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웨딩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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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웨딩 #제이슨르쿨락 #문학수첩 #서평단 #스릴러 #서스펜스 #미스터리 #추리소설

일전에 읽었던 <히든 픽처스>의 작가다. 기괴한 책표지와는 달리 상처와 화해, 성장을 담은 스티븐 킹의 극찬을 받은 소설이었다. 그럼 <블라인드 웨딩>은 어떨까? 제이슨 르쿨락이 선보이는 특유의 서스펜스가 압권인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발신자 정보 없음 표시로 걸려온 전화로 3년 만에 딸의 번호를 얻는다. 매기는 결혼 소식을 전하며 약혼자는 에이든, 스물여섯 살이고 시댁이 뉴햄프셔에 가지고 있는 별장에서 축하연을 열기로 했다고 한다.

프랭크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매기와 불화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츅복받은 인생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석달 뒤에 결혼이라는 딸의 말에 눈물이 터져서 목소리가 갈라진다. 에이든에 대해 묻는다.

여섯 달 전 핼러윈에 만난 에이든은 예술가이고 편두통이 심한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약간 복잡하다며 말을 꺼린다. 보스턴으로 와달라며 사과를 전하려 하는데 전화는 끊어진다.

굳이 식당이 아닌 집으로 초대한 매기를 위해 매기가 가장 좋아하는 꽃과 소화기를 두 개 산다. 알려준 주소는 대성당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매기가 세상 꼭대기에 서있다.

못 알아볼 정도의 차림에 사랑에 푹 빠진 딸을 보니 눈물이 나올 것 같고 다시 목이 메어온다. 펜트하우스를 부동산 투자로 샀다고 한다. 에이든의 아버지는 에롤 가드너로 거물급 인사다.

찰스강변의 40층 펜트하우스에 서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딸의 미래를 그려 본다. 드디어 에이든을 만난다. 강도를 당해 얼굴의 멍자국이 있었고, 그림을 칭찬하지만 언잖아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바쁜 매기를 대신해 말상대를 해주겠다는 에이든의 말은 짧고 형식적이다. 매기가 자기팀을 꾸리고 아르만도 카스타도와 논의를 했다는 말에 믿을 수가 없을 만큼 벅찬 기분을 느낀다.

청첩장을 받고 에이든의 집 변기 물탱크 안에 숨겨져 있던 검은 비닐봉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매기에게 얘기해 에롤과 통화를 하며 결혼식 비용중 술값으로 8천 달러를 매기를 위한 투자로 쓴다.

결혼식에 가기전에 이발을 하고 돌아온 프랭크에게 발신인을 알 수 없는 봉투가 도착한다. 미래의 사위가 여자와 함께 한 사진 아래에는 검은 마커로 쓴 네 음절. 프랭크는 사진을 관찰한다.

지금 이 순간까지 마음에 걸리는 사소한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매기의 판단력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이건 지나칠 수 없는 문제고 매기에게 전화를 건다. 매기는 편지와 봉투를 지퍼락에 넣어 가져와 달란다.

작년에 에이든과 데이트한 돈 태거트라는 여자가 실종되었고 그외 알려진 정보는 없다고 한다.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 가드너 부부가 보낸 것이라고 한다. 반박하고 싶지 않아 걱정은 그저 마음속에 담아둔다.

매기의 설명을 받아들여 돈 태거트에 대한 뭔가 이상한다고 말하는 머릿속의 목소리를 무시한다. 딸의 행복을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은 불행의 씨앗 조차 용납하지 못할테니 자신의 의심따위가 중요할 리 없다.

처음부터 프랭크의 시선으로 쫓는 소설은 심상치 않은 사위로 부터 사랑으로 눈이 먼 딸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아버지의 분투가 돋보인다. 진실은 결혼식에서 드러난다.

사랑하는 아내를 보내고 딸을 홀로 키우며 프랭크는 크고 작은 시련을 겪어왔다. 누나 태미가 위탁아동을 받으며 평생 사는 것 못지 않게 딸의 행복을 빌며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다.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것처럼 사소한 의심이 커다란 의문점으로 다가오고 이제 추악한 진실 앞에서 프랭크는 뭐부터 잘못된건지 짚어보려 한다. 태미는 3년 전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한다.

