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잡스를 말하다 -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적 통찰력과 예술적 감수성
이남훈 지음 / 팬덤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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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걸겠다!
  

 

   스티브 잡스가 지난 10월 6일,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잡스는 지난 2003년 췌장암 수술과 2009년 간 이식 치료를 받았고 올해 초 3번째로 병가를 낸 바 있고, 지난 8월 24일에는 “나는 평소 애플 CEO로서의 책임과 기대를 더는 충족하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사임의사를 이사회에 처음 밝힐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시점이 온 것 같다”며 애플 CEO직의 사임하고 일상적 경영업무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나서 운명을 달리했다. 

   그의 죽음을 두고 구글의 두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잡스가 이룩한 업적과 그의 비전과 리더십이 자신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한 그의 사망소식은 웬만한 나라의 대통령의 서거보다 더 크게 다뤄졌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가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을 정도다. 한편 지난 10월 5일 아이폰 4S가 출시되었는데, 팀 쿡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만 해도 특별한 기능이 없어 소비자들이 시큰둥했었는데요, 다음 날인 6일, 잡스의 사망 이후 ‘그가 남긴 마지막 유작’이라면서 예약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껏 스티브 잡스라는 거인이 있어 그의 어깨를 통해 IT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21세기 첫 10년은 ‘스티브 잡스의 10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애플은 아이팟을 시작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내놓으며 전세계를 상대로 말 그대로 잭팟을 터뜨렸다. 애플의 성공에 세상이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해당 제품군의 표준이 된다는 점이다.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시장이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아이패드라는 하드웨어는 기존 소프트웨어 시장은 물론 영상, 음악, 게임 등의 유통 구조에 변화를 일으켰다.  

   이러한 애플의 성공에 힘입어 스티브 잡스는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뽑은 ‘이 시대의 CEO’에 선정되었고,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던 1996년만 하더라도 몰락의 위기에 있던 애플은 현재 시가총액은 약 3840억 달러로 세계 최대 시가총액을 보유한 기업으로 일궈냈다. 쉽게 말해 최근 10년은 잡스가 쥐락펴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바, 그래서 그의 부재가 더욱 안타깝고, 소개하는 책 <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를 말하다>(팬덤북스)가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원래 잡스의 첫 자서전 <스티브 잡스>(민음사)는 오는 11월에 출간 계획중이었다. 하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이후 자서전이 한 달 먼저 당겨졌고, 지난 주 확인된 바 예약주문만 해도 65,000부에 달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먼저 살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금 시중에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관한 책이 수십 권 나와 있지만 그 책들은 잡스의 외형이나 업적 등에 집중하는 경향이 거의 대부분, 잡스의 내부 즉 인사이트를 들여다 본 책은 그리 많이 않다. 그 점에서 이 책 <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를 말하다>는 CEO 뿐 아니라 인문학광 스티브 잡스를 들여다 본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이유는 또 있다. 지난 9월 국내에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해 깊은 관심이 쏠렸었는데, 다름 아닌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는 삼성경영연구소의 보고서 때문이었다. 

   이 보고서는 “소비자가 아이폰과 페이스북에 열광하는 이유는 첨단기술과 새로운 기능 때문이 아니라, ‘단순하고 편하고 재밌는 것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며 “기업 간 기술 및 가격 차별화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문학이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성공이 인문학이 학문으로서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쓸모 있음을 국내 경영계에 일깨워 준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스티브 잡스는 실제로 아이패드2의 출시를 위한 설명회 연설에서 “우리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은 우리는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고자 했다. 기술과 인문학, 이 두 가지의 결합이 애플이 일련의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잡스는 평소에도 “애플의 DNA에는 기술뿐 아니라 인문학이 녹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애플과 잡스에 대해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바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드러난 외형적 사실에 주목할 뿐 그들이 있게 한 '무엇WHAT'과 ‘어떻게HOW?'는 살펴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잡스의 애플 제품에는 어떤 인문학적 DNA가 들었을까?

이 책은 제목처럼 경영자 잡스가 아니라 인문학자 잡스를 살폈다. 저자는 저널리스트 출신의 경제경영 전문작가인 이남훈인데, 저널리스트답게 잡스의 육성이 담긴 다양한 인터뷰 자료를 통해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적 통찰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잘 찾아냈다. 

   우선 잡스는 대단한 인문학광이다. 그는 “나에게 리드 대학교의 고전 100권 읽기 프로그램은 굉장한 도움이 됐다.”고 말할 만큼 그는 학창시절부터 인문고전을 즐겨 읽었다. 또한 “소크라테스와의 점심에 우리 기술 모두를 내 놓겠다.”며 인문고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인문학으로 유명한 리드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양부모님이 모은 재산을 자신의 대학등록금으로 다 썼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대학을 중퇴했다. 하지만 그는 교정을 떠나지 않고 머물며 그가 듣고 싶은 강의와 서예에 심취했다. 무일푼인 잡스는 친구들의 방바닥에서 잠을 잤고, 음식을 사기위해 되돌려주면 5센트를 주는 콜라병을 모으는 일도 해야 했다. 심지어 그는 한 사원에서 일주일에 한번 주는 식사를 얻어먹기 위해 일요일 밤마다 7마일을 걸어다니기도 했다.

