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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뻔뻔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 - 엄마는 편안해지고 아이는 행복해지는 놀라운 육아의 기술 34
김경림 지음 / 메이븐 / 2018년 7월
평점 :
이 책의 부제는 '엄마는 편안해지고 아이는 행복해지는 놀라운 육아 기술 34'이다. 어떤 엄마가 또 자신의 육아 노하우를 공개하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가 '허걱~' 이건 육아 노하우가 아니라 무슨 병상 일기 같았다. 그것도 생존율 5%밖에 되지 않은 희귀암에 걸린 아들을 키우며 깨달은 소회? 내 아이가 희귀암에 걸려서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눈 밖에 난 별것 아닌 행동으로 혼내고 훈육할 수 있을까. 생명보다 중한 것이 무엇이라고... 작은 것으로 우리 아이들 훈육한답시고 혼낸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보고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장된 듯하다. 더 큰 틀에서 보게 된다. 중요한 것은 행복하게 보낸 오늘, 바로 지금인데...
저자는 육아 잡기 기자로 아이에게 좋다는 온갖 육아 정보를 섭렵했다. 아이를 낳아 누구보다 잘 키우려는 욕심이 있었고 엄마의 바람대로 아들은 어려서부터 영재 판정을 받았다.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면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만 생각했던 어느 날, 아홉 살 되던 해 그러니까 우리 딸램과 같은 나이에, 생존율 5%밖에 안되는 '중추 신경계 림프종'이라는 희귀암에 걸렸다. 완치 판정을 받고 서울 생활을 버리고 지리산으로 들어갔는데 또 한 번 백혈병으로 재발한다. 얼마나 좌절되었을까. 책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엄마는 강했다. 멘탈이 강했다. 슬프지만 너무 슬퍼하지 않고 외롭고 두렵지만 특히 아이 앞에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한다고 한다. 아이의 기준은 엄마니까. 아이 앞에서 중심을 잡아 주는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엄마는 형을 돌보느라 둘째에게 신경을 잘 쓰지 못쓰는 상황이었는다.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잘 되어야 상처로 남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결정적 시기'라는 것을 놓치면 어쩌나 걱정을 저자도 했다고 한다. 그 문제를 전문가와 상담해보니 나중에 다 회복된다고 첫째에게만 집중하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의 상처가 평생 갈 것 같지만 관계만 좋으면 언제든 회복이 가능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지금 둘째는 건강하게 잘 자라 중학생이 되었다.
병상일기를 보면서 정말 가슴에 아픈 부분이 있었다. 저자도 인생을 통째로 쥐고 흔들었던 트라우마였다고 말한다. 2007년 어느 날 신촌 세브란스 병동에 파업이 시작되었다. 소문일 거라 생각했는데 소아병동까지 파업을 한 것이다. 어렴풋이 뉴스로 접한 기억이 난다. 그 사건이 병원과 관계가 없고 자녀도 없었던 나에게는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과 보호자는 달랐다. 항암치료를 받고 아슬아슬하게 생명의 끈을 붙잡고 있는 아이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보호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졌던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노조의 편에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하물며 연대생이었던 터라 세브란스병원에서 노조의 입장에서 구호를 외치기도 했었다. 그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전한 사회,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라고 했지만 알아버렸다. 어느 진영이든 '돈' 때문이라는 것을,,, 돈과 권력 앞에서는 생명도 뒷전이라는 것을... 그들의 진짜 관심사는 바로 그것이 최우선이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부분 노동운동은 변질되었다.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몸을 태운 전태일 열사는 현재의 노동운동을 어떻게 평가할까. 내가 그 상황에 처했더라면... 지극히 공감하고도 남을 부분이다.
아이의 모든 미래가 엄마 손에 달려 있다며 '좋은 엄마'노릇 하느라 자신의 삶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우리 엄마들에게 선배엄마는 말한다. 내 삶에 즐거움과 행복을 놓지 말라고. 엄마가 더 중요하다고. 조금은 육아에 힘을 빼도 된다고 위로의 말을 전한다. 잡지사 기자였던 저자는 아이를 낳고 아이가 아픈 중에도 언어치료사의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지금은 현재 자신과 같이 아픔이 있는 장애 아이들을 상담하고 치료하며 엄마로서의 삶뿐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엄마들에게 말한다. 100점을 위해 노력하지 말고 60점만 되어도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몇 점 정도 되겠냐고 90점 정도? 나도 공감한다. 아내는 육아에 큰 스트레스 없이 아이와 잘 지내고 있다. 우리 나름대로 우리 방식대로 잘 키우고 싶었으나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비교가 되기도 했다. 아내도 그때 약간 흔들렸다. 남들보다 아이에게 덜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이내 우리는 다시 마음을 다 잡았다. 비교하지 말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자고... 오늘 하루가 행복한 일상이길 바라면서 건강한 것에 감사하며 욕심부리지 않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