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수학의 추상성을 희석시키고 수학 개념과 원리의 설명에 구체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P-1

<NEW 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는 학교 수학 교과 과정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으며, 전체시리즈를 통해 학교 수학의 많은 내용들을 다릅니다. (중략).
 학생들이 <NEW 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를 읽으면서 각 수학자의 어깨 위에서 보다 수월하게 수학의 세계를 내다보는 기회를 갖기를 바랍니다.

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수학 콘서트》 저자 박경미 - P-1

1 이 책은 달라요

《해리엇이 들려주는 이차부등식 이야기》는 부등호 기호>, <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수학자 해리엇과 부등식에 관해 공부하는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정의에서 시작하여 정리, 성질 그리고 응용문제로 이어지는 기존의 수학공부가 아닙니다.  - P10

4 수업 소개

1교시 부등식의 성질과 부등식 만들기

먼저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보다 작다, ~보다 빠르다. ~보다 더 무겁다‘ 등으로 부등호 개념을 살펴봅니다. - P12

5교시 연립이차부등식

우리가 여기서 다루는 연립이차부등식은 2개의 부등식에서 하나가 이차부등식이고 다른 하나가 일차 혹은 이차부등식인 경우를 말합니다. - P15

7교시 여러 가지 부등식

실생활과 관련한 산술기하평균 부등식, 삼각부등식 등 여러 부등식이소개됩니다. 여기에서는 그것을 이용하여 새로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수 있음을 보입니다. - P16

해리엇을 소개합니다
Thomas Harriot (1560~1621)

영국에서 태어난 수학자·천문학자예요.
《해석학의 실제》 등을 썼으며 영국 최초의 대수학자로 꼽히지요. 특히 방정식 연구뿐만 아니라 부등호를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답니다. - P20

여러분, 나는 해리엇입니다

나 해리엇을 소개합니다. (중략).
지금부터 450년 전쯤, 내가 수학자로 활동했던 16~17세기에는 수학에 관한 여러 상황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 P21

17세기 초에는 이미 문자를 사용하는 식이 많이 쓰이고 있었으므로 부등식의 표현이 필요하게 되었지요. 비슷한 시기에 더하기‘와 ‘빼기‘에 해당하는 부호 +, -는 영국의 수학자 레코드의 수학책에 처음 등장합니다. - P22

내가 자랑할 만한 또 하나는, 등식을 나타내기 위한 획기적인 방법을 제안한 겁니다.
(중략)
즉, 변수가 2개인 일차방정식은 모두 ax+by+c=0인 형태를 갖습니다. 이렇게 어떠한 사실을 일반적으로 간단하게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은 아주 중요합니다. - P23

주어진 항을 한쪽으로 이항하여 (다항식)=0의 형태로 바꾸는 것입니다. (중략).
후에 데카르트는 이를 높이 평가하여, ‘해리엇 원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 P24

나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월터 롤리 경의 수학가정 교사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 버지니아주에 탐사대의 한 사람으로 파견되었지요. - P25

미리 알면 좋아요

1. 식 세우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 상황을 먼저 이해하고 조건에 맞는 식을 세워야 합니다. 적당한 그림을 그리고 문자나 기호를 이용하여 조건에 맞는 식을 세웁니다. - P30

(전략).
이처럼 부등호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훨씬 많으니까요. - P34

최대 몇 개의 사과를 살 수 있을까?

엄마는 지선이에게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지선아, 동네 마트에 가서 10000원으로 사올 수 있는 만큼 많이 사과를 사 오너라. 남는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어도 좋단다."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 동생을 데리고 동네 마트에 간 지선이는 사과가 1개에 800원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P34

하지만 이렇게 일일이 수를 대입하지 않고 식을 세워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요?  - P35

이처럼 부등호를 사용한 부등식을 세워서 문제를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여러분은 이차부등식을 공부할것이지만, 이차부등식의 성질은 일차부등식과 거의 같습니다. - P38

(1) 양변에 같은 수를 더해도 부등호 방향은 변하지 않습니다.
즉, ax>b이면 ax+c>b+c가 성립합니다.