자칫 슬픈 이야기 같지만 잡스는 이 시절을 두고 “그 시절 내가 만일 대학의 그 과목을 듣지 않았다면 맥 컴퓨터는 결코 다양한 서체를 가진 컴퓨터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고 고백했다.  

   책 본문을 살펴보면 잡스의 인터뷰 내용들 곳곳에 그의 인문학적 통찰력이 숨어 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제품을 만들기에 앞서 ‘포커스 그룹’ 다시 말해 소비자에게 어떤 제품이 좋을지 묻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비자에게 묻지 않고 그런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애플의 모토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다. 이 말의 의미는 기존 가전회사처럼 혁신을 기술에만 둘 것이 아니라 사용자인 사람을 감동시키는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는 뜻이라고 잡스는 말이다.

   그렇다. 그는 평소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고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발칙하기 짝이 없는 이 말은 잘 새겨들어야 한다. 잡스는 소비자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니즈를 찾고자 하는 포커스 그룹으로는 미래를 창조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다시 말해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지금까지 이러한 제품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제품을 만들어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르게 생각하기'는 애플 제품들의 비전과 안목에도 적용되었다.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인 매킨토시를 내 놓을 때 잡스는 “들어 올릴 수 없는 컴퓨터는 더는 컴퓨터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무실 크기만 한 IBM 컴퓨터의 종말을 예고했다. 또한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아이튠즈는 음원을 불법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파일을 전송할 뿐.”이라며 소송에서 승리해 음반사를 누르고 MP3시장을 잠식했다. 

   특히 잡스가 만들어낸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은 인간의 소유심리에 맞선 케이스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튠즈가 나오기 전만 하더라도 음반업자와 가수들은 ‘불법복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문제는 인간의 소유욕망에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해 인간의 ‘소유욕망이 불법복제라는 인터넷 사생아를 낳는다‘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불법복제자들에게 헛된 양심에 의거해 구걸하지도 않았고, 그들을 적발해서 처벌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잡스는 처벌과 양심이라는 단선적인 틀에서 벗어나 더 나은 환경의 제공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공해 ‘합법적인 다운로드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불법복제 음악파일을 받다 보면 음이 끊기거나 깨지고, 심지어 악성 바이러스까지 종종 감염된다. 공짜는 공짜인데 불필요한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단점이 있다. 잡스는 이를 잘 간파하고, 아이튠즈는 단돈 1달러에 채 10초도 되지 않아서 다운을 받는 환경을 만들어 놨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공짜받자고 시간을 들여 불법을 저지를래, 아니면 단돈 1달러내고 합법적으로 깨끗한 파일 받을래?“라고 물었다. 당신이라면 뭘 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잡스가 애플의 제품에 대해 인문학으로 바라본 시각이다. 그는 인문학이라는 렌즈를 끼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면 사안을 바라보는 틀이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었다. 

  한편 애플빠들 다시 말해 애플 매니아들은 스티브 잡스를 두고 “그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아티스트 였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스티브 잡스가 가진 심미안審美眼 때문이다. 그는 평소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이다.”라고 말을 하곤 했다. 그는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작동 방식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천 마디 말보다 직접 보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위대한 제품은 ‘아무런 말이 필요 없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집착을 잘 말해주는 에피소드가 하나.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내부의 부품배치를 보면서 깨끗하게 잘 나열되어야 한다고 잔소리와 더불어 이런 저런 평가를 내렸다. 그러자 이에 화가 난 개발자가 “누가 PC 보드의 모양까지 신경 씁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 하는 것이지 아무도 PC보드를 꺼내보지 않는다고요.” 라고 말했다. 이에 스티브 잡스는 “내가본다고. 비록 그것이 케이스 안에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것이 가능한 한 아름다워야 한다.” 고 대답했다. 그리고 “위대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장롱 뒷면에 형편없는 나무를 쓰지 않아.”고 덧붙였다. 마치 로마 시스티나 성당 천장 벽화의 구석진 부분을 정성스럽게 그릴 때 “누가 안다고 그렇게 고생해가면 그리는가?”는 친구 말에 “내가 알지.”라고 대답한 미켈란젤로를 연상케 하게 한다. 바로 이런 점이 잡스를 엔지니어가 아닌 아티스트로 불리는 이유이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04년 초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앓았다가 극복한 후 깨달음은 얻는데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은 머지않아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한 후에 내릴 수 있었다.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며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해도 지금 이 일을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질문에 ‘노’라고 대답하는 날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때야말로 새로운 변화에 도전해야 할 순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그는 자신이 영입한 후임으로부터 애플에서 해고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좌절하거나 외도 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자신만의 길을 고수했다. 스티브 잡스는 마지막까지 미래를 지 않고, 오늘을 살았던 것이다. 오늘의 애플이 있게 한 원동력도 바로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21세기를 두고 감성의 시대다,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이 매출을 주도하는 시대다.. 등 다양한 말을 내 놓는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애플과 같은 생각을 하면 살아남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의 가운데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행한 축사에서 “여러분, 인생의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남의 인생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마음과 직감은 여러분이 정말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죽음의 문턱에서 줄타기를 하는 그가 보내는 오늘 하루는 하늘이 허락해 준 마지막 휴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끊임없이 갈망하라. 늘 바보가 되어서 끊임없이 배워라)” 라는 말을 잡스가 두 번이나 강조한 했다. 이 말은 당장 죽어도 후회 없는 오늘을 살라는 뜻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신다면 인문학자 잡스로부터 ‘나답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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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를 위한 경제학은 따로 있다 - 마음에 속고 확률에 속는 당신을 위한 행동경제학
마카베 아키오 지음, 김정환 옮김 / 부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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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결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다!

