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충돌 -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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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미국 기업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미중 관계를, 1990-2010년의 미중 공생 단계, 2010년 이후 미중 경쟁 단계로 구분한 관점이 참신하다. 훙호펑 교수의 분석 앞에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 사이 극복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적 차이가 불가피하게 대립을 만든다는 인식은 진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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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문화정체성과 문화정치 문화과학 이론신서 74
임춘성 지음 / 문화과학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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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도서 선정!
http://member.kpa21.or.kr/kpa_bbs/출판문화산업진흥원-2018년-세종도서-학술부문-선정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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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의 사상적 곤경
허 자오톈 외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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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출생한 지식인을 대표하는 중국의 비판적 사상가인 허자오톈의 논문 모음집. 1980년대 이후 중국 인문사회학계에 커다란 영향을 준 리쩌허우의 주요 명제인 '계몽과 구망/구국의 이중변주'에 대한 비판적 고찰인 [제2장 계몽과 혁명의 이중변주]가 눈에 띤다. 

다만 리쩌허우를 1980년대 유행한 '신계몽주의'로 분류한 점과 중국 근현대 사상사를 54신문화운동부터 보고 있는 점은 문제적이다. 

리쩌허우는 『중국근대사상사론』 「후기」에서 사조(思潮)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근대 중국의 역사발전을 추동한 세 가지 선진 사조와 그 주요한 대표인물을 중점적으로 논술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가 중국에 수용되기 이전, 중국에 세 가지 선진적 사회사조가 출현했다고 진단했다. “이 세 가지 시대사조는 태평천국 농민혁명 사상과 개량파 자유주의의 변법유신 사상, 그리고 혁명파 민주주의의 ‘삼민주의’ 사상이다. 이 세 가지 사조는 중국 근대 구민주주의 사상발전의 주류였다. 그것들은 근대중국에서 연속적으로 출현하고 상호교체된, 깊은 의의를 가진 역사현상이었다.”(751) 이 세 가지 진보적 사회사조는 각각 유토피아 사회주의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었다. “태평천국의 1,000년 왕국, 자유주의 개량파 캉유웨이의 대동공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모순을 보고 모순의 회피를 요구한 쑨중산과 혁명파의 ‘민생주의’가 있었다.”(577)

리쩌허우는 이들 세 가지 선진사조의 이중성과 사조 간 계승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먼저 1850년대 태평천국의 혁명사상은 “중국에서 최초로 출현한 근대적 선진사조”인 동시에 “중국 고대 농민혁명 사상의 총결(總結)이었다.”(751) 그것은 “군사․정치․경제적으로 농민계급을 대표하여 지주통치의 이익에 반대”하는 “농민의 혁명정권”을 수립했지만 “동시에 전형적인 봉건성격을 띠고 있었다.”(71) 그리고 1870-90년대의 자유주의 개량파의 변법유신 사상은 “제국주의 침략에 반대하고 중국의 독립과 부강을 요구하며, 자본주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군주전제 제도를 개변시켜 서양의 부르주아 입헌군주제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근대에서 가장 먼저 명확하게 제출”(752)했다. 하지만 그들은 “지주토지소유제와 보다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었고 “봉건 통치체계, 관료제도와 불가분의 혈연적 의존관계를 가지고 있었다.”(176) 그리고 이들 선진 사조의 성과가 신민주주의 혁명에 수렴되었다고 평가한다. 허자오톈이 설정한 사상사의 범위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신민주주의 혁명을 고찰하고 있다.

허자오톈이 54 계몽주의 운동과 구별한 공산주의 운동의 실체가 1949년 이후 어떻게 변질되었는지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허자오톈의 합리적인 문제제기: 왜 리쩌허우가 긍정하는 계몽관과 멀지 않은 지식인들이 중국현대사에서 그만큼 큰 정치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반대로 그 계몽관에서 점차 멀어진 공산혁명 지식인들이 중국 현대사의 기본 면모를 바꿔내는 정치적 힘을 발휘했던 것일까?(허자오톈, 173) 등. 

