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결탁

바보들의 결탁 - 퓰리처상 수상작
존 케네디 툴 지음, 김선형 옮김 / 도마뱀출판사 / 2010년 12월

바보들의 결탁을 이제서야 만난다니 참으로 운이 없다. 퓰리처상에 빛나는 걸죽한 대작을 모르고 지냈다니

한심하다. 이그네이셔스는 작가의 심리에 내재한 제 2의 인물임에 분명하다. 소설에서처럼 어머니와 다투고,

편집증에 시달리다 결국엔 목숨을 끊은 과정과 결과가 주인공과 흡사하다. 물론 현실의 어머니가 소설의 어머니처럼

지독하진 않았겠지만,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비난의 여지가 전혀 없다.

 

소설책의 사진 인물을 보면, 실제 작가와는 너무나도 딴 판이라 당황스럽다. 깔끔하고 세련되게 생긴 인기 강사가

마음 속엔 그런 혼돈과 상처가 있을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그네이셔스는 자본주의와 인간 세계에 100%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자다. 그가 뱉어내는 말은 사실 기본적인 인성과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감히 할 수 없는 뻔뻔함으로

장식되어있다. 백수에다 잘난 게 없으면서도 거친 입담과 삐딱선에서 한참 더 벗어난 과도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양식.

 

그런 그가 좋았던 이유는 그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어서였다.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와 어느 면에서 닮았고, 힘든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양산되는 고뇌와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십분 즐겁게 읽었다.

분명 걸작은 걸작이지만, 코미디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었다. 현대판 돈키호테가 가장 적합하다. 돈키호테가

풍자로 웃음은 주지만 배꼽을 잡고 웃을 순 없듯이 이 책도 마찬기자로 피식할 순 있었도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여러 번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양한 시각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고, 게다가 전부 이해는 불가한 심리와 행동이 기재되어 있는 까닭이다. 심리와 사회의 부조리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체인지 싱킹

人生を好轉させる「新·陽轉思考」 (單行本)
와다 히로미 / ポプラ社 / 2009년 8월

양전사고란 자신의 선택과 믿음에 근거한다. 늘 긍정적으로 낙관적으로 인생을 바라볼수록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와다 히로미의 인생은 지금은 아주 좋다. 성공의 표본권에

들어갈 정도다. 그렇지만 그의 인생 초반은 굴곡이 많았다. 그렇다.

누구든 공짜로 쉽게 성공하진 않는다. 물론 매우 팔자와 운명이 좋아 운이 타고 났다면

그냥 인생이 잘 풀릴 수도 있다. 대부분은 운에 치이고 노력과 능력 부족으로 좌절하곤 하는데

그럴수록 이 책이 필요하다. 한가지 사실에 두 가지 사고.

 

열어놓고 생각을 마음껏 꺼내 쓰라는 푸근한 자신을 향한 애정. 마치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초기 화면처럼 자신의 선택에 눌리지 말고 그 사실 자체에 , 즉 선택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며 사고와 판단을 하라고 와다는 말해준다.

 

웃어라.

이 말이 짧지만 그 어떤 것보다 효과적인 듯하다.

찡그릴 일도 많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성공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적인 자기계발서이자 저자의 농후한 경험담이 잘 버무려진 조언서와 같다.

자신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이 책이 내게 준 미소는 바로 나를 사랑하는 지혜에서 비롯됐다.

검은 늪

검은 늪 ㅣ 지혜사랑 시인선 34
권순자 지음 / 종려나무 / 2010년 5월

기대와는 다르게 시가 깊은 맛이 있었다. 어둡고 침침한 현장에 와있는 암울한

시집일까라는 두려움이 앞섰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막상 시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지각적인 입가심을 한 듯 내 기분이 조용히 침잠해있다.

 

관찰력도 훌륭하고, 표현력도 맛깔스럽다. 특히 노인을 한참이나 응시하고 쓴 듯이

보이는 한 시의 마지막 귀절이 아직도 생생한 영상으로 머리에 잔상을 남긴다.

 

입술로 하얗게 태우는 마지막 숨.

 

난 겨울날 앙상하게 마른 노인이 처마에 앉아 가픈 숨을 내쉬는 모습을 본 적은

있지만 입김이 입술을 태운다는 창의적인 관점은 가져본 바가 없어 몹시나

이런 시인의 관찰력에 탐복을 하고 말았다.

 

다른 시들도 시인이 투자한 시간, 느낀 시간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흔적들이

쉽사리 눈에 띠었다. 