 

   검은색과 빨간색이 번갈아 칠해진 카지노의 룰렛에서 매 번 특정 색깔이 나올 확률은? 50% 다. 몇 번을 하느냐에 관계없이 확률은 똑같다. 그런데 실제로 이 도박에 참여한 실험자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검은색이 다섯 번 연속 나왔다면, 여섯 번째는 무슨 색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까? 묻는 나 역시 “이제는 슬슬 빨간색이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빨간색에 베팅을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여전히 확률은 50%는 변함이 없다. 뻔한 대답에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고 실망하실 필요는 없다. 정선카지노에 있는 많은 도박 참여자들이 아직도 이런 오류에 빠지며 베팅을 하고 있으니까.

   이러한 오류는 금융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우리는 툭하면 "시장이 이렇게 저평가돼 있으니 상승하는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며 확률을 주관적으로 왜곡하곤 한다. 그리고 결국 투자금을 날리곤 한다. 

   이 책은<투자자를 위한 경제학은 따로 있다>는 이처럼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자신의 마음에 속아 실패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하는 기존의 경제학 이론이 현실 경제의 모든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행동경제학을 금융시장의 각종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투자자들이 가진 마음 속 편견과 자기합리화, 자존심, 통제의 환상, 인지 부조화 등은 우리를 번번이 실패로 이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부제가 ‘마음에 속고 확률에 속는 당신을 위한 행동경제학‘. 행동경제학은 한마디로 ‘호모 이코노미쿠스’ 즉, 경제적 인간을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태클을 걸은 새로운 학문이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인간을 끝없는 욕망과 완벽한 합리성을 갖춘 인간으로 보고 있는데 현실에서의 인간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기에 전제부터 엉망이라고 항변한다. 

   왜 아니겠는가? 백해무익한 담배를 끊는다고 다짐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사람들, 야식과 함께 다이어트 약을 먹는 여성들, 단지 싸다는 이유로 별 필요도 없는 상품을 충동구매를 하는 소비자들 ... 이처럼 현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경제행위는 결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되지 못한다. 행동경제학의 근간이 되고 있는 행태경제이론은 이러한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새로운 경제학의 대안이다. 행태경제이론의 시작은 바로 우리들은 주류경제학이 말하는 것처럼 결코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고 간디처럼 인내심이 많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 준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왜 우리는 합리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건가?

   우리가 의사를 결정할 때 “그것을 선택하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여기에서부터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은 행동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는 ‘전망이론‘이다. 이 전망이론을 제창한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얻은 결론 중 하나는 “사람들은 특정한 상태에서의 변화에서 이익과 손실에 크게 의존해 가치를 느끼게 되며 이것이 의사를 결정하는 바탕이 된다.” 라고 보았다. 이 전망이론은 전통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현상들을 설명했는데, 하나는 손실 회피이고 다른 하나는 반사 효과이다. 

   일반적으로 이익과 손실에 대한 사람의 태도를 비교하면, 이익과 손실이 같은 수준이더라도 이익보다는 손실을 상대적으로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익을 볼 때는 당연하게 여기고, 손실을 보면 나만 피해를 본 것처럼 마음이 아픈 데 바로 이러한 경향이 손실회피이다. 또 하나는 반사효과인데, 투자자가 이익이 나는 국면에서는 현재의 이익에 만족하는 리스크 회피적이 되는 반면, 손실이 날 때는 리스크 허용도가 확대되어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사태가 개선되기를 기다리는 리스크 추구적인 경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익이 나면 앞으로 이익이 더 날 수 있는데도 그나마 얻은 이익을 놓치게 될까 불안해서 얼른 팔아버리려고 하고, 손실이 날 때에는 본전을 찾으려는 마음으로 최대한 버티려는 경향을 말한다. 이 경향을 그대로 따른다면 ‘이익은 적게 보고, 손실은 크게 볼 수밖에 없는 투자’가 된다. 우리가 번번이 투자에서 손해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있다. 마치 ‘나의 투자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소름이 돋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전망이론은 대체 어떤 이론 이길래 행동재무이론은 물론 행동경제학 연구의 출발점으로 작용하게 된 것일까?

전망이론은 우선 이익과 손실에 대한 인간 반응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발견'에서 출발한다. 우리 인간의 행동을 보면, 칭찬보다는 지적에 민감하며, 이익보다는 손실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즉 조금만 이익이 나면 차익을 실현하는 반면, 엄청 물리고 나면 아예 손절매를 치기보다는 장기투자자로 남는 모습을 너무나 자주 본다. 이런 현상을 정리한 것이 전망 이론인데, 여기에 인지부조화 문제와 휴리스틱 등의 이론이 붙으면서 본격적인 이론의 체계를 갖추게 되고 이에 결국 최근에는 행동경제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련의 거품과 그에 따른 금융 위기를 겪으며 막심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라면 현재 시세가 거품인지 아닌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지 망설여질 것이다.