정의롭다고 여긴 태미의 이기적인 배반이나 아르만도 앞에서 서클 오브 오너 소속의 자부심을 느끼는 프랭크가 속물처럼 느끼지기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과거의 실수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프랭크의 선택이작가의 메시지다. 반전도 있고 아직 끝나지 않은 냉소적인 부녀의 갈등에 포기하지 않는 부정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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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되찾는 집중의 기술 - 도둑맞은 시간을 다스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법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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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되찾는집중의기술 #샘혼 #갈매나무 #갈매나무서포터즈14기 #집중 #몰입 #불안 #마음챙김 #시간관리 #자기계발 #필사 #추천도서 #책스타그램 #책추천

갈매나무 서포터즈 마지막 책은 베스트 셀러 작가 샘혼의 신간을 만나볼 차례다. 나를 찾는 집중의 기술을 통해 도둑맞은 시간을 다스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알아보자.

12월 들어 시절이 하 수상하니 모든 일에 집중이 안된다. 마지막 달인만큼 읽고 싶은 책으로 마무리하려 했는데 사실 책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마침 <나를 되찾는 집중의 기술>이라니 시기적절하다 하겠다.

원할 때마다 원하는 만큼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병원 대기시간이나 이동시간 동안 멀뚱멀뚱 시간보내는 게 아까워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닌다. 그럼 매번 책에 집중 했는가?

시끄러운 곳에서 단 한 줄도 못 읽는 내가, 집에서도잡다한 소리에 집중을 못해 한밤중에나 책을 읽는 내가..솔직히 말하자면 몇 페이지 읽긴 읽지만 내용은 하나도 입력이 안되는 수박 겉 핥기 식일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집중하는 독서 경험을 할 기회다. 그럼 집중에 대해 알아보자. 1.집중은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능력이다. 2.집중은 행동으로 나타나는 관심이다. 3.집중은 복종하는 마음이다. 4.집중은 버티는 능력이다. 5.집중은 T.I.M.E. 관리다.

한마디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무서운 게 집중이 아닐까? 집중은 초점을 맞추는 것이자 몰입한 상태다. 이 책에서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몰입 상태에 이르는 법을 배워보자.

먼저 집중에 실패하는 방해 요소 12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문제는 집중능력을 떨어뜨리는 일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인 탓이다.

1.개인 공간이 없다 2.학습 경험이 없다 3.인내심이 부족하다 4.명료한 계획이 없다 5.충분한 에너지가없다 6.한 곳에 모이지 못하는 마음 7.소요하는 마음 8.마음이 가지 않는다 9.믿음이 부족하다 10.연습이 부족하다 11.나를 위한 삶인가, 남을 위한 삶인가 12.실행력이 부족하다

반 이상이 해당된다. 이러니 집중을 못할 수밖에..망가뜨리는 하루하루의 연속에서 벗어나려면 방해 요소를 극복해야 한다. 답은 마음을 통제하는데 있다. 그럼 마음은 적일까, 친구일까?

그럼 우리 삶의 질은 누구에, 그리고 무엇에 당신의 T.I.M.E.를 어떻게 쓸 것인가? 시간으로 연상되는 이 키워드는 생각 (Thoughts) 관심 (Interest)
순간 (Moments) 감정 (Emotions)을 의미한다.

생각과 싸우지 않는 법, 관심을 관리하는 법, 순간을 장악하는 법,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각장으로 나누어
구체적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일상 속 사고와 행동의 루틴을 점검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온전히 사로잡히는 마법의 순간인 몰입, 흐트러진 일상을 정돈하는 비결인 마음챙김, 미루는 습관을 버리는 전념의 기술, 기분에 잡아먹히지 않는 훈련인 알아차림까지 철학적이면서 실용적인 샘 혼의 조언을 따라 '지금, 여기'의 삶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루하지 않게 작가의 경험과 수많은 명언을, 포인트를 짚어주는 하지 말아야 할 생각과 행동, 해야 할 생각과 행동으로 구분하여 세밀하게 다루고 있어 연습하고 훈련을 통해 배워갈 수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찾아 시간을 다스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은 어쩜 간단하다. 행복이나 성공을 쫓기에 바빠 스트레스로 고달픈 우리들에게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펴볼 수 있게 서두르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면 된다.

