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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발효빵 - 한살림 빵 선생 이주화의
이주화 지음 / 백년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덮은 다음에 제일 기억에 남는 문장은 “한 번 배양한 발효종을 평생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기억나는 문장은 “천연효모로 빵을 만들면 레시피가 필요없어요.”라는 말이고 그 다음에 떠오르는 것은 “구운 가지를 넣은 샌드위치”입니다.
늦잠은 자고 싶고 밥은 하기 귀찮은 휴일 아침이면 전날 미리 빵집에서 사다놓은 식빵에 이런저런 재료를 넣어서 샌드위치를 만들곤 합니다. 토마토가 있으면 넣고 없으면 통과, 치즈가 있으면 넣고 없으면 말고...... 계란, 베이컨, 상추, 양파, 피클, 케찹도 있는 건 넣고 없는 건 대충 생략해서 만드는 샌드위치는 그때그때 맛이 다릅니다. 어떤 날은 맛있고 어떤 날은 먹기 힘든 맛이 날 때도 있지요.
샌드위치에 다른 무언가를 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더군요. 그러다가 이 책에서 구운 가지를 샌드위치에 넣고 구운 호박도 넣고 두부나 다른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하는 걸 보고 반가웠습니다. 따라하기 딱 좋은 걸 찾았으니까요.
그런데 샌드위치에 사용할 빵을 만들 용기는 아직 없습니다. “한 번 배양한 발효종을 평생 사용할 수 있다.”는 솔깃하고(?) 멋진 내용에 끌리면서도 발효종을 잘 만들 자신이 없습니다. 발효액종을 만들고 1차, 2차, 3차에 걸친 발효종 배양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한번 만든 발효종을 계속 배양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천연발효빵을 시도할 용기를 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천연발효빵에는 레시피가 필요없다고 합니다. 책을 따라서 한 번 만들어 본 다음에는 무한대의 응용이 가능하다는 뜻이겠지요. 일단은 우리밀식빵이랑 건포도식빵, 단호박식빵을 먼저 따라해보고 그 다음에 양파빵이랑 토마토바질빵도 성공하면 냉장고 속 재료를 이용한 빵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혼자 생각을 하지요. ‘23∼28℃에서 발효가 활발하게 진행이 된다고 하니까 나는 발효가 조금 덜 활발할 시기에 한번 시도를 해 보는 게 어떨까? 4월 초 쯤이면 날씨가 적당할 것 같은데......’‘지난번에 엄마가 우리밀 준다고 하실 때 받아올 걸, 괜히 필요없다고 그랬어. 엄마가 작년에도 밀을 심으셨을까? 밀 수확이 언제더라? 올해는 얻어와야지......’
수필을 보는 듯, 사진집을 보는 듯, 어쩌면 일기를 훔쳐보는 듯 깨알 같은 재미가 숨어있는 책입니다. 틈틈이 등장하는 작가의 빵만들기 역사와 효모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은 감동을, 가끔은 즐거움을 줍니다.
다만 “이 책에 쓰인 베이킹 용어”가 앞쪽에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팬닝’이라는 말이 책에 자주 나오는데 정확한 뜻을 몰라서 네이버에서 찾아보니『팬닝 [Paning] : 반죽을 밀어 성형하여 올려놓는 과정으로 팬의 온도 32°C가 이상적이다. 팬에는 샐러드 오일, 팬오일, 쇼트닝을 바른다.』고 적혀 있더군요. 대략, 반죽을 팬에 올려놓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는 짐작했지만 제대로 알고 나서 책을 보니 더 편했습니다.
나중에 책의 끝부분을 보니 “이 책에 쓰인 베이킹 용어”라는 내용에 성형하기, 휴지하기, 팬닝하기, 스팀주기, 덧가루 뿌리기, 토핑하기, 예열하기 등에 대한 설명이 있더군요. 미리 알았다면 “나같은 생초보가 보기엔 좀 어려운 책인가?”하는 고민 없이 더 편하게 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볼 때 목차를 살피는 편인데 이 책은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목차를 대충 넘어갔다가 약간의 피해(?^^)를 봤습니다.
책 내용에는 만족하지만 제본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천연발효빵이 한 번에 다 보기엔 많은 분량이라서 여러 번 자주 봐서 그런지 책의 삼분의 일 정도 되는 부분에서 책등이 쪼개지려고 하네요. 이런 책은 오래 두고 보게 되는데 벌써 이렇게 갈라져서야...... 책이 좀 더 튼튼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