   투자자들은 자칫 잘못 판단하면 손실이 나는 상태인데도 본전 생각으로 투자 포지션을 유지한다든지, 판단을 못 내리고 있다가 다들 ‘손을 터는’ 분위기라 덩달아 빠져나온다든지,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정적인 순간에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자기 나름으로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결정한 것들도 돌아보면 직감이나 인상으로 판단한 것이거나 자기중심적인 선입견과 확률에 속아 결정한 것들일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물론 부에 대한 욕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투자판단에 있어 자신이 내린 결정이 수익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기대는 어쩌면 당연하다.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은 좋은 기업을 발굴해내기보다 뜻하지 않은 행운을 꿈꾸며 투기적인 희망으로 주식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저자는 주식투자는 단기적인 시각보다 장기적인 투자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확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그러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 바로 직전 판단에 있어 마지막으로 의미를 두게 하는 책이다. 바로 “지금 내 판단이 과연 합리적인가?”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책은 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나 오류, 확률을 계산하거나 가치를 평가할 때 적용하기 쉬운 주관적인 잣대들을 검토하게 해 준다. 투자자들로서는 시장의 주기와 행태를 더 풍부히 이해하고 투자 활동 및 재테크 전반에 걸쳐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리는 투자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한 번 신중하게 할 것이다. 독자가 이 책을 내려놓으며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단 하나의 당부는 ‘아무리 신중하게 판단한다 하더라도 나의 투자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의심하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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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게릴라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15
게리 해멀 지음, 이동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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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혁신하려거든 꿀벌의 성실함을 버리고 게릴라의 열정을 지녀라!

   “우리는 이제 20세기형 진보에 냉소적이다. 우리는 단조로운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약속받았지만, 결국은 사무직 노동자가 되었다. 우리는 상당한 자율권을 약속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많은 회사 정책의 속박을 받고 있다. 우리는 순수한 목적의식을 약속받았지만, 분기마다 수익을 점검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우리는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약속받았지만, 본질과는 상관없는 끝없는 회의에 파묻혔다. 우리는 창조성을 위한 공간을 약속받았지만, 결국은 리엔지니어링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종종 동료라고 불리었지만 낡은 소모품 취급을 당했다. 그렇다. 휘었던 우리의 등이 펴진 것은 사실이다. 진보의 시대는 육체적 부담을 줄여주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무디어졌고, 정신은 고갈되었다.“

  세계적인 경영구루 게리 하멜은 <꿀벌과 게릴라>의 첫머리에서 "진보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대신 "우리는 지금 혁명의 시대의 출발선에 있다"고 진단한다. 게리 하멜Gary Hamel은 2008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경영 구루Guru’에서 현대 경영의 창시자로 통하는 톰 피터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포춘과 이코노미스트 또한 그를 ‘세계를 선도하는 경영전략 전문가’로 선정했다.

 세계 언론이 그에게 붙인 닉네임은 ‘창조경영학의 창시자’. 관리와 효율을 강조하는 기존 경영학에 반기를 들고, 창조와 혁신의 중요성을 설파해 왔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는 경쟁의 룰을 바꾸는 혁명과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창의력만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 기업경영에서 잘 알려진 개념인 ‘전략적 의도’ ‘핵심역량’ 같은 용어를 창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뉴욕 타임스로부터 “비즈니스 개념의 혁명적 전환과 자기 혁신을 촉구한 최고의 경영 철학서”로 평가받았다. 원제는 Leading the Revolution이다. 


   “1997년까지 이동전화 사업의 세계적인 선도 기업이었던 모토롤라는 디지털무선기술로 넘어가는 1~2년 정도의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그때까지 무명이던 북유럽기업 노키아가 세계 1위 업체로 부상했다.

   한편 영국의 대표적인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딕슨의 자회사인 프리서브는 지난 98년9월부터 인터넷 무료접속 서비스를 실시, 15개월 만에 1백5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AOL을 제치고 영국최대의 인터넷 접속업체로 떠올랐다" 

   위의 사례들은 게리 해멀이 <꿀벌과 게릴라>에서 21세기 기업에겐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제시한 사례들이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 20세기까지를 "진보의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혁명의 시대"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기업과 개인이 혁명적인 자기변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해멀의 지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단순하게 주어진 일만을 성실히 해나가는 직원을 꿀벌로, 이와 대비해 과거 일 처리 방식과 단절, 새로운 혁신방안을 고민하는 직원을 게릴라로 표현했다. 비즈니스 전쟁에서는 점진적인 개선 만으로 부족하고 변화의 흐름에 혁명적으로 대처하라고 요구한다. 성실의 모범으로 여겨지던 꿀벌의 위상이 게리 하멜에 의해 굴욕을 당했다. 꿀벌이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렇게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어제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오늘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젠 더욱 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조언들이 실제 사업에서는 큰 효용을 주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거 기업에서는 리더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한 조직상이었다. 사회에서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튀지 말고 지켜보다가 앞에 사람 따라가라’ 가 우리가 배운 삶의 모범처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난 돌에 대해서도 관대하게 지켜봐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모난 돌들이 개미와 꿀벌을 대신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놀라운 부(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진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21세기의 기업환경은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경쟁사를 이기는 것보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적 탁월함보다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기업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반역자"가 되고 "혁명가"가 될 것을 주문한다. 그는 우선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과 비즈니스 개념을 바꾸고 혁신의 열정을 가진 행동주의자가 돼 새로운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로 경영진을 설득하는 게릴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IBM의 데이비드 그로스만과 존 패트릭, 소니의 켄 쿠타라기 등이 게릴라 즉, 대표적인 "혁명가"의 사례다.