그리하여 중국공산당은 도대체 어떤 의식, 방법, 실천을 통해 효과적으로 중국사회를 동원하는 데 성공했는가, 그리고 그들을 중국 공산혁명의 유기적 부분으로 조직하는 데 성공했는가라는 질문처럼 중국 공산혁명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 기초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문제들조차 진지하게 제기되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질문으로 던져지지 않은 결과 리쩌허우는 그가 지지하는 형태의 계몽, 즉 근대적 관념과 근대적 이해, 근대적 지식을 지닌 계몽자의 우월한 지위를 절대화하고 계몽의 대상인 사회의 불합리를 절대화하고자 하는 계몽 자체가 반드시 회의되고 반성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허자오톈,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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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 - 개혁개방 이후 중국 비판사상의 계보를 그리다 트랜스 소시올로지 28
임춘성 지음 / 그린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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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학지성>에 개재된 글을 전재했다.)

http://www.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20



1.

 

마틴 자크(Jacques, Martin)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When China Rules the World)(2009)에서 서양 세계의 종말(the end of the Western world)’새로운 지구적 질서의 탄생(the birth of a new global order)’이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해 학계와 독서계의 광범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로부터 6년 만에 조반니 아리기(Arrighi, Giovanni)의 제자인 훙호펑(Hung, Ho-feng)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라는 부제의 차이나 붐(The China Boom)(2015)을 출간해, 통계자료에 근거해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서 중국이 미국의 하위 파트너임을 주장했다. 훙호펑은 중국이 1581년 세금의 은납화를 효시로 자본주의 없는 시장’(16501850) 단계를 거쳐, ‘자본의 시초 축적’(18501980)을 이룬 후, ‘자본주의적 호황’(19802008)의 단계를 맞이했다고 논술했다.

 

2.

 

천지개벽에 비견되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변화를 공정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주의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자본주의를 수용하는 것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인지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인지를 일반 독자가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똑같은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을 거쳤지만 소비에트 연방은 해체되었고 소련공산당은 권력을 내주었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은 건재하고 중국공산당은 인민의 지지를 받으며 집권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다. 올해로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 중국공산당이 장기 집권하고 있는 중국은 샤오캉(小康)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만천하에 공표했고, 2030년 이전 GDP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28년 후 건국 100주년을 준비하며 두 개의 100년이라는 붉은 중국몽에 흠뻑 빠져있다. 이런 중국이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공산당이 통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이상이 인식 대상의 복잡함과 관련된 것이라면, 인식 주체인 한국인의 문화심리구조의 복잡함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인의 중국 인식은 전통 중국에 대한 관습적 존중으로부터 서양의 중국위협론의 영향을 받아 중국 혐오로 나아가는 경향을 보인다. 중국의 굴기를 슈퍼차이나로 전유(專有)하는 한국 언론매체의 인식 변화는 가히 상전벽해 수준이라 할 만하지만, 2010년대 이후 반미’(反美)의 자리를 혐중’(嫌中)이 대신했다는 박노자(2020)의 분석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인식 대상의 복잡함은 우리가 면밀히 살펴 공부할 과제지만, 주체의 복잡함은 논의가 필요하다. 그 복잡함에는 단순한 진영 논리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반미는 친중과 연계되고 혐중은 친미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갈등적 상호의존의 역사를 가진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친미 대 친중 논쟁은 무의미한 자기파괴적논쟁(박홍서 2020)이 되므로, 우리가 경계할 일이다. 균형잡힌 중국관을 가지고 맹목적인 혐중을 반대하며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공정한 이해와 동행”(박민희 2021)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급선무이다.

 

3.

