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통권 164호 - 2019년 1월~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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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한참 전에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을 모아 놓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책을 통해서 격월간 발행하는 <녹색평론>이라는 잡지책을 알게 되었고, 2010년부터 줄곧 읽었단다. 작년 7~8월호까지 한번도 빼먹지 않고 읽었는데, 작년 9~10월호, 11~12월호는 빼먹었단다. 최근에 실리는 이야기들이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매번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몇몇 관심 있는 연재 이야기가 궁금하긴 했지만, 나중에 단행본으로 나오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어.

그렇게 작년에 두 번을 빼먹었더니, 자꾸 무엇인가 빼먹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 늘 하던 것을 안 했을 느낌 같은 것 있잖니.. 이를 닦지 않았다거나, 모닝 커피를 빼먹었다든지그래서 새해에 들어서는 다시 읽기로 했어. 아빠가 녹색평론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책도 많이 추천을 받았잖아. 그리고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녹색평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읽는 것이기도 하고그래서 다시 읽기로 했어. 그럼 이빨 빠진 듯한 지난 두 개의 과월호는 어떻게 할까?^^

1.

올 겨울은 제대로 추운 날도 별로 없이 지나가려고 하는구나. 너희들이 좋아하는 눈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지나가려고 하는구나.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위협은 현실이 된 것 같구나. 거기에 미세먼지와 싸우는 날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이런 환경을 만들어낸 것을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 산업 위주의 성장주의가 환경을 황폐화 시킨 것이란다. 그러면서 흙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어. 2차 세계 대전 이후 지금까지 지구 표토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연구도 있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빠도 하루 종일 흙을 밟지 않고 지내는 날이 훨씬 많은 것 같아. 흙은 기후 변화의 자정작용을 많이 했는데, 표면의 흙 자체가 없으니 기후 변화에 더욱 대응을 못하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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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지만 기후변화라는 엄혹한 시대를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불과 몇 인치이지만 그것 없이는 지상의 모든 생명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흙(토양)이 지금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2차대전 후 지금까지 전세계 표토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는 흙의 대량 소실이라는 이 현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깊게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흙이 잘 보존되고 가꾸어진다면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상당한 정도의 대응은 가능하고,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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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농업을 장려하는 것이란다. 그것이 지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희망일지도 몰라. 하지만, 무조건 농업을 하는 것이 아니야. 농업을 장려해야겠지만, 지금의 산업과 같은 농업의 모양도 변화를 해야 한다고 했어. 옛날 시골의 모습을 되찾아야 하는 거야. 세계 전체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하나가 되었으니, 농업도 그런 시스템 속에서 모양을 변해 있었고, 시골도 도시의의 생활도 크게 차이가 없었어. 농업도, 시골도 석유가 없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것이지. 녹색 혁명을 위한 시골과 농업은 이런 모습이 아닐 텐데 말이야.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시골조차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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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골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도시인들 탓으로 돌리면 기분이 좋아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골과 도시의 대립이라는 오래된 도식은물론 여전히 진실이며, 시골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도시의 식민지가 되어 있는 오늘날에는 경제적인 의미에서는 더욱 진실이기는 하지만우리의 문제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단순하다. 실제로 시골사람들도 갈수록 도시인들처럼 살고 있고, 따라서 도시인들과 공범이 되어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많은 시골사람들은 도시인들처럼 텔레비전과 세일즈맨, 외부 전문가들이 설정한 경제적, 사회적 기준을 자기들의 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의 쓰레기는 시골 매립장에서 뉴저지의 쓰레기들과 뒤섞여 있고,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구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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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저 옛사람들의 후손들은 지금 대부분 멀리로 떠나버렸다. 그 원인은 부분적으로 내가 조금 전에 언급했던 문화적 경제적 실패에 있다. 어쨌든 그들은 더 이상 저녁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그들 중 대부분은 잠잘 때까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매 수간을 광고를 듣는 데 쓰고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광고의 메시지는, 시청자가 다른 사람들처럼 되어야 하고 그러자면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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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에는 그 동안 농업을 살리고, 시골을 살리는 방안들을 제시했어. 아빠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의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농민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 인구를 늘리는 방안은 그들에게 안정적인 재정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미 우리나라에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기본소득을 실천하고 있는 자치제도 있잖아. 그러니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준비는 되어 있을 거야.