하루 5분두뇌 훈련을 게을리 하지말고, 싫다는 생각에 집중하기보다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에 집중하며 지루한 사람은 되지말자.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활동인 시를 읽고 음악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 무의식중에 우리 몸에 작용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온국민이 지금처럼 한가지에 집중한 적이 있나? 이제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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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돌
육월식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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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돌 #육월식 #엄마 #딸 #엄마와딸 #모녀그림책 #미디어창비 #창비서포터즈 #엄마생각 #미디어창비감사합니다

벌써 창비 서포터즈 마지막 도서다. 그동안 그림책이 주는 심오한 끌림에 그림책의 매력과 배움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번 <검은 돌>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그림책보다 더 특별나다. 두번 아니 세번 반복해서 읽고 소개한다.

어느 날, 인이 태어난다. 연은 먹는 법과 자는 법을 가르쳐 주고 말하는 법과 생각하는 법도 알려준다. 이렇게 화자인 '인'과 엄마인 '연'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뾰족한 가시를 찌르면서 살아간다. 선인장들이 화분 안에서 꽁꽁 동여맨 채 살아가는 장면은 올가미를 떠올린다.

하지만 어느 날, 뜻밖의 변화가 찾아온다. 길을 만난 것이다. 길은 일 년 내내 포근하고 따뜻한 바람을 실컷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창가에 사는 라벤다도 가고 싶은 곳이 있다니 인은 바다와 새도 궁금해진다.

"바다에서 온 새가 그랬어. 내 고향에선 누군가 어떤 곳을 완전히 떠날 때 등 뒤로 검은 돌을 던진대."

길의 말에 인이 묻지만 연은 그런 곳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정적 속에서 가시 끝을 떤다. 그렇게 바다를 그리워 하다가 새를 만난다. 인은 어떻게 하면 바다로 갈 수 있는지 묻고 새는 이미 걸어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여기서 새는 지식이나 경험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상징한다. 인은 더 큰 가능성을 믿고 스스로 화분에서 걸어 나온다. 선인장에 다리가 생기는 부분은 아무리 깊은 상처로 찔리고 베인 상태라 해도 상처만 주는 가족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준다.

그럼 인은 고통에서 벗어났을까. 어디에 가도 연을 끊을 수 없는 인은 '숨'이라는 사랑스런 아이를 얻지만 어떤 감정인지 완벽하게 알아차리는 숨에게 똑같은 고통을 준다. 숨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연과 지나치게 닮아 있다.

인은 온통 '엄마'라는 나쁜 기억에 괴로워한다. 비로소 손 안의 검은 돌과 마주선다. 툭, 바닥에 떨군 무언가로 태어나 처음으로 포근하고 따뜻한 바람을 느낀다. 검은 돌은 미련이고 집착이 아닐까 싶다. 엄마와 딸의 애증관계는 대를 이어 가고, 비로소 자신을 인정할 때 굴레에서 벗어난다.

검은 돌이 상징하는 '엄마'라는 존재는 특히나 대한민국이라는 가족의 형태에서 더 잘 나타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엄마라는 존재는 아들보다 딸에게 더 집착하기도 한다. 아들은 그럴수 있지만 애착 대상인 딸은 분신처럼 여긴다.

