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실패하라 -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다
제임스 다이슨 지음, 박수찬 옮김 / 미래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포스트잡스post-jobs는 제임스 다이슨이다!

 

 

 

나는 지난 해 6월 <다이슨 스토리>를 읽고 제임스 다이슨이란 인물을 알았다. 그리고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트위터에 소개해 ‘정용진 선풍기’로 알려진 날개 없는 선풍기가 다이슨의 제품이라는 것도 그 때 알았다.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잠들지 못했고, 책을 덮은 후에는 놓칠세라 리뷰를 썼다(Daum에서 책제목을 검색하면 바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매주 출연해 주목되는 경제경영서를 소개하는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에 <다이슨 스토리>를 소개했고, 주위에 그 책을 구입해 선물했다. 지난 해 여름, 난 제임스 다이슨에 취했었다. 그리고 오늘, <다이슨 자서전Against the odd>(미래사)에 또 취했다.

 

 

 

 

 

 

 

 

 

나는 다이슨이 좋다. 다이슨 제품에는 발명가이자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의 독특한 세계관이 담겨 있다. 제임스 다이슨은 수천 번 실패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품화에 성공한 발명가이자 엔지니어다. 수많은 실패로 자칫 시지프스가 될 뻔 했지만 포기를 몰랐던 그의 우직함을 나는 좋아한다. 모든 물건은 더 개선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는 다이슨의 세계관을 공유하고자 나는 다이슨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 개선을 위해 실패를 감수하며 조금씩 발전하자는 그의 세계관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갈망하는 진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다이슨이 정말 좋다.

 

 

 

‘다이슨’하면 혁신이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 그가 진공청소기를 만들기 전까지 영국인들은 자전거 바퀴처럼 먼지봉투는 진공청소기에는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내 대신 청소를 하던 그는 기존 청소기의 작동이 시원치 않자 자리에 앉아 손수 뜯어보았다. 그리고 몇 번 의 실험을 통해 진공청소기의 성능이 떨어지는 이유가 먼지가 먼지봉투의 미세한 구멍을 막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작은 먼지는 구멍에 깊숙이 박혀 있어서 먼지봉투 속 먼지를 비워낸다 해도 청소기의 성능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먼지봉투가 가득 차서 진공청소기의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제조업자의 주장은 거짓말이었다. 다이슨은 소비자로서 제조업체들의 못된 마음과 무관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 먼지봉투가 붙은 진공청소기는 더 이상 청소기가 아니었다.

 

 

다이슨은 생계는 아내에게 맡긴 채 집 뒤편에 있는 낡은 마차 창고(성공하고 싶거든 창고에다 회사를 차리자. HP, 아마존, 애플 등 오늘날 성공한 위대한 기업가들의 첫 회사는 항상 그곳이었다)에서 싸이클론 방식을 결합한 신개념의 진공청소기를 개발하기 위해 매달렸다. 3년이라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다이슨 청소기가 완성됐다. 하지만 완제품을 만들 수가 없었다. 수년간 개발에 매달린 탓에 남은 돈이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진공청소기의 아이디어와 생산권을 다른 회사에 팔려 했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먼지봉투가 있는 청소기가 뭐 어때서? 우리 회사는 먼지봉투를 따로 팔아서 좋기만 한 걸? 우린 지금 아쉬울 게 없어.” 라며 거절했다. ‘늙은 여우는 더 이상 사냥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고 했던가. 청소기 회사들은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3년이 흘렀고, 결국 일본의 에이펙스 사에 지-포스G-Force라는 이름으로 다이슨 청소기는 처음으로 소비자를 만났다.

 

 

제임스 다이슨은 선풍기에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깼다. 그는 화장실에서 바람으로 손을 건조하던 기계를 만들다가, ‘에어멀티플라이어’라는 날개 없는 선풍기도 만들었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2009년 타임Time이 ‘올해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다이슨 본사 건물 문손잡이에 붙은 스티커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전기를 이용한 최초의 선풍기는 1882년 발명됐다. 날개를 이용한 그 방식은 127년간 변하지 않았다.”

 

 

‘다이슨’하면 실패다. <다이슨 스토리>의 저자 레인 캐러더스는 ‘혁신은 결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말했다. 혁신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거기에 매달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 거의 대부분 실패라는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를 하지 못하고 포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이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의 빛나는 성공 때문이 아니라 그가 겪은 실패 때문일 것이다.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첫 번째 실패에서 다음 실패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고 윈스턴 처칠은 말했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를 개발하면서 5,127번의 시도와 그만큼의 실패를 경험했다. 그리고 ‘한 번 더’ 시도해 결국 성공했다. 숱한 실패 끝에 성공을 이룬 다이슨의 지론은 “성공은 99%의 실패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이 실수하게 하면 일을 빨리 배운다.”며 실패를 장려한다. 엔지니어인 그의 삶에 실패는 당연한 결과다. 숱한 실패 속에 있었던 드물었던 몇 번의 성공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실패하면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가 떠오른다. 자서전의 제목이 <1승 9패>일 정도로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다. 무엇인가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면 바로 실행에 옮겼고, 중간에 결과가 좋지 못하면 바로 접었다. ‘실패는 곧 수치’라는 정서가 짙게 깔린 일본, 그래서 실패할 것 같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일본 사회풍토에서 야나이 회장은 별종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실패하더라도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된다. 실패할거라면 빨리 실패를 경험하는 편이 낫다. 비즈니스는 이론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빨리 실패하고, 빨리 깨닫고, 빨리 수습하는 것이 나의 성공비결이다.”라고 말했다. 실패 없이 성공은 없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다이슨’하면 디자인이다. 그가 개발한 전공청소기는 영국에 이어 미국시장에서도 대성공을 거둬 ‘비틀즈 이후 가장 큰 성공을 거든 영국 제품’이라는 찬사를 듣는다. 영국 가정의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다이슨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 다이슨 제품은 힘 쎄고 우수한 성능의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로 통한다. 하지만 다이슨 제품이 인기가 높은 이유 중에는 독특한 디자인도 한몫을 톡톡히 한다. 다이슨 제품들은 현재 런던과학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로테르담 보이만 박물관, 샌프란시스코의 현대 미술관, 취리히의 디자인 박물관, 파리의 퐁피두센터, 리스본 디자인박물관, 메트로폴리탄 예술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가 사는 궁전에도 수십 대가 있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두고 ‘엔지니어이자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바로 스티브 잡스가 가진 심미안審美眼 때문이다. 그는 평소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이다.”라고 말을 하곤 했다. 잡스는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작동 방식이라고 봤다. 잡스가 생각하는 위대한 제품은 ‘아무런 말이 필요 없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잡스에게 디자인은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라 쉬운 것이라면, 다이슨에게 디자인은 제품 그 자체로서의 공학이다. 다시 말해 제품은 그 속에서부터 빛이 나야지 겉만 멋져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단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I just think things should work proprely.”