(2) 양변에서 같은 수를 빼도 부등호 방향은 변하지 않습니다.
즉, ax>b이면 ax-c>b-c가 성립합니다.

(3) 양변에 같은 양수를 곱해도 부등호 방향은 변하지 않습니다.
즉, a>b이면 ax×d>b×d가 성립합니다.

(4) 양변을 0이 아닌 같은 양수 d로 나누어도 부등호 방향은 변하지 않습니다.

즉, ax>b이면 ax/d>b/d가 성립합니다. - P38

주말농장

빈이네 가족은 주말농장에 도착했습니다.
온 식구가 밭을 만들고 모종을 심기로 했어요. 물 주기가 쉬운냇가 쪽으로 장소를 정하고 길이가 12m 되는 철망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야트막한 울타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런데 밭의 크기는 16m를 넘을 수 없다고 합니다. 울타리를 어떻게 설치하면 될까요? - P39

그런데 이 값이 16m²를 넘을 수 없다.‘라는 조건을 기억하나요? 이것을 식으로 써 보면 x(12-2x) <16가 되겠지요. - P40

어때요? 좌변이 에 관한 이차식, 즉 이차부등식입니다. - P41

축구공이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은?

또 다른 예를 찾아볼까요? 여러분, 다들 축구 좋아하나요? 경기중에 한 선수가 축구공을 발로 차면 관중의 눈은 그 공을 따라 움직입니다. 발로 찬 축구공의 1초 후의 높이가 이차식 (18t-4.5t²)을 만족한다고 할 때, 이 공은 몇 초 동안 공중에 떠 있을까요? - P42

아르키메데스의 부등호

기원전 3세기에 살았던 아르키메데스는 고대 그리스의 가장위대한 과학자이자 수학자입니다. (중략). 당시에는 오늘날과같은 부등호의 기호는 없었지만, 아르키메데스는 발상 전환을 통하여 수학적 사실을 독창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 P43

걱정하지 마세요. 아르키메데스의 위대한 증명은 여러분의 걱정과는 달리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간단한 원리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 P44

아르키메데스는 먼저 S>T라고 가정할 때 이것의 모순이 됨을 보였습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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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그런 18년 치의 기록이 이불장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양지가 여든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후 그것들은 유일한 혈육인 홍미의 몫이되었다. - P7

홍미의 부모는 일찌감치 이혼을 했고 홍미는 이쪽저쪽을 오가며 지내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기숙사가 있는공장에 취직을 해 혼자 살았다. - P8

아버지의 장례식에 갔었다면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양지와 만날 수도 있었을까.  - P8

양지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받을 때곁에 경식이 없었다면 그 일들은 이미 모두 스쳐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할머니가 있었어?" - P9

"일주일 만에 발견이 되었다고?"
전화기 너머 상대의 목소리가 컸던것인지 경식은 세세한 내용까지 들어 알고있었다. - P10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셨다지 않았나? 홍미 씨도 참 힘들었겠어."
(중략).
가끔 야근수당도 없이 사무실을 지켜야 할때가 있긴 했지만 주 5일이라는 고정적인 근무시간이 좋았다. - P11

"아무튼 오늘은 일찍 들어가."
홍미는 오랫동안 혼자 죽어 있었다는 양지를 떠올렸다. 경식의 입에서 ‘집안‘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듣지 않았다면 홍미는 양지를 마냥 멀게만 느꼈을 것이다. - P12

경식이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도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홍미의 팔뚝을 툭툭 치면서 "퇴근하라니까" 하고 말한 다음에야 홍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 P12

양지의 장례는 무빈소 장례로 진행했다. - P13

처음엔 그 안에 써 있는 것들을 볼 엄두가나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각오를 했기에 수년 동안 매일 일기를 썼는지가 궁금해져 펼쳐보았다. - P13

 양지와 자신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 P14

평일에는 일을 다녀와 피곤해서 그랬고 주말에는 평일의피로가 다 안 풀렸다. - P15

홍미는 더 읽지 못하고 일기장을 덮었다. 그 외로움이 옮을 것 같았다.  - P16

홍미는 5층짜리단독 빌라의 반지하에서 살았는데 옥상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이 열려 있었다. 누군가는 작은 화분을 가져다놓고 상추 같은것을 키우기도 했다. - P17