우리 안의 '인'과 '연'을 돌아보며 검은 돌을 깊은 곳으로 던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냥 그림과 짧은 글로만 읽고 이해하기엔 전하는 바가 크다. 평론가의 해설을 읽고 다시 읽었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되는 울림은 나처럼 고3 딸내미가 있는 사람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나도 엄마이기 이전에 딸이었다. 딸이 아홉인 딸 부잣집 중간의 나는 존재감없이 자랐다. 엄마가 내게 바라는 바가 없는 것처럼 나도 크게 바라는 게 없었다. 지금은 치매에 걸린 엄마의 목욕을 시켜주려 가고 있다. 내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만으로 안심하고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검은 돌을 언제 던졌던가. 어쩜 무거운 돌덩어리 하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이 땅의 엄마들이 조금 자유로워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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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소녀들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8
에드나 오브라이언 지음, 정소영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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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소녀들 #에드나오브라이언 #은행나무 #은행나무세계문학에세 #세계문학고전 #도서협찬

리버 1,2권 읽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책선물을 또 보내주셨다. 내가 고른 <시골 소녀들>은 출간과 동시에 아일랜드에서 금서로 지정되어 불태워지기도 했다고 한다. 시대 통념상 파격적이라 하지만 고국에서 냉담하고 적대적인 반응과 달리 국외에서는 비평적이든, 상업적이든 큰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이 데뷔작이란게 놀랍기만 하다. 올해 영면하신 작가님이 끝내 고국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하니 아마도 상처가 깊었나보다. 어쨌거나 아일랜드 현대문학 용감한 행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은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겠다.

캐슬린은 갑작스런 엄마의 부재와 폭력적인 아버지를 피해 친구 바바의 집에 머문다. 연극을 보러간 밤 엄마의 실종 소식을 전해 듣는다. 아빠는 빚을 갚기 위해 농장을 처분하고 바바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 몇 주 동안은 잘해줬지만 다른 아이들 앞에서는 깔본다.

바바의 집을 나온 캐슬린은 젠틀먼 씨를 만나 차를 얻어 탄다. 키 크고 별난 젠틀먼 씨는 프랑스 사람으로 진짜 이름은 드모리에다. 그와 보낸 짧은 시간은 사랑으로 두근 거린다. 사흘 뒤 수녀원으로 떠나면서 젠틀먼 씨를 보지 못한다.

바바와 함께 수녀원에 도착한 캐슬린은 첫날밤에 다기를 수녀님께 뺏기고 이불 속에서 케이크를 먹고 아이들도 뭔가를 먹거나 엄마가 보고 싶어 운다. 장학금을 받고 온 캐슬린은 친구 신시아를 사귀며 적응해 나간다. 바바와는 거리를 두게 된다.

캐슬린은 수녀원 생활을 잘 해낼수 있을까? 항상 바바가 문제다. 3년을 장학생으로 잘 참고 견디더니 결국 바바의 계획에 동참하고 퇴학이라는 불명예를 당한다. 똑똑하고 성실한 캐슬린이 자꾸 바바에게 휘둘리고 어긋난 애정을 갈구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덜 성숙한 탓이리라. 열넷이면 아이 아닌가. 아무리 어른들과 담배를 같이 핀다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열일곱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미성년자인데 곁에 있는 어른들의 가르침과 교육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특히나 바바와는 우정이나 연민도 아니고, 매번 반푼이라 놀리고 무시하는데 애증관계로 이어가는 것도 그렇고, 또래보다는 젠틀먼 씨에게 더 큰 애정을 보이는 것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이 많은 남자들이 먼저 손을 내민 결과일지도 모른다.

애정 결핍으로 자랐어도,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해도 자신의 앞날을 책임지고 판단하는건 본인이 해야 할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젊은 날의 치기 이건, 반항이건 때론 무지 이건 간에 그냥 일탈로 치부하고 옳은 판단을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둘의 여정은 갈수록 끈끈해지고 단단해져간다. 아프면서 성숙해지는 진리를 다시 한번 느낀다.

두 시골 소녀들의 첫 번째 이야기다. <시골 소녀들>은 <외로운 소녀들> <행복한 결혼을 한 소녀들>과 함께 3부작이다. 마리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데 프랑스에 비하면 무척이나 사회적이나 문학적으로 고루한 아일랜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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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우리에 불을 지르고 - 제4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전강산 지음 / &(앤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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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우리에불을지르고 #전강산 #넥서스앤드 #넥서스경장편작가상 #청춘 #성장 #취준 #서평단

내게 다큐 촬영 현장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온 건지 선배에게 연락이 온 건 4년 만이다. 스마트 양돈 농장에 관한 다큐로 청년 세대의 귀촌을 유도하기 위해 외주 받은 프로젝트라고 했다.

