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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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악한가?
<파리대왕>을 읽으며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랠프는 정의롭고 잭은 악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현실에서 랠프처럼 ‘넓은 시야‘를 가지며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어쩌면 잭도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잭이 권위적이고 위선적이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랠프와 공동체에 등을 돌린 건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무시와 그로인한 상실감 때문이지 않았을까. 오히려 ‘넓은 시야‘의 랠프가 ‘좁은 시야‘의 잭을 잘 이끌어주지 못한 책임도 있지 않을까. 어른들의 세계도 이런 감정이 상하는 관계가 항상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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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된 것
소라와 창, 불과 고기, 문명과 야만의 대립을 통해 공동체 속에서 인간 본성이 어떻게 양분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서 ‘괴물‘이라 불리는 근거 없는 공포와 그걸 이용하는 권력욕의 모습들은 전쟁시대의 독재자를 떠올리게 한다. 괴물(공포)를 대적하기위해 아이들이 만들어낸 파리대왕은 또 얼마나 추악한지... 당장 생존을 위해 고기에 쉽게 선동되고 내재된 공포에 흔들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인간이 쾌락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지만 잘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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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눈물
마지막에 아이들이 우는 모습도 추상적인 의미가 많아 보인다. 보통은 랠프가 구조되고 잭과 그 일당들은 적절한 벌을 받길 원하지만, 마지막 다 같이 우는 모습을 통해 그렇게 안 될 수도 있다는 무거운 마음이 든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과제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바꿀 수 없음‘을 내포하는 것일 수도 있다.

P103
한쪽에는 사냥과 술책과 신나는 흥겨움과 솜씨의 멋있는 세계가 있었고, 다른 한쪽엔 동경과 좌절된 상식의 세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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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1 07: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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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묻지 않는 삶 - 한국에서 살아가는 어떤 철학자의 영적 순례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성귀수 옮김 / 인터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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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버리는 것
이 책의 내용들은 대체로 동일하다. 마음을 한곳에 모아 고요히 생각하는 고행수도에 대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나의 마음은 ‘오락가락‘, ‘들숙날숙‘인다.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구나‘ 바람 앞의 등불처럼 불안해하는 내 감정과 생각들이 느껴졌다. 졸리앙이 말하는 <묻지 않는 삶>이란 뭘까? 바로 내 마음의 등불을 안 흔들리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불어 꺼버리는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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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고 받아들임
가끔 난 물 밖에 끌어올려 진 생선 같다. 물로 돌아가기 위해 죽어라 파닥거리는 생선, 남들 눈엔 싱싱해보일 뿐이다. 뙤약볕이 쏟아지는 아스팔트 위에서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되질 않는다. 사지가 없는 움직임도, 눈꺼풀 없는 눈도, 폐가 없는 숨도. 모든 걸 내려놓는다고 내 죽음이 달라질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적어도 마음만은, 마음만은 편안해지길. 파닥거림을 멈추고, ‘나‘와 ‘내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는 자세. 내 눈에 들이치는 햇볕의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내려놓고 받아들임‘은 부재(不在)에 대한 인식을 넘어 상황의 판단도 버리는 것.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은 지우고 존재하는 ‘지금‘에 집중해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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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독서
사실 나의 독서생활은 ‘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내 안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흘러가야만 하는 현상에 대한 의문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어쩌면 내 의문의 끝이 이 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에게 조금 일찍 찾아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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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 6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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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많은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인간 세상에 어떤 방향성을 제시 한다는 건 힘들어 보였지만 작가는 방대한 정보를 정리하여 7가지 (진화) 방향으로 추려냈다.
이러한 전개 중 신선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인류가 지구라는 존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인류가 행성(지구)를 떠나 우주를 유영하며 생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주로 나간 이들도 또 다른 정착지를 찾아 나선 것이지 계속 우주선에 살기 위해 떠난 건 아니다.) 인류의 생존의 좌지우지 할 수도 있는 지구가 의식이 있는 존재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책을 통해 신기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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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결말
초소형 인류 에마슈의 등장은 새로웠다.
인류 – 에마슈 – 지구. 3강 구도 전개는 흥미롭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결말도 더 획기적이길 바랐던 것 같다.
열린 결말은 아쉬움을 남긴다.
마지막 내용을 읽으면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자꾸 생각났다. 내용이 허구보다는 실재적인 질문에 기반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인류의 판단이 옳은 방향으로만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고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그랬다.
시사적인 내용, 과학적인 내용과 (에마슈 같은) 판타지적 요소가 합쳐져 베르나르만의 느낌은 여전히 느껴졌지만 2% 정도는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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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행 뭐, 어때서 - 아일랜드 캠프힐 자원봉사와 유럽 카우치 서핑이 가르쳐 준 삶을 맛있게 리셋하는 법
하정 지음 / 에디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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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에피소드
P50 <나의 첫 번째 캠프힐 친구>
여행에세이는 긍정의 힘으로만 쓰이는 줄 알았었다. 즐겁고 화창한 일만 가득할 줄 알았던 캠프힐에서 차별, 갈등, 자존감 부족의 이야기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 작가님. 그런 ‘암흑‘ 속에서 첫 ‘긍정의 빛‘을 던져준 내용이 <나의 첫 번째 캠프힐 친구>였다.