   IBM의 하급 기술자 데이비드 그로스만은 인터넷을 매개로 직원들을 규합하여 IBM이 인터넷과 e비즈니스로 나아가자는 운동을 일으켰다. 거대한 관료주의의 벽에 답답해하던 젊은 CEO 루 거스너는 즉시 그들의 운동에 동참하여 혁명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하여, 누적적자 150억 달러의 죽은 공룡은 세계 최고의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로 찬란하게 부활했다.

   SONY 플레이스테이션의 창조주 쿠타라기 켄은 거의 반역에 가까운 음모로 디지털 소니의 신화를 창조했다. 그는 경쟁사 닌텐도에 핵심 부품을 만들어주면서 소니가 닌텐도를 능가하는 진짜 혁명적인 게임기를 만들 역량이 있음을 증명했다. 소니의 CEO 오가는 켄을 비난하던 낡은 간부들을 해고하고 그에게 디지털 소니의 미래를 맡겼다. 



   오늘날은 창의적이고 주변적인 게릴라의 시대라고 전망하는 해멀은 오늘날의 비즈니스는 경쟁사를 대상으로 기업을 포지셔닝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혁신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이 책이 다른 경영전략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멀은 조직과 기업의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의 혁명을 설득한다. 혁신에 열정을 가진 개인들은 행동주의자가 되어야 하며 새로운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여 경영진을 설득하는 게릴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멀의 주장은 경영진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기업에 몸담고 있는 '나'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미래는 잊어라' '다르게 보고, 다르게 돼라', '새로운 자체에 중독돼라', '이단자가 돼라' 등 혁신을 위한 행동원칙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은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비즈니스맨의 강령처럼 여겨진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은 불연속적이고 돌발적이며 선동적이다. 그래서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기업은 이미 멸종의 길로 들어섰다. 경쟁은 혁신기업 대 기존기업, 혁명가 대 기득권자의 구도가 되었다. 게리 해멀은 이렇게 말한다. “혁신적 기업은 우선 당신 기업의 시장과 고객을 빼앗아 갈 것이다. 다음으로 당신의 기업의 가장 우수한 인재를 빼앗아 갈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당신 기업의 모든 자산을 빼앗아 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추종으로는 세계적 리더십을 얻을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한다. “왜 나는 저 뒤를 쫒고 있는가?” 그리고 이렇게 선언하고 실천해야한다. “이제 나의 길을 갈 것이다. 나의 강점에 기초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이길 것이다.”

 


   이 책은 또한 경영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모든 직장인에게 또 이렇게 묻는다. “만일 노동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조직의 운명에 영향력을 끼칠 책임을 스스로 포기한다면 피고용인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라고.

   그는 직장인에게 ‘충성스러운 반대자’가 될 것을 권고한다. 조직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의존’이 ‘충성’으로 착각되어서는 안 된다. 직장인은 더 이상 의존적이어서는 안된다. 당신에게 선택권이 있다. 또한 당신은 동료에 대한 의무가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성취해 내도록 서로 돕는 것이다. ‘그들의 승리’이기도 하고 ‘나의 승리’이기도 하다.

   미래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임을 믿는 사람들의 것이다. 열정을 믿는 사람들의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꿈을 희생하지 않는 사람들의 것이다. 만들어 주는 대로 살지 않는 사람들, 과거의 유산에 매몰되지 않는 사람들, 그리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난해 4월부터 KT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게리 하멜은 대한민국의 기업에 대해 전체 사업의 스위치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21세기 인터넷 시대의 혁신 아이디어는 변두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개방과 투명성, 협업이 가능한 유연한 조직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아직도 많은 기업이 규율·집중·효율성에 역점을 두는, 쉽게 말해 직원을 로봇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명하달 식으로는 혁신은 불가능하다며 인간 능력을 단계화한다면 ‘복종’은 최하위인 반면 인간만의 고유한, 최고의 역량이란 바로 열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우리에게 지금은 꿀벌의 성실함을 버리고 게릴라의 열정을 취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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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벼룩 - 직장인들에게 어떤 미래가 있는가, 개정판
찰스 핸디 지음, 이종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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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기, 자유로운 벼룩으로 살아라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어려움을 거듭하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 역시 좀처럼 불황을 박차고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내년 우리 경제는 살아가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개인에게는 여전히 고용 안정성이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올 것 같다. 

 

   책 '코끼리와 벼룩'(생각의나무)은 이런 위기의 상황에 읽어 볼만하다. 세계적인 경영구루 찰스 핸디가 개인의 관점에서 개인과 기업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통찰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거대한 기업 '코끼리'의 한 조직원으로 살기를 포기하고 자유로운 '벼룩'이 되어 살아가는 맛을 느끼라고 말한다. '벼룩'은 회사의 대표자가 아니라 자신을 대표하는 독립된 인격으로, '벼룩'들은 스스로의 삶을 “포트폴리오 인생”이라 부른다.