건지 선배가 M단편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영화판에서 행방불명된 이후 내가 우리 과에서는 두번째, 여성 감독으로는 영화제 최초였다. 자기 작품으로 상업 영화 판에 데뷔할 거란 기대를 받았다.

선배는 한 달만 고생해서 돈 벌고 그 돈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라고 한다. 공고를 꼼꼼히 살펴보니 욕심이 났고 하겠다고 답한다. 눈 감고 한 달만 죽었다고 생각하자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다.

형식적인 면접 메시지에 답장을 하고 인스타그램을 켜니 진수의 스토리가 올라와 있다. 모든걸 누리고 있는 진수는 연인이면서 동지였다. 진수와는 수차례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다 결국 헤어졌다.

이번 기회를 성장의 기회로 쓰자고, 아주 잠시 생업 전선에 뛰어든 것뿐이라고 선배처럼 되지 않으리라 맘먹는다. 계약서에 서명을 하기전 숙소를 물어보자 대표는 농장주가 동생이라고 한다.

양돈 농장은 방송에 나와 봤자 도움되는 것도 없대서 설득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고 거들먹거린다. 적산가옥은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지만 대충 아는 척하고 칭찬하자 입을 찢으며 웃는다.

드디어 스태프들과 인사를 하고 출발한다. 일촬표 마지막에 굵은 글씨로 당부 사항이 적혀 있다. 농장주를 돼지아빠라는 캐릭터로 구축시킨 치밀함이 지자체로부터 입찰을 받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대표가 물려받았다는 적산가옥은 압해에 도착해서도 산골짜기안으로 더 들어가야 했다. 탐진강 내리막 도로 끝에 적산가옥과 축사가 보인다. 대표는 잘생긴 동생에게 우리들을 소개 한다.

촬영은 지체 없이 진행된다. 500마리의 돼지를 기르는 축사와 돼지아빠를 카메라에 담는다. 촬영이 끝나자 선배가 꾸중을 한다. 보조로 들어온 입장이라 못 견디게 화가 나지만 스스로를 위로한다.

둘째 날은 직접 키운 돼지를 구워 먹으며 육질을 체크하는 장면을 찍는다. 대표는 조금만 더 힘내고 마지막 주에는 바다에 놀러 가자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바다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선배의 계속되는 질책에 유리 씨만큼 못하고 있는것 같아 자꾸만 수치스러워진다. 산불이 났다는 뉴스가 나오고, 촬영이 있던 사이 군청에서 적산가옥의 LPG 가스통이 불씨와 접촉하면 화재가 우려돼 찾아온다.

돼지아빠는 힘들게 일하는데 이런 환경이라 미안하다며 벽난로가 있는 지하실로 안내한다. 유리 씨와 서로를 달래며 이겨 낼 수 있을 거라 여긴다. 하지만 바로 대표의 질타가 쏟아진다. 초 단위로 쪼개서 쓰라고 한다.

바닷가 외진 양돈 축사에서 이루어지는 다큐 촬영은
영화 감독의 삶과 예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대립적이고 화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 끝까지 자기 자신이고자 애쓰는 주인공 나연이를 다루고 있다.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을 발견하고 서늘하고 암시적인 깨달음은 조화와 소통에 대한 접근 방식이 매력적이다. 딱히 주인공만의 일이 아닌 꿈을 향해 어렵게 한 발씩 딛고 나가는 청춘들의 고달픈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유리도 마찬가지고 진수도 여전히 급여 앞에서 성장과 맞바꾸는 굴욕감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남성 작가가 일하는 여성의 비애도 잘 담아내서 좋았다.

처음엔 제목이 참 이상하고 궁금했다. 다 읽고 나니 제목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제목이 스포다. 이런 깨달음이 주는 웃음이라 뒷끝은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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