 

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21세기 문명 전환 시대 중국의 문화사회변동(cultural and social change)에 대해,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현재까지 진행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비판 사상(critical thoughts)을 중심으로 분석 고찰했다. 중국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부문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첨예한 화두를 미래 세대에게 던지고 있는 비판적 지식인들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이를 통해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비판 사상의 계보를 그림으로써 한국 사회의 공정한 중국 인식 확립에 일조하고자 했다.

이 책은 세 층위의 비판에 초점을 맞추었다.

첫째, 제국주의와 봉건제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비판’.

둘째, 중국공산당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비판적 지식인들의 비판’.

셋째, ‘비판적 지식인들의 비판에 대한 비판적 고찰’.

이상 세 층위의 비판은 중국을 공정하게 인식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아울러 비판이란 명목 아래 임의로 재단(裁斷)하고 단장취의(斷章取義)하며 텍스트를 왜곡·날조하는 사례를 무수히 봐온 필자로서는 충실한 텍스트 독해와 폭넓은 콘텍스트 이해를 최우선으로 삼아 비판적 고찰을 진행했다.

 

4.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른바 비판적 지식인은 다들 일가(一家)를 이룬 사상가다. 이들 각자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는 별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각 인물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뽑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이를테면 첸리췬(錢理群)20세기 중국 지식인의 정신사와 민간 이단 사상 연구, 왕후이(汪暉)의 근현대성 역설, 쑨거(孫歌)의 동아시아 인식론 등이 그것이다. 1부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리쩌허우(李澤厚)는 포스트사회주의 시기 비판 사상의 시원이라는 점에서 문화심리구조, 유학 4기설, 서학의 중국적 응용, 심미 적전(積澱), 인류학 역사본체론에 초점을 맞추어 종합적으로 다루었다. 아울러 경제학자 원톄쥔(溫鐵軍)의 백 년의 급진과 비용전가론, 정치학자 추이즈위안(崔之元)의 자유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 학자 장이빙(張一兵)의 마르크스 역사현상학 등도 함께 다루었다. 하지만 이들이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비판적 사상가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특히 비판 사상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왕샤오밍(王曉明), 리퉈(李陀), 다이진화(戴錦華) 등 비판적 문화연구 학자들의 비판 사상은 별도의 독립된 저서에서 다룰 예정이므로 이 책에 포함하지 않았음을 밝혀 둔다.

 

 

참고한 글

 

(임춘성, 2021, 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개혁개방 이후 중국 비판사상의 계보를 그리다, 그린비.)

마틴 자크, 2011,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안세민 옮김, 도서출판 부키.

훙호펑, 2021, 차이나 붐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 하남석 옮김, 글항아리.

박노자, 2020, 혐중을 넘어: 균형 잡힌 중국관을 위해서, 한겨레신문2020916.

박홍서, 2020, 미중 카르텔갈등적 상호 의존의 역사, 후마니타스.

박민희, 2021, 중국 딜레마위대함과 위태로움 사이에서시진핑 시대 열전, 한계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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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 - 개혁개방 이후 중국 비판사상의 계보를 그리다 트랜스 소시올로지 28
임춘성 지음 / 그린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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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민주주의 혁명의 성공으로 1949년 건국된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인민공화국)이 자본주의를 뛰어넘어 사회주의로 진입한 것은 우리에게 명약관화한 사실이었다. 제국주의와 봉건제를 비판하며 건국한 인민공화국의 출현은 반봉건·반식민지 사회가 사회주의 국가로 변모했다는 맥락에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사회주의 30의 시행착오를 거쳐 개혁개방 단계로 접어든 중국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현재 중국을 사회주의 사회로 보기는 어렵다. 많은 학자가 중국 특색의 신자유주의’, ‘국가 발전주의 모델’, ‘국가 신자유주의’,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얼룩덜룩한 자본주의’, 심지어 국가자본주의등의 용어로 현재의 중국을 규정하고 있다. 그 가운데 -국가 체계(party-state system)’라는 명명은 중국 통치의 내부 메커니즘을 가리키는 용어라 할 수 있다. 국외에서 관료 자본주의 국가이며 압축적 성장을 추구하는 개발주의 국가로 평가되는 중국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많은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혐중론자들이 지적하는 노동 착취와 민주 노조의 부재, 공해와 소수자의 문제 등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국가에 공통된 문제다.

