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함께 사전 아홉 살 사전
박성우 지음, 김효은 그림 / 창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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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면의 띠지에 소개된 것처럼<아홉 살 마음 사전>의 속편인 셈인 <아홉 살 함께 사전>은 전편에 소재가 주로 아홉 살 아이가 겪는 성장통을 다루며 아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아이들이 '함께'라는 나눔과 화해의 의미를 알고 실천할 수 있는 행동에 중점을 두었다고 생각한다.

'나눔'의 의미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일상 생활 속 소재와 그림도 곁들여 있어서 독서를 좋어하지 않는 자녀와 읽으며 나눔의 사례들을 이야기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측 상단엔 사전의 역할에 맞게 '나누다'라는 낱말에 대한 사전적 의미도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독서중에 혹은 뉴스나 신문 등을 보다가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예전처럼 두꺼운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들을 뒤적이지 않아도 손에 든 휴대전화를 손가락으로 몇 번 누르면 여러 버전의 사전이 검색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나의 학창시절만해도 모르는 낱말이 있으면 부모님께 여쭤보거나 설명을 듣고도 이해가 안 될때는 종이로 된 두툼한 사전을 찾아보곤 했었다. 학교에서도 사전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선생님들께서는 일부러 '어휘숙제'도 많이 내주시곤 했다. 그 시절엔 필기할 것도 많고 쓰기 숙제도 많아 손가락이 아프고 굳은 살이 박히기도 했지만 나름 필체교정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여러 낱말 중 가장 아홉 살 아이들이 가장 헷갈려 할 단어가 바로 이 '손잡다'가 아닐까 한다. 30여년전의 나였다면 아마 이 단어를 보고 가장 먼저 '신체부위인 손을 잡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는 세속에 찌든 중년의 나는 '손잡다'의 의미를 '정치인들이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끼리 뭉친다'로 파악한다. 참 씁쓸한 상황이다. 이 책을 보며 진정 '손잡다'의 따뜻하고 순수한 의미를 되새겨보아야겠다.

'남의 탓'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우리 사회의 풍조를 보며 이 책의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의도였기를 바라는 것이 지나친 욕심일까?
최근 핫이슈인 'Me too'선언 (캠페인)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를 봐도 여성이면서도 가해 남성보다 피해 여성을 비난하는 웃지 못할 현상도 벌어지는 걸 보면 '남 탓' 문화를 그저 단순한 핑곗거리쯤으로 여기고 무심코 지나치기엔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자녀를 둔 부모의 자세는 성인이 되어서 끔찍한 변명과 남탓만 하는 비겁한 어른으로 자라지 않도록 가정에서만이라도 정직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바른 환경을 조성해주고 혹시 그림에서처럼 형제나 자매간에, 또 부모와 자식간에도 절대 거짓말은 삼가고 대신 차근차근 아이에게 남탓이나 핑계를 대는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도록 유도하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내게 울림을 줬던 글이고 낱말이었다. "화해해" 이 말은 아마 아홉 살 되기 전의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단어다. 한 예로 작년부터 생후 두자리수 나이를 먹어가는 내 아들녀석이 "엄마, 아빠 그만 화풀고 빨리 화해해~" 라며 토라진 우리 부부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며 화해시키려 해서 그만 울컥하기도 하고 머쓱하여 이내 어색한 웃음으로 냉랭한 분위기가 풀린 적이 있다. 또한 이번 한 주동안 여러 언론의 중요 이슈였던 국가적 차원의 큰 '화해'의 틀을 마련한 대북특사파견의 성과를 놓고봐도 화해는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윤활유가 아닌가 한다. 삐걱거리는 기계에 가끔 기름질을 해야 더욱 제 기능을 발휘하듯 말이다.

'가화만사성'이라는 한자성어가 식상하지만 우리 인생에 가장 기본이 되는 지침인 것 같다. 가정이 행복해야 그 행복한 기운으로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는 것이 아닐까? 오늘부터라도 가족에게 늘 함께 있음에 감사하고, 주변과도 사랑을 나누며, 손잡고 지구인으로서의 삶을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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