 

 

 

이병규는 <촉觸>(리더스북)에서 물건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장이 이미 포화되어 팔기가 어려워진 오늘날, 모든 것을 이미 가진 소비자에게 수요를 부추기는 방법은 ’새로운 욕망‘을 일으키는 방법 밖에 없다며 새로운 욕망을 일으키려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영역을 뛰어넘어 몸으로 느껴 직감(觸)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다이슨은 개발자이기 이전에 먼저 소비자의 시선으로 기존의 제품을 바라봤고 촉으로 읽었다. 그리고 거듭된 실패 속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혁신을 이뤄냈다. 혁신에 있어 포스트잡스post-jobs를 찾는다면 이 책을 읽어라. 제임스 다이슨, 그가 포스트잡스다!

 

 

 

이 리뷰는 이 책<계속해서 실패하라>의 말미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05월 08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이원재 지음 / 어크로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 착한 경제를 찾기 위한 여행

 

   시골에 자식을 셋 둔 가난한 부모가 있었다. 장남이 성공하면 두 동생들을 보살펴줄 것으로 믿고, 어려운 살림에 논밭 팔고 소 팔아 장남을 의대까지 보내 의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공한 장남은 자기 먹고살기도 힘들다며 부모 형제를 외면한다. 장남 때문에 부모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가난만 물려받은 두 동생들은 당장 입에 풀칠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바쁘게 살아가고 부모는 맏아들을 믿은 자신들을 하늘보며 원망만 하고 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몇 달 전 출간된 <가난한집 맏아들>(한국경제신문)의 주된 내용이다. 가난한 부모의 도움으로 성공한 맏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성공한 기업들의 도덕적 의무, 경제적 의무에 대해 다루었는데, ‘가난한 부모'는 1960~70년대의 '대한민국 정부'로, '성공한 맏아들'은 '기업'으로, '소를 팔아 보탠 학비'는 '각종 특혜'로 바꾸어 논리를 펼쳐내고 있다. 그렇다.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 성장격동기에 재벌과 대기업 집중육성 정책을 펴왔다. 정부는 재벌 대기업을 위주로 성장시키면 국민들도 같이 잘 살게 되리라는 기대하고 그들에게 세금, 차관, 법률적 지원 및 국가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여러 특혜를 제공했다. 특혜 받은 재벌 대기업들은 이러한 적극적 지원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이뤄낸 성공의 열매는 그들만의 것이 되어버렸다. 그들에게 양보하느라 성공의 기회를 뺏긴 국민들은 이뤄낸 부를 같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심화되는 부익부빈익빈을 겪는 등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유진수 교수는 부모가 뒷바라지 해준 가난한 집 맏아들처럼, 정부의 온갖 특혜를 받아 성공한 기업들이 분배는 내 일이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는데, 그들(대기업) 때문에 기회조차 얻지 못한 사람들이 보상받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이독경(牛耳讀經), 소귀에 경 읽기와 같았다. 맏아들은 난 ‘법대로’ 열심히 일했을 뿐이라며 가족의 수고를 외면한다. 안타까운 것은 선택권도 없이 희생을 강요당한 99%의 자식들(국민)은 맏아들로부터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성공한 맏아들의 천국,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착한 경제, 좋은 경영’을 지향하는 경제학자 이원재가 만약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예 고민조차 하지 말라. 답은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우리가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우리는 99명이 1명의 경제를 자신의 경제로 착각하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경제에서 주인공은 1명뿐이다. 나머지 99명은, 자신의 삶과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는 1명을 열심히 응원하는 관객이 되어버렸다. 주인공은 풍요를 누리지만 관객들은 고단하다.” 8 페이지

 

루이스 캐럴이 쓴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다 보면 조끼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보며 “늦었네, 늦었어.”를 외치며 바쁘게 돌아다니는 흰 토끼가 등장한다. 재미있는 설정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다음을 짐작할 수 없는 기발한 스토리에 빠져 읽을 때는 몰랐지만, 책을 덮고 보면 토끼가 조끼를 입은 것도, 시계를 보며 말하는 것도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장면이다. 이원재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역시 살고 있어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나라’라고 말한다.

