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쥘리 비르망, 클레망 우브르리 지음, 임명주 옮김 / 미메시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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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낭드
피카소의 첫사랑이자 많은 화가들의 모델로 활동했던 그녀는 너무도 기구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왔다. 그녀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불행한 사람이면서 어떤 어려움에도 길을 찾아나선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피카소의 미술사적 중요한 시기를 지켜본 행운아이기도 했다. 페르낭드가 피카소를 만나 행복해졌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가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그와 그의 작품들을 사랑했었다. 이 이야기는 페르낭드 올리비에의 증언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런 점에서 타이타닉 영화가 생각난다. 할머니의 회상으로 시작하는 사랑 이야기. 따뜻한 시선. 그녀가 회상한 옛 연인의 모습은 천재가 아닌 인간 피카소를 보여준다.

#인간_피카소
책은 피카소가 처음 파리에 상경했던 때부터 [아비뇽의 처녀들]을 완성한 시기까지 7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카소는 이미 15살에 성인화가의 실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미술 교사인 아버지가 어린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자신의 미술 활동을 포기하고 아들 뒷바라지에 나섰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피카소가 일반인과는 다른 천부적인 재능만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 인간 피카소로서 사랑, 시기, 질투, 고집 등이 주 내용이다. 오히려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시대에 휩쓸려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란 짐작까지 든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는 하나밖에 몰랐고, 사랑에도 서툴고, 마당발도 아니며, 대도시 파리로 상경한 촌뜨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피카소와_친구들
피카소, 자코브, 아폴리네르 3총사. 피카소를 알아본 수집가 거트루드 스타인 남매. 당시 인정받던 화가라서 피카소가 내심 질투한 마티스. 큐비즘의 포문을 열어 피카소가 좋아하기도 질투하기도 한 브라크. 피카소가 존경한 앙리 루소. 피카소와 예술인 크루들을 보면서 ‘기분좋음‘과 ‘부러움‘ 사이를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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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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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힘
선전과 광고. 우리를 교련하려는 집단과 우리의 자유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집단. 어느 쪽이 더 부도덕할까? 그들은 우리에게 TV도 모자라 손안에 인터넷을 쥐여 주었다. 지역 간의 소통을 넘어 지구촌이 한 목소리로 말할 힘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 힘이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유린당하다
임상진과 찻탓캇의 인터뷰로 이어지는 내용들
둘 관계도 좋은 관계는 아녔다. 처음엔 몰랐는데 끝에 얽히고 설켜 있었다. 그런데 더 멀리서 보면 이들도 큰 그림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 누구는 정의를 위해 싸우고 또 누구는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두가 피해자일 뿐.

#온라인의 민낯
검증되지 않은 정보. 진영 간의 난타전. 온라인에서도 통용되는 권력과 재력. 온라인은 미디어를 넘어 생활의 중심이 되어가는 시대. 우리는 토론의 장을 만들었는가? 사육장을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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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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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지 않는 삶

언젠가부터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게 어른이 되는 것이고 성장하는 것이라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면서 내 삶의 행복도는 팍팍해져만 간다. 여기 나오는 5명의 환자들도 각기 이유는 다르지만 ‘자신의 위치‘에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산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끔 내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놀라기도 했다. 단순하고 사소하지만, 실생활에서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 갈등들. 의사 이라부는 그런 갈등을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모습에 내게도 희열감을 주고 있다. 의사 이라부가 환자들에게 준 것은 획기적인 치료법이나 약물도 아니었다. 그의 대단한 점은 환자가 (또는 내가) 몰래 마음속 깊이 갖고있던 생각들을 간단히(?) 공감해주면서 스스럼없이 다가와 줬다는 것이다. 의사 이라부가 저지르는 기행을 보며 ‘그래,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데...‘라며 ‘남을 의식하는 내 삶‘을 돌아보게 해준 것이다. 나는 사회 안에 살아가고, 여러 소속에 속한 채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소속이나 사회의 전체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를 어디에 맞추거나 제한을 두지 않는 삶.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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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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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했다
<종의 기원>에 대해 다른 누군가가 내놓은 평가를 듣곤 울컥했다. ‘사이코패스의 내면 묘사에만 치중한 그저 그런 소설.‘ 사이코패스. 나는 그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했다. 그리고 유진을 끼워 맞춰봐야 했다. 하지만 내겐 유진은 피해자였다. 20여년간 유진을 압박한 어머니와 이모는 죄가 없단 말인가? 괴롭히는 형은? 아니면 그 죄의 무게가 죽음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 것인가? 유진은 포식자가 아니다. 포식자라면 해진에게도 망설임이 없어야 했다. 어떤 선을 넘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이유가 없어야 했다. 일기인지 메모인지를 펼쳐 들어 알려고 할 게 아니라 확대해석과 분노로 얼룩져야 했다.