제국주의와 봉건제를 비판하며 건국된 인민공화국은 개혁개방 이후 발생한 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새로운 비판에 직면했다. ‘비판의 주체는 비판적 지식인기층 민중이다. 중국공산당(이하 공산당)이 제국주의와 봉건제를 타도하기 위해 혁명의 기초로 삼았던 기층 민중과 연대의 주축이었던 비판적 지식인이 언제부턴가 공산당을 비판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비판적 지식인비판에 주목했다. ‘비판의 비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제국주의와 봉건제를 비판한 공산당, 그리고 공산당을 비판비판적 지식인’.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비판의 비판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제한적이나마 비판적 지식인의 사상 계보를 정리하고, 제국주의와 봉건제에 대한 공산당의 비판, 충분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비판적 지식인들의 비판,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했다. 이는 중국을 공정하게 인식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이전 단계에 비판적 지식인은 주로 좌파 지식인을 가리켰다. 그러나 우리는 21세기에 좌파의 존재 여부와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해야 한다. 20세기에 좌파를 자처했던 사회주의권이 몰락한 지금 좌파의 기준은 무엇이고 그 존재 조건은 무엇인가? 혁명 좌파의 전위 정당이 마르크스주의 학회학생들을 탄압(천슈에이 2018)하고 좌파 학생들이 중국은 사회주의인가?’라고 묻는(박민희 2020) 현재 중국에서 좌파 지식인의 존재 양상은 과연 어떠한 것일까? 그것은 누가 추궁하고 있는가? 중국은 신민주주의 혁명을 통해 인민공화국을 건립한 이후 중국적 사회주의또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70년 넘게 시행해왔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특히 1989톈안먼 사건1992남방 순시 연설이후의 중국을 과연 진정한 사회주의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와 더불어 일당전제-국가 체계에서 좌파의 존재 여부와 존재 방식은 관심의 초점이다. 이렇게 볼 때 ‘64 체제의 공산당 내에서 좌파는 찾기 어렵게 되고 이른바 신좌파가 우리의 시선을 끈다. 하지만 신좌파또한 단일하지 않다. 왕후이는 신좌파라는 고깔을 달가워하지 않고, 간양은 자유 우파를 자처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비판적 지식인에 관심을 두게 된다.

비판적 지식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시간의 고험(考驗)을 견뎌내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초지(初志)를 잃지 않고 일일신(日日新)하면서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 상아탑에 머물며 전공 이외의 것에는 오불관언(吾不關焉)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회적 실천을 빌미로 자신의 전공을 내던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공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어설픈 사회적 실천은 또 다른 유혹일 수 있다. 유혹을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또 하나 확실한 사실은 공부를 멈추는 순간 비판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다. 당대 중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 첸리췬은 멘토인 루쉰과 스승 왕야오의 훈도에 힘입어 정신계 전사를 지향했지만, 그 기저에 생존의 문제어느 시점에, 말을 해도 되는지, 어느 정도까지를 말하는지의 분수를 파악하는 문제가 놓여있다고 털어놓았다. 첸리췬이 대표하는 중국 비판적 지식인의 존재 방식은 문자 그대로 지식인의 존재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첸리췬이 민간 이단 사상 연구에서 거론한 린시링, 린자오, 천얼진, 리이저, 루수닝 등의 존재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민주화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른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21세기 존재 방식과 대조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른바 비판적 지식인은 다들 일가(一家)를 이룬 사상가다. 이들 각자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는 별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각 인물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뽑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이를테면 첸리췬의 20세기 중국 지식인의 정신사와 민간 이단 사상 연구, 왕후이의 근현대성의 역설, 쑨거의 동아시아 인식론 등이 그것이다. 단 리쩌허우의 경우는 그가 포스트사회주의 시기 비판 사상의 시원이라는 점에서 종합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아울러 경제학자 원톄쥔의 백 년의 급진과 비용전가론, 정치학자 추이즈위안의 자유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 학자 장이빙의 마르크스 역사현상학 등도 함께 다루었다. 하지만 이들이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비판적 사상가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특히 비판 사상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왕샤오밍과 다이진화 등의 비판적 문화연구 학자들의 비판 사상은 별도의 독립된 저서에서 다룰 예정이므로 이 책에 포함하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2.

