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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유럽여행 - 여자 혼자 떠난 유럽 13개국 자전거 여행
김윤정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6월
평점 :
자전거를 안 탄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나는 자전거를 참 좋아한다. 자전거를 탈 때 불어오는 바람과 나름의 속도와 느낌들이 좋아서 여전히 예쁘고 한적한 거리들을 보면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발칙한 유럽여행>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자전거 여행이라는 테마에 더 눈길이 갔다. 유럽의 여행기들을 많이 봤지만 자전거 여행기는 처음이어서 모든것이 새로울 것 같고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왠지 더 특별한 일들이 가득할 것만 같아서 더욱 더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쳤다.
이미 전국 자전거 일주와 일본 자전거 여행을 하신 베테랑 자전거 여행자라고 할 수 있는 작가님~유럽연합 안에서는 이민이나 취업, 진학, 여행이 모두 자유롭고 회원국끼리는 자국 신분증 하나로 이 모든것이 문제 없이 해결되지만 우리나라는 국경 아닌 국경때문에 한 나라임에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그 경계들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유럽연합이 궁금해 졌고, 이웃마을에 놀러가듯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유럽을 직접 보고 싶었고, 자전거를 타고 유럽을 여행한다면 그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소통하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유럽을 꿈꾼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혼자 아니 자전거와 함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 아일랜드, 아일랜드, 웨일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의 수많은 나라들을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로 잘못 들어 자전거를 타고가다가 경찰차를 타고 빠져나오기도 하고, 우연히 생일잔치에 놀다가라는 초대를 받기도 하고, 인형오리로 하는 오리경주대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25km의 기나긴 터널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자전거 마니아답게 자전거 박람회 유로바이크에도 가고, 자전거에 악기를 싣고 다니며 음악을 하는 친구들도 만나게 된다. (마지막의 스페셜 챕터에서는 계획짜기나 자전거 구입요령등 여행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도 전해준다.)
잘 알지 못했던 노르웨이의 주류정책이나 웨일스나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잉글랜드에 좋지못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도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길에서의 이야기들은 그 나라의 어느 유명한 관광지에 발도장을 남기고 그 곳이 어떠했다는 감상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거리와 풍경들, 그 길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다. 혼자여행하는 그녀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주고, 처음 본 외국인이 낯설만도 한데 괜찮으면 자신의 집에서 묵고 가라는 친절도 마다하지 않았다. 묵게 된 집에서 같이 음식을 먹고 나라나 문화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들, 스쳐가는 인연과 다시 만나는 인연들, 또 그들의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런게 진짜 여행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관광지를 둘러보며 그 나라의 풍경들과 멋진 문화들을 알게 되는 것도 좋지만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속으로 들어가서 같이 밥을 먹어보고,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고, 그 나라 사람들이 들려주는 그 나라의 모습들을 알게 되는 것. 그 곳에 사는 누군가와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언젠간 나도 이렇게 의미있는 여행을 꼭 해보고 싶다. 그리고 더 나아가 타지 않을 땐 짐이 되기도 하고 , 비 바람을 맞으며 달려야 하고, 오래타면 힘도 들어 낭만만 있는 것은 아닌 자전거 여행도 꼭 해보고 싶다.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