차라리 태워버릴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은옥상에 앉아 담배꽁초를 짓이기면서였다. 태우면 아무 글자도 남지 않을 테니까 그 일기를 없앨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 P18

그리고 막 종이 한 장에 불을붙였다.
"뭐? 그거 불법인 건 알지?"
"왜 불법인데?"
"왜겠어."
"왜?" - P19

 민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대를 다녀왔고 지금은 택배일을 하고 있었다.
"야,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나와. 삼겹살이나 먹으러 가자."
"됐어, 귀찮아."
"야, 삼겹살 먹는 것도 귀찮으면 뭐 하러사냐." - P20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민석의 말대로개인이 무언가를 태우는 것은 불법이라는 글이 있었다. ‘불법‘이라는 단어 하나에 홍미는 금세 마음을 접고 일기를 그대로 들고서집으로 내려왔다. - P21

홍미는 월요일 오전 9시가 되자마자 그일기들을 보내준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홍미가 이름을 말하자 누군지를 금방 기억해냈다.
"무슨 일이세요?"
"혹시 이 일기를 누가 봤나요?"
"네?" - P22

"아, 누가 볼까 봐..…………."
"보면 안 되는 내용이라도 있나요?"
"아, 이게 아무래도 일기라서………… 개인적인거고…………. 아무래도 누가 보는 건 남사스러운일이니까요." - P23

어떤 날의 일기는 아주 짧았다.

달의 빛은 달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 P24

"어, 홍미 씨. 일찍 출근했네."
경식은 주말에 일본을 다녀왔다며 홍미에게 선물을 건넸다. 시장조사라는 명목으로, 아이디어 상품을 수입하거나 혹은 카피할 작정으로, 무엇보다도 그저 관광 삼아 일본엘 다녀오곤 했다. - P25

경식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본에서 가져왔다는 판촉물 홍보 책자를 홍미에게 건넸다. - P25

홍미는 책자를 한 장씩 넘기면서 다음 달에는 일본어 학원에 등록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런 게 어려울 때도 있었다. - P26

언제 나왔는지 경식이 홍미 뒤에 서서 홍미의 어깨를 짚으며 물었다.
"아, 그거 달? 그거 실물로 보니까 더 예쁘더라. 담에 하나 사다줄게." - P27

그런 게 전부 호의라고 생각한 때도있었다. 선의라고. - P27

어떤 날의 일기는 제법 길다. - P28

모나카를 얻어먹은 날 저녁에 펼친 일기에서 모나카라는 단어를 발견한것은 아무래도 우연이었다. 하지만 우연을단순한 우연으로만 치부하기에는 홍미는 자주 쓸쓸했다. - P31

양지가 살던 곳에 한번 가보기로 작정한것은 경식이 준 모나카 한 봉지를 다 먹은 목요일 오후였다. 주소는 알고 있었다. - P32

"왜 이렇게 오버해?"
민석은 홍미가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투로 말했다.
산비탈에 있는 작은 주택을 찾아 올라가느라 지쳐서 홍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P33

"고등학교 졸업할 즈음에, 너 그 유부남 따라서 서울 간다고 난리쳤었지."
"유부남 아니었어."
"애가 있었잖아."
"이혼했다니까." - P34

홍미는 그때의 일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 남자는 홍미가 알바를 하던 피시방에 자주 오던 손님이었다. - P34

서울에 같이 가자는 말에 왜 냉큼 그러겠다고했는지는 까먹어버렸다. 별일도 아니었다. - P35

"여기 내 땅이다?"
"진짜?"
"어. 여기 집 짓고 살까."
"그래도 되겠는데?"
"너도 같이 살래?" - P36

남자에게는 아기가 있었지만 서울에집도 있었다. 아기는 남자의 부모가 돌보고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했다. 홍미는 남자가 정확히 몇 살인지는 몰랐다.  - P37

