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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평점 :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진리라고 부른다.
이러한 진리로 이야기를 풀어내면 논리적으로 당해낼 수가 없다.
변하지 않고 깰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진리를 다루는 많은 학문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학문이 '수학'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한다
그리고 우주 어디에서든 변하지 않는다.
<공식의 아름다움>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수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서문을 쓰면서 내 마음은 꽤나 서정적이 되었고 감동을 받았다. 수학 애호가로서 이런 책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각각의 공식은 하나의 전문 분야이자, 하나의 세계이다. 책에서 언급하는 공식은 대수, 군론, 정수론, 미분방정식, 해석기하학을 포괄할 뿐만 아니라 비유클리드 기하 등 여러 수학 분야에 걸쳐 있고 역학, 열역학, 전자기학,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천체물리 등 수학 영역을 초월한다. 또한 컴퓨터, AI, 블록체인 등 첨단 분야도 망라하고 있다. 실로 방대한 양의 세계이다.
<공식의 아름다움>은 꽤나 복잡한 전문 지식을 포괄하고 있어 일반 대중을 위해 쉽게 설명하고자 노력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요즘, 공식은 점차 희미해져 가는 시대적 이성을 되살리는 가장 중요한 지식 중의 하나가 되었다. 공식으로 인간의 지혜를 타고 올라가는 사다리를 만들었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 한, 문명을 대표하는 사다리를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다. _ 책 서문 중에서
책의 서문에 있는 글이다.
이 책은 서문에서 알 수 있듯이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공식을 다루고 있다.
책 두께도 500쪽에 다다르며
그 내용 또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란
또 가히 새롭게 다가오기만 한다.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가 각각 3과 4라면 빗변의 길이는 얼마일까? 당신은 바로 답이 5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피타고라스 정리를 배우고 그 기초가 되는 피타고라스의 수 중 3, 4, 5는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파타고라스보다 600년 먼저 답을 낸 사람이 있으니 기원전 11세기의 인물인 중국의 상고이다. 상고는 주나라의 귀족 왕자로 흔히 중국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하늘을 관찰해 점을 치거나 귀뚜라미를 훈련해 투기를 하고 말을 산책시키는 등의 일을 싫어했다. 그는 하루 종일 방 안에만 틀어박혀 수학 공부에만 몰두했고 이에 웃어른이었던 주공은 그가 우울증에 걸리지나 않을까 우려되었다. _ 책 중에서
피타고라스 정리.
세상에 처음으로 존재했던 공식인 줄 알았는데
피타고라스보다 먼저 답을 낸 사람이 있따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쉽게도 상고는 직각 삼각형의 오묘함을 최초로 발견했음에도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하지 않아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아마 그가 연구를 계속했더라면 우리는 피타고라스의 수가 아닌 상고의 수를 배웠을 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중국에서는 피타고라스에 버금가는 연구들이 줄줄이 나왔다 _ 책 중에서
공식과 관련된 이러한 뒷 이야기는
공식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흥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책에는 피타고라스 외에도 어마어마한 공식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중에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많이 있었다.
디랙 방정식의 발견으로 인해 사람들은 점차 입자가 있으면 반드시 그 입자가 있다를 절대 진리로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2017년 중국 물리학자들은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다. 중국계 물리학자 장수성 팀이 다른 팀과 협력한 실험에서 천사 입자는 디랙의 페르미온과 달리 이에 상응하는 반입자가 없는데, 이는 마요라나 페르미온과 꼭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마요리나 페르미온은 이런 반입자가 없는 입자가 존재하거나 그것의 반입자는 그것 그 자체임을 지적하였다. 천사 입자의 반입자가 어쩌면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미시적 세계에 대한 인식의 비약적인 진보는 양자 계산에도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아마도 분명한 것은 그런 세상은 천사만 존재할 정도로 완벽할 것이다. _ 책 중에서
물리학자들이 최고로 뽑는다는 디랙 방정식.
물리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이 방정식은 처음 접할 수 있었다.
디랙 방정식의 안내로 양자 물리학자들은
진공 상태인 우주를 더 잘 인지하게 되었다는데
이런 사실을 책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공식은 영원하다.
인간은 허망하고, 수학은 유일한 진리이다.
수로 존재하며 0과 1이 모든 것을 다스린다.
위대한 이론은 지극히 간단하고
이를 표현하는 수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이다. _ 인류의 묘비명
괴팅겐에는 작은 묘지 공원이 있는데 이곳에는 유수한 과학자들이 잠겨 있어서
과학 애호가들에게는 성지로 꼽힌다고 한다.
홍콩의 1/9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서 과학사에 이름을 남긴 많은 학자들이 배출되고
무려 45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 괴팅겐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잠들었다니.
수학과 기호, 공식이 누군가에는 그저 그렇게 고리타분하고 딱딱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은 아름다움이었고
인류의 아름다움을 만들었고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공식의 아름다움>이 주는 가장 큰 의미는
내 인생의 위대한 공식 목록에서 자신의 묘비명에 새길 수 있는 단 하나의 공식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