 

 

“만약 한국이 100명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라면, 이 마을 사람들은 어디서 어떤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까? 이 마을 사람들 가운데 취업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59명이다. 28명은 취업해 살고 있으며, 14명은 비정규직이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17명이다. 그런데 정규직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안정적인 상장 제조기업에 다니는 정규직은 단 1명이다.” 6 페이지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어크로스)는 이상한 나라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을 조망하고 갈수록 곤궁하고 불안해지는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이 나라가 ‘이상한 나라가 된 원인’을 찾고 새로운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21 세기 들어 급변했던 국내외의 경제 상황들을 한 가지 대표적인 사건과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어 유익하다. 인상적인 것은 제목은 경제학인데 숫자나 그래프는 몇 개 없고, 계산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이야기로 가득하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쑤욱~‘ 하고 빠져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뒤통수를 맞는다. 그리고 곧 ’아뿔사!‘ 독자는 지금껏 앨리스가 다녀왔던 나라만큼 정말 ’이상한 나라‘에서 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트리클 다운은 없다

 

맏아들(대기업-저자는 ‘국가대표‘라고 불렀다)은 결코 나머지 동생들을 구할 수 없다. 아니, 아예 그럴 생각이 없다. 21세기의 10년 동안 2000대 한국기업은 규모와 재무건전선이 두 배나 좋아졌지만, 일자리는 2.8% 밖에 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돈은 900조 원 가량을 더 벌었는데, 고용한 인원은 딱 5만 명, 그것도 비정규직을 포함한 수치니, 오히려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한국 대표 기업이 돈을 벌어도 고용은 결코 늘지 않는다. 이 말은 곧 낙수효과로 불리는 ‘트리클 다운은 없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지금 일자리를 늘리지도 않고, 투자하지도 않는다. 늘어나는 것은 외국공장이요, 사내하청과 비정규직뿐이다. 그래야 생산성이 높아지니까. 그러니 부의 분배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렇다면 높은 생산성으로 얻어지는 과실은 어디로 갈까? 애플의 경우를 살펴보면 금방 알게 된다.

 

 

 아이폰은 미국 기업 애플에서 기획되지만, 생산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아이폰을 생산한 중국 노동자에게는 1만 원이 채 가지 않고, 재료비도 11만 5천 원밖에 투입되지 않는다. 가장 많은 몫을 가져가는 곳은 애플 본사다. 50만 원 중 30만 원 가량이 애플 본사로 간다. 그럼 애플 직원들만 대박이 난 걸까? 그렇지 않다. 애플 직원들은 이 중에서 6만 7천원을 가져가고, 미국 정부에 내는 세금은 5만 8천 원이다. 가장 큰 몫은 애플의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그들의 몫은 50만 원의 제품 가격 중 18만 원이 넘는다. 이것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이익을 많이 낸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 애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어디 애플 뿐인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지난 해 각각 16조 원과 18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평균적 한국인의 오늘은 갈수록 빠듯하고 내일은 더 불안하다. 이것이 바로 주주자본주의다. 주주에게 최대한 이익을 실현시켜주기만 하면 장땡인 이 시스템은 주주의 탐욕을 부추긴다. 그리고 작금의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는 이런 탐욕에서 비롯되었다.

 

 

탐욕덩어리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몰락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작금의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분배의 양극화는 개인의 금전적 이해관계를 의사결정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삶의 태도를 지니고 있는 인간들, 호모 이코노미쿠스들이 만들었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월가의 은행가들이었다. 그들의 시장 원리의 우월성을 절대시하는 태도와 제도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불렀고, 보수적 미디어와 언론, 학계는 이들에게 동조했다. 이러한 시장만능주의는 금융인이나 기업가 뿐 아니라 빈곤층과 자영업자 그리고 학생과 주부까지 전염시켰다. 그리고 그 거품으로 모두 파산하고 말았다.

 

99%의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시위대에게 월가가 점령당한 이유, 세계적인 경제학 교과서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강의가 자신이 가르치는 하버드 대학생들에게 거부당한 이유는 바로 ‘시장만능주의’ 때문이었다. 금융위기에 책임이 있는 기업과 금융인들이 정부가 준 구제금융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인 도덕적 헤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만드는 탐욕이 부른 습관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탐욕을 정당화 시키는 교과서가 ‘맨큐의 경제학’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1%에 대한 99%의 움직임은 시장만능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이며 다른 경제를 찾는 모색이라고 진단했다.

 

 

착하고 더 나은 자본주의

 

시장만능주의의 원인이 되는 탐욕에 대한 국민의 대답은 공분(公憤)이었다. ‘이기심은 공익을 낳는다’는 애덤 스미스의 경제논리는 오늘날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되었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제빵업자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이기심 때문이라는 것은 이해했다. 하지만 제빵업자와 푸줏간 주인은 점점 더 부자가 되는데, 우리 집 저녁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의 양과 질은 점점 더 초라해지는 사실에 국민들은 화가 났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로서 자기의 이익에 충실하다 보니 결국 전례 없이 거대한 금융위기와 환경위기만 부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에 대한 해답을 지극히 ‘상식적’인 것에서 찾았다.

