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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동물 열전 - 최애, 극혐, 짠내를 오가는 한국 야생의 생존 고수들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5년 6월
평점 :
개인적으로 이 책의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원색 계열의 쨍하고 알록달록한 색감을 좋아하는 터라, 표지를 보는 순간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게다가 평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종종 접하던 곽재식 교수님이 저자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북토크도 열렸다고 들었지만, 학기 중이라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도 책을 흥미롭게 읽은 김에 짧게 후기를 남겨본다.
책의 구성은 제목 그대로다. 우리나라의 각 도(道)를 대표하는 동물을 한 종씩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내 고향인 충북, 그리고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경북 편에 더욱 눈길이 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경북의 '여우'였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영주에 여우 생태관찰원이 있어서, 책에서 언급된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았다. 아이들과 두 번 정도 방문한 경험도 있어서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이거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인데?” 싶었는데, 알고 보니 생태관찰원에서 들었던 내용이었다. 책에서는 그 외에도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 특히 복원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어서 새롭게 배우는 점이 많았다. 게다가 영주의 지명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니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 괜히 반가워하지 않을까 싶었다. 유튜브 채널 BODA에서 곽재식 교수님이 여우 이야기를 다루는 장면도 떠올라, 이 모든 게 참 기분 좋은 우연처럼 느껴졌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영상 먼저 보는 것도 괜찮겠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소백산 생태탐방원에 갈 예정인데, 거기서 배웠던 내용도 책에 등장했다. 바로 마지막 장, 반달가슴곰 이야기다. 작년에 탐방원에서 ‘깃대종’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책 속에서도 그 내용과 함께 반달곰 복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이미 알고 있던 개념이라 그런지 더 재미있게 읽혔고, 최근 읽은 비문학 중 가장 빠르게 완독한 책이 되었다.
책을 덮으며 느낀 건, 곽재식 교수님의 박식함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2장 '멧돼지'에서 <금돼지전> 같은 문학적 요소부터 시작해서, 멧돼지의 생물학적 특징, 생태계, 질병과 인간 사회와의 관계까지 다방면의 지식이 거침없이 연결되어 있었다. 전혀 어색함 없이 다양한 분야가 이어지다 보니, 다 읽고 나면 머릿속이 다채로운 정보로 가득 찬 느낌이다. 한 권 안에 이렇게 많은 과학적·인문학적 지식을 녹여낸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책 곳곳에 표시한 인덱스도 제법 많다. 읽는 도중 처음 접한 용어나 개념, 속담 같은 것들을 따로 표시해두었는데, 나중에 다시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학이 아닌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이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말이다.
전반적으로 내용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구성은 참신하고, 지식의 범위가 넓어서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어른들이 읽기에도 교양서로 손색없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라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도 앞으로 수업을 할 때 다양한 분야를 연결할 수 있는 시도를 더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속담 수업을 할 때는 꼭 이 책에서 읽은 ‘호랑이를 잡는 담비’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
책이 전반적으로 재치 있는 유머가 곁들여져 있어서 읽는 재미도 더 풍성했던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