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과 2권의 표지가 다르다.
단순히 변화를 주기 위함이었을까?
1권의 표지에선 하늘은 먹구름을 가득품은 하늘에 까마귀가 잔뜩 날고 있다. 흑빛 바다에 붉은색이 감돈다. 아마도 흑빛은 '군함도'라 불리는 하시마섬의 지하갱도에서 벌어지는 석탄 채굴작업을 연상케하고, 붉은 색과 까마귀는 지옥섬을 탈출하기 위한 무수한 조선인들의 희생을 상징하고 있는게 아닐까 한다.
2권의 표지는 주홍빛 하늘과 검은색 바닷물에 푸른빛이 섞여 있다. 주홍빛 상공에는 군용 전투기 여러 대가 비행중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중인 일본의 위태로움과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를 동시에 연상케 한다. 검푸른 바닷물은 일본이 UN연합군에게 항복을 선언함으로써 해방을 맞게 된 '조선의 희망'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그 이름만으로 섬뜩한 '군함도' 일 년여전쯤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평소 전 세계에 '우리나라 알리기'에 힘쓰는 모 대학교수님이 직접 '군함도'를 방문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우리 대한민국, 해방 전에는 '조선'이란 이름으로 식민국가인 일본으로 하여금 끔찍하리만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급여도 거의 없이 '무임금 무노동'에 가까운 노동착취를 당했던 '하시마섬(군함도)'을 '유네스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시도한 일본의 안하무인격 처사를 세계에 알리고자 직접 군함도를 방문했다고 했다. 얼핏 보았는데도 그 잿빛 콘크리트 건물이 왠지 으스스하고 기괴한 느낌을 주었다. 그나마도 외국인에게 는 내부의 관람조차 허용되지 않아 안타깝기 이를 데 없었다. 결국 문화유산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는 분노가 치민다.
그런데 이번 한수산 작가님의 <군함도>를 읽는 내내 당시의 열악하고 참혹한 노동 현장과 조선인들의 고통스러운 삶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어 더욱 가슴이 저릿하고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1권에서는 하시마섬을 탈출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명국과 친한 동료인 경학, 삼식, 태복의 목숨 건 바다 건너기...그리고 각각 생사의 운명이 바뀐 친구들...삼식은 시체로, 태복은 거의 목숨만 붙은 채로 다시 하시마섬으로 돌아오고, 경학이는 우선 탈출에 성공한 듯 명국이로서는 소식을 알 수 없다.
또한 2차 징용대상이 된 친일파 자제인 '지상'과 지상과 같은 춘천고보 독서모임 '상록회'의 일원이었던 최우석, 또한 이들의 정신적 스승 역할을 한 신중한 '명국', 또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삶에 쫓겨오다 하시마섬의 일본인들의 유곽인 혼다야에서 그저 하루하루 의미없는 삶을 사는 '금 그외 지상의 아내 '서형', 아버지를 찾고자 스스로 일본에 건너 온 태복의 아들 '길남'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하시마섬은 바다 위에 선 커다란 군함을 연상시키는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일본인 채광업자와 사무직 직원들의 아파트와 조선인 광부와 그의 가족들이 거주하는 살림집들, 그리고 강제 징용된 조선인 광부들의 숙소를 비롯한 소학교와 매점, 세 개의 유곽들과 희생된 광부들의 화장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후반부에서도 또다시 탈출을 시도하는 지상과 우석, 필수...그러나 금화와 사랑에 빠진 우석은 결국 마음이 무거워선지 동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파제의 위험구역으로 뛰어내리다가 결국 발꿈치뼈 골절과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병원을 거쳐 다시 하시마섬으로 되돌아온다. 그 사이 연인을 떠나보낸 그리움과 모진 고문으로 심신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금화는 여느때처럼 술병을 들고 방파제 근처에서 바닷물로 투신한다.
2권에서는 채탄작업 중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중이던 명국은 추가 처지를 위해 들른 우석을 보며 금화의 죽음을 알리고, 결국 우석은 통탄하며 그녀의 뼛가루를 바다에 뿌리며, 미처 태우지 못한 뼛조각을 작업복 주머니 깊숙한 곳에 찔러넣고 그녀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낼 것을 다짐한다.
한편, 무사히 탈출에 성공한 지상은 친절한 노부부의 주선으로 미쯔비시중공업 나가사끼조선소에서 재일본어를 모르는 조선인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교련담당 직원으로 재취업을 하게 된다. 지상의 본가에서는 아들 명조까지 낳은 서형이 남편소식을 궁금해하던 차에 직접 하시마섬으로 남편을 찾아 떠난다. 배멀미와 모진 여정을 거치고 도착한 타까시마탄광 하시마종합사무소에서 '실종'이라는 비보를 듣는다.
조선인 광산 징용인들은 장기화된 열악한 노동환경과 무임금에 가까운 착취를 견디지 못해 집단행동을 결의하고 앞선 조는 무력 시위를 계획하고, 후미 조는 일본측 직원들의 대항에 힘쓰는 사이 집단 탈출을 시도한다. 결국 군까지 동원한 무력진압으로 시위에 나섰던 징용인들은 결국 부상을 입고 체포를 당하는 사이 우석과 일주는 즉시 탈출을 감행한다. 친척 아저씨인 육손이를 만나 이번엔 터널공사 징용공이 된 우석은 조선인 감독관 '길남'이를 만나게 되고, 태복은 육손이의 주선으로 특별 면회실에서 아들 길남을 만나게 된다. 정말 애틋한 장면이다.
후반부엔 일본이 국제전에서 패배하게 되면서 결정적으로 '항복'을 선언하게 되는 '원폭투하'와 관련된 내용들이 등장하면서 1권에 비해 속도감이 느껴진다. 결국 '군함도'를 탈출하여 목숨을 부지한 우리 조선의 광산 징용자들은 해방이 되기까지 각자의 삶을 꾸려나간다. 우석은 결국 원폭 파편에 노출되어 목부터 등줄기까지 화상을 입고 마지막 힘을 짜내어 금화의 뼛조각을 손에 쥔 채 다리 밑 하천에서 편안한 얼굴로 죽음을 맞이한다. 주체적이고 인간다운 삶을 꿈꾸던 지상은 끝내 생존하여 고향인 춘천으로 귀향길에 오른다.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당시 일제 치하를 견뎌내야 했던 조선인들의 나름의 처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친일적 행위로 자신들의 안위만을 챙기기 급급했던 인물부터 일본인임에도 조선인에 대해 인간적으로 대해고자 했던 일부 인물들, 나라를 빼앗긴 채 억압과 정체성 말살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기꺼이 목숨을 걸었던 인물들...모두 당시 우리 조선인들의 자화상이다. 현대에 와서는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내세워 '갑질'을 하는 행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부끄러운 자화상은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 한수산님은 1946년, 강원도 인제에서 출생하여 춘천에서 자라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도 주인공 지상의 고향을 춘천으로 설정하신 게 아닌가 싶다. 그 지역에서 나고 자라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지리적 묘사가 그래서 더 사실적이고 정감있게 다가온다. 자료조사에서 완결판이 나오기까지 직접 발로 뛰며 자료조사와 현장답사를 통해 재현해 내느라 무려 27년이 걸리다니 정말 작가의 정성과 노력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본 서평은 창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