   저자는 1996년 영국 회사의 3분의 2가 '1인 기업'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미 하나의 분명한 현실이 된 '벼룩 시대'의 자유를 만끽하는 법을 제시한다. 그는 독자들에게 흘러가버린 과거의 세상을 목표로 살지 말고, 대기업이 제공하는 의심스러운 안전보다는 무소속의 자유를 준비하라고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소속의 자유란 구체적으로 뭘까? ‘벼룩 생활을 하라‘고 외친 찰스 핸디. 그 역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일에서의 성공과 가정에서의 행복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찰스 핸디의 벼룩 생활을 가장 잘 설명한 부분이 있다. 

   “나는 겨울 여섯 달 동안에 돈 버는 일과 자원 봉사 일을 전부 해치우기로 동의했다. 여름 여섯 달은 아내의 시간으로 남겨놓았다. 이 기간 동안에 나는 책을 쓰는 데 필요한 자료를 읽고 또 노트를 하는 등 공부하는 일을 하면 되었다. 아내의 시간 6개월 동안, 나는 가능한 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나는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그녀의 물건을 대신 들어줄 수 있고 또 비가 오거나 해가 날 때는 우산이나 양산을 대신 들어줄 수 있다. 운전기사로 뛸 수도 있고 아내의 약속 장소에 친구 삼아 나가줄 수도 있다. 또 그녀가 찍은 사진의 내용을 설명하는 문안 작성자로 도움을 줄 수 있다.” 

포트폴리오 인생의 시작  

글로벌 기업(이 책에서는 코끼리로 비유된다)로열 더치 셸 런던 본사에 근무하면서 관리자들을 교육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던 찰스 핸디는 신혼 때 아내에게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어느 날 저녁 아내가 찰스 핸디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러우세요?”

좋아, 그런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어때요.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좋아. 그런대로. 

“그럼, 당신 회사 로열 더치 셸은 좋은 일을 하는 좋은 회사인가요?”

응, 좋아. 그런대로.

아내는 그를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좋아, 그런대로.”의 태도를 가진 사람과 한 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그 날의 대화는 아내가 던진 일종의 최후통첩이었고, 찰스 핸디는 그 다음 달 로열 더치 셸에 사표를 냈다. 그는 ‘좋아, 그런대로.’만으로는 인생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질문은 여전히 찰스 핸디를 따라다니는 화두였다.

   ‘평생의 시간을 미리 회사에다 팔아넘기고 그 대신 평생 고용을 보장받는 그런 형태의 직장 문화는 앞으로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다’고 생각한 찰스 핸디는 대기업의 보금자리를 떠나 나 혼자서 바람찬 들판에서 풍찬 노숙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세기 고용문화의 큰 기둥이었던 대기업, 그 코끼리들의 세계에서 벗어나 벼룩처럼 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는 자유를 얻기 위해 안정을 내팽개치고 바로 그 새롭고 무모한 모험의 세계를 선택한 것이다. 



   하루아침 벼룩이 된 찰스 핸디는 자유롭게 자기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포트폴리오 생활의 큰 축복임을 알게 된다. 자기 마음대로 스케쥴을 잡는 대신에 우선순위를 미리 결정하고, 선택을 하고, ‘노’라고 말할 줄 알려면 스스로를 제어할 줄 아는 강인한 마음가짐이 필요함도 느꼈다. 
 

   포트폴리오 생활은 그에게 성공의 의미를 재규정하도록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인생과 인생의 목적에 관한 그 개인의 가치와 신념이 자연히 드러나게 되는 것도 목격한다. 스케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피상적으로는 두 개의 선택안 중 하나를 골라잡는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그 사람의 신념체계가 드러나는 준 종교적인 탐구였던 것이다. 

   벼룩이 되어 자신의 인생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꾸미게 된 찰스 핸디. 그는 더 이상 남의 결재를 받기 위해 내 어깨 너머를 쳐다보지 않아도 되고,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마음대로 주무르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는 내가 아닌 그 어떤 것으로 위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그런 상태를 편안히 여긴다는 것 등등이 너무나 좋았다고 고백했다. 

인터넷 시대의 기업 문화-자본주의의 과거, 현재, 미래 

   회사라는 코끼리는 사람들이 삶에서 바라는 것, 가령 생활의 안전, 승진의 전망, 보람 있는 일을 할 기회를 제공했다. 그런 제도가 그대로 지속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참 좋은 생활이었다. 하지만 세계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통신수단이 발달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런 회사들은 급격한 변모를 겪게 되었다. 또한 신자유주의 경제 하에서는 경쟁이 필수적인 한 부분이 되었다. 모든 분야에서 진입장벽이 붕괴된 것이다. 정부의 도움이 있건 없건 경쟁은 공공부문에도 스며들고 있다. 그런 까닭에 다가올 미래(21세기 현재)에는 프리랜서(1인기업가) 생활을 준비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벼룩으로 대표되는 프리랜서는 자신의 노하우 결과를 판매할 뿐, 노하우 자체를 판매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직원은 일의 결과가 아니라 시간을 회사에 팔아버림으로써 그 시간을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노하우마저도 암묵적으로 함께 팔아버리는 것이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지식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하여 회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청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의하기 애매모호한 지적 재산은 점점 더 벼룩들에게 속하게 될 것이고 점점 더 많이 코끼리들에게 임대될 것이다.“