 서울에 가려는 홍미를 말리는사람은 민석밖에 없었다.
"정말 여기서 살 계획이야?"
"아니, 내 땅도 아니야." - P37

홍미는 민석이 말끝마다 붙이는 옛날부터그랬다는 말에 약간 짜증이 났다. 자신에 대해서 뭘 얼마나 잘 알아서 그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지 따지고 싶었다. - P38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미가 임신을 했다고 말하자 사라져버렸다. 그건 싱거운 농담일 뿐이었는데. 물론 모든 건 홍미 책임이었다. - P39

바닷가의 비탈에 위치한 집이라 바다가 내려다보였다. 경치는 나쁘지 않았지만 양지는 일기에서 이런 풍경들을언급한 적은 없었다. - P39

"이거 무슨 나무지?"
민석이 마당 한편에 자리한 나무 하나를발끝으로 툭툭 차며 물었다. 나뭇잎은 진작 다떨어지고 메마른 가지만 남았다. - P40

"엄청 맛있었을 것 같아."
지금과는 다른 어떤 경우의수를 따라가면 홍미는 그 감을 맛볼 수도 있었다.  - P41

"근데 왜 하나밖에 없지. 누가 다 따 갔나."
"가자."
"방 안은 안 보고?"
"뭐 있겠어?"
뭘 보러 왔는지는 홍미도 몰랐다. 그래도 한번 찾아와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들었었다. - P42

산비탈을 터덜터덜 내려갈 때 "저기요!" 하고누가 두 사람을 불러 세웠다. 홍미는 뒤를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 P43

홍미와 민석은 여자를 따라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양지 할머니 손자들 아니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하니 잠깐 들어와 차나 마시고 가라고 했다.  - P44

"뭐 어때. 할머니 친구였나 보지."
어쩌면 공씨를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홍미는 생각했다. - P-1

"대추차밖에 없는데 좋아할지 모르겠네."
"다 잘 먹습니다."
민석이 찻상을 받으며 씩씩하게 말했다.
세 사람은 찻상에 마주 앉아 잠깐 아무말 없이 차를 마셨다. - P45

"공씨, 그게 누구죠?"
여자는 양지와는 전혀 친하지 않았다고했다. 여자는 이곳에서 오래 산 사람이 아니었다. 시내의 아파트에서 살다가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 살고 싶어 이 집을 얻었다고 했다. - P46

 여자가 사는집은 양지의 집과는 달리 내부를 깨끗하게 단장해서 지내기에는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 P47

"자원봉사자는 남자였나요?"
"여자였어요. 40대 중반쯤 됐을라나.
처음엔 딸인가 했는데 동네 사람들 말로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죽었다고 하더라고. 하나 있던 손녀도 그 뒤로는 본 적이 없다고." - P48

"아, 몰랐어요? 현관문에 목을 맨 걸 복지사가 보름 만에 발견했어요."
"목을 맸다고요?"
"그것도 몰랐어요?"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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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RCHISM

WHAT IT IS AND WHAT IT ISN‘T


There are many popular misconceptions about anarchism, and because of them a great many people dismiss anarchists and anarchism out of hand. - P1

Worse, some who call themselves "anarchists"
don‘t even know the meaning of the term. - P1

What Anarchism Isn‘t

Anarchism is not terrorism.
 An overwhelming majority of anarchists have always rejected terrorism, because they‘ve been intelligent enough to realizethat means determine ends, that terrorism is inherently vanguardist, and that even when "successful" it almost always leads to bad results. - P1

Decades of government and corporate slandercannot alter this reality: the overwhelming majority of anarchists reject terrorism for both practicaland ethical reasons. (중략).
This is not to say that armed resistance is neverappropriate. - P2

Violence in such situations does little but drive the public into the "protective" arms of the government;narrow political dialogue (tending to polarize thepopulace into pro- and antiguerrilla factions); turnpolitics into a spectator sport for the vast majorityof people; provide the government with an excuseto suppress civil liberties; and induce the onset ofrepressive regimes "better" able to handle the "terrorist" problem than their more tolerant predecessors. - P2

Anarchism is not primitivism.

 In recent decades, groups of quasi-religious mystics have begun equating the primitivism they advocate (rejection of sci-ence, rationality, and technology-often lumped to-gether under the blanket term, "technology") withanarchism.⁵ -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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