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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
박성주 지음 / 담다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여행도 좋아하고 여행 에세이도 좋아합니다. 직접 여행 다니며 보고 느끼는 것도 당연히 좋지만 책을 통해 여행 떠나는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너무 좋아해요. 누군가의 여행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저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가봤던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반갑고 그렇더라고요. 여행을 떠나서 느끼는 감정과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 등을 책 읽으며 저도 함께 느끼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틈틈이 시간을 내어 짧은 여행을 다니는 작가님. 여행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행도 우리네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고, 인생도 여행도 뜻대로 되지 않아 더 신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작가님의 말이 공감됐습니다. 여행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 '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는 여행지에서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당장 떠날 수 없는 저에게도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여행 이야기를 읽으며 저의 지난 여행을 떠올리기도 했고 이런 여행을 떠나면 좋겠다, 이 여행지에 간다면 작가님처럼 많이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번 여행 산문집은 화려한 여행이 아닌 조용한 여행, 무턱대고 떠난 여행, 그리고 삶을 통한 여행을 이야기한다. 여행하면서 우리는 결국 자신과 마주하고, 인생을 다시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준비를 철저히 한 여행도 좋지만 갑자기 떠나게 된 여행에서 더 즐거움을 느낄 때도 많고 유독 더 기억에 남게 되기도 하잖아요. 낯선 여행지에서 보내는 소소한 일상 같은 여행.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숙소 근처를 산책하며 낯선 나라의 골목골목 구경하고, 동네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 마시면서 책을 읽는 여행도 너무 좋지 않나요? 그 나라에 사는 사람처럼, 그 지역에 사는 사람처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에서도 걷는 여행,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어요.

"실패하면 어때, 후회하면 되지"라는 말이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결과는 실패도 성공도 아니었다. 그저 든든히 아침을 먹었고 힘을 내 시장을 둘러봤다.
부모님이 가자고 하시니까 떠났던 가족 여행이 아닌, 내가 가고 싶은 장소를 알아보고 계획을 정해서 떠났던 첫 여행이 기억나요. 나의 첫 여행이니까 특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최고의 맛집에 가고, 길은 잃지 않고 바로 바로 정확하게 이동했으면 좋겠고, 날씨는 당연히 좋았으면 했어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비가 쏟아졌어요. 처음 가보는, 낯선 곳이었고 여행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여기저기 길을 헤맸어요. 열심히 검색해 보고 고르고 고른 식당 중 몇 군데는 맛있었지만 여기가 왜 맛집이라고 나오는 거야?라고 생각되는 곳도 있었어요. 그래서 여행 도중에는 너무 속상하고 실망스러웠어요. 나의 특별한 여행을 망친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와서, 자꾸 그 여행에서는 망쳤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시간이 많이 지나간 지금도 평온했던 여행보다 그때의 힘들었지만 길을 헤매다 들어간 골목에서 봤던 멋진 풍경, 우산을 써도 옷이 다 젖어서 그냥 비 맞으면서 돌아다녔던 기억이 자주 생각나고 그리워요. 그 여행은 실패한 여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됐고, 혹은 그 장소에 가기로 한 걸 후회하게 되더라도 뭐 어때요! 잠깐 후회하고 또 다른 여행을 떠나면 되죠 ㅎㅎ '실패하면 어때, 후회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고, 일상 속에서도 머뭇거리지 않고 많은 걸 해보고 싶어요.

고산병 때문에 힘들 때 최고의 방법은 하산이라고 해요. 나에게 고산병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고산병으로 힘들다면 바로 하산하는 선택을 하면 되는데, 하산한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하산한다는 생각보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당연히 어떤 방법을 찾아서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가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이 경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죠.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있다면, 나를 아프게 하는 일이 있다면 무작정 꾹 참고 버텨내는 것만이 답이 아니고 그 일에서 벗어나는 선택도 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또 책을 통해 배웠어요.
여행 중에는 날마다 멋진 풍광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르막이 있고, 깜깜한 터널이 있고, 악천후를 만나기도 한다. 그것이 장맛비처럼 끈질기게 이어지면 일순간 포기하고픈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또 가장 기억에 남는 소중한 시절이 된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맑은 날만 있는 건 아니고 흐린 날도 우울한 날도 있죠. 힘든 순간에는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말은 떠오르지 않고 한없이 힘들고 지치고 다 포기해버리고 싶어요. 그 힘들었던 시기가 지난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힘든 순간이 있으면 그래도 행복한 순간도 결국은 온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모두 기억에 남는 소중한 시절이 된 것은 아니지만 몇몇 힘들었던 순간은 뿌듯함을 느끼게 됐던 순간도 있고 가끔 떠올려보고 싶은 추억이 된 순간도 있어요. 여행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알게 된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는다면 허둥대지 말고 잠시 쉬었다 가자. 잠잠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털고 일어나 새 힘을 내 보자. 여행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고 가야 할 길은 예정보다 멀고 복잡하다.
여행 중 길을 잃는다면 허둥대지 말고 잠시 쉬었다 가자는 말. 살아가면서도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길을 잃은 느낌이 드는 순간들. 그럴 때도 잠시 쉬었다 가면 좋지 않을까요?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기도 하고 멍하니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앉아있기도 하고 조급한 마음은 잠시 내려두고 쉬어가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아요.

여행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 작가님의 일상이 담겨 있는 책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 함께 있어서 사진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