#정유정의_악
정유정 작가는 항상 악을 주요한 소재로 쓰고 있다고 했다. 예방주사를 맞는 기분으로 악의 근본을 파헤친다고 했다. 지금껏 정유정 작품에서 악은 항상 주변부에 존재했는데 이번엔 이야기 속 주체다. <종의 기원>에서는 자라나는 악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자라나게 된 주위의 영향은 없었던 걸까? 유진은 아직 인격형성도 안 된 나이에서 보호와 사랑보단 사리분별이란 걸 강요당한 건 아닐까? 우리는 혜원이 내린 ‘선고 같은‘ 검사결과가 어떤 근저에서 오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종의기원
[작가의 말] 페이지에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의 주장이 나온다. ˝살인은 경쟁자를 제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이 무자비한 ‘적응구조‘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우리의 조상이다.˝ 그리고 작가는 덧붙인다. ˝악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된 어두운 본성이다. 그리고 악인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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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라이프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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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살아간다
그냥 살아간다. 지독한 슬픔이 혹은 더없는 행복이 뒤따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냥 사는 문제가 된다. (옮긴이의 해석 중)

#순간과_기억
우리는 누구나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며 살아간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라고도 말한다. <일본에 가 닿기를>에서 ‘그레타‘는 끊임없이 현실의 관계와 시름하며 살아간다. 지인이 없는 문학인의 밤에서 또는 아이와의 기차여행길에서 만난 남자와 일탈을 꿈꾼다. 그러다 아이를 잃어버렸을 땐 오롯이 아이에게만 집중하는가 싶다가도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난 사랑에 아이의 손을 놓고 자신의 운명에 맡긴다. <기차>에서 ‘잭슨‘은 여친과의 관계를 피해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 내린다. 그러다 도착한 마을에서 ‘벨‘과 몇 년쯤 살다가 그녀의 고백에 또 불쑥 회피하는 심정으로 떠나버린다. 이러한 행동들의 중심은 ‘지금‘이다. ‘지금‘이란 시간만이 가장 내 곁에 가까이 있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오로지 우리가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과거를 생각해본다. <아문센>의 ‘비비언‘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바뀌지 않는 자신의 감정과 그의 태도 사이에서 아련해진다. <자갈>에서 친언니 ‘카로‘가 했던 알 수없는 행동을 복기해 본다. <호수가 보이는 풍경>에서 주인공은 기억에 갖혀버린 치매노인이다. 이처럼 과거의 한 ‘때‘를 기억하고 그 ‘때‘에 얽매여 살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이처럼 현재의 ‘순간‘을 살아가며 과거의 ‘기억‘을 추억한다.

#Dear_Life
마지막 디어 라이프를 가장 감명깊게 보았다. 그 앞에 소설들은 사랑과 인생, 관조적 일상에 대해 그렸다면 마지막 4편의 작품은 작가의 일기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다. ‘위로의 의미‘인지 ‘추억의 의미‘인지는 몰라도 ‘자기 고백‘적인 글이 내 인생에도 큰 울림이 되어 다가왔다. 그리고 나도 쓰고 싶어졌다. 일부는 회피하고, 일부는 왜곡했던 내 인생을. 또한 내 인생에게, 솔직한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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