감각적인 어휘와 절도있게 나눈 음절들을 아주 소중히 음미했다.

너무나도 차분해지는 시다.

 

눈 덮인 도로와 건물들을 보며 인위성의 축복과 동시에 주체 멸실의 고통을

느끼는 이는 시집을 읽음으로써 존재론적 시각과 감성적 시각을 두루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감성에 빠지면 무감각만 못하지만, 적당히 감성적일

때 인간미와 여유가 마음 속에 생긱는 법이다. 권순자님의 시를 보면 문득 이 분의

일상이 한 폭 한 폭이 그려진다. 시점의 흐름과 그런 흐름을 만든 사회와 환경.

그걸 넘어서기 위해 핏발 세우는 게 아닌, 그저 담담히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게

시를 읽는 나만의 이유다. 공감각적 지각과 추상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간의

주 특질이 있겠고, 시를 읽으면서 그 특질을 여실없이 활용했다. 작가의 시각과 문자로

담긴 그 분의 시간에 나만의 색채를 더하여 즐겁게 검은 늪을 읽었다.

 

시에 대해 생긴 관심이 앞으로 올바른 방향을 찾도록 나의 감성에 애정을 기울여야겠다.

잠깐 멈춤

잠깐 멈춤
고도원 지음, 김성신 그림 / 해냄 / 2010년 12월

꿈을 향해 달려라. 대신 그 꿈이 뭔지,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라

 

이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통하는 사항인데, 물론 훨씬 매끄럽고 구체적인 말투로

처음부터 끝까지 기술되어 있습니다. 정말 편안합니다.

 

읽는 내내 군소리 없이 깔끔한 조언들로 가득한 기분이 들었고, 실천과 용기부분에서

고도원씨의 특유의 경험과 책의 향내음이 맞물리면서 훨씬 크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꿈을 막무가내로 달성하려고 기를 쓰기보다는 왜?라는 물음과 그 물음 속의 본연의 뜻을

한 번쯤 캐어보는 시간으로 이 책은 가치가 있습니다. 무작정 꿈을 향해 달려도 그 끝이

허무라면 그저 소모일 수도 있으니 저자는 꿈을 진정 꿈답게 꾸밀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취지로 여러 생각들이 매듭을 독자에게 건넵니다.

 

용기부문에서는 누구든 좌절의 시간은 있게 마련인데 이를 극복하는 자세를 친절한 아저씨의

챙겨줌이 뭍어나는 글귀로 건네 받았습니다.

결코 포기할 꿈은 없고, 가치 없는 꿈도 없습니다.

 

새해에 선물받은 이 책은 올해 2011년을 살아가는 작지만 큰 도움의 손길로 제게 왔습니다.

꿈을 상기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1월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바보zone

바보 Zone
차동엽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1월

역시 베스트셀러의 위용은 차기판에도 가시지 않았다. 그가 잠잠히 생활 속에서 터득한 12가지의 삶의 법칙들은 바보라는 소재로

꽃피우며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다. 바보라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한 길을 간다면 성공한다는 어떤 소박하면서도

현실적인 주장고 사례를 담은 바보zone은 물질주의와 기능주의에 함몰된 현대인이 한 번쯤은 읽으면서 감정의 때와 묵은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믿는다.

 

바보의 공감 능력이 부각되어 이 책이 공감을 얻는 것 같다. 너도 나도 잘난 맛에 사는 오늘날, 진정으로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교감, 공감해주는 이는 형식적인 이도 부족할 정도로 극소수다. 바보는 슬프면 같이 울어주고, 기쁘면 웃어주고, 자기 것을

더 나누어주는 등 배려가 깊다. 차동엽 신부는 아마도 차가워진 현대인이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인간미가 넘치는 세상을

구현하고픈 마음이 강한 듯 보인다. 적극 찬성이다. 멘사 회원이 자랑스럽기 이전에, 감정이 메마르지 않고 함께 사는 것의

참된 의미를 아는 사람이 박수받고 환영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일본의 장인 샵들은 바보들의 전형인데, 그것은 결코 비생산적이거나

무익해보이지 않는다. 가치는 의미 부여 여부에 달려있다. 평생을 한 길로 다니며 남들이 다니기 쉽게 길을 터놓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납득이 된다. 바보상은 일본의 고부가가치 관광 자원이 됐다.

 

한국의 문화에도 바보가 인정받는 따스함이 자리잡기를 기원하며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