그렇게 농민들이 늘어나게 되면 수도권 과밀 현상이나 지역 균형 발전 문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구나. 강제로 정부 기관을 지방으로 보내거나, 지방에 높은 건물을 짓는다고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야. 그렇게 해결을 했다고 해도 흙이 황폐화되고 환경이 안 좋아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어. 오히려 지역 균형 황폐화가 될 수도 있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농업에 대한 무시하는 시각이 나타난 듯한데, 농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해. 문재인 정부도 더 늦지 않게 농업과 시골을 살리는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좋겠구나.

2.

유전자 관련된 기술의 발전은 늘 양면을 띠면서 발전하는 것 같구나. 유전자 복제 기술이 시작된 이후부터 늘 있었던 문제인 것 같아. 이번 녹색평론 164호에서는 그런 유전자 기술에 대해 여러 꼭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예전에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어. 이 기술은 제한적이고 무작위라서 큰 효용가치가 없었다고 해.

그런데 2012유전자 가위 기술이 가능해지면서, 원하는 유전자의 변형이 가능하게 되었어. 이로 인해 유전자 치료 확률이 높아지고, 비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대. 그러니 더욱 윤리적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었지. 심지어 2018 11월 중국에서는 유전자 변형 인간이 출생하기도 했대. 인간이 신의 영역에까지 들어온 것인가?

유전자 기술은 이미 다른 생명체들의 존속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대. GM 모기를 이용하여 모기 개체수를 줄여서 멸종에 이르게 하는 계획도 있대. 이런 유전자의 기술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방향도 도덕성과 안전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 같구나.

3.

<내 인생의 책>이라는 연재 코너에서는 아빠가 좋아하는 역사학자 중에 한 분인 이이화님의 글이 실려 있었어. 대학 입학할 때는 문예창작과에 입학을 했다가 고전번역을 하다가 역사학자의 길을 들어섰다고 했어. 그리고 아차산방을 짓고 다른 문인들과 교류를 했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좋았단다.

녹색평론의 여러 코너 중에 아빠가 좋아하는 코너는 <서평> 코너란다. 좋은 책을 추천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거든. 이번에 소개된 3권의 책 중에 <중독의 시대> 내용이 좋았어. 우리는 중독의 시대를 살고 있고, 그것은 자본주의시스템이 중독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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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따라서 자본주의시스템에서 모든 개인은 중독시스템을 구성하는 기본세포이다. 이 세포의 성장은 중독시스템으로서의 자본주의를 확대재생산한다. 아니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이 세포는 계속 성장해야만 한다. 결국 세포, 그들이 속한 다양한 조직인 학교, 가족, 노조, 기업, 정부 그리고 이것들을 품에 안고 작동하는 사회 전체가 하나의 중독시스템으로 완성된다. 잘 짜인 연결망으로 서로를 얽매어 중독이라는 단일한 작동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괴물체, 저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중독 과정을 영속화하는 병든 시스템이 바로 자본주의사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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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빠도, 너희들도 모두 자본주의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아빠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 어떤 약물에 중독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약물 중독을 치료하려고 노력하려고 하잖아. 그런 것처럼 이 자본주의시스템의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스스로 중독자라는 사실을 시인해야 한다고 했어. 그리고 내면의 삶을 지향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쉽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방향을 전환을 해서 함께 한다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만 혼자 방향을 튼다면 그 길이 옳다고 해도 자꾸 뒤돌아볼 것 같구나. 그런 두려움이 있는 거야. 결국 이 중독시스템에서 안주하여 지구가 망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이 책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보고 싶구나.