살다 보면 비슷한 생각과 비슷한 말, 비슷한 행동을 하는 비슷한 부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내 예상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람. 그래서 굳이 준비하지 않아도 슬며시 내 맘을 물들이는 그런 사람이 있다. 썸머에게 소시가, 소시에겐 썸머가 그런 사람이었다.

눈빛만 마주쳐도 함박웃음을 건네던 사이에서 ˝카푸치노?˝하며 대화를 하는 사이가 되었을 때, 슬며시 내 입가엔 미소가 떠올랐다. 어디든 어떤 상황에서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내 맘의 문을 열어 줄 것이다. 힘든 여행 중이라도 (그리고 인생에서) 그런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날 거라는 희망은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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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의 에세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끌림> 유일하게 읽었던 여행에세이다. 이병률 작가의 작품들이 멋스러움과 촉촉한 감성이 묻어나는 ‘작품‘이라면 하정 작가의 여행에세이는 ‘설명집‘ 같다. ‘하정여행‘이라는 작품이 있고 그 작품을 설명하는 설명집. 하정 작가의 글을 읽으면 구체적인 경험이 내 것이 되어 흡수되는 것 같다. 그래서 작가가 느낀 감정들 (시련과 인내, 분노와 행복이) 오롯이 내 것이 되는 경험을 또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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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행
오늘날 여행은 즐거운 것이고 열정을 대변하는 것이 되었다. 매스미디어들의 이야기가 그렇고, SNS에 올라오는 여행사진들 그렇다. 하지만 우린 은연중에 안다. 여행을 할 때도 여전히 즐거움일까?

언어는 달라도 똑같은 사람들의 세상.
언제나 불운과 행운이 반복되는 법칙.
아무리 노력해도 해소되지않는 상처.

도피의 여행 일지라도 여전히 이런 것들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행복했다 즐거웠다가 아니라

이건 좋았지만 저건 안 좋았다고.
안되고 못했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았다고.
이겨내려 했지만 이기지 않고 덮는 법을 배웠다고.
하정 작가가 보여주는 건 여전히 고되고 어려운 여행이지만, 그 과정에서 오는 생각과 느낌을 즐길 줄 아는 나 자신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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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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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교시절, 디자인 대입시험이 ‘발상과표현’이었다. 매일 발상에 허덕였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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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과 표현
하루는 원장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너희는 너무 많은 걸 만들려고 해. 없던 걸 만드는 건 신이지 신! 수 천년 미술사에 없는 게 어디 있겠냐? 이미 다 나와있지. 너희가 해야 할 일은 기존의 것을 다른 방식에 접목시키거나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 보는 거야!”
무에서 유를 ‘창조’할 게 아니라 새로운 ‘발견’을 하라는 말씀이셨다. 그 때는 그 차이를 깨우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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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새 것(무>유)을 생각하는 것과 새롭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생각의 탄생>에서 나온 것처럼 인간의 ‘창조‘ 또는 ‘창조적 생각‘이란 다르게 접근해 보는 ‘발견‘인 것이다. 나는 그 차이를 몰랐기 때문에 창조가 너무 어려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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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에서 창조적 생각은 13가지 생각도구와 그것들의 연결을 통해 발생하는거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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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교육
저자들은 교육의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전인을 길러내는 교육을 주장하는 책이다. 지, 덕, 체를 고루 갖춘 교육. 물론 좋은 교육이고 좋은 방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할까? 입시제도와 1등 만능주의가 바뀔 수 있을까? 꼭 학생들만 말하는 게 아니다. 열정페이, 퇴근 없는 출근으로 여가생활이 없는 현실에서 과연 가능한 일인가? 안타깝지만 전인교육은 시간을 가진 자들만 할 수 있어보인다. 우리나라의 실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교육의 편차도 점점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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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구
이 책의 아쉬운 점은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과 특정분야의 사례만을 다뤘다는 점이다. 소위 창조적인 일을 하는 예술가나 과학자, 일부 기술자들의 사례만을 들면서 그 외 여지를 남겨두질 못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직업군이 아니면 ‘13가지 생각도구‘가 필요 없게 되어버리는 느낌을 받는다. 좀 더 다양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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