 

 

우리 모두 비판을 운위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공략하기보다 낙후시켜라!’ 이는 무지한 남성들에 대한 페미니즘 진영의 슬기로운 대응전략이다. 일반적으로 논쟁에서 상대방의 허점과 약점을 공격하다 보면 상대방은 방어 논리를 개발해 다시 반격해오기 마련이다. 그다음은 흔히 보듯 이전투구다. 그보다는 상대방 스스로 자신의 허점과 결점을 인식해 자신이 낙후되어 있음을 자인하게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피지기해야 함은 물론이고, 상대방보다 높은 위치에 설 내공을 갖춰야 한다. ‘비판도 마찬가지다. 지피지기와 높은 내공을 토대로 낙후전략을 갖춰야만 제대로 비판할 수 있다.

리쩌허우가 비판철학의 비판에서 시도한, ‘칸트와 마르크스의 교차적 읽기에서 칸트와 마르크스의 주저 표제에 비판이 명시되어 있고, 리쩌허우는 그 비판을 다시 비판적으로 독해하고 있음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비판은 대상 텍스트의 충실한 독해와 컨텍스트 이해를 전제로 삼아야 한다. 장이빙은 마르크스로 돌아가자라는 주장의 구체적 방법으로 역사적 텍스트학을 제창했다. 이는 역사 자체의 시간과 공간 구조를 가지고 마르크스 텍스트의 본래적 맥락을 드러나게 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이해의 결과를 얻어내는 텍스트 분석을 가리킨다.(이 책 92절 참조) 흔히 비판이란 명목 아래 임의로 재단(裁斷)하고 단장취의(斷章取義)하며 텍스트를 왜곡·날조하는 사례를 무수히 봐온 필자로서는 충실한 텍스트 독해와 폭넓은 컨텍스트 이해를 최우선으로 삼아 비판적 고찰을 진행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지식인이 인간의 사고와 의사전달을 극도로 제한하는 진부한 고정 관념들과 환원적 범주들을 분쇄하는 것(사이드 1996, 16)을 과업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지식인은 제도들에 어느 정도 종속되고 어느 정도 적대적인 이중성을 가지므로 철저한 비판정신을 가지고 동시다발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은 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데 이는 투쟁을 통해 현실을 변형시키는 주체가 현실에서 비판을 작동시킬 때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변형과 변화는 개인의 차원에서, 나아가 사회의 차원에서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3.

 

 

돌아보니, 목포대 부임 첫해 한국연구재단(당시 학술진흥재단. 이하 재단)과 인연을 맺은 후, 네 권의 단독 저서를 모두 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간하게 되었다. 우선 감사를 표한다. 지둔한 사람에게 재단의 지원과 핍박은 동력과 활력이 되었다. 재단의 지원 덕분에 학계 동업자 및 타전공 학인과 교류할 수 있었고, 재단의 시한 덕분에 미룰 수도 있었던 글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재단의 관변적 성격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지만 내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물론 재단 공모와 심사 과정에서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내 연구주제와 방향이 재단으로 인해 억압받은 적은 없었다. 아울러 계획서와 보고서를 읽고 내 연구주제가 지원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해준 익명의 심사위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최근 내 공부는 사이노폰 연구세미나와 목포대학교의 포스트휴먼세미나 그리고 --보라 패러다임세미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모두 내게는 새로운 영역이고 도전이다. 함께 하는 동도(同道)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연구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준 목포대학교에 감사의 말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20189월부터 1년간의 연구년은 최종 원고를 마무리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또한 2018년 가을부터 반년간 머물렀던 타이중(臺中)의 중싱(中興)대학은 집중적으로 원고를 집필하는 데 최적의 장소였다. 방문 기회를 마련해준 추구이펀(邱桂芬) 교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중화민국의 국가도서관 한학연구중심(Center for Chinese Studies)타이완 펠로우쉽 프로그램의 지원에도 감사를 표한다.

