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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가 낳은 천재들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9
이나미 리쓰코 지음, 이동철.박은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7월
평점 :
역사는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만들어가고 사람이 이끌어가는 것이 역사이다.
그래서 역사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남는다.
그 사람들 중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도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는 사람도 있다.
가까운만큼 결코 멀리할 수 없는 나라.
중국.
중국은 과거에도 그래왔고 지금도 우리 나라에 많은 영향을 주는 나라 중 하나이다.
여전히 세계 강대국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과거부터 우리 나라에 준 영향까지 생각해보면
결코 중국에 대한 이해를 포기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2500여년에 이르는 중국사.
그 중국사를 만나는 조금은 색다른 방법이 있으니
바로 천재들을 통한 이야기이다.
긴 역사만큼 중국사에는 많은 천재들이 존재한다.
춘추전국시대 너무나 유명한 공자, 상앙, 장자부터 시작해서
조조, 제갈량, 화타 등의 삼국 시대
도연명, 왕희지, 고개지 등의 동진, 남북조 시대
측천무후, 이백, 왕안석, 정화에 이르는 통일 왕조 시대 인물들과
장대, 공상임, 임칙서, 옌푸, 루쉰까지의 근대 역사까지
<중국사가 낳은 천재들>
이 책은 2500여년에 중국사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 중에
가히 천재라고 말할만한 56인의 인물들에 대해 살펴보는 책이다.
변천하는 시대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각자 자신의 신념을 관찰하며 살아왔는 지와
그들이 가졌던 희망, 좌절, 질투, 해학 그리고 애정까지
역사를 움직였던 인물들에 대해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책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 중에
책을 읽으면서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부분을 조금 인용해본다.
내가 참고 견디며 구차하게 살아남아 더러운 곳에 유폐되는 일조차 사양하지 않은 것은,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이루지 못한 채 비루하게 죽어 내 문장이 후세에 드러나지 않을 것을 한스럽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_ 책 중에서
중국 역사를 마주하다보면 이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다 기록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록의 중요성과 기록자의 사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사마천이 있기 마련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그야말로 발분저서 일 것이다.
들끓는 분노를 글로 남겨 후대 사람을 일깨우려는 문인 정신.
모두 130권에 이르는 장대한 통사인 사기를 적은 그에 대해서
책은 그가 왜 책을 쓸 수 박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에게 있었던 가슴 아픈 일은 무엇이었는 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그러나 5년 뒤인 천한 2년, 사마천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은 대사건이 터졌다. 그 해에 전한의 정국 이릉이 북방 이민족인 흉노 군대와 격전을 벌이다 칼도 부러지고 화살도 떨어져 어쩔 수 없이 적에게 항복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조정의 중신들은 일제히 이릉을 비난했지만, 사마천은 무제 앞에 나가 논리 정연하게 그를 변호했다. 이것이 무제의 역린을 건드려, 다음해인 천한 3년에 사마천은 성기를 잘리는 굴욕적인 형벌인 궁형에 처해지고 말았다. 이때 그의 나이 48세였다. _ 책 중에서
궁형.
죽음보다 참담한 나날들을 극복하고
집필을 시작한 사기.
그로 인해 우리는 지금의 중국사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훗날 풍도는 자신의 삶을 기술한 장락로자서라는 글에서 자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안에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했다고 말한다. 이 발언의 핵심은 군주가 아니라 나라에 충성했다고 한 데에 있다. 어지럽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군주를 위해 일한 것이 아니라 나라를 구성하는 기초인 백성을 위해 충성을 다해왔노라고 공언한 것이다. 그가 난세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곤궁한 삶을 살던 백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다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참 시대를 내려가 16세기 말, 명나라 말기의 급진 사상가 이탁오는 이처럼 군주보다는 나라를 중시한 풍도의 삶을 높이 평가함으로써 풍도에 대한 그때까지의 세평을 백팔십도로 바꿔놓았다 _ 책 중에서
집안에는 효도하고 나라에는 충성했다는 정치가 풍도.
풍도에 대해서는 많은 평가들이 있겠지만
그가 보여준 삶 또한 중국 역사에 길이 남을 부분으로 기록되지 않았나 싶다.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지 않았기에
누군가는 절조 없고 파렴치하다며 비난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법도를 좇았던 그의 삶 또한 책을 통해 그려진다.
주인일 때 타인을 전부 종 취급하는 사람은, 주인을 모시게 되면 반드시 스스로도 종으로 처신한다. 이는 만고 불변의 진리로서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압제를 당할 때 각자 자기 집 앞의 눈이나 쓸 일이지 남의 집 지붕의 서리는 간섭하지 말라는 격언을 신봉하던 인물이, 일단 득세하여 남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면 그 행동이 완전히 싹 달라져서, 자기 문 앞의 눈은 쓸 것 없고 남의 집 지붕의 서리는 간섭하라는 식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_ 책 중에서
전환기의 한복판에 서 있던 문장가 루쉰의 글이다.
광인일기, 고향, 아큐정전 등 많은 걸작들을 쏟아낸 그의 삶 또한
책은 간결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짧지만 그의 삶을 바라보면서
그가 만들기 위한 시대와 그 시대가 만든 그의 모습을 함께 바라보게 된다.
<중국사가 낳은 천재들>
이 책은 굳이 처음부터 하나하나 살펴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때 그 때마다 내가 보고 싶은 인물들
아니면 마구잡이로 책을 잡았을 때 마주하는 인물들을 바라봐도 무방하다.
다만 그들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과
그 모습들을 통해 알게 되는 역사는
중국사를 다채롭고 흥미롭게 바라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책이 갖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