 

“협력업체 및 노동자들과 공생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게 상식이다. 경제성장률은 높지만 소수에게만 부가 집중되는 경제는 좋지 않다는 게 상식이다. 동일 노동에는 동일 임금이 지금 되는 게 상식이고, 뇌물이나 학연이나 지연에 의존하지 않는 거래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171 페이지

 

저자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와 협동 소비를 대단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대안으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었다. 우리가 ‘이익’ 대신 ‘제품’이라는 산출(output)을 경영의 지상과제로 놓고 실천한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고, 안철수 연구소를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탐욕이 없이도 기업가로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롤모델이 되어준 안철수를 존경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자본주의, 더 나은 자본주의로 변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울러 저자는 저성장 시대의 도래를 내다보고 낮은 성장률 아래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으로 ‘탈성장’을 제시하고 있다. 탐욕으로 비어있는 곳간을 ‘선의와 합동’으로 채우는 것이 금융 위기와 환경 위기 이후 새롭게 경제를 움직일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자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라 생각된다면 다음을 주목하자.

 

2011년 11월 5일 ‘월가를 점령하라’시위대는 금융권 탐욕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은행 계좌 옮기는 날(Bank Transfer Day)'로 정하고 대형 은행 계좌를 해지하고 지역 공동체가 운영하는 협동조합은행 같은 곳으로 돈을 옮기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신용협동조합에 65만 명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고, 무려 45억 달러가 새로 흘러들어 왔다고 한다. 원래 문제라는 것은 인식하는 순간부터 풀리는 법이다. 그리고 해답의 선택권은 우리(소비자)에게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 나은 자본주의로의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이 리뷰는 전국은행연합회가 발행하는 <월간 금융>(2012년 4월호)에 기고된 리뷰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스트 잡스, 잡스가 멈춘 곳에서 길을 찾다
김재범.김동준.조광수.장영중 지음 / 지식공간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소비자는 지갑이 아닌 사람이다!

 

  스티브 잡스가 지난 10월 6일,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애플 CEO직의 사임하고 일상적 경영업무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나서 운명을 달리했다. 그의 죽음은 전 세계를 슬프게 했다. 무엇보다 그의 손길이 닿은 제품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기능이 추가되지 않아 초반 소비자들이 시큰둥해 했던 아이폰 S4는 잡스의 사망 이후 ‘그가 남긴 마지막 유작’이라며 예약주문이 폭주했다.

 

애플의 승승장구는 현재도 진행중이다. 애플 제품의 하루 판매량은 평균  48만 대이고, 세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3년 만에 세 배가 뛰었다. 최근 6개월간 60%가 올랐다 하니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지금 애플은 에너지 기업인 엑손 모빌(Exxon Mobile)을 제치고 세계 기업으로 올라섰고, 시가총액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Intel), 시스코시스템스 3개사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63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내가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고 말했던 그는 애플Ⅱ,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비롯해 디지털 장착의 기적을 연 토이 스토리와 여타 픽사의 블록버스터들과 소매점 역할을 브랜드 정의로까지 확대한 애플 스토어, 음악 산업을 재탄생시킨 아이튠스 스토어, 웹 기기 로 전환한 아이폰, 새로운 콘텐츠 제작 산업을 만들어 낸 앱 스토어와 콘텐츠를 관리하는 중심 역할을 컴퓨터에게서 빼앗고 우리가 쓰는 모든 기기가 막힘없이 동기화되도록 만든 아이클라우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잡스가 자신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라고 여기며 상상력이 너무도 창의적으로 배양되고 적용되고 실행되어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된 애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애플의 성장과 별개로 우리는 잡스라는 ‘작은 거인‘이 살아있는 동안 그의 어깨를 빌려 IT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포스트 잡스 잡스가 멈춘 곳에서 길을 찾다>(지식공간)는 잡스 이후의 시대를 맞아 그가 남긴 제품 외에 그의 정신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미래에 있어 필요한 통찰이 무엇인지 고민한 책이다. 디자인 문화 경영 전문가 김재범, 창의와 혁신 전문가 김동준, UX & UI 분야의 권위자 조광수, 디자인 경영과 혁신 전문가 장영중이 저마다 생각하는 잡스 스피릿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 내용을 담았다. 저자들은 굵직한 이슈에 대해서는 나름의 논리로 발표를 곁들였다.

 

첫 장을 열면 희곡의 대본처럼 대화가 나뉜다. 읽다 보면 몰입되어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어느덧 100분 토론, 끝장 토론의 방청석에 앉은 자신을 발견한다. 이곳에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저자들과 토론하다 보면 잡스 스피릿은 무엇일지, 포스트잡스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가닥은 잡게 된다. 저자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잡스가 남긴 유산의 의미와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인다. 토론의 쟁점 중에서 건질 것 하나는 바로 ‘잡스처럼 하면 안 된다’일 것이다.

 

포스트잡스를 바라겠지만, 또 다른 잡스는 있을 수 없다. 또한 무조건적 ‘잡스 모방’도 위험하다. 저자들은 다만 그에게서 세 가지 정도는 배울 것이 있는데 이른바 잡스 스피릿이다. 우선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이다. 마치 제페트 할아버지가 목각 인형 피노키오를 사람으로 대했듯이, 잡스는 컴퓨터라는 기계에 생명을 이식하려 했다. 잡스가 출시한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만 하더라도 마치 친구와 마주앉아 있는 듯 웃는 얼굴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사람이 기계에 맞추는 방식이 아닌 기계가 사람의 자연스런 소통 방식에 맞출 수 있도록 늘 고민했다. 기계를 기계로 인식하지 않고 인간의 생활에 녹여버리면 그때부터 기계는 더 이상 가전제품이 아니다. 바로 혁신(innovation)이 된다.