   한편 그는 현재와 미래의 테크놀로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른다섯 이전에 발생한 테크놀로지는 우리를 흥분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다. 그러나 그 이후의 테크놀로지는 우리를 당황하게 하고 난처하게 한다.”는 것. 하지만 찰스 핸디는 e세계의 경영은 결국 상식의 문제일 뿐 정말로 어려운 것은 구체적인 실천이라 통찰한다. 크게 볼 때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이미 발생한 것을 강화하는 것일 뿐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앞으로는 소유보다 접속이 중요하게 될 것이고, 또 어떻게 보면 비소유적 재산의 세계가 경제를 활성화시킬지도 모른다고 보았다. 21세기 들어 소비지상주의가 가져온 부정적인 결과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져 지구 온난화를 불러와 세계 기상마저 불안해지는 형국이 되자 최근 ‘소유’보다는 ‘공유’와 ‘대여’를 통한 자원과 재화의 재분배가 주목되고 있다. 시대를 내다본 찰스핸디의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독립된 생활-인생 스크립트 새로 쓰기 

   찰스 핸디는 미래에 대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 경영학의 귀재인 피터 드러커의 말을 빌렸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경쟁하지 말라. 일을 남들과 다르게 처리하고 승리의 개념을 재규정하라. 적어도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그렇게 할 가능성을 준다. 홍수에 휩쓸려갈 때에는 선택안을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홍수는 때때로 우리를 새로운 장소, 새로운 가능성으로 데려다 준다.”

   그리고 “남들보다 낫기보다는 다르게 되자.”고 말했다. 바로 차별화를 말한 것이다. 찰스 핸디는 이 화두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새로운 통찰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자신의 전문지식 분야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물을 새롭게 보기 위해 혹은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때때로 낯선 세계를 거닐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 자신에게 그것을 강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찰스 핸디는 독립적인 벼룩의 생활에 기댈 곳이 자기 자신 밖에 없다며 돈 버는 일의 미래를 확보하려면 공부하는 일이 본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공부의 핵심은 글쓰기. 그는 소설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작가들은 실제 글쓰는 시간보다 3배나 많은 시간을 공부하는데 투입한다며 꾸준한 학습을 강조한다. 

   찰스 핸디는 세계가 점점 더 개인의 세계, 선택과 리스크의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미래가 항상 편안하기만 한 세상도 아니고 리스크 또한 높을 것을 짐작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삶을 스스로 형성하고 우리 자신을 스스로 규제하는 기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때가 지금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썼다. 일생 동안 세 가지 형태의 삶을 산 자신을 돌아보며 그 중 벼룩의 삶이 지금까지 겪어온 여러 형태의 삶 중 그것이 가장 좋은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인생은 그 어느 때보다 길다. 행복한 삶을 사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고민한다면 이 책이 좋은 말벗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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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리더십 - 공유하고 소통하고 개방하라
쉘린 리 지음, 정지훈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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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이끌어갈 협업과 공유의 열린 리더십
   캐나다의 인디 뮤지션 데이브 캐럴은 공연차 미국으로 가기 위해 유나이티드 비행기를 탔다가 이륙 직전 창밖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수하물 운반 직원이 자신의 기타 케이스를 함부로 내던지는 광경을 본 것이다. 승무원을 불러 항의했지만 묵살 당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케이스를 열어보니 우려한대로 기타는 엉망으로 부서져 있었다. 공연 스케줄 때문에 그는 3일 후 파손 신고를 했고, 유나이티드항공은 ‘24시간 이내 신고’라는 규정을 내세워 보상을 거부했다. 캐럴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9개월 동안 보상 요청을 했지만 항공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수에게 무기는 노래였다. 캐럴은 그때의 일을 ‘유나이티드항공이 내 기타를 깨부수고 있네(United Breaks Guitars)’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이 뮤직비디오는 단 3일 만에 100만 뷰view를 넘어섰고, 입소문을 타면서 700만 뷰까지 올라갔다. 100여 개의 패러디 동영상이 올라올 정도로 온라인에 확산되자 뒤늦게 알고 경악한 유나이티드항공은 캐럴을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수리비 보상은 물론 수하물 파손 규정도 개정했다. 글로벌 기업 유나이티드 항공이 한 사람의 개인을 무시했다가 무릎을 꿇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나 신문 등 기존 언론 매체를 통해 단방향 주입식 소통방식이 정보 흐름의 전부였다. 하지만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소셜 테크놀로지’의 등장은 이러한 ‘통제’의 사슬을 끊어버렸다. 소셜 테크놀로지는 단순히 정보공유가 수평적으로 이뤄지는 차원을 넘어, 손쉽게 사람들을 한데 묶어주고 여러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개개인의 의견이 다수의 뜻이 되고 의지가 되어 행동으로 옮겨지면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여론의 쓰나미가 된다. 