,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 ‘촛불혁명으로 10년 만에 다시 들어선 민주정부가 임기 중반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위기를 맞았음을 알리는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책의 끝 문장 : 이 책을 만들고 이어온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6)
농사를 살리는 것은 당면 위기에 대한 지혜로운 대응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난제 중의 난제, 즉 수도권 과밀현상과 지역균형발전 문제의 해결에도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중앙의 주요 기관 지방 이전이라는 방식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경제가 우선 살아나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역경제의 핵심이 농사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이다. 농사를 살리면 지역의 토착 소상공업이 살아나고, 지역사회와 마을문화가 활기를 찾고, 거기에 뿌리를 박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연히 늘어나게 마련이다.

(53~54)
분단체제는 다른 체제로 체제전환(system transformation)됨으로써 사라진다. 분단체제 안에서 성장해온 힘이 이 체제의 작동을 정지시키면서 새로운 체제로 전환해가는 것이다. ‘촛불혁명’이야말로 바로 이러한 체제전환의 계기,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분단체제가 체제전환을 통해 환골탈태해야 한다면, 그 환골탈태한 새 체제란 과연 무엇일까? 남북의 적대가 해소되어 평화롭게 공존하는 체제 아니겠는가? 그래야 ‘독재가 민주를 회수하는 마의 순환고리’가 이윽고 끊기지 않겠는가? 그것이 한국과 조선이 서로를 인정하여 수교하는 양국체제, 즉 양국 평화체제, 양국 공존체제 아닌가? 그것이 ‘분단체제에서 양국체제로의 체제전환’인 것이고, 이것이 ‘촛불’을 진정 ‘혁명’으로 만드는 징표가 되지 않겠는가? 이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과연 분단체제론은 어떻게 생각할까?


(81)
1999년 8월 ‘현대의료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아홉 명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바르바샤의 게토 유적, 그리고 독일 베를린으로 답사여행을 떠났다. 일본과 자주 비교가 되기도 하지만, 독일 또한 전쟁 당시 나치에 의해 의학범죄가 행해졌던 나라이다. 그러나 일본은 전쟁 중의 의학적 범죄에 대해서 조금도 반성하거나 돌아보려고 하지 않는 데 비해서, 독일의 경우에는 나치 의학이 저지른 범죄들에 대해 반성하고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가치 - 1918년부터 1945년까지의 독일 의학>은 나치 당시의 독일 의학을 반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독일의사회가 발행한 보고서이다. 여기에는 과거의 나치 독일 치하에서의 의학범죄 사실들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의사회를 비롯해서 아무 데서도 이러한 노력이 조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28)
대학은 과학에 대해서 무엇을 해왔는가? 대학은 대학의 경비 염출을 위해서 과학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희생시켰다. 대학은 과학을 싸구려로 만들고,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통속적으로 만들었다. 대학에 의해서 과학은 홍보용 속임수 수단이 되었다. 이런 종류의 교육에 의해서 나온 산물이 그래도 좋은 물건이 되어 있다면, 그것은 젊은이들의 정신이 아직 건강한 탄력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회복 불가능할 만큼 손상을 입고 있다.


(129)
오늘의 과학은 공적 지원에 너무나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보조금을 받지 않고는 연구를 수행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과학자들의 연구비 신청이 거부된다면, 가장 젊고 원기 넘치는 조교수들조차도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고 신청서를 작성하는 일에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한다. 이와 같이 연구비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끊임없이 열리고 닫히다 보면, 그것은 일종의 파블로프형 조건반사 작용을 낳고, 과학을 돌이킬 수 없이 손상시키는 일반 신경쇠약 증상을 초래한다. 그러고 보면 너무 가난해지기 전에 너무 부유해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법하다. 왜냐하면 그사이에 실현될 가능성도 별로 없는 길로 많은 젊은이들이 유혹을 받고 끌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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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2-26 0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빠진 두 개의 과월호 결국은 읽는다에 한표 던집니다. ㅎㅎ
갈수록 중독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만 가는 시대에 스스로를 해독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bookholic 2019-02-27 01:24   좋아요 1 | URL
ㅎㅎ 네 빠진 이 채워놓겠습니다.^^
설해목님,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