 

두 번째는 커넥팅(connecting)이다. 잡스는 평소 “창의는 바로 무언가를 ‘연결’하는 것이다. 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에게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의 노고와 우리가 올라설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준 사람들의 성과에 의존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능을 사용해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이전 시대에 이뤄진 모든 기여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그 흐름에 무언가를 추가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나를 이끌어준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잡스는 발명가도 생산자도 아니다. 그는 '연결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에 흩어진 아이디어들을 연결해 혁신을 만들었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또 다시 연결시켰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다. 잡스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의 핵심 뼈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한 것으로 잘 알려진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는 말씀에 있다. 그 점에서 그는 기술의 대중 친화력을 중시한 기술의 미니멀리스트이다. 한편 잡스는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이다.”라고 말했다. 잡스에게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작동 방식이라는 뜻이다. 그는 천 마디 말보다 직접 보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가 생각하는 위대한 제품은 ‘아무런 군더더기의 말이 필요 없는 제품’이다.

 

“스티브 잡스는 쉽게 접근해요. 예를 들어 IPTV가 너무 어려우니까 애플TV를 만들어보자는 식이에요. 사용하기 쉽게 만든다는 말이 뭡니까? 사용하기 쉬우려면 단순해야 되요. 복잡하면 안 되니까 하나씩 제거해요. 자연히 ‘미니멀’이 되거든요. 잡스에게 디자인은 아름답고, 현란하고, 감동적인 그런 게 아니라 쉬운 거에요. 가장 쉬운 디자인이 뭔지 찾아보니 미니멀리즘을 선택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계열의 폰들은 읽는 폰인데, 아이폰은 보는 폰입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는 읽을 줄 모르면 사용하기 쉽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폰, 아이패드는 2살짜리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4 페이지

 

잡스 사망 한 달 전인 지난 해 9월,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는 제목의 삼성경영연구소 보고서는 “오늘날 소비자가 아이폰과 페이스북에 열광하는 이유는 첨단기술과 새로운 기능 때문이 아니라, ‘단순하고 편하고 재밌는 것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아울러 “기업 간 기술 및 가격 차별화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문학이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나는 잡스 스피릿을 이 보고서에서 찾고 싶다. 저자들이 종합한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 커넥팅(connecting),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의 잡스 스피릿은 실은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생각방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잡스의 사고는 지극히 ‘기본적인 인성(人性)’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애플의 제품을 통해 우주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던 잡스의 바람도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다름 아니다. 잡스는 제품 구매자를 ‘지갑 든 소비자’가 아닌 ’늘 욕망하는 인간‘으로 보았다. 당신은 ’소비자와 인간‘ 중에 어느 쪽으로 보고 있는가? 이 책으로 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이 리뷰는 출판전문 저널 < 기획회의 (318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에 기고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제는 경제다 - 버리고, 바꾸고, 바로 잡아야 할 것들 선대인연구 2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경제 민주주의 수립이 우선이다!

 

 

“원고를 쓰면서 여러 번 눈물을 훔쳤다. 책을 쓰기 위해 분석한 많은 데이터 때문이다. 데이터는 그냥 보면 숫자의 집합에 불과하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이 무미건조한 데이터들의 이면에는 한국 경제의 참혹한 현실이 숨어 있다.”

 

책 <문제는 경제다>(웅진지식하우스)는 팟캐스트를 통해 국민에게 경제뉴스의 진실을 알리고 있는 99%를 위한 편파방송 ‘나는 꼽사리다’에 출연하고 있는 경제전문가 선대인씨이 요즘 국내의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위기가 구조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진짜 해법은 어디에 있는지를 밝힌 책이다. 영문 제목은 “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이 내세운 경제구호를 옮겼다.

 

이 책은 한마디로 한국 경제를 총체적으로 진단한 책이다..라고 보면 된다. 선대인은 이미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위험한 경제학> 등을 통해 국내 경제의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한 바 있는 대표적인 한국경제 비관론자다. 문제는 그의 말이 단순히 비관론에 그쳐야 하는데, 그의 말이 상당 부분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독자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재테크’에 있어 가장 민감해 하는 부분은 ‘부동산’이다. 그래서 혹 부동산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 언론이나 여론 등 사방에서 말 그대로 돌팔매질을 당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저자일텐데, 그는 이번에도 굴하지 않고 부동산은 물론, 금융시장, 고용과 실업, 가계부채 등의 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세계 경제위기 등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주제를 중심으로 전환점에 놓인 한국 경제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우선 한국 경제를 위기에 빠트린 10가지 위기의 정체를 밝히고, 과거와 같은 성장 정책을 고수했을 때 10년 후 어떤 절망적인 미래가 펼쳐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바꾸고 실천하면 10년 후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실천적 조언을 담고 있다.

 

 

 

 

 

 

혹자들은 ‘이미 국가 경제가 이런 지경에 왔는데, 다시 읽어서 뭐하는가?’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읽어봐야 속만 더 상한다는 가다. 나도 그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읽으면 화가 날 이런 책들을 굳이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바로 진실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언론이나 뉴스를 통해 만나는 국내 경제와 세계 경제는 사실만을 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실 속에 숨은 진실은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경제 위기가 닥치고,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에 대한 사실은 알 수 있지만,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고,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진실’을 아는 것이다. 진실을 알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즉 진실을 만나는 순간 해답의 길은 열린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전후를 극복한 점, 그리고 IMF 외환위기도 온 국민이 하나 되어 벗어난 저력 등은 모두 ‘진실’을 알고 난 이후 해답을 위해 뭉쳤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 3사의 기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것도 바로 ‘진실’을 보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사실 뿐 아니라 진실’도 알리는 것이 기자들의 본분이기에 되돌아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물론 한명의 저자가 낸 목소리이기에 오롯이 진실이 담겨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최대한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려 객관적 자료와 방대한 데이터를 동원해 진실에 다가서고 있다. 지금은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과연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단하셔야 한다. 바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이다.