   <오픈 리더십Open Leadership>(21세기북스)은 소셜 테크놀로지가 주류가 된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다룬 책이다. 이 책에 특히 주목해야 할 독자층은 따로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도구(SNS)들의 등장에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엄밀히 말하면 기업가)이다. SNS는 잠깐 반짝거리고 마는 유행성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만나고, 소통하고, 뭉치려는 인간의 본성은 소셜네트워크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28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따르는 트위터러로 SNS 영향력 1위로 알려진 시골의사 박경철(@chondoc)은 최근 펴낸 자신의 책 <자기혁명>(리더스북)에서 SNS 열풍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SNS 활성화는 사회문화적인 측면뿐 아니라 산업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부가가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 것이다. 10명이 만나면 상당한 가치가 만들어지고, 100만 명이 만나면 더 많은 가치가 만들어지며, 1,000만 명이 만나면 엄청난 가치가 창출되는 세상이다. 그 중심에 소셜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IT혁명 이후 잊혀졌던 플랫폼의 중요성이 재부각되는 계기가 되었다.” 

   소셜 테크놀로지의 출현을 목격한 기업들은 이들을 바로 활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조직에 소셜 테크놀로지를 적용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소셜의 전제가 바로 ‘개방’이고, 이 개방은 근본적으로 통제를 근간으로 한 조직문화와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개인은 소셜 테크놀로지를 충분히 활용함은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 비즈니스에 적용하고 있는 반면 정작 더 잘 활용할 것 같은 기업들은 여전히 취약하다.

   그 이유가 뭘까? 저자가 <그라운드스웰>(지식노마드)이후 이 책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  

   “오픈 리더십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통제를 못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미리 밝히건대 오픈 리더십의 ‘개방’은 고객에서부터 경쟁사에 이르는 모두에게 정보 전체를 제공하는 극단적이 행위가 아니다. 극단적인 개방은 비즈니스의 경쟁력과 실행력을 생각할 때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오픈 리더십은 영적 수양이나 구도舊道가 아니다. 심리적 요구나 철학도 아니다. 실질적으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이다. 그래서 잘 짜인 기획과 구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개방과 통제가 필요하다.“ 

   2005년 델은 델 지옥Dell Hell이라 불렸다. 제프 자비스라는 한 블로거가 델 제품의 질과 서비스에 대해 심한 불만을 토로하며 그렇게 불렀는데, 이 글은 확산되고 그에 공감하는 전 세계 네티즌들로 온라인이 도배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델은 처음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 했다. 하지만 델은 블로거들의 말을 막거나 항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천천히 그들과 관계를 맺어가려 노력했다. 직접 델 컴퓨터도 블로그를 만들어 대중과 소통하려 했다. 이렇게 대중에게 다가간 델은 블로거들 뿐 아니라 일반 고객들과도 만나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가장 폐쇄적인 기업 중 하나였던 델이 개방(open)이란 개념을 만나 거듭난 것이다. 

   저자는 ‘오픈 리더십’Open Leadership을 ‘통제의 욕구를 포기할 수 있는 자신감, 개방을 핵심으로 한 공유와 소통, 소셜 미디어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블루오션 전략’으로 정의했다. 그가 말하는 비즈니스의 핵심은 오픈 즉, ‘개방’이다. 스무 살 청년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 때 페이스북의 핵심을 “사람들에게 공유할 권한을 주고 세상을 더욱 개방적이고 연결된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삼았다. 페이스북은 지금 전 세계의 나라를 잇는 전기 수도에 버금가는 새로운SOC(사회간접자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점만 보더라도 이제 개방이야말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한편 저자는 오픈 리더의 덕목으로 진정성authentic과 투명성transparent을 손꼽았다.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은 단순히 오픈 리더십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만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스코, 미국 국무부, 델, 베스트바이, P&G, 인도국립은행 등 다양한 오픈 리더십 롤모델을 통해 기업이 실제로 비즈니스를 구현할 때 마주하게 되는 시나리오와 리스크 극복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필자는 조직을 오픈 리더로 가득 채우려는 온라인 신발 판매기업 자포스Zappos가 인상적이었다.

   자포스는 최전선에서 온라인 및 전화 판매 업무를 담당할 콜센터 직원을 뽑으면 4주 동안 교육을 하는데, 교육 기간 중에 그만두는 직원에게는 2,000 달러에 시간당 11달러씩 계산해 지급하는 제도가 있다. CEO인 토니 셰이가 만들어낸 ‘돈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한 시스템’이다.

   그는 그 시스템을 통해 돈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열성분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걸러냈다. 이후에도 매우 완성도 높은 커리큘럼으로 직원들을 교육해 나중에는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사의 허락을 받을 필요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량권의 권한을 부여했다. 자포스는 고객에게 ‘신발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판다’고 말한다. 자포스의 모토는 신발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배달(Delivering Happiness) 하는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통제의 시대는 가고, 개방의 시대가 왔다. 개방의 시대에는 열린open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더불어 오픈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픈 리더는 진정성과 투명성으로 협업에 참여하는 파트너와 고객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의 모든 것을 오픈 리더십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공자의 나라를 만들려면 공자를 죽이라‘ 했던가? 소셜 테크놀로지의 소셜 네트워크가 만들어 내는 스마트월드에서 장삿속 빤히 보이는 꼼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을 첫 번째 독자는 ’낡고 늙은 리더십‘으로 뼛속까지 물든 리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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