루쉰전집(2018)을 완간한 그린비와의 만남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12인 역자의 글 20권을 10년에 걸쳐 편집 출간한 저력은 학인들의 칭송을 받기에 손색이 없다. 출판사를 연계해준 유세종 선생과 출간 제안을 흔연하게 수용해주신 유재건 대표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임유진 주간과 편집부 홍민기 선생, 원고를 꼼꼼하게 검토해준 김혜미 선생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에서 인용한 글들은 국내 번역본을 저본으로 삼았지만, 의미 전달이 어색한 부분은 원전과 대조해 필요할 경우 직접 번역해 인용했음을 밝혀둔다. 호학자의 편의를 위해 번역본과 원전의 쪽수를 함께 적기도 했다. 번역비평에 참고자료가 되기를 희망한다.

코로나191년 넘게 기승을 부리는 새로운 일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년퇴직을 앞둔 시점에 내는 책인지라 비판적 중국연구 학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지 조심스럽다. 강호 제현의 아낌없는 질정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실린 글들의 출처를 밝혀둔다. 일부 수정·보완했고, 4장과 5장은 각각 두 편의 글을 하나로 묶었다.

서장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사회 변동(마르크스주의 연구144, 2017. 원제: 중화인민공화국: 국가 사회주의에서 포스트사회주의로)

1장 문화심리 구조와 서학의 중국적 응용(중국연구67, 2016. 원제: 리쩌허우의 문화심리구조역사본체론’)

4장 첸리췬의 20세기 중국 지식인 정신사 연구와 민간 이단 사상 연구(문화연구62, 2018. 원제: 사회주의 개조의 관점에서 고찰한 20세기 중국 지식인의 정신 역정: 錢理群‘20世紀中國知識分子精神史三部曲을 중심으로. 중국현대문학88, 2019. 원제: 절망의 땅에서 희망 지키기첸리췬(錢理群)의 [1977-2005: 절지수망(絶地守望)]을 읽고)

5장 왕후이의 근현대성 역설과 루쉰 연구(중국사회과학논총창간호, 2019. 원제: 왕후이의모더니티에 반()하는 근현대성신계몽주의 비판에 대한 재검토. 중국연구79, 2019. 원제: 루쉰(魯迅)개체성 원칙역사적 중간물왕후이(汪暉)절망에 반항하라를 읽고)

6장 쑨거의 동아시아 인식론(중국학보93, 2020. 원제: 쑨거의 동아시아 인식론 비판)

 

 

2021430

임 춘 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른바 ‘비판적 지식인’은 다들 일가(一家)를 이룬 사상가다. 이들 각자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는 별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각 인물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뽑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이를테면 첸리췬의 20세기 중국 지식인의 정신사와 민간 이단 사상 연구, 왕후이의 근현대성의 역설, 쑨거의 동아시아 인식론 등이 그것이다. 단 리쩌허우의 경우는 그가 포스트사회주의 시기 비판 사상의 시원이라는 점에서 종합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아울러 경제학자 원톄쥔의 백 년의 급진과 비용전가론, 정치학자 추이즈위안의 자유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 학자 장이빙의 마르크스 역사현상학 등도 함께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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