 

 

양극화가 아닌 빈곤화로 빠진 한국경제 !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가계는 대부분 가계수지가 나빠졌다. 예를 들어 2000년대에는 집값이 뛰면서 가계가 은행에서 잔뜩 빚을 내서 집을 샀다. 1억~2억 원 정도 빌리는 것은 예사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빌려서 돈을 빌려서 내 집을 마련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금융기관에 매월 수십 만 원에서 수백만 원씩 이자 형태로 월세를 내는 ‘월세 노예’로 전락해 버렸다. 이런 사람들은 집을 가졌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생활은 더욱 쪼들릴 수밖에 없다. 월 500만 원 정도 받는 중상층 월급쟁이라도 한 달에 100만원을 이자로 꼬박꼬박 내게 되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다. 또 정부가 공교육을 바로세우지 못해 각종 특목고가 무분별하게 난립하면서 초충고 전 과정에서 사교육비가 급증했다. 지난 10년 동안 사교육비 비중은 약 2배 가까이 커졌다. 10년 전에는 사교육비로 월평균 30만원을 지출하던 것이 60만 원으로 늘어버린 식이다. 또 자동차, 휴대전화, 통신, 유통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소수 재벌 그룹의 독과점과 담합 구조가 형성되면서 생활비 부담이 크게 올라갔다.

자동차는 신차가 나올 때마다 오르고, 세계에서 가장 앞서 간다는 휴대전화 기기는 값이 떨어질 줄 모른다. 통신비도 대부분의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면서 대폭 올랐다. 이런 식이다 보니 “돈을 벌어도 어디로 새나가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이다.” 74~75 페이지

 

저자는 본문에서 한국경제 10대 위기를 말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이젠 양극화가 아닌 전체적으로 빈곤화를 향하고 있다고 진단한 부분이다. 지난 10년 간 국민 총소득은 평균 3.4% 증가했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2000년에 비해 약 40% 가량 소득이 늘어나는 것이 이치일텐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실을 보면 대기업은 승승장구하는데, 중소기업은 폐업 위기에 몰려 있다. 또한 고소득층의 소득은 급증했지만, 저소득층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원래 이런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양극화가 극심해졌다고 보았다.

저자는 지난 10여 년간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이 주로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면서 쪼그라들었고, 이들의 지출 부담이 늘면서 국민 80%의 생활수준이 하락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단순한 양극화가 아닌 고소득층 20%를 제외한 다수 국민이 점점 빈곤해지고 있다고 보았다. 이 밖에도 실업률 3%라는 거짓말, 국내 기업이 해외로 탈출한다, 서민도 국가도 빚으로 산다, 폭탄돌리기의 끝은 어디인가 등 그 어느 때 보다 위험에 처한 한국경제의 열 가지 위기가 가감 없이 퍼붓는 선대인의 독설과 함께 본문의 전반부에 소개된다.

 

 

재벌의 계열사 확장으로 무너지는 중소기업!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대형 마트의 매출액이 17조원에서 31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재래시장의 매출액은 42조원에서 26조원으로 급감했다. 대형마트의 매출 증가액이 15조 원으로 재래시장의 매출 감소액 16조 원과 거의 일치한다. 한마디로 재벌 기업의 대형마트가 재래시장 매출액을 거의 다 빨아들인 것이라고 과언이 아니다.

지식경제부의 2005년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진출로 중소 소매업체의 94%가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해다. 또 이들 대형 점의 진출로 51%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는 점주가 22.9%를 차지하는 등 전체 평균 매출액이 42.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하나만 들어와도 그 주변의 재래시장이 초토화되고 동네 상권이 무너지는 것이 다반사다. 재벌 계열사들이 활개를 치면 칠수록 대한민국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떡실신’을 한다. 이런 추세로 대물림이 되고 계열사가 확장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의 산업 생태계는 질식하고 일자리는 줄어들며 극단적인 양극화는 계속될 것이 뻔하다. 그런 경제를 원하는가.” 191~192 페이지

 

재벌의 지배구조가 이젠 문어발식이 아니라 지네발 수준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을 살펴보자. 충분히 그런 말을 할만하다. 10대 재벌들의 계열사수가 383개에서 630개로 무려 64%나 늘었다. 좀 더 범위를 확대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사수를 보면 2008년 1069개에서 2011년 1621개로 늘었으니 지네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익히 알다시피 재벌들이 중소기업들이 점유하던 상품까지 모두 싹쓸이를 하며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두부, 재생 타이어, 장류, 국수, 양말, 아스콘, 골판지 상자 심지어는 쇠못까지 재벌 기업이 파고들었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이대로 10년만 더 가면 대한민국은 중소기업 하나 없이 대기업 몇 십 개로 살아가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할 만하다.

 

저자는 이러한 원인에는 출총제와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의 폐지에 있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재벌 3,4 세들이 ‘가만히 앉아서 돈 먹기’식의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는 것. 재벌의 성장 과정을 보면 1, 2 대들은 여러 특혜와 탈불법 행위를 했지만 나름 자신들의 영역을 개척하며 사업을 일궈냈습니다. 하지만 3,4세 들은 초기 투자금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재벌 계열사의 품 안에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5개 그룹의 계열사 증가 가운데 76%가 서비스업 분야라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이에 더불어 저자는 재벌 기업에 대하여 한국의 기존 제도권 언론들이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꼬집고 있다. 재벌가들이 온갖 탈불법과 파렴치한 행동을 떳떳하게 자행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밖에도 저자는 이대로 지속된다면 다가올 10년 동안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는 반토막 나고 있는 부동산 수요에 하우스푸어는 넘쳐날 거라 예상하고 0%의 성장률과 동시다발적인 FTA 등으로 10년 후 한국은 멕시코형 국가가 되는 등 한국경제는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경제를 다시 일으킬 장본인은 국민들이다 !

 

“다가오는 시대 5가지 개인 전략

1.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라.

2. 삶의 질을 요구하고 행복을 누려라.

3. 재테크가 아닌 지테크를 하라

4.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서 제2의 명함을 가져라.

5. 자녀 교육에 대한 관점을 바꿔라.

부동산, 지금 사? 말아? 10가지 체크리스트

1.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듯이 집을 사라

2. 저금리라고 빚을 내서 집을 사면 큰 코 다친다.

3.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팔 때를 염두에 두라

4. 부동산은 가지고 있으면 비용이 발생함을 잊지 마라

5. 소유보다는 활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6.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환상, 경기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을 버려라.

7. 고점 때 가격을 기준점으로 판단하면 낭패 본다(잠재적 매수자의 경우)

8. 호가와 실거래가를 혼동하지 마라.(잠재적 매도자의 경우)

9. 거시경제의 흐름을 모르고 부동산을 논하지 마라

10. 언론의 거짓보도에 속지 마라.

 

위 본문은 이 책의 가장 핵심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바로 다시 나라를 세울 사람은 바로 우리 국민들이라는 것. 저자는 다가오는 시대에 개인이 펼쳐야 할 5가지 전략에 대해 말한다. 우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 중에서도 첫째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 이는 한 두 사람이 바꾸면 바뀌지 않는다. 전체로서 한국의 교육구조를 바꾸는데 국민이 노력해야 한다. 저자는 그를 위해 <아깝다 학원비>라는 책을 통해 방법을 얻을 거라고 조언한다.

 

그다음은 보험료. 저자는 수입에 비해 너무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젊은 시절에는 너무 급하게 보험에 들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별도의 통장을 만들어 예금을 권한다. 역시 보험에 관련된 진실을 알고 싶다면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을 읽을 것을 권했다. 세 번째는 결혼 비용이다. 형식적이고 낭비적 요소가 많은 결혼비용을 줄여야 한다. 저자는 이 세 가지만 줄여도 국민의 가계생활은 훨씬 밝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왜 아니겠는가.

 

두 번째는 삶의 질을 요구하고 행복을 누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집값이 올라야 잘 살게 되고, 동네 근처에 길이라도 뚫리고 시설이라도 생겨야 경제발전인 것처럼 여겼다면, 이젠 그런 인식을 바꿔서 거기에 쓸 돈으로 삶의 질을 바꿔야 한다. 셋째는 재테크가 아닌 지테크를 하라이다. 돈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계발하고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 지테크를 해야 한다. 넷째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제2의 명함을 가져라‘이다. 한마디로 노년을 위해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가지라는 말이다. 인생 2모작을 위해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 지테크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인데, 은퇴 후에도 얼마든 일할 수 있도록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녀 교육에 대한 관점을 바꿔라 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특히 자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한국 가정은 적은 비용으로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위에 소개한 부동산 체크리스트와 자세한 설명은 부동산 전문가인 저자가 강조한 내용인 만큼 특히 일독하길 권한다.

 

“성장률 0%, 가계부채 1500조, 실업자 300만.” 이는 어느 저개발 국가도 아닌 이대로라면 곧 닥칠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비관한다. 과거의 경제 성장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데, 정부는 그것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지 경제 진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위기가 구조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진짜 해법은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부동산, 세금 등의 문제에서 탁월한 혜안을 보여준 그가 이번에는 한국 경제를 어떻게 내다보는지 만나보시기 권한다. 특히 구체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저자의 분석은 한국경제에 대한 여러분의 답답함에 한줄기 희망을 보여줄 것이다. 책은 책마다 읽어야 할 때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지금 읽어야 한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03월 13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메랑 - 새로운 몰락의 시작, 금융위기와 부채의 복수
마이클 루이스 지음, 김정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유럽 재정위기를 있게 한 불편한 진실

 

 

지난 2월 21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12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마침내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방안에 합의했다.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그리스는 최대 고비를 넘겼다. 유로존은 1,300억 유로(우리 돈 194조 원)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을 그리스에 제공하기로 했고, 민간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의 53.5% 이상을 손실 처리해 1,000억 유로를 탕감하기로 했다.

 

구제금융 승인에도 불구하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했다.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합의로 그리스가 무질서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는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단지 재앙의 시기가 뒤로 미뤄진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닥터둠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이날 “그리스를 2차 구제하면서 긴축과 구조 개혁을 강요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사를 접하면서 나는 ‘뉴욕타임스’의 논설위원이었던 대니얼 앨트먼이 <10년 후 미래Outrageous fortunes>(청림출판)에서 말했던 EU 붕괴를 떠올렸다. 비록 지금 EU는 하나가 되었지만, 빈부의 차이, 즉 부유한 북서지역의 나라들이 가난한 다른 회원국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결국 지쳐서 결국은 분열될 거라는 전망했는데, EU 붕괴는 10년까지 갈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부메랑Bumerang>(비즈니스북스)을 읽어보면 그리스는 돈만 제공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그리스의 국가 재정이 문란해진 것은 모럴헤저드(도덕성 붕괴)로 부정부패와 탈세로 만연해진 때문.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다가올 미래가 더욱 암울해진다. <머니볼><블라인드 사이드><라이어스포커>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루이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시장에 거액을 역배팅해서 부자가 된 카일 배스Kyle Bass에 주목했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고, 위기를 낳은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리스, 아일랜드, 일본처럼 예산의 많은 부분을 대출이자를 지불하는 데 쓰는 나라는 금리 상승의 압박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몇 년 뒤 금융계에 다시 지각변동이 일어나가 시작했다. 그것도 대부분 카일 배스가 예상한 대로 국가 전체가 파산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궁금했다. ‘어떻게 지금껏 댈러스에서 벗어나지도 않았고, 외국어도 못하고, 심지어 외국친구도 없는 헤지펀드 매니저 배스가 이런 일련의 사태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마이클 루이스는 아이슬란드를 시작으로 신3세계 국가(the New Third World-재정불량국)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 미국을 비롯해 아이슬란드, 그리스, 아일랜드, 독일 등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나라들을 찾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재무장관, 경제학자, 세무원,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취재했다. 그리고 각국의 위기가 발생하게 된 금융 쓰나미의 경로를 역추적하며 부도국가들이 겪고 있는 최악의 상황을 낱낱이 살폈다. 저자는 경제 쓰나미의 원인은 ‘무분별한 부채’에 있고, 저리로 빌려 벌인 빚잔치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세계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우리와 무슨 상관인가?‘ 말할 법도 하다. 하지만 2008년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등 국내의 실물자산 가격은 끝을 모르고 꾸준히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오늘날의 경제위기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나라들조차 금융위기에 휩쓸리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결과의 뒤치다꺼리는 주머니 속의 돈을 털어내야 하는 우리 납세자들의 몫이다.

 

차입금에 의한 기업 매수나 적대적 인수, 파생 상품 트레이딩 또는 소규모 금융사기 따위 모르고 평생을 어부로 살던 아이슬란드인들은 2003년 골드만삭스나 모건 스탠리와 동일한 사업을 하게 되었을 때 그물을 내던지고 외환트레이더가 되었다. 그리고 미국인은 금융이 생산기업보다 자기들끼리 증서만 거래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들도 돈을 대출해 기업을 활성화하지 않고 친구와 가족들에게 무제한으로 자금을 대출해 주었다. 부풀린 가격으로 자기들끼리 자산을 거래해 늘어난 가짜 자본은 빚이 되어 아이슬란드 부채는 GDP의 8.5배에 이르렀다. 결국 아이슬란드는 2008년 10월 파산했고, 그 손실과 파장은 너무 커서 파산한 지 몇 주 안되어 인구의 3분의 1이 이민을 고려할 정도였다.

 

3,500억 유로의 국가부채로 디폴트 위기에 빠진 그리스는 부정부패와 탈세의 온상이었다. 그리스에서는 은행이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이 아니라 나라가 은행을 망하게 했다. 공무원의 임금은 민간인의 3배나 많고, 정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은 뇌물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공립의료원에서 진료를 잘 받으려면 의사에게 뇌물을 줘야 하고, 공공의료의관의 간호사나 의사들은 퇴근할 때마다 종이수건, 기저귀 등 꺼내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한아름씩 안고 집을 향했다. 어디까지가 낭비고 어디부터가 절도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그리스는 온 국민이 탈세범이었다. 세금을 내는 그리스인은 납세를 피할 수 없는 샐러리맨 뿐, 그리스 경제에서 소득세 대상 중 30~40퍼센트는 공식적으로 신고를 하지 않는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는 나라가 그리스인 것이다. 그리스는 단순히 부패한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부패하고 있다. 이들이 과연 디폴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980년대만 해도 320만 명의 인구 가운데 100만 명이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는 아일랜드는 21세기 들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나라가 됐다. 금융 시장이 모든 신청자에게 무제한 신용을 제공해서 비정상적인 변신이 가능했다. 그러자 집값은 올랐고, 건설업체들은 인구가 15배나 많은 영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주택을 지었다. 그리고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아일랜드의 번영은 끝이 났다.

 

저자는 아일랜드 경제는 거대한 피라미드 사기판이었고 국가는 사실상 파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유로존 국가 중 경제사정이 가장 양호해 보이는 독일 역시 최근 유럽재정위기로 입은 재정 위기로 몸살에 걸렸다. 아이슬란드 은행과 관련해 210억 달러, 아일랜드 은행과 관련해 1,000억 달러이며 아직 확정되지 않은 그리스 국채를 통해서도 상당한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지방정부들 역시 유럽 국가들 못지않은 신용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저자는 캘리포니아 주는 퇴직연금과 고용비용이 급증하며 재정상태가 악화되어 미국 안의 그리스 사태라고 평가했다.

 

마이클 루이스의 눈으로 살펴본 재정불량국가들은 마치 미국드라마 ‘리빙 데드’에서 좀비들에게 점령당한 도시들을 연상케 한다. 재치와 유머를 겸비한 스토리텔링은 흥미진진한 세 편 짜리 다큐멘터리처럼 재미있다. 저자는 나라마다 연쇄 부도 위험을 맞게 된 배경은 다르지만 그 원인은 인간의 탐욕에 있고, 남의 돈으로 벌인 잔치의 끝은 빚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세계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것임을 증명했다. 지금도 유럽 전역을 휘돌고 있는 부메랑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02월 28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의 사보 